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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7. 1. 23. 선고 95가합39156 판결 : 확정
[손해배상(기)][하집1997-1, 332]
판시사항

[1] 외국 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할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외국법원이 책임제한절차에서 발한 명령이 대한민국에서 효력을 갖는지 여부(소극)

[3]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규정된 준거법 규정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청구의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4] 선박소유자등의책임제한절차에관한법률에 의한 책임제한절차가 절차 외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변론종결일 이전에 개시된 경우, 그 신청인은 그 절차의 폐지를 조건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할 것을 항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섭외사건에 관하여 국내의 재판관할을 인정할지의 여부는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고 이에 관한 우리 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결국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 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이를 결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우리 나라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 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섭외사건에 관한 소송에 관하여도 우리 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며, 다만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국내재판적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함이 위 민사소송의 제 이념에 비추어 보아 심히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렇지 아니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 외국 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선박 충돌로 인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하여 선박충돌지가 우리 나라의 영해이고, 외국 법인의 영업소 및 사무소가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의 법원은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

[2] 외국법원의 책임제한절차에서의 명령은 그 국가 내에서만 효력을 미치는 것이고, 그 국가와 대한민국 사이에 그에 관한 조약이 체결되었거나 양국이 국제적인 협약에 공동으로 가입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그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대한민국에 대하여까지 그 명령의 효력이 당연히 미치는 것은 아니다.

[3] 운송인의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청구의 준거법을 정한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규정은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뿐만 아니라 법정책임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까지 배타적으로 적용키로 한 취지라고 해석되지 아니하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위 이면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

[4] 선박소유자등의책임제한절차에관한법률에 의한 책임제한절차가 절차 외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변론종결일 이전에 개시된 경우에 그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가 이러한 책임제한절차 개시의 항변을 하지 아니한 채 절차 외 소송에서 패소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는 책임제한의 효과를 주장하지 못하게 되는 점에 비추어, 그 책임제한절차가 변론종결일 이전에 개시된 경우에는 그 신청인은 그 책임제한절차가 폐지될 것을 조건으로 이행할 것을 항변할 수 있다.

참조판례

[1]

원고

원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구상진)

피고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록상외 1인)

주문

1. 피고 2 주식회사는, 서울지방법원 94파7835호로 별지 목록 기재 사고로부터 발생한 물적 손해로 인한 위 피고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개시된 책임제한절차가 폐지될 것을 조건으로, 원고에게 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4. 5. 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 및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1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고, 원고와 피고 2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위 피고의, 나머지는 원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4. 5. 2.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6, 갑 제36, 37호증의 각 1 내지 4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전기, 통신기기 및 정보 관련기기 등의 부품 제조 및 판매업에 종사하는 회사이고, 피고 1은 미국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서 컨테이너 운송선인 ‘○○○호’를 소유하면서 해상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피고 2 주식회사는 라이베리아 선적의 컨테이너선인 ‘□□□호’를 나용선하여 해상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1994. 4.경 필리핀 소재의 소외 세부삼미사로부터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 부품 13,000세트(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를 FOB 가격 조건 미화 219,752.78$에 수입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세부삼미사의 운송주선인은 1994. 4. 25.경 피고 1과 사이에 이 사건 화물을 필리핀의 세부항에서 대한민국의 부산항까지 해상운송하기로 하는 내용의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1에게 위 화물을 인도한 후, 그로부터 수하인이 소외 1 주식회사로 된 선하증권을 발행받았다.

다. 피고 1은 위 화물을 그 소유의 ‘○○○호’에 선적하여 부산항으로 운송하였는데, ‘○○○호’는 1994. 5. 2. 22:25경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도중 부산항 영도 태종대 등대로부터 진방위 103도, 거리 약 2.8마일 지점인 북위 35도 02분 20초, 동경 129도 09분 00초 지점에서 약 12노트로 항해하는 ‘□□□호’의 정선수부와 ‘○○○호’의 좌측현 2번창 외판에 ‘○○○호’의 선수로부터 약 30도의 각도로 상호 충돌(이하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라 한다)하였다.

