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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울산재판부 2021.11.24. 선고 2021노41 판결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일반물건방화부착명령청구
사건

(울산)2021노41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일반물건방화

(울산)2021전노4(병합) 부착명령청구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A, 1960년생, 남, 일용노동자

항소인

쌍방

검사

김미지(기소, 부착명령청구), 김훈, 박용호(공판)

변호인

변호사 고성진(국선)

원심판결
판결선고

2021. 11. 24.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5년에 처한다.

압수된 식도(나무 손잡이, 칼날 13cm, 손잡이 10.5cm) 1개(증 제20호), 담요 1장(증 제31호), 캐리어(검정색) 1개(증 제38호), 손수레 1개(증 제39호)를 각 몰수한다.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대한 피부착명령청구자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

1)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살인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던 중 순간적으로 화가 나 피해자의 오른쪽 머리(관자놀이)부위를 주먹으로 3회 때린 후 밖에 나갔다 오니 피해자가 사망해 있었을 뿐이고,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날카로운 도구로 찌르거나 베어 살해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살인죄의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무기징역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에게는 사형을 선고함이 타당한바,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무기징역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507 판결 등 참조).

한편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할 수 있고, 살해의 방법이나 피해자의 사망경위에 관한 중요한 단서가 일부 멸실된 경우라 하더라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2658 판결 등 참조). 여기서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도11591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17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안방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에 의하면 피고인이 살아있는 피해자에게 가한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안방에서 피를 흘렸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변소가 일관성 없고 모호한 점, ② 피해자의 사체에 대한 부검 결과와 그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정위촉 결과(감정의뢰회보) 및 그에 대한 피고인의 일관성 없는 변소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머리 부위의 가격으로 인하여 사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의 사체손괴 및 사체유기는 살인 범행의 수단과 방법에 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저지른 범행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단지 주먹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였는데 사망의 결과가 초래되었다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범행들에 나아가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 점, ④ 피해자의 사망 시점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적에 관한 변소가 주거지 앞 및 인근 편의점의 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에 명백히 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날카로운 물건으로 찌르거나 베어 살해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위와 같이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판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두부타격으로 인한 사망가능성의 배제

감정의 이○○(이하 '감정의'라 한다)은 수사기관의 감정위촉에 따라 피해자의 사체에 대한 부검감정서와 부검사진 등을 감정하였는데, 그 감정의뢰회보(증거 생략)에 피해자의 사망원인에 관하여 '좌측 정수리 부분 2곳, 후두부, 우측 정수리 · 측두부, 눈썹이마뼈 돌기 사이에 두피하출혈들이 있는데 그 해부학적 위치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두피하출혈들은 넘어져서 생긴 것이 아니라 맞아서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위와 같은 두피하출혈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없고 ① 두개강내 손상이나 ② 목의 과신전 · 과굴절 손상이 동반되었다면 사망할 수 있는데, ① 부검사진에 의하면 경막하출혈, 뇌좌상 등과 같은 두개강내 손상이 있었다고 할 수 없어 결국 두부 손상에 의해 사망이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② 위 부검감정서와 부검사진만으로는 목의 과신전 · 과굴절 손상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기재하였다(증거 생략). 부검의 정○○(이하 '부검의'라 한다)도 수사기관에 대한 진술(증거 생략)에서 "머리를 가격하여 사망에 이를 정도라면 두피, 두개골, 뇌실질의 손상이 동반되어야 할 것인데, 그러한 소견이 전혀 없어 두부 가격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배제가능함"이란 의견을 제시하였다(증거 생략). 이에 의하면 적어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때려 피해자가 그로 인한 직접적인 두부 손상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다.

한편 감정의는 위 감정의뢰회보에 목의 과신전 · 과굴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서 '피해자가 방어자세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반격이 있으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넋 놓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이마를 가격당하거나 이마가 뒤로 밀쳐지면 머리가 뒤로 넘어갔다 반동으로 앞쪽으로 튕겨지면서 목의 과신전 · 과굴절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기재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잔소리를 하는 피해자에게 시끄럽다고 하자 피해자가 화를 내며 덤벼들기에 피해자의 관자놀이를 3회 때렸다'(증거 생략), '피해자와 싸움을 하던 중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피해자의 관자놀이를 1회 때렸고, 이후 피해자가 계속 따지면서 달려들어 다시 피해자의 관자놀이를 2회 때렸다'(증거 생략), '피고인은 침대에 앉아 있고 피해자는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피해자가 말대꾸를 하여 누워 있는 피해자의 관자놀이 부위를 3회 때렸다'(증거 생략)는 등 적어도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 주먹으로 관자놀이 부위를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살인의 고의 없이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3회 때렸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마주보고 다투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관자놀이 부위(측두부)를 때렸다는 것으로서, 피해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갑자기 정면으로 이마를 가격당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목의 과신전 · 과굴절이 있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타격으로 인한 두부 손상이나 목의 과신전 · 과굴절으로 사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러한 사망가능성 역시 충분히 배제할 수 있다.

