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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고법 2005. 8. 26. 선고 2004노240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변경된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확정[각공2005.10.10.(26),1710]
판시사항

경유 수입업자인 피고인이 자동차용 경유를 수입함에 있어서 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발급받았으나 그 수입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위 신용장 개설은행으로 하여금 그 대금채무를 부담하게 하여 그 대금 상당액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신용장대금을 결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신용장을 개설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거나 위 신용장 개설은행이 피고인의 자금사정에 관해 피고인으로부터 기망을 당하여 신용장을 개설해 주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보아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경유 수입업자인 피고인이 자동차용 경유를 수입함에 있어서 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발급받았으나 그 수입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위 신용장 개설은행으로 하여금 그 대금채무를 부담하게 하여 그 대금 상당액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신용장대금을 결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신용장을 개설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거나 위 신용장 개설은행이 피고인의 자금사정에 관해 피고인으로부터 기망을 당하여 신용장을 개설해 주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보아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이기범

변호인

변호사 윤승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이 국민은행으로부터 2002. 11. 5.경 미화 290만 달러, 같은 달 11.경 미화 84만 달러의 각 신용장을 발급받을 당시 그 신용장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주식회사 오랙스정유(이하 '오랙스정유'라고만 한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 피해자 국민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발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피고인이 위 각 신용장을 발급받아 국민은행으로 하여금 그 대금채무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합계 미화 374만 달러(한화 45억 8,7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하는 위법을 범하였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이 국민은행과의 신용장거래 중 42회까지 그 대금을 모두 결제하였는데, 43, 44회에 이르러서만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점, 그간 모두 502억 원 상당의 경유를 수입하여 467억 원의 신용장대금을 결제한 점, 이 사건 경유매각대금을 사적으로 유용하지 아니하고 저유시설건립에 거의 전액을 투자한 점, 국민은행에 10억 원을 변제한 점, 초범인 점, 잘못을 뉘우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 이 사건 여러 양형조건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판 단

가. 공소사실 및 피고인의 변소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02. 11. 5.경 서울 중구 황학동 688에 있는 국민은행 성동기업금융지점에서 '오랙스정유'가 홍콩에 있는 지엔티 오일 컴퍼니사(GNT OIL COMPANY LTD)로부터 자동차용 경유를 수입함에 있어서, 사실은 당시 오랙스정유의 자금사정이 어려워 피해자 국민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발급받더라도 그 수입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국민은행으로부터 미화 290만 달러(한화 35억 5,700만 원 상당, 공소사실에는 한화 39억 5천 700만 원 상당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계산상 한화 35억 5,700만 원을 잘못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의 신용장을 발급받고, 2002. 11. 11.경 같은 방법으로 미화 84만 달러(한화 10억 3천 만 원 상당)의 신용장을 발급받아 국민은행으로 하여금 그 대금채무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합계 미화 374만 달러(한화 45억 8,7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2) 피고인의 변소

피고인이 국민은행에 이 사건 화환신용장의 개설을 의뢰할 무렵인 2002. 11. 1.부터 같은 달 22.까지 사이에 오랙스정유는 신용장대금으로 국민은행에 45억 9,166만 원을, 우리은행에 34억 8,100만 원을, 외환은행에 26억 76만 원 등 합계 106억 7,352만 원을 결제하였으며, 이 사건 수입 경유를 처분하여 그 판매대금으로 국민은행에 이 사건 신용장 대금을 지급할 수도 있었고, 또 당시 오랙스정유는 국내최고의 유류비축시설을 보유하는 등 석유수입업자로서 최상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월드종합라이센스사를 포함한 국내외 여러 회사들로부터 투자의향을 제시받았으나 결국 위 투자제안이 무산되고, 대기업간의 출혈 경쟁, 할인판매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이 사건 신용장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 뿐이므로 피고인이 수입한 이 사건 경유를 부득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것으로 위 신용장 개설 당시 피고인에게 그 신용장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나. 인정되는 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및 당심에서의 피고인 및 증인 이수영, 최창섭의 각 진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2001. 6. 경 오랙스정유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2002. 2.경부터 총 120여억 원을 들여 여수항 송원 물류 저유소 내에 75,000㎘, 평택 기호물류 저유소 내에 16,500㎘의 각 저유탱크를 건설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저유탱크 시설공사를 시행하는데 소요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월드종합라이센스 주식회사(이하 '월드종합라이센스'라고만 한다.) 등과 투자협의를 거쳐 위 회사로부터 현금 20억 원과 충남 천안시와 연기군에 소재한 토지와 시설 등을 신용장개설용의 담보로 제공하는 등으로 오랙스정유에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받기까지 하였다.