라. 위와 같은 ‘○○○호’와 ‘□□□호’의 충돌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이 실린 컨테이너와 위 화물은 모두 심한 파손을 입었고, 또한 해수에 젖어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마. 원고는 이 사건 화물에 대한 대금을 소외 세부삼미사에 지급하고, 위 화물의 수하인인 위 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피고 1 발행의 위 선하증권을 양수하였다.

2. 피고 1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 1의 본안전 항변의 내용

원고가, 피고 1은 이 사건 선박 충돌 또는 ‘○○○호’의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이 멸실되도록 하였으므로, 피고 1은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위 화물에 대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하여, 피고 1의 소송대리인은, 피고 1은 미합중국 연방법원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선주 책임의 배제 또는 제한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고, 같은 달 31. ‘○○○호’의 책임제한 한도액인 미화 16,185,000$에 상당하는 책임제한기금의 지급보증을 위하여 미국의 선주책임상호보험회사가 발행한 보증서를 위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공한바 있는데, 위 뉴욕남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로부터 발생하였거나 사고의 결과와 관련되었거나 또는 ‘○○○호’의 당해 항차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모든 소송, 법적 청구 및 절차는 당해 책임제한절차소송을 제외하고는 중지할 것을 명령하였고, 따라서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가 발생한 당해 항차와 관련한 피고 1에 대한 모든 청구는 책임제한법원인 위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기되어 동일 절차 내에서 심리되어야 하는바,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이 사건 청구도 책임제한 대상 채권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위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함에도 위와 같은 책임제한 절차를 무시하고 재판관할권이 없는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되어야 한다고 본안전 항변한다.

(2) 이 사건 소에 관하여 대한민국에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여부

그러므로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이 사건 청구에 관하여 대한민국에 재판관할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섭외사건에 관하여 국내의 재판관할을 인정할지의 여부는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고 이에 관한 우리 나라의 성문 법규도 없는 이상 결국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 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이를 결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우리 나라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 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섭외사건에 관한 소송에 관하여도 우리 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며(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41897 판결, 공1992, 2551 참조), 다만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국내재판적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함이 위 민사소송의 제 이념에 비추어 보아 심히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렇지 아니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불법행위에 관한 소는 그 불법행위지가 재판절차에 있어서 입증 및 증거수집이 용이하며 피해자의 제소 편의라는 피해자 보호의 이념과 가해자 측으로서도 그 예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법행위지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는 민사소송법 제16조 제1항은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데 있어서도 타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피고 1은 대한민국 서울, 부산 등에 영업소 및 사무소를 두고 대한민국 내에서 지속적이고도 조직적인 영업 활동을 영위하고 있고, 이 사건 선박의 충돌과 관련한 사무 처리를 하여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피고 1의 대한민국에서의 영업 활동 상황에 비추어 비록 이 사건이 그 사무소 등의 업무에 관한 것이 아닐지라도 대한민국의 재판권에 복종시키는 것이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교통과 통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오늘날의 기업에 있어서는 설사 본점과는 원격지에 있는 지점이 자신과는 무관한 업무에 관한 소송을 수행하더라도 본점의 신속한 지시와 통제를 받을 수가 있어서 당사자 간의 공평이나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민사소송법의 기본 이념에 반할 우려도 적으므로, 피고 1은 민사소송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대한민국에 보통재판적을 가지며 피고 1에 대한 소는 대한민국에 제기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선박충돌지가 우리 나라의 영해이고, 피고 1의 영업소 및 사무소가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선박 충돌과 관련하여 제기된 원고의 이 사건 소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법원은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미합중국 연방법원 뉴욕남부지방법원이 이 사건 선박 충돌과 관련하여 피고 1에 대한 책임제한 절차에서 발한 명령이 이 사건 소에도 미치는지 여부 피고 1이 1994. 10. 24. 미합중국 연방법원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선주책임의 배제 또는 제한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고 같은 달 31. ‘○○○호’의 책임제한 한도액인 미화 16,185,000$에 상당하는 책임제한기금의 지급보증을 위하여 미국의 선주책임상호보험회사가 발행한 보증서를 위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공한바 있는 사실, 그런데 위 뉴욕남부지방법원은 같은 해 11. 4.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로부터 발생하였거나 사고의 결과와 관련되었거나 또는 ‘○○○호’의 당해 항차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모든 소송, 법적 청구 및 절차는 당해 책임제한절차소송을 제외하고는 중지할 것을 명령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위 뉴욕남부지방법원의 위 책임제한절차에서의 위 명령은 미합중국 내에서만 효력을 미치는 것이고, 미합중국과 대한민국 사이에 이에 관한 조약이 체결되었거나 양국이 국제적인 협약에 공동으로 가입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미합중국의 주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대한민국에 대하여까지 위 명령의 효력이 당연히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선박소유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어떠한 국제적인 협약에도 가입되어 있지 아니하고, 미합중국과 이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바도 없으며, 1976년 해사채권에대한책임제한협약(CONVENTION ON LIMITATION OF LIBILITY FOR MARITIME CLAMES, LONDON, 19 NOVEMBER 1976)의 내용만을 채택하여 개정 상법 등에 반영하였는데, 우리 나라의 선박소유자등의책임제한절차에관한법률은 이러한 외국 책임제한절차 개시의 효과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다만 같은 법 제42조 제4항은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가 제한채권에 기하여 외국에서 강제집행을 당할 염려가 있음을 소명한 때에는 그 강제집행에 의하여 지급할 제한채권에 관하여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가 제한채권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 이에 의하여 책임제한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우리 나라에서의 책임제한절차가 외국에 대하여까지 효력이 미치지 못함을 간접적으로 예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결국 미합중국에서의 위 책임제한절차 개시의 효과는 우리 나라에는 미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4)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이 사건 소에 대하여 대한민국이 재판관할권이 없고, 대한민국이 미합중국에서 개시된 위 책임제한절차에 복종하여야 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 1의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및 피고 1의 항변