2) 목졸림으로 인한 사망가능성의 배제

부검의는 피해자의 사체 검증(증거 생략) 당시 '(피해자) 갑상연골1) 양쪽이 다 부러져 있으나 목을 졸렸을 때 생기는 출혈 소견이 없어 목을 조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증거 생략)'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수사기관에 대한 진술(증거순번 181번)에서는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 목) 절단 부위가 목 앞쪽에서 귀 뒤쪽으로 비스듬하게 상승하는 불규칙한 곡선 형태라고 하여 목졸림 사망의 경우의 삭흔2)의 진행방향과 유사한데 목졸림 흔적을 은폐하기 위해 삭흔을 따라 절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에 대하여 "가능성은 있지만 연부조직3)의 소실, 소훼 등으로 그렇게 단정할 근거가 부족함"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증거 생략).

피고인 스스로도 자신이 피해자의 머리 부분을 3회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 목을 조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찾기 어려우므로, 목졸림으로 인한 사망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3)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정들

가) 안방의 혈흔

피해자가 살해당한 주거지 안방에서는 ① 방문 앞의 바닥, ② 방 중앙 바닥, ③ 침대 밑의 바닥, ④ 침대 모서리, ⑤ 침대 머리맡의 수납장에 놓인 리모컨에서 루미놀 검사4)를 통한 혈흔반응이 관찰되었고, 위 ②와 ③ 지점 근처 장판이 중첩된 부분의 장판을 걷어내자 바닥에 약 110cm범위로 넓게 퍼져 있는 상태의 혈흔이 육안으로 관찰되었으며, 위 각 혈흔에서 피해자의 유전자형과 일치하는 유전자형이 검출되었다(증거 생략). 다만 장판 바닥의 넓게 퍼져 있는 상태의 혈흔에 관하여 감정의는 감정의뢰회보(증거 생략)에 "이와 같은 현상은 혈액 몇 방울만 있어도 표면장력에 의해 혈액이 깔판과 방바닥 사이로 퍼져나가, 육안으로는 겨우 확인될 수 있을 정도로 얇고 넓게 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모양을 바탕으로 다량의 출혈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기재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감정의의 의견은 장판 바닥의 혈흔이 반드시 다량의 출혈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서, 다량의 출혈을 수반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살해 방법과 반드시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즉 장판 바닥의 혈흔은 피해자로부터 출혈된 다량의 혈액에 의하여 생긴 것일 수 있고, 피고인이 다른 곳의 혈흔은 외관상 모두 제거하였으나 미처 그곳의 혈흔만큼은 미처 제거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것일 수 있다). 오히려 안방 곳곳의 광범위한 장소에서 피해자의 혈흔들이 발견되는 것(증거 생략)은 통상적이지 않은 사정으로서, 피해자가 다량의 출혈 또는 출혈된 혈액의 비산을 수반하는 가해행위에 의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한 장소는 안방이 아닌 욕실인바, 피고인이 욕실에서 훼손된 피해자의 사체를 밖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주거지 구조 상 욕실에서 현관으로 나가는 동선에서 안방이 겹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침대 밑의 바닥, 침대 모서리, 침대 머리맡 등에 피해자의 혈흔이 남아 있을 이유가 설명되지 아니한다.

나) 피해자의 사망 원인에 관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결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주먹으로 3회 때린 후 밖에 나갔다 오니 피해자가 사망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러한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진술을 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머리 부위를 맞아 사망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배제할 수 있다. 또한 피해자의 폭행 경위나 그 이후에 피해자를 두고 밖에 나갔다 왔다 온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은 원심에서 구체적으로 판시한 내용과 같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CCTV 등 객관적 증거들과도 명백히 배치되어 이를 신빙할 수 없다.