(2) 오랙스정유는 2002. 4. 11. 국민은행 성동기업금융지점에 오랙스정유의 정기예금 13억 원을 담보로 하여 여신한도금액 미화 160만 달러, 여신기간 만료일 같은 해 7. 10.인 신용장개설약정을 체결하였는바, 당시 피고인과 국민은행 사이에 작성된 외국환거래약정서 제3조(담보)는 "오랙스정유가 당해 거래와 관련하여 국민은행에 부담하는 채무와 이에 부수된 이자, 할인료, 수수료, 지연배상금, 기타 부대비용 등의 지급을 위한 담보로서 수입거래의 신용장발행에 수반하는 물품 및 관련 서류를 국민은행에 양도한다."는 취지로 규정하였다.

(3) 이어 오랙스정유는 위와 같이 개설된 신용장을 이용하여 홍콩 수출상인 지엔티 오일 컴퍼니사(GNT OIL COMPANY LTD)로부터 차량용 경유 등을 수입하였고, 그 후에도 오랙스정유는 국민은행과의 사이에 신용장발행 한도금액을 미화 각 135만 달러, 255만 달러로 하는 2002. 4. 16.자 및 같은 달 29.자 신용장개설약정을 체결하고(즉 당시 여신한도금액은 위 2002. 4. 11.자 160만 달러, 같은 달 16.자 135만 달러, 같은 달 29.자 255만 달러 등 합계 550만 달러였다.) 오랙스정유의 정기예금 48억 원을 담보로 예탁하였으며, 같은 해 7. 국민은행은 오랙스정유의 은행 거래실적, 상반기 결산재무제표 등에 근거하여 위 회사의 신용등급을 BB+로 함으로써 외환거래 우수회사로 평가하고 같은 해 8. 22. 미화 278만 달러로 신용장발행한도를 증액하는 여신거래 추가약정을 체결해 주었는바(따라서 2002. 4.의 위 550만 달러와 같은 해 8. 22.자 위 278만 달러를 합하면 총 828만 달러, 즉 한화로 100억 원 가량이 신용장 발행한도가 되었다.), 그 때까지 오랙스정유가 제공한 정기예금 담보액은 합계 56억 3,000만 원(즉 위 신용장발행한도액인 100억 원의 56.3% 가량)에 이르렀다.

(4) 오랙스정유가 위와 같이 2002. 4. 11. 국민은행에 신용장을 개설한 후 같은 해 10.경까지 42회에 걸쳐 신용장거래를 해 오면서 발급받은 신용장은 "원본 선하증권 3통 대신에 원본 선하증권 3통 중 2통과 원본 선하증권 1통을 수취하였다는 선장/소유주의 수취영수증도 수리가능하다. 원본 선하증권 전통(FULL SET)이 상품대금지급을 위해 제시 불가능하다면 상업송장과 파손화물보상장(Letter of Indemnity)의 제시로 대금지급이 이루어질 것이다(텔렉스 송장과 텔렉스 파손화물보상장도 수리가능하다)"는 취지의 조건을 기재하고 있었다[위 조건의 영문은 다음과 같다. "SHOULD THE FULL SET CLEAN ON BOARD OCEAN BILLS OF LADING NOT BE ABAILABLE FOR PAYMENT, PAYMENT TO BE EFFECTED AGAINST COMMERCIAL INVOICE AND LETTER OF INDEMNITY (TELEX INVOICE AND TELEX LETTER OF INDEMNITY ACCEPTABLE". 선적된 화물에 대해 사고나 훼손이 있었음을 첨부한 수령서가 작성되었을 때 무사고 선하증권 발급청구를 위해 하주가 선주에게 제공하는 보상장을 파손화물보상장(Letter of Indemnity)이라고 한다. 즉 무역실무상 수출업자의 거래은행이 고장선하증권(Foul B/L)을 수리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업자는 선박회사에 파손화물보상장(Letter of Indemnity)을 제출하고 선적화물의 손상으로 인한 손해는 수출업자가 부담하기로 하고 도착항에서 선박회사가 수입업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도 선박회사는 면책된다는 취지를 기재한 무고장선하증권(Clean B/L)을 교부받아 이를 거래은행에 제출하여 수출물품의 대금을 결제받고 있다.].