(가) 원고 소송대리인은, 원고는 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화물에 대하여 피고 1이 발행한 선하증권을 양수함으로써 피고 1에 대하여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인한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였는데, 피고 1은 이 사건 선박 충돌 또는 ‘○○○호’의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이 멸실되도록 하였으므로, 피고 1은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위 화물에 관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1은 이 사건 화물의 멸실은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데, 위 선박충돌 사고는 오로지 ‘□□□호’ 측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고, ‘○○○호’ 측의 과실은 전혀 없었으므로 피고 1은 이 사건 화물의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고, 설사 위 선박 충돌 사고에 대하여 ‘○○○호’ 측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선박 충돌 사고는 오로지 ‘○○○호’ 측의 항해과실만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고, 피고 1이 감항능력 주의의무를 위반한 적이 없으며, 위 화물의 멸실이 ‘○○○호’의 불감항 상태와 인과관계도 없는바, 미국해상화물운송법 및 헤이그규칙과 대한민국의 상법은 모두 운송인은 선장 등의 항해상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 1은 마찬가지로 위 화물의 멸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고 항변한다.

(2) 준거법

먼저 원고의 청구 중 피고 1의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청구의 준거법에 관하여 보건대, 을가 제3호증에 의하면,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는 "위 화물의 수령, 보관, 운송 및 인도에 대하여는 여기에서 입증되는 운송계약 조항과 이에 편입되는 …1936년 미국해상화물운송법(U.S. Carriage of Goods by Sea Act) 또는 1921년 헤이그규칙 및 그 수정조항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1의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청구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해상화물운송법 및 헤이그규칙이라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청구의 준거법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준거법에 관한 선하증권의 약관 조항은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뿐만 아니라 법정책임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까지 배타적으로 적용키로 한 취지라고 해석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위 청구에 대하여는 준거법에 관한 위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이 적용될 수는 없고, 한편 원고의 위 청구는 대한민국 영해 내에서의 이 사건 선박 충돌로 인하여 발생한 화물의 멸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인바, 섭외사법 제45조에 의하면 영해에서의 선박 충돌에 관한 책임은 충돌지의 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1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청구에 관한 준거법은 선박의 충돌지인 대한민국법이 된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 및 화물의 멸실 원인