위와 같이 안방에 남겨진 혈흔에 관하여도 피고인은 원심의 구체적인 판시와 같이 '피해자가 코피를 흘린 것 같다'는 등의 진술을 하고 있으나,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그 진술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와 같이 안방 바닥 곳곳에 피해자의 혈흔이 남겨진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다) 피고인의 사체손괴와 사체유기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비록 피해자의 훼손된 사체에서 피해자가 생존할 당시 날카로운 도구에 의하여 찔리거나 베이는 등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으나, 이는 피고인이 살인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심하게 훼손하고 더 나아가 사체에 불을 지르기까지 하여 피고인의 살인행위에 대한 가장 핵심적이고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피해자의 사체가 사실상 일부 멸실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손괴, 유기된 피해자의 사체 중에서도 유독 피해자 신원 확인을 위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양 손 부분은 끝내 회수되지 못하였는바(증거 생략), 이는 피고인이 용의주도하게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 유기하고 그에 대해 방화를 함으로써 살인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려 하였음을 시사한다].

또한 원심이 상세히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주도면밀하게 피해자의 사체를 심하게 훼손하여 이를 유기하고 나아가 거기에 방화를 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의로 살해한 것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정으로서, 만약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이 뜻밖에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범행 후의 정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의 선고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1)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나이,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유족의 피해 감정, 범행 후 피고인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야 하고, 그러한 심리를 거쳐 사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298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무기징역형은 수형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켜 그의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자유형으로서 생명 박탈형인 사형 다음으로 중한 형이다. 따라서 무기징역형을 선고함에 있어서 범인의 나이,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 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유족의 피해 감정, 범행 후 피고인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 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야 하고, 그러한 심리를 거쳐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개정된 형법에서는 유기징역 및 유기금고의 상한을 기존의 15년에서 30년으로 높이고, 가중할 때의 상한도 기존의 25년에서 50년으로 높였는데(제42조), 입법자는 "종전 형법은 유기징역의 상한을 15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무기징역과 유기징역 간 형벌 효과가 지나치게 차이가 나고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그에 따른 형벌을 선고하는 데 제한이 있으므로, 유기징역의 상한을 상향조정하여 행위자의 책임에 따라 탄력적으로 형 선고를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그 개정이유를 들고 있다. 이러한 형법 개정이유까지 고려해 보면, 살인죄의 경우 철저한 양형 심리를 통해 유기징역형의 상한(일반적으로 30년, 경합범 가중의 경우 45년, 누범가중 등의 경우 50년) 내에서 유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해당 범죄에 대한 형으로는 너무 가벼워 도저히 적정한 양형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만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여 선고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인정사실

청구전 조사서 회보(증거 생략)를 비롯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과 이 사건 공판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의 나이, 환경, 성장과정,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가족관계

가) 피고인은 1960년생으로 이 사건 범행 당시 60세였고 현재는 61세이다. 피고인은 경북 영덕군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 사이에서 1남 3녀의 첫째로 태어나 비교적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왔다.

피고인은 경북 영덕군에서 초 · 중학교를 마치고 포항시로 이주하여 친구와 자취하면서 포항해양과학고에 다녔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구 소재 섬유공장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단기사병으로 입대하였으며, 22세경 전역한 후 광명시 소재 플라스틱 제조공장에 취업하여 2~3년간 일하였다. 피고인은 20대 후반에 다시 포항시로 이주하여 출장뷔페 전문 외식업체, 빵 유통 대리점에서 일하던 중 30대 초반인 1993년경 이후 상해치사죄 등으로 8년간 수형 생활을 하였다. 피고인은 출소 후에는 일용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40대 초반인 2002년경 이후 강제추행치상죄 등으로 다시 2년 6개월간 수형 생활을 하였다. 피고인은 출소 후 외식업체에서 일하거나 일용노동자로 일하던 중 2003년~2004년경 피해자를 만나 동거를 결심한 후 2006년경 양산시에 정착하였고, 그 이후 최근까지 건설현장에서 일용노동자로 일해 왔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 외에 특별히 대인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는 없고 전처와 결혼하였다가 이혼한 적이 있으며(혼인관계증명서 상 혼인사항 기록은 없음), 전처와 사이에 아들 1명을 두었다. 피고인은 2016년~2017년경 이후 아들과 연락을 끊은 상태로 아들은 전처와 포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 피고인은 초 · 중 · 고등학교 재학 당시 '체구가 크고 장난이 매우 심하며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공격적이라 다른 사람이 기피', '교칙과 사회규범을 가끔 어기며 모든 일에 노력하지 않고 끈기가 없음', '분별력 · 판단력이 부족하고 모든 일에 열과 성의가 적으며 소극적이고 책임감이 부족함' 등의 평가를 받았다. 피고인은 고등학교 1학년 재학 당시 일반지능검사에서 'IQ 83'이 기록되었고 인지능력은 '평균'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피고인이 약 12년간 일을 한 인력 사무소 대표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월 평균 15~20일 가량 일을 했고 술을 많이 마시면 1주일에서 10일 정도 연락 없이 결근하는 경우가 때때로 있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 생략).

