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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8도18582 판결
[위계공무집행방해][공2021상,1104]
판시사항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의 의미 및 상대방이 위계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위 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아니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특정 정당 소속 지방의회의원인 피고인들 등이 지방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갑을 의장으로 추대’하기로 서면합의하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투표용지에 가상의 구획을 설정하고 각 의원별로 기표할 위치를 미리 정하기로 구두합의하는 방법으로 선거를 사실상 기명ㆍ공개투표로 치르기로 공모한 다음 그 정을 모르는 임시의장 을이 선거를 진행할 때 사전공모에 따라 투표하여 단독 출마한 갑이 의장에 당선되도록 하여 위계로써 을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의 실행행위와 공무집행방해의 결과 및 그 고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만약 범죄행위가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아니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2] 특정 정당 소속 지방의회의원인 피고인들 등이 지방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갑을 의장으로 추대’하기로 서면합의하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투표용지에 가상의 구획을 설정하고 각 의원별로 기표할 위치를 미리 정하기로 구두합의하는 방법으로 선거를 사실상 기명ㆍ공개투표로 치르기로 공모한 다음 그 정을 모르는 임시의장 을이 선거를 진행할 때 사전공모에 따라 투표하여 단독 출마한 갑이 의장에 당선되도록 하여 위계로써 을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지방자치법 제48조 제1항 에서 지방의회 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나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들 등의 행위가 비밀선거 원칙(무기명투표 원칙)에 위배되는 면이 있음을 근거로 곧 을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점, 지방의회의원들이 사전에 서로 합의한 방식대로 투표행위를 한 것만으로는 무기명투표 원칙에 반하는 전형적인 행위, 즉 투표 과정이나 투표 이후의 단계에서 타인의 투표 내용을 알려는 행위라거나 자신의 투표 내용을 공개하는 것 또는 타인에게 투표의 공개를 요구하는 행위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서면합의와 구두합의의 실행 자체가 곧바로 ‘지방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서 무기명투표 원칙이 구현되도록 할 임시의장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위와 같은 합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들 등 사이에 합의에 반하는 투표가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감표 위원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 투표용지 확인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하고, 합의에 반하는 투표를 한 의원에 대해 어떠한 제재를 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가 이루어졌음을 증명할 증거가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 등이 ‘지방의회 임시의장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평가할 사정에 관한 검사의 증명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서 위계의 실행행위와 공무집행방해의 결과 및 그 고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4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방광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들과 원심 공동피고인 3, 원심 공동피고인 6, 제1심 공동피고인 3, 제1심 공동피고인 4 및 공소외 1 이상 10명(이하 통틀어 ‘피고인 등’이라고 한다)은 2014년 당시 (정당명 1 생략당 소속 부산광역시 △△△구의원이었다.

피고인 등은 △△△구의회의 제7대 전반기 의장단 선거(이하 ‘이 사건 선거’라고 한다)를 앞둔 2014. 7. 6. △△△구 을 선거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모여, ‘제7대 전반기 의장으로 △△△구 을 선거구 출신의 제1심 공동피고인 4를, 후반기 의장으로 △△△구 갑 선거구 출신의 공소외 1을 각각 추대’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인 등은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다음, 합의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투표용지에 가상의 구획을 설정하고 각 의원별로 기표할 위치를 미리 정하여 만약 합의대로 투표하지 않은 의원이 발생할 경우에는 사후에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무기명투표로 진행되어야 할 의장 선거를 사실상 기명ㆍ공개투표로 치르기로 공모하였다.

피고인 등은 2014. 7. 8. △△△구의회 본회의장에서, 그 정을 모르는 최다선 의원인 공소외 2가 임시의장이 되어 피고인 1과 제1심 공동피고인 3을 감표(감표) 위원으로 정하고 이 사건 선거를 진행함에 있어 위와 같은 사전공모에 따라 투표하여 제1심 공동피고인 4가 의장으로 당선되었다.

피고인들은 이와 같이 위계로써 △△△구의회 임시의장인 공소외 2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 제1심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받아들여 피고인 등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 등의 주장(피고인 등이 이 사건 선거에 관하여 합의한 것은 사실이나 제1심 공동피고인 4가 단독으로 출마함으로써 이탈표 방지를 위하여 정해진 위치에 기표할 필요가 없어 실제 투표 시에는 위 합의 내용을 실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배척하였다.

① 이 사건 선거에서 제1심 공동피고인 4가 단독으로 출마하였지만 과반수 득표를 위해선 여전히 이탈표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었다. ② 피고인 등이 실제로 기표한 내용을 보더라도 7명은 명확하게 투표용지의 서로 다른 구석에 기표하였고, 3명의 경우도 기표위치나 띄어쓰기 등을 종합하면 구별이 가능하다.

