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한 위법이 있는 예
판결요지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수 없다.
참조조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제1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아 이를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것을 결정 고지하고 형사소송법 제297조의 2 (간이공판절차에서의 증거조사) 소정의 방법에 따라 증거조사를 마친 다음 같은 법 제318조의 3 (간이공판절차에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특례)의 규정에 따라 제1심 판결거시의 증거들이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에 관하여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그 판시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다고 하여 서면심사로서 변론 없이 항소를 기각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제1심 공판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등의 신문에 응하여 답변함에 있어 공소사실과 같이 음식등을 먹고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금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나 이는 외상으로 먹거나 차용한 것이지 이를 갈취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여 그 범의를 부인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도 일관하여 마찬가지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대상이 아니라 할 것이고 따라서 제1심 판결거시의 증거들 중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간이공판절차가 아닌 일반절차에 의한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그에 관한 증거능력이 부여되지 않는 한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1심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채 이를 증거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은 서면심사에 의하여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니 결국 원심판결에는 간이공판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형사소송법 제307조 에 위반하여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 다.
따라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