라) 피고인의 주량은 소주 1~2병으로 주 4~5회 정도 혼자 음주한다고 하고, 알코올 사용 장애 선별검사(AUDIT)에서 총점 27점을 기록하였다. 이는 '알코올 중독자' 수준으로 전문적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경마 · 도박으로 700만 원 가량의 빚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증거 생략).

2) 전과의 유무

피고인은 ① 1994. 2. 23. 대구고등법원(93노852호)에서 상해치사죄 및 절도죄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어 복역하였고, ② 2003. 2. 14.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2002고합184호)에서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매수)죄 및 강제추행치상죄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고(대구고등법원 2003노160호),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어 복역하였다(증거 생략). 위 전과들을 포함하여 피고인은 성범죄로 징역형 3회(실형 1회, 집행유예 2회), 절도 · 폭력 범죄로 징역형 2회(실형 1회, 집행유예 2회) 및 벌금형 2회, 교통범죄로 징역형 1회(집행유예), 벌금형 4회의 전과가 있다(증거 생략).

3) 피해자와의 관계

피해자는 1959년생으로 이 사건 피해 당시 61세였다. 피해자는 가족으로 모친과 오빠 1명, 동생 3명이 있고 1982년 혼인하였다가 1998년 이혼한 적이 있으며, 전남편과의 사이에 아들이 한 명 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03년~2004년경 포항시 소재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2년 정도 교제한 후 2006년경부터 양산시에 정착하였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상태로 동거해왔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와 십여 년간 동거하는 동안 피해자가 피고인을 자신의 가족들에게 소개하는 등 인적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해자가 다니던 미용실 업주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피고인 욕을 많이 했고 경마와 카드빚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만이 많았다고 진술하였고(증거 생략), 피해자의 동생 B도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도박을 해서 카드빚도 있고 거짓말도 하여 피해자가 힘들어 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도박으로 인한 빚을 갚아야 한다고 하였다. 자신이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행실이 좋지 않으니 깨끗하게 정리를 할 것을 권유하였고, 이에 피해자도 이 사건 피해 시점으로부터 약 2개월 후인 2021. 1.경까지만 참아보자는 상황이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 생략). 피고인이 '도박과 외박 시 피해자에게 2,000만 원을 주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기도 한 점(증거 생략), 피고인에게 경마 · 도박으로 수백만 원의 빚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무렵 도박과 외박 등의 문제로 피해자와 적지 않은 불화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동기 및 범행의 실행

피해자는 2020. 11. 22. 22:55경 주거지로 귀가하는 모습이 마지막 행적으로 확인되고, 피고인은 2020. 11. 23.에는 05:13경, 2020. 11. 24.에는 04:22경, 2020. 11. 25.에는 05:18경 각각 귀가하였다(증거 생략). 이 부분 범행 일시로 특정된 2020. 11. 23. 05:13경부터 2020. 11. 25. 09:20경까지 사이에 피고인은 모두 새벽 늦게 귀가하였고, 위와 같이 도박과 외박 등의 문제로 피해자와 불화와 갈등이 있던 상황에서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에 관하여는 다투고 있으나,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하였다가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에게 가해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는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말다툼을 한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술, 외박, 도박 빚 문제가 결합하여 싸우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증거 생략). 피고인과 피해자의 그 당시 관계, 음주가 잦은 피고인의 성향, 이 부분 범행 무렵 피고인의 귀가시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진술한 다툼의 원인은 사실로 보이고,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와 말다툼 끝에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위 살인 범행이 계획된 것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달리 발견되지 않는바, 위와 같은 범행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살인 범행은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5)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앞서 본 것처럼 살인 범행의 수단과 방법에 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심하게 훼손, 분리하여 유기하고, 더 나아가 버려진 사체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는데, 위와 같은 사체손괴와 사체유기 범행에서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피고인의 용의주도함을 엿볼 수 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 유기한 것 외에는 살인 범행 후에도 평소와 별로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2020. 11. 30. 17:45경 ○○○ 노래마당에서 90,000원, 2020. 12. 2. 00:53경 △△ 노래방에서 100,000원 카드결제한 내역, 수시로 외출한 상황(증거 생략), 2020. 12. 8. 02:16경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매하는 모습 등이 확인되었다(증거 생략).