나. 원심은 제1심법원의 판단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며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만약 범죄행위가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아니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429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2014. 6. 4.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구의원으로 19명이 당선되었는데, 그중 12명은 당시 여당인 (정당명 1 생략) 소속이었고, 7명은 야당인 (정당명 2 생략) 소속이었다. (정당명 1 생략) 소속 의원 12명 중 5명은 △△△구 갑 선거구 출신이었고, 7명은 △△△구 을 선거구 출신이었다.

2) △△△구의회는 제7대 전반기 의장ㆍ부의장 선출 등을 위한 임시의회(이하 ‘이 사건 임시회의’라고 한다)를 2014. 7. 8. 소집하기로 예정하였다. 당시 (정당명 1 생략)에서는 4선 의원인 공소외 2, 3선 의원인 제1심 공동피고인 4, 재선의원인 공소외 1이 의장직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었고, (정당명 2 생략)에서는 의장직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이 없었다.

3) (정당명 1 생략) 소속 의원 중 공소외 2와 공소외 3을 제외한 피고인 등 10명(갑 선거구 출신 5명, 을 선거구 출신 5명)은 임시의회 소집 이틀 전인 2014. 7. 6. △△△구 을 선거구 국회의원 당선자의 사무실에 모여 △△△구의회의 제7대 의장직을 전반기에는 을 선거구 의원이, 후반기에는 갑 선거구 의원이 나누어 맡기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당시 피고인 등은 위 합의 내용에 반하는 이탈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 투표용지에 상ㆍ하ㆍ좌ㆍ우ㆍ중앙의 가상의 구획을 설정하고 각 의원별로 기표할 위치를 미리 정하여 그에 따라 투표할 것을 구두로 합의(이하 서면합의와 구두합의를 통틀어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하였다.

4) ‘부산광역시 △△△구의회 회의규칙’(이하 ‘회의규칙’이라고만 한다) 제8조에 의하면, 의장이 되려는 의원은 해당 선거일 전일 18:00까지 의회 사무국에 서면으로 후보자 등록을 하여야 하고, 그렇게 등록한 의원만이 해당 선거의 피선거권을 가진다. 그런데 이 사건 선거 전날 18:00까지 제1심 공동피고인 4만이 의장 후보로 등록하였고, 당초 출마가 예상되었던 공소외 2는 의장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으며, 공소외 1도 제7대 후반기 의장 추대를 조건으로 이 사건 합의에 참여함으로써 의장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5) 따라서 △△△구의원들은 이 사건 임시회의가 개최된 당일 제1심 공동피고인 4가 단독 출마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제1심 공동피고인 4는 이 사건 임시회의 참석을 위해 △△△구의회 건물 3층 의원실에서 4층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의원들에게 ‘단독 후보이므로 그전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6) 이 사건 임시회의에서 최다선 의원인 공소외 2가 지방자치법 제54조 에 따라 의장 직무대행을 맡아 이 사건 선거를 주관하였다. 그런데 투표 시작 전 (정당명 2 생략) 소속 의원이 ‘의석 점유비율을 고려할 때 (정당명 2 생략)에 배정된 위원장직 수가 적다.’고 항의하는 의사진행발언을 하였고, 그 직후 (정당명 2 생략) 소속 의원 7명 전원이 임시회의장을 떠났다. 결국 이 사건 선거는 (정당명 1 생략) 소속 의원 12명만으로 치러지게 되었는데, 그들만으로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은 확보되었다.

7) 의장 직무대행 공소외 2는 이 사건 선거의 감표 위원으로 의석 배치 순서에 따라 초선인 제1심 공동피고인 3 의원과 피고인 1 의원을 선정하였다. 당초 의석 배치 순서에 따르면 (정당명 1 생략) 소속의 제1심 공동피고인 3 의원과 (정당명 2 생략) 소속의 공소외 4 의원이 감표 위원을 맡게 되어 있었으나, (정당명 2 생략) 소속 의원들 모두가 임시회의장을 떠남에 따라 피고인 1이 감표 위원을 맡게 된 것이다.

8) 2014. 7. 8. 10:38경부터 이루어진 이 사건 선거에서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는 각 투표용지의 정중앙에, 피고인 2는 투표용지 하단 중앙에, 피고인 5는 투표용지 하단 좌측에 후보자 제1심 공동피고인 4의 이름을 기재하였다.