(가) 인정되는 사실

나아가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의 원인과 위 화물의 멸실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 내지 9호증, 갑 제10호증의 1 내지 3, 갑 제12 내지 32호증, 갑 제33호증의 1 내지 10, 19, 갑 제34호증의 4, 5, 10, 11, 14, 15, 을가 제4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부산항은 남항과 북항으로 구분되어 있어 남항에는 주로 어선 및 소형선이, 북항(이하 부산항이라 한다)에는 외항선 및 연안화물선 등이 각각 이용하고 있는데 항만청 통계에 의하면 연간 부산항 입 출항 선박은 1994년 기준으로 일일 평균 151척으로서 부산항 제1항로는 물론 연안선 항로와 서로 교차되는 그 출입구 부근은 매우 복잡하여 충돌 사고의 위험이 항시 존재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항만 당국에서는 부산외항 방파제 밖 북위 35도 03분 48초, 동경 129도 08분 00초 지점을 중심으로 반지름 6마일 원호 내의 수역을 특정 해역으로 설정하여 관리하고 통항분리대를 만들어 항로 지정 방식에 의하여 부산항 입 출항 선박의 통항을 분리시키고 있다.

②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 발생 지점은 부산외항 방파제 입구에서 통항분리대에 의하여 연장된 출항 항로 끝단으로부터 약 1.3마일 떨어진 곳으로 이곳은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북미 지역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들이 부산항에 입 출항하기 위하여 이합집산하는 곳일 뿐 아니라 연안 항해에 종사하는 선박들까지 교차하게 되어 있으므로 서로 만나게 될 때 교차 상태, 마주치는 상태, 추월 상태로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여 충돌의 위험이 많은 수역이고, 한편 ‘□□□호’와 ‘○○○호’는 다같이 길이 200m가 넘는 거대선으로 종거, 횡거, 정지거리 등 그 조선(조선)성능으로 볼때 제한된 수역에서나 입 출항시 기동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이러한 수역을 통항할 때 조선(조선)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선박이다.

③ 화물선 ‘○○○호’는 선장 소외 2 등 선원 22명이 승선하고 운항하던 중 1994. 5. 1. 03시 18분경 대만 카오슝항에서 컨테이너 2,500T.E.U를 적재하고 출항하여 부산항으로 항해하였다. ‘○○○호’는 부산항으로 접근하는 항로 선택에 앞서 2등항해사 및 1등항해사와 협의한 후에 입항로 입구로부터 약 1.1마일 떨어진 곳을 향하여 접근하는 항로와 3.1마일 떨어진 곳을 향하여 접근하는 항로 중 앞에 것, 즉 내측 항로를 택하여 항해하였는바, 1994. 5. 2. ‘○○○호’의 22시 00분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선박의 위치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장치이다.) 관측 위치는 북위 34도 56.39분 동경 129도 06.08분으로 생도 남방 5.83마일되는 곳이었고, 같은 날 22시 05분경 약 18노트의 속력으로 특정 해역에 진입하게 되었다.

④ 선장 소외 2는 선교 우측에 있는 레이다를, 3등항해사는 선교 중앙부에 설치된 레이다를 각각 관찰하고 있다가 몇 척의 선박을 레이다로 탐지하게 되었는데, 선장 소외 2는 선수 좌현 측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들 선박 중 부산외항 방파제를 막 통과하여 출항하고 있던 ‘□□□호’를 선수 좌현 30도 거리 약 5.5마일에서 확인하고 관찰하여 본바, ‘□□□호’는 진침로 120도로 나오면서 점차 증속하고 있었다. 이 때 ‘○○○호’가 진침로 023도 약 15노트의 속력으로 속항하고 있었으므로 상대선과 침로가 서로 교차되는 상황이었으나, 선장 소외 2는 두 선박이 위험에 직면하기 전에 상대선에서 우변침하여 좌현 측으로 통과할 것을 기대한 나머지 침로를 그대로 유지한채 VHF교신 시도도 하지 않고 기관 회전수만 서서히 내려 감속하였다.