6) 피해자 유족의 의사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생인 B이 2020. 12. 4. 피해자에게 보낸 안부문자에 피해자의 핸드폰으로 '응 잘 지내라'고 답장하고, 이어서 '니도 형부라고 해라', '이 사람 원하는 것 형부소리 듣고 싶단다', '처제 형부 소리 해봐', '난 형부 소리 듣고 싶다'라는 등 자신의 범행을 알리기는커녕 B을 희롱하는 듯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또한 2020. 12. 7. 피해자의 행방을 묻는 B의 문자메시지에는 '걱정할까봐 얘기 안했는데(집을 나간 지) 5일 정도 되었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봅시다'라고 답하는 등(증거 생략) 범행사실을 숨기려고 하였다.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B 등 피해자의 유족에게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곧바로 알리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유족들은 피해자의 시신이나마 제대로 수습할 수 있었을 것이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 유기하여 유족들로 하여금 피해자의 시신을 온전히 수습하지 못하게 하였다.

B은 2020. 3. 23. '피해자의 억울한 죽임에 대하여 법으로 심판해달라'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피해자의 어머니는 피해자 사망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증거 생략).

다. 양형기준의 적용

1) 양형기준의 적용 여부

이 사건 범행은 살인죄, 사체손괴죄, 사체유기죄, 자기소유일반물건방화죄에 해당하는데, 살인죄에 대하여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으나, 나머지 죄에 대하여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5)

따라서 이 사건에 양형기준상의 다수범죄 처리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와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아니한 범죄가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경우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의 권고 형량범위의 하한을 준수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각 범죄 중 형이 가장 중한 살인죄의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를 확정하는 기준이 되는 범죄유형을 결정하고 양형인자를 살펴본다.

2) 살인죄의 양형기준

가) 연혁

살인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2009. 4. 24. 최초로 의결되어 2009. 7. 1.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되었고, 그 후 두 차례에 걸쳐 수정되었다. 살인죄에 대한 현행 양형기준은 2013. 4. 22. 수정된 것으로서 2013. 5. 15.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적용되는바, 2021. 1. 4.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에 대하여는 현행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나) 범죄유형

살인죄에 대한 현행 양형기준은 범행 동기 및 죄질에 따라 살인범죄의 유형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제5유형에 가까워질수록 권고 형량을 중하게 규정하였는바, 제1유형은 동기에 있어서 특히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는 범행으로서 피해자의 귀책사유 있는 살인 등의 '참작동기 살인', 제2유형은 보통의 동기에 의한 범행으로서 원한관계 또는 가정불화 등으로 인한 살인 등의 '보통동기 살인', 제3유형은 동기에 특히 비난할 만한 사유가 있는 범행으로서 특가법상의 보복살인이나 금전 목적의 살인 등의 '비난동기 살인', 제4유형은 중대범죄가 결합된 범행으로서 강간살인, 강도살인 등의 '중대범죄 결합 살인', 제5유형은 인명경시 성향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범행으로서 불특정다수를 향한 무차별 살인 등의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이다.

피고인은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하여 술, 외박, 도박 빚 문제로 평소 불화와 갈등이 있던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살인 동기에 특별히 비난할만하거나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살인 범행은 가정불화 등으로 인한 '보통동기 살인'에 해당한다.

다) 양형인자

피고인은 살인 후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 유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살인 범행에는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사체손괴', 일반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사체유기'가 적용된다.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반성없음'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범행에 대하여 아무런 후회나 죄책감을 표시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범행을 단순 부인하는 것은 포함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과 경위에 관하여 설득력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후회나 죄책감을 표시하지 않고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범행에는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반성없음'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라. 다른 중대 살인범죄 사건들과의 비교

1)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형벌인 사형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건에 관한 양형의 조건뿐만 아니라 이 사건과 비교가 될 만큼 죄질이 무거운 중대 살인범죄 사건들에 대한 과거 양형례를 비교분석함이 필요하다. 또한 원심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따라 피고인의 형을 유기징역형으로 감형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이 사건과 비교가 될 만큼 죄질이 무거운 중대 살인범죄 사건들에 대한 과거 양형례를 비교분석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당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 및 참고자료 등을 종합하여 중대 살인범죄 사건들에 대한 과거 양형례를 비교분석하였다.