또한, 오랙스정유는 위 42회 차까지 신용장거래를 해 오면서 원본 선하증권을 제시하지 않고도 홍콩의 수출상인 지엔티 오일 컴퍼니사에서 오랙스정유에 텔렉스로 송부되어 온 파손화물보상장(Letter of Indemnity) 사본과 송장 사본 등을 선박회사에 제출하여 보세창고에 입고되어 있는 수입경유를 반출하여 왔다. 이러한 42회 차까지 수입경유를 반출함에 있어 신용장개설은행인 국민은행이 이를 승인하였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이러한 반출을 묵시적으로나마 승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5) 2002. 10. 30. 국민은행 직원 이근택 등이 오랙스정유를 방문하여 피고인에게 위 신용장거래에 관한 여신기간을 2003. 10. 31.까지로 연장해 주되, 당시까지 오랙스정유로부터 제공된 담보는 정기예금 56억 3,000만 원 뿐이었으므로 이전까지의 거래와 같은 조건으로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고 대금지급에 따른 선하증권의 교부 없이 화물이 출고되면 추후 담보부족으로 대금을 결제 받지 못할 사태가 예상되니 기한부수입신용장(USANCE; 신용장발행은행이 수입업체를 대신하여 수입대금을 결제한 후 일정한 기간 후 수입업체에 그 수입대금 및 이자를 결제하게 하는 형식의 신용장)을 개설하라고 하면서 추가담보를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몇 명의 부동산 소유자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그들이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려 하였으나 국민은행은 그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낮게 평가하여 담보로 제공받기를 거절하면서, 그 대신 오랙스정유로부터 신용장 대금을 지급받을 것을 담보하기 위하여 종래와 같이 원본 선하증권 전통(FULL SET) 제시 대신 상업송장과 파손화물보상장(Letter of Indemnity)의 제시만으로도 수출물품 대금지급이 이루어진다는 위 조건을 삭제하고 신용장을 개설할 것을 제안하였다.

(6) 그 후 피고인은 국민은행이 요구하는 위와 같은 조건대로 2002. 11. 5.경 43회 차로 미화 290만 달러(한화 35억 5,700만 원 상당)의 취소불능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였고, 국민은행은 기존 거래까지 있었던 "원본 선하증권 3통 대신에 원본 선하증권 3통 중 2통과 원본 선하증권 1통을 수취하였다는 선장/소유주의 수취영수증도 수리가능하다. 원본 선하증권 전통(FULL SET)이 상품대금지급을 위해 제시 불가능하다면 상업송장과 파손화물보상장(Letter of Indemnity)의 제시로 대금지급이 이루어질 것이다(텔렉스 송장과 텔렉스 파손화물보상장도 수리가능하다)"는 취지의 조건을 삭제한 신용장을, 같은 달 11.경 44회 차도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조건이 삭제된 미화 84만 달러(한화 10억 3천만 원 상당)의 취소불능 신용장을 각 발급하였다.

(7) 홍콩 수출상 지엔티 오일 컴퍼니사는 위 43회 차 신용장에 관하여 한진해운을, 위 44회 차 신용장에 관하여 삼호해운을 각 이용하여 자동차용 경유를 운송하였으며, 그 각 화물이 하역되어 2002. 11. 10.과 같은 달 20.에 보세창고업자인 주식회사 정일스톨트헤븐울산의 창고에 각 입고되었다.

