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통상의 임대차관계에 있어서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안전배려 또는 도난방지 등의 보호의무를 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통상의 임대차관계에 있어서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함에 그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그 의무를 이행한 경우 임대목적물은 임차인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어 그 이후에는 임차인의 관리하에 임대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민호 외 5인)
피고,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가 1996. 5. 19. 원고에게 그 판시의 방 2칸(이하 임대목적물이라 한다)을 보증금 20,000,000원 및 월차임 400,000원에 임대한 사실, 임대목적물은 반지하로서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고 주위 담장이 낮을 뿐만 아니라 대문도 없이 바로 길에 연하여 절도범이 쉽게 침입할 수 있는 사실, 1996. 6. 15. 새벽 4시에서 5시 50분 사이에 임대목적물에 절도범이 침입하여 도합 금 2,000,000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하여 간 사실, 이러한 도난 사건 이외에도 임대목적물에는 차면시설이 불량하여 지나가는 행인들이 수시로 원고와 딸들이 거주하고 있는 방안을 들여다보는 등 하여 원고는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실, 원고 등은 임대목적물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탓으로 임대차기간 만료 이전부터 수차례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뜻이 없음을 통고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금 정도의 금원을 제공하면서 임대목적물을 명도하면 후에 나머지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고, 반면 소액의 금원만 지급받고 임대목적물을 명도하였을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보증금 전액 회수에 불안을 느낀 원고는 어쩔 수 없이 보증금 전액을 다 받을 때까지 임대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던 중인 1997. 11. 30.경 또 다시 절도범이 침입하여 금품을 도난 당하게 된 사실, 피고는 원고가 이러한 고통을 당하고 있음에도 임대목적물에 대한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임대기간이 1998. 5. 19.까지라고 주장하면서 보증금의 반환을 계속 거부하여 온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임대목적물을 원고에게 임대하면서 임대인으로서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안전배려의무에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지배영역하에 있는 임대목적물에서의 생활에 고통을 느끼고 이주를 원하는 원고에게 임대차계약 기간이 종료되지 아니하였음을 내세우면서 보증금의 반환을 거부하여 원고로 하여금 임대목적물에 강제적으로 거주하여야 하는 등으로 심적인 고통을 주었다는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위자료로서 금 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것을 명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 그러나 통상의 임대차관계에 있어서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함에 그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그 의무를 이행한 경우 임대목적물은 임차인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어 그 이후에는 임차인의 관리하에 임대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이루어지는 것 인바, 기록에 의하면, 임차인인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체결 당시 임차목적물이 대로변 3층 건물의 반지하에 위치한 관계로 주위의 담장이 낮고 별도의 대문도 없으며 방범창이 설치되지 아니하고 차면시설이 불량하였던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이를 임차하였고, 나아가 임대인인 피고는 임차목적물에서 발생한 원고 주장의 1차 도난사건 직후 임대목적물에 방범창을 설치하여 주었음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임대인인 피고로서는 임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것이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원심 판시와 같은 임차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임대차가 종료되는 경우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임대목적물 반환의무는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임대인으로서는 임대목적물을 반환받지 아니한 채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일방적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는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원심 판시와 같이 임대인인 피고가 임대차의 갱신을 주장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 임차인인 원고도 임대인인 피고에 대하여 임대목적물의 반환 없이 보증금의 반환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인인 피고가 보증금의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위법행위가 된다거나 임차인인 원고로 하여금 임대목적물에서 강제로 거주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관계 아래에서 임대인인 피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의 의무에 관한 법리 및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