⑤ 그 무렵 선장 소외 2는 선수 좌현 측에서 접근해 오던 4척의 선박 중 가까운 거리에 있던 예선 및 피예부선은 자선의 좌현 측으로 지나가고 1척은 자선의 진로전방을 횡단하여 멀어지고 있었으므로 이제는 선수 좌현 측으로 계속 접근중인 선박에 대하여 걱정하고 있었다. 충돌 약 5분 전쯤 접근중이던 선박에서 "부산항에 접근중인 북진중인 선박, 여기는 코타베라니 본선은 출항중임"이라고 VHF로 호출하고 있으므로 선장 소외 2는 3등항해사에게 지시하여 "자선의 침로 026도 속력 13.6노트"라고 응답하였고, 다시 코타베라니 측에서 "우리는 좌현대 좌현 통과를 위하여 우변침중"이라는 응답을 받았다.

⑥ 당시 시정은 약 0.5마일 정도였으나 선장 소외 2는 무중음향신호를 하다 안하다 하면서 ‘○○○호’의 속도를 반속전진에서 미속전진으로 감속하면서 침로를 그대로 유지하여 속항하였고, 코타베라니 후방으로부터 0.5-0.8마일 떨어져서 접근하고 있는 ‘□□□호’에 대하여는 여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선장 소외 2는 VHF 교신 2-3분 후에 코타베라니가 최근접거리 약 0.3마일로 본선과 좌현대 좌현으로 지나간 후에도 뒤따라 오고 있던 ‘□□□호’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충돌 약 1분 전쯤 선수 좌현 거리 약 0.5마일쯤 되는 안개 속에서 ‘□□□호’의 등화를 육안으로 발견한 후에 당황하기 시작하였고, 상대선이 우변침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충돌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였다.

⑦ 선장 소외 2는 충돌 약 1분 전쯤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긴급 충돌 회피동작을 취하였지만 본선의 선수가 진방위 030도를 가리킬 때인 22시 25분 30초를 지나 북위 35도 02분 20초 동경 129도 09분 00초에서 ‘□□□호’의 선수가 진방위 30도를 가리키고 있는 ‘○○○호’의 제2번 화물창(선수로부터 약 122m 되는 곳) 좌현측 외판에 선수로부터 좌측으로 약 30도 정도의 각도로 충돌하였다. 당시 기상은 안개로 인하여 시계가 0.5마일 정도로 제한되었으며, 바람은 북동풍이 불고 해상은 잔잔하였다.

⑧ 한편 ‘□□□호’는 선장 소외 3 등 선원 18명이 승선하여 운항하던 중 1994. 5. 2. 21시 30분경 부산항 제5부두에서 콘테이너 2,400T.E.U를 선적하고 출항하여 일본국 오사카항으로 향하였는데, 선장 소외 3은 안개로 인하여 시계가 제한됨에 따라 음향신호를 자동으로 취명하게 하고 선교에는 2등항해사, 3등항해사 및 조타수를 배치시켜 레이다 관찰 및 육안 경계를 하면서 외항 방파제를 통과하였다. ‘□□□호’가 방파제를 통과한 후 22시 11분경 레이더를 관찰하고 있던 3등항해사 소외 4는 선수 우현 45도 방향, 거리 약 5.5마일에서 북북동진 하고 있던 ‘○○○호’를 발견하고 선장 소외 3에게 보고하였다. 선장 소외 3은 자동충돌예방보조장치(ARPA)로 분석하고, ‘○○○호’가 자선의 선수를 최근접거리(C.P.A) 약 1마일 정도로 횡단해 갈 것으로 판단하고 그대로 속항하다가 22시 14분경 통항분리수역 출항로 입구에 들어오면서 진침로 140도로 변침하여 정침하였다. 그리고 22시 17.5분에 항해전속전진을 발령하고 로드 프로그램 업(LOAD PROGRAM UP) 장치를 가동하여 기관 회전수를 서서히 올리도록 하였다.