9) 2014. 7. 8. 10:42경 투표가 끝나고 감표 위원인 제1심 공동피고인 3과 피고인 1은 △△△구의회 소속 공무원들과 함께 감표를 하였는데, 그들은 투표용지 수가 투표한 의원 수와 일치하는지 여부와 투표용지에 ‘제1심 공동피고인 4’의 이름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만을 확인하였을 뿐 투표용지에 제1심 공동피고인 4의 이름이 기재된 위치를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10) 회의규칙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의장은 본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그러나 회의규칙 제8조 제3항에 의하면 단독 후보자의 경우에는 1차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득표를 얻지 못하였더라도 2차 투표에서 1표라도 얻게 되면 의장으로 당선된다. 감표 결과, 제1심 공동피고인 4는 1차 투표에서 총투표수 12표 중 11표를 얻어 △△△구의회 제7대 전반기 의장으로 당선되었고, 투표용지에 후보자 제1심 공동피고인 4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고 다른 표시를 한 공소외 2의 투표는 무효표로 처리되었다.

다. 이 사건 선거의 경과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비밀선거 원칙은 선거인의 의사결정이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투표 내용의 비밀을 보장함으로써 선거권 행사로 인한 불이익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원칙이다. 이는 투표 과정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함으로써 선거의 민주적ㆍ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2) 지방자치법 제48조 제1항 에서 지방의회 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지방의회 의장 선거에서 무기명투표를 방해ㆍ침해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피고인 등의 행위에 비밀선거 원칙(무기명투표 원칙)에 위배되는 면이 있음을 근거로 곧 피고인 등의 행위가 공소사실처럼 ‘△△△구의회 임시의장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3) 이 사건 합의의 실행 그 자체가 곧바로 ‘지방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서 무기명투표 원칙이 구현되도록 할 임시의장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지방의회의원으로서 지방의회의 의장을 선택할 권한을 부여받은 피고인들이 제1심 공동피고인 4를 의장으로 선택하기로 정치적 합의를 하고, 그 합의의 이행을 관철하기 위하여 일정한 투표방법을 고안하여 각자 실행하기로 한 것을 가리켜, 그것이 과연 정치적으로 정당하거나 바람직한 것인지 여부에 관한 평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임시의장의 위 직무집행에 대한 관계에서 금지된 행위를 실행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지방의회의원들이 사전에 서로 합의한 방식대로 투표행위를 한 것만으로는, 무기명투표 원칙에 반하는 전형적인 행위, 즉 투표 과정이나 투표 이후의 단계에서 타인의 투표 내용을 알려는 행위라거나 자신의 투표 내용을 공개하는 것 또는 타인에게 투표의 공개를 요구하는 행위로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4) 다만 피고인 등이 위와 같은 합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 가령 투표 이후 자신들의 투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였다면 그로써 ‘△△△구의회 임시의장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

검사의 이 사건 공소제기의 주된 근거도, 공소사실의 기재처럼, ‘각 의원별로 기표할 위치를 미리 정하여 만약 합의대로 투표하지 않은 의원이 발생할 경우에는 사후에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무기명투표로 진행되어야 할 의장 선거를 사실상 기명ㆍ공개투표로 치르기로 공모하였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고인 등 사이에 이 사건 합의에 반하는 투표가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감표 위원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 투표용지 확인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하고, 이 사건 합의에 반하는 투표를 한 의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를 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가 이루어졌음을 입증할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 당시 감표 위원을 누가 맡을 것인지는 논의된 바가 없었고, 이 사건 선거 당일 피고인 1의 감표 위원 선정은 예정된 것도 아니었으며, 감표 과정에서 투표용지의 기표위치가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위치와 일치하는지 여부에 관한 확인절차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결국 피고인 등이 ‘△△△구의회 임시의장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평가할 사정에 관한 검사의 입증은 없거나 부족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5) 다음과 같은 사정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에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만한 정황이 될 수 있다.

가) 이 사건 합의는 제1심 공동피고인 4를 의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제1심 공동피고인 4는 단독 출마하였고, 그가 1차 투표에서 출석의원 과반수 득표에 실패하더라도 2차 투표에서 단 1표라도 얻게 되면 의장으로 당선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 등에게는 이탈표 방지를 위한 이 사건 합의 이행의 필요성이 없게 되었다.

실제로 제1심 공동피고인 4는 선거 당일 일부 의원들에게 ‘단독 후보이므로 이전의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하였고, 피고인들도 모두 ‘제1심 공동피고인 4가 단독 출마하는 마당이므로 이 사건 합의와 같이 투표용지의 특정 위치에 기표할 이유가 없었고, 그에 따라 정상적으로 기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들의 범의를 부정할 만한 정황이 될 여지가 있다.

나)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의 각 투표용지(증거기록 94, 97쪽)를 살펴보면, 그들이 공통적으로 후보자 제1심 공동피고인 4의 이름을 투표용지의 중앙에 기재하여 투표용지의 특정 위치에 구별되게 기재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6)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이 △△△구의회 임시의장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보고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있어 위계의 실행행위와 공무집행방해의 결과 및 그 고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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