(8) 한편, 2002. 10. 말 내지 11. 초경 오랙스정유에 여수 저유탱크 건설을 위해 투자하기로 약속했던 월드종합라이센스 등이 투자의향을 철회하였으며, 이에 자금압박을 받게 된 피고인은 이 사건 43, 44회 차로 개설된 신용장에 관한 각 수입 경유 판매대금으로 그 저유탱크 시설 공사대금을 지급하려고 마음먹고 선하증권 원본 전부를 제시 교부함이 없이, 또한 신용장개설은행인 국민은행이 종전과 같은 화물반출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위 수입 경유를 반출한 다음 위 43회 차 신용장에 관하여 2002. 11. 13.경부터 같은 달 19.경까지 씨엔케이(CNK)오일 주식회사에 수입경유 14,013㎘를 금 82억 3,000만 원 상당에, 위 44회차 신용장에 관하여 같은 달 22.경부터 26.경까지 페트로코리아 주식회사에 수입 경유 4,000㎘를 금 24억 9,000만 원 상당에 각 판매하였으나, 당시 오랙스정유는 판매대금의 약 60%가량에 상당하는 세금을 납부하여 위 각 신용장대금의 합계액 45억 8천 7백만 원(43회 차 신용장대금 35억 5,700만 원 + 44회차 신용장대금 10억 3천만 원)보다 5억 8천 7백만 원 가량이 적은 약 40억 원 상당의 판매대금 수익만을 얻었다.

(9) 위 홍콩 수출상 지엔티 오일 컴퍼니사의 거래은행인 포티스뱅크는 위 43회 차 신용장에 관하여 2002. 11. 27. 수하인(Consignee)란에 국민은행의 지시를 받은 자("TO ORDER OF KOOKMIN BANK LTD)로 기재되어 있는 선하증권(B/L) 원본과, 위 44회차 신용장에 관하여 같은 해 12. 4.경에 수하인이 기재되지 않은 선하증권(B/L) 원본과 송장 등의 서류를 국민은행에 보내 왔고, 위 각 선하증권(B/L) 원본을 송부받은 국민은행은 피고인에게 경유 수입대금을 결제하라고 요구하였다.

(10) 그러나 피고인은 위 각 경유 판매대금을 2002. 2.경부터 건설하고 있었던 저유시설의 공사비로 모두 사용하여 국민은행에 경유 수입대금을 결제하지 못하였고, 이에 국민은행이 위 포티스뱅크 은행에 같은 해 12. 4.경 및 같은 달 11.경 위 각 경유 수입대금으로 합계 미화 374만 달러(한화 45억 8,700만 원 상당)를 지급한 후 오랙스정유에 대하여 부도처리를 하였다.

(11) 오랙스정유는 위와 같이 2002. 4. 11.부터 시작하여 같은 해 11.까지 총 44회에 걸쳐 총 미화 4,182만 달러(한화 502억 원) 상당의 신용장거래를 하면서 그 중 42회 차까지 한화로 467억 원의 신용장대금을 국민은행에 결제하였으며(다만 위 42회 차 신용장 대금 중 일부는 2002. 12. 말경 오랙스정유가 국민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56억 3천만 원의 정기예금 전액과 상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지급하였다.), 특히 이 사건 신용장 개설을 전후로 한 2002. 11. 1.부터 11. 22.까지 사이에 42회 차 이전의 신용장대금으로 국민은행에 합계 45억 9,166만 원을 결제하였고 단지 위 43회 및 44회 차 신용장 대금만을 결제하지 못하였다.

(12) 오랙스 정유는 2002. 11.경까지 저유탱크 총 106,500㎘(약 67만 배럴)라는 한국 국내 1일 소비량 200만 배럴의 1/3정도를 비축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최고의 저유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다.

(13) 또한, 피고인은 여수 저유시설을 타에 매각하여 2003. 4. 15. 이 사건 43회 및 44회 차 신용장대금 상당액 중 10억 원을 국민은행에 변제하였다.

다.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장창용, 이근택의 경찰 및 검찰 진술, 정병천의 원심 법정 진술, 이수영의 당심 법정 진술, 여신거래약정서 사본, 외국환거래약정서 사본, 거래추가약정서, 상업송장 사본 등이 있다.