⑨ ‘□□□호’가 기관 회전수를 서서히 올려 증속하면서 출항로를 따라 속항하고 있을 때 ‘○○○호’는 속력을 서서히 감속하면서 출항로 출구에서 약 1마일 떨어진 수역으로 접근하고 있었으므로 두 선박이 충돌침로로 접근되고 있었고, 22시 20분경에는 자동충돌예방보조장치에서 자동경보음이 울리고 있었지만, 걱정만 하였을 뿐 선장 소외 3은 상대선과의 VHF 교신 시도도 하지 않아 ‘○○○호’의 항행 의도와 동정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이와 같이 충돌의 위험성이 증가되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속항하다가 충돌 2분인 22시 23분경 두 선박이 약 0.8마일 거리로 접근되었을 때, 충돌의 위험을 느낀 선장 소외 3은 급히 충돌 회피동작을 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호’와 충돌하였다.

⑩ 한편 위 선박 충돌시 두 선박에 설치된 레이더 등의 항해 장비를 비롯한 각종 장비는 모두 정상 가동중에 있었기 때문에 두 선박은 모두 감항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⑪ 이 사건 화물이 실린 컨테이너는 ‘○○○호’의 선수로부터 제9열, 갑판 위로 4번째, 선중앙으로부터 좌측으로 6번째(Bay No.9, D4 tier of slot No. 12)에 선적되어 있었는데, ‘□□□호’가 충돌한 지점은 ‘○○○호’의 좌측 부위로 제4열부터 제9열(Bay No.4-9)까지의 갑판 위 및 제2, 3 선창이었으므로, 위 화물이 실린 컨테이너는 위 선박 충돌에 의하여 직접적인 충격을 받아 그 전면 부분이 깊게 패이고, 좌우측 문 및 그 내부와 바닥의 구조가 심하게 파괴되었으며, 이 사건 화물 또한 전부가 심하게 찢기고 붕괴되었고, 충돌시에 들어온 해수에 의하여 심하게 젖고 녹이 슬어 못쓰게 되었다.

(나)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호’와 ‘□□□호’는 모두 이 사건 충돌 당시 감항능력이 있었으나, 위 충돌 사건은 짙은 안개로 시계가 제한된 부산항 특정 해역의 통항분리 수역 부근에서 부산항에 입항하던 ‘○○○호’와 출항하던 ‘□□□호’가 출항로 출구 부근에서 침로를 횡단하는 관계로 만나게 되었을 때, 두 선박이 서로의 존재를 레이더로 발견하고서도 상대선에 대한 체계적인 행동 분석을 계속하지 않은 데다 무선전화 교신마저 하지 않아 서로의 동정과 항행 의도를 잘 모르는 상황이었으나, 입항선인 ‘○○○호’의 선장 소외 2가 출항로 출구 부근 수역을 가까운 거리로 지나는 항로를 택하여 접근하면서 다른 출항선과 교신한 것을 마치 ‘□□□호’와 교신한 것으로 오인하는 등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레이더 탐색 및 경계를 태만히 한 채 안전 속력을 지키지 않는 등의 부적절한 운항을 함으로써 조기에 피항조치를 취하지 못한 항해상의 과실과, ‘□□□호’의 선장인 소외 3이 출항로에서부터 안전 속력을 지키지 아니하고 과도한 속력으로 항해한 데다가 상대선의 동정 파악을 위한 레이더 탐색 및 경계를 태만히 하여 조기에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하지 못하는 등의 항해상의 과실이 서로 경합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위 화물은 두 선박의 충돌로 인하여 심하게 파손되고 해수에 젖음으로써 멸실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4) 준거법의 규정 및 적용

그런데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청구에 관한 준거법인 미국해상화물운송법 및 헤이그규칙의 각 제4조 제2항에 의하면, 운송인이나 선주는 항해 또는 선박의 관리에 있어서의 선장, 해원, 도선사, 기타 선박사용인의 행위, 해태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된 운송물의 멸실, 손해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면한다(Neither the carrier nor the ship be responsible for loss or damage arising or resulting from act, neglect, or default of the master, mariner, pilot, or the servants of the carrier in the navigation or in the management of the ship)고 규정하고 있고,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청구에 관한 준거법인 우리 나라의 상법 제788조 제2항도 이와 마찬가지로 선장 등의 항해상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운송인은 그 책임을 면한다는 취지로 규정하면서, 상법 제789조의3 제1항에서 이 장의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은 운송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도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있어서도 상법 제788조 제2항의 항해과실 면책규정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화물의 멸실이 이 사건 선박의 충돌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고, 위 선박의 충돌은 오로지 ‘○○○호’ 측 및 ‘□□□호’ 측의 항해상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 충돌에 대하여 ‘○○○호’ 측은 아무런 과실도 없으므로 그로 인하여 발생한 위 화물의 멸실에 대하여 피고 1은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위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으나, 이 사건 선박 충돌을 일으킨 ‘○○○호’측의 과실이 전적으로 항해과실인 이상,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피고 1은 그 청구원인이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든,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1의 위 항해과실 면책항변은 이유 있다고 할 것이다.

(5) 원고의 주장

원고는, ① 피고 1은 이 사건 선박 충돌에 대하여 피고 1이 항해과실로 면책되려면 먼저 피고 1이 감항능력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지 못하였고, ② ‘○○○호’에는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가 있은 뒤인 1994. 5. 7. 02:00경 화재가 발생하였고, 이 사건 화물의 멸실은 위 선박 충돌 사고뿐만 아니라 위 화재에 의하여도 발생한 것인데 위 화재의 발생에 대하여 피고 1의 고의, 과실이 없었다는 입증이 없으며, ③ 이 사건 화물의 멸실을 일으킨 위 선박의 충돌은 피고 1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 1의 위 항해과실 면책항변은 이유 없다고 항쟁한다.

그러나 이 사건 선박충돌 사고가 발생할 당시 ‘○○○호’ 및 ‘□□□호’의 두 선박에 설치된 레이더 등의 항해 장비를 비롯한 각종 장비는 모두 정상 가동중에 있었기 때문에 두 선박은 모두 감항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사실, 위 선박 충돌 사고는 오로지 두 선박의 항해상의 과실에 의하여만 발생한 것이어서 두 선박의 감항능력과는 인과관계가 없고, 위 화물의 멸실은 이 사건 선박 충돌 당시의 충격에 의하여 멸실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위 ①, ② 주장은 모두 이유 없고, 또한 위 선박 충돌 사고가 피고 1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위 ③ 주장도 이유 없다.

3.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원고의 소유인 이 사건 화물이 ‘○○○호’와 ‘□□□호’의 충돌로 인하여 멸실된 사실, 이 사건 선박 충돌에 대하여 피고 2 주식회사의 과실이 50%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한편 선박의 충돌이 쌍방의 선원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때에는 쌍방의 과실의 경중에 따라 각 선박소유자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므로, 피고 2 주식회사는 이 사건 화물의 멸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중 자신의 과실 비율에 따른 금원을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손해배상의 범위