(1) 우선 국민은행 직원인 장창용, 이근택의 경찰 및 검찰 진술은, 피고인이 홍콩 수출상 지엔티 오일컴퍼니사에서 경유를 수입함에 있어 그 수입 경유대금을 국민은행에 결제한 후 홍콩 수출상인 위 회사로부터 항공 송달되어 온 선하증권을 국민은행으로부터 교부받아 이를 운송업자인 한진해운 등에 제출하고, 한진해운 등이 국민은행의 확인을 거쳐 보세창고업자인 주식회사 정일스톨트헤븐울산에게 출고지시서(delivery order)를 발급해 주면 피고인이 이를 받아 그 수입 경유를 출고하거나, 수출상으로부터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가 그 수입 경유보다 늦게 도착한 경우 수출대금 상당액을 신용장개설 은행인 국민은행에 예치한 후 선취화물보증서(Letter of Guarantee)를 받아서 화물을 하역·반출하거나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홍콩의 수출상인 지엔티 오일 컴퍼니사로부터 송부된 선하증권 원본이 국민은행에 보관되어 있는데도 피고인이 위 수입경유를 무단 반출하였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할 당시 그 신용장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2) 한편, 월드종합라이센스의 대표이사인 정병천의 원심 법정 진술이나 위 회사의 이사 이수영의 당심 법정 진술은, 피고인이 투자받기로 하였다고 주장하는 월드종합라이센스 또는 월드라이센스(위 두 회사는 모두 정병천이 창업한 회사로서 전자는 유통업을, 후자는 교통법규위반자의 범칙금을 대납해주는 영업을 하고 있었다.)는 모두 2002. 11.경 오랙스정유와 투자의향서를 작성한 적도 없고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도 없으며 오히려 2002. 11.경 이전에 오랙스정유에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오랙스정유에 알려주었다는 것이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월드종합라이센스의 투자 여부에 관계없이 피고인이 42회에 걸쳐 국민은행과 신용장거래를 해 오면서 그 대금을 모두 결제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정병천이나 이수영의 위 각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신용장 개설을 의뢰할 당시 그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그로 인해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인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에 부족하다.