나아가 원고가 입은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화물의 멸실로 인한 통상손해는 선박 충돌 당시의 이 사건 화물의 국내에서의 시가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고, 위 화물의 송장상 가액은 FOB 가격 조건으로서 그 운송비가 포함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내에서의 위 화물의 시가 상당액 산정함에는 그 송장 가액에 운송비도 더하여야 할 것인바, 갑 제37호증의 4, 갑 제3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의 송장 가액은 미화 219,752.78$이고, 운송비는 금 1,523,21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한편 위 선박 충돌 당시인 1994. 5. 2. 현재 기준환율은 1$당 금 797.40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원고가 입은 위 화물의 시가 상당의 손해는 일응 금 176,754,076원(219,752.78×797.40+1,523,210원 미만은 버림, 이하 같다)이 된다. 또한 갑 제37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화물의 멸실로 인한 손해 발생 원인 및 내역을 확인하기 위하여 검정비용으로서 금 500,000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검정비용도 이 사건 화물의 멸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입은 총 손해액은 금 177,254,076원(176,754,076+500,000)이 된다.

원고는, 이 사건 화물의 멸실이 없었더라면 송장 가액의 10%에 해당하는 미화 21,975.278$ 상당의 전매 차익 내지 기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위 달러화도 원고가 입은 손해에 포함되어야 하고, 소외 세부삼미사가 필리핀에서 위 화물의 발송 경비로 지출한 필리핀화 6,927.26페소도 원고가 입은 손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 사건 화물의 멸실이 없었더라면 송장 가액의 10% 상당의 전매 차익 내지 기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고, 이 사건 화물의 수출자가 지출한 비용은 송장 가액에 포함되는 비용으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따라서 피고 2 주식회사가 자신의 과실 비율에 따라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금 88,627,038원(177,254,076×0.5)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 2 주식회사는 원고에게 위 손해배상액 중 원고가 구하는 금 3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 2 주식회사의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 2 주식회사는, 이 사건 선박충돌 사고로부터 발생한 물적 손해로 인한 위 피고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위 피고의 신청에 의하여 선박소유자등의책임제한절차에관한법률에 따른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되어 현재 그 절차가 진행중에 있는데,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제한채권자는 일정한 기금 이외의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므로, 위 책임제한절차의 제한채권자인 원고의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책임제한절차가 폐지될 것을 조건으로 하여서만 인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제한채권자는 선박소유자등의책임제한절차에관한법률에 의하여 공탁된 금전 및 이에 대한 이자의 합계액(이른바 기금)에서 위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배당을 받게 되고(같은 법 제27조 제1항), 위 경우에 제한채권자는 위 기금 이외의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며(같은 조 제2항), 제한채권자가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의 일반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경우에는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는 같은 조 제2항의 사유를 주장하여 제한채권에 기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기 위한 강제집행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같은 법 제29조 제1항), 다만 위 소는 민사소송법 제505조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어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의 위 강제집행에 대한 이의의 소는 책임제한절차의 개시가 변론종결 후에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제기될 수 있는 것이므로(같은 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505조 제2항), 책임제한절차가 절차외 소송의 변론종결일 이전에 개시된 경우에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가 이러한 책임제한절차개시의 항변을 하지 아니한 채 절차외 소송에서 패소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는 책임제한의 효과를 주장하지 못하게 되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책임제한절차가 변론종결일 이전에 개시된 경우에는 신청인, 즉 피고 2 주식회사는 위 책임제한절차가 폐지될 것을 조건으로 이행할 것을 항변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을나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2 주식회사의 신청에 의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 이전인 1996. 1. 15. 서울지방법원 94파7835호로 이 사건 선박 충돌 사고로부터 발생한 물적 손해로 인한 위 피고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되었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위 책임제한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의하면 피고 2 주식회사는 위 책임제한절차가 폐지될 것을 조건으로 하여서만 원고에게 위 금 30,000,000원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2 주식회사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 2 주식회사는, 서울지방법원 94파7835호로 개시된 책임제한절차가 폐지될 것을 조건으로,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1994. 5. 2.부터 다 갚는 날까지 민법 소정의 연 5푼(이는 일종의 장래의 이행을 명하는 소라고 할 것이므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은 적용되지 아니한다.)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 및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제92조를,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훈(재판장) 이승련 노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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