(3) 그 밖에 수사기록에 편철되어 있는 여신거래약정서 사본, 외국환거래약정서 사본, 거래추가약정서, 상업송장 사본 등의 기재만으로 피고인의 편취 범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오히려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오랙스정유가 2002. 4. 11.부터 같은 해 11. 11.까지 국민은행과의 사이에 총 44회의 신용장거래를 하면서 그 중 42회까지 467억 원에 이르는 대부분의 신용장대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정기예금을 상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지급한 점, 국민은행도 같은 해 7. 오랙스정유의 타 은행 거래실적, 상반기 결산재무제표 등에 근거하여 신용등급을 BB+로 함으로써 외환거래 우수회사로 평가하고 같은 해 8. 22. 미화 278만 달러로 신용장발행한도를 증액하는 여신거래 추가약정을 체결하여 당시까지 신용장 발행한도는 도합 828만 달러(한화 100억 원)에 이르렀으며, 그 때까지 오랙스정유가 제공한 정기예금 담보액도 위 신용장 발행한도액의 56.3%에 이르는 56억 3,000만 원이나 되었던 점, 오랙스정유는 이 사건 43회 및 44회 차 신용장개설을 전후한 같은 해 11. 1.부터 같은 달 22.까지 사이에도 국민은행에 42회 차 이전의 신용장대금으로 45억 9,166만 원을 결제한 점, 피고인이 국민은행으로부터 이 사건으로 고소를 당한 이후인 2003. 4. 15.에도 위 43회 및 44회 차 신용장대금으로 10억 원을 결제한 점, 2002. 11. 초경 오랙스정유에 대한 월드종합라이센스 등의 투자가 실패할 것이 확실시되긴 하였으나 이 사건 43, 44회차 신용장에 기초한 수입경유를 판매한 대금을 위 오랙스정유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이전까지 피고인은 위 월드종합라이센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여 위 월드종합라이센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하겠다는 제안까지 받았던 점, 2002. 11. 당시 오랙스정유는 총 약67만 배럴(106,500㎘)이라는 대단히 큰 규모의 저유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 당시 오랙스정유와 신용장거래 한도 약정을 체결한 국민은행의 주무과장인 이근택도 검찰에서, 이 사건 신용장 개설당시 피고인의 자금사정이 특별히 어렵다는 객관적 사정이 있었다면 국민은행이 신용장을 발급하여 수입대금 지급을 보증해 줄 리 없었으며, 유류수입회사는 기본적으로 저유시설의 확보가 중요한 데 오랙스정유도 당시 저유시설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국민은행측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국민은행이 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해 줄 때는 자체 내부규정에 따라 개설의뢰인인 오랙스정유의 재무구조, 신용상태, 거래실적, 담보 등을 고려하였을 것으로 보여지는 점, 이 사건 수입경유를 처분하면 그 대금만으로도 그에 관련된 신용장대금을 충분히 변제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점, 신용장개설은행은 앞서 본 규정에 따라 개설의뢰인의 신용상태, 재무구조, 거래실적을 고려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추가 담보를 요구 확보하거나 피고인 등 회사 임원진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 실사와 심사를 거쳐 전문금융기관으로서 자신의 재량에 따라 신용장 개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당연히 은행경영적 차원에서 수수료 수입도 고려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신용장대금을 결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이 사건 각 신용장을 개설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거나 국민은행이 피고인의 자금사정에 관해 피고인으로부터 기망을 당하여 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해 주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월드종합라이센스의 오랙스정유에 대한 투자계획의 철회, 대기업간의 출혈 경쟁으로 인한 수입경유의 할인판매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이 사건 신용장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것일 뿐 처음부터 그 신용장대금을 결제할 의사와 능력도 없이 신용장을 개설 받은 것은 아니라는 피고인의 변소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국민은행도 피고인을 수입품인 이 사건 경유를 횡령한 것으로 고소하였을 뿐 오랙스정유의 자금사정이 어려워 신용장을 발급받더라도 그 수입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국민은행을 기망하여 신용장대금 상당의 보증채무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고 고소한 것은 아니며, 검사도 처음에 피고인에 대해 횡령혐의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원심에서 2004. 2. 4. 사기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한 바 있다. 그리고 오랙스정유와 국민은행 사이에 작성된 외국환거래약정서 제3조에 의해 그 수입경유에 관해 국민은행이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할지라도, 국민은행이 홍콩의 수출상인 지엔티 오일 컴퍼니사로부터 선하증권을 송부받은 2002. 11. 27.(제43회 차 신용장관련 수입의 경우) 또는 같은 해 12. 4.(제44회 차 신용장관련 수입의 경우) 이전인 같은 해 11. 13.부터 같은 달 19.까지 사이(위 제43회 차 신용장관련 수입의 경우) 또는 같은 달 22.부터 같은 달 26.까지 사이에(위 제44회차 신용장관련 수입의 경우) 피고인이 수입경유를 각 처분하였으므로, 그 당시 국민은행이 위 수입경유에 소유권 내지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또한 이 사건 수입경유를 운송한 선박회사인 한진해운이나 삼호해운이 아닌 피고인이 위 수입경유를 타인을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이 위 선박회사들과 상호 통모하여 위 각 수입경유를 횡령하였다는 점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행위를 횡령으로 의율하기도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국민은행과의 사이에 있었던 이 사건 43회 차 및 44회 차 신용장 개설에 따른 Letter of Indemnity 조건의 삭제, 즉 이제는 신용장 매입시 선하증권의 제시가 조건으로 되어서 화물의 인도와 선하증권의 제시교부가 상환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위 각 선박회사에 고지하지 아니하여 이로 말미암아 선박회사들이 기망당하여 위 수입경유를 오랙스정유에 인도함으로써, 그 수입경유의 인도에 있어 위 선박회사들에 대한 사기가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조사가 이루어진 바 없다].

라. 소 결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주흥(재판장) 오기두 윤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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