비교 대상으로 최근 20여 년 동안의 살인 범행으로서 [1] 사형이 확정된 경우, [2] 제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된 경우, [3] 제1심에서부터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되거나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경우, [4] 제1심에서 유기징역형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경우, 그리고 [5] 제1심에서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유기징역형으로 감형된 사건들의 양형례를 살펴보기로 한다(다만 개별 사건들마다 행위의 태양이나 죄질 등이 다르므로, 이를 별지 기재 [표 1] 내지 [표 5] 기재와 같이 개별사건에 표시하되, [표 2] 내지 [표 5]의 경우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와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최근 20여 년 동안 선고된 해당 항목에 속하는 모든 살인 사건을 망라한 것은 아님을 밝혀 둔다).

2) 먼저 2003년 이후 사형이 확정된 사건은 18건이다. 별지 [표 1] 기재와 같이 위 18건 중 대다수는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이거나 중대범죄가 결합된 살인사건으로서 현행 양형기준에 의할 때 이 사건 살인 범행보다 중한 제4유형이나 제5유형에 해당하는 살인 범행이고, 범행을 미리 준비한 계획적 살인범죄에 해당한다. 또한 일부 사건의 경우 현행 양형기준상의 "잔혹한 범행수법"을 사용하였고, 일부 사건의 경우 당해 피고인에게 강도상해, 강간상해, 살인 등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 위와 같이 2003년 이후 사형이 확정된 사건들은 별지 [표 1]에서 비교한 바와 같이 모두 이 사건 범행보다 그 죄질이 더 중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 사건 범행보다 죄질이 더 가벼운 사건은 없다고 판단된다.

또한 사형이 확정된 사건들은 대부분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15년, 가중하는 때의 상한을 25년으로 규정한 구 형법(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가 적용되던 시기의 사건들이고,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30년, 가중하는 때의 상한을 50년으로 변경한 개정 형법 제42조가 적용되는 시기에 사형이 확정된 사건은 2건에 불과하다.

3) 2005년 이후 살인범행으로 제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확정된 사건은 10건이다. 별지 [표 2]에서 비교한 바와 같이, 모든 사건은 이 사건보다 죄질이 더 무겁다고 판단된다. 위 표에 기재된 대부분의 사건은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이거나 중대범죄가 결합된 살인사건으로 현행 양형기준에 비추어 판단할 때 제2유형인 이 사건보다 권고형량이 중한 제3 내지 5유형에 해당하는 살인 범행이고, 일부 사건의 경우 범행을 미리 준비한 계획적 살인범죄에 해당하며 잔혹한 범행수법을 사용하여 이 사건 범행보다 죄질이 더 중한 경우이다.

4) 별지 [표 3]은 최근 15여 년 동안 제1심에서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되거나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에 관한 것이고, 별지 [표 4]는 최근 10여 년 동안 제1심에서 유기징역형이 선고되었다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어 확정된 사건에 관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위 사건들도 강도살인, 강간살인 등 중대범죄가 결합된 살인에 해당하거나 2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였거나 계획적 범행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 살인 범행보다 죄질이 중한 경우로 보인다.

5) 앞서 별지 [표 1] 내지 [표 4]에서 본 바와 같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어 확정된 사건들 중 이 사건 살인 범행보다 죄질이 가벼운 사건은 없다고 판단된다. 한편 별지 [표 5]는 최근 10여 년 동안 제1심에서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었다가 항소심에서 유기징역형으로 감형된 사건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 살인 범행보다 죄질이 무거운 것, 유사한 것, 가벼운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과거 양형례와의 비교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 사건의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의 형이 과연 적정한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개별 양형조건에 대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마. 양형 판단

1) 사람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하여야 할 가장 존귀한 가치를 지닌다. 살인죄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죄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 피고인은 약 15년간 피해자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잦은 음주 후 외박을 하거나 도박으로 빚을 지는 등 무절제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였고, 결국 자신의 음주와 늦은 귀가 등을 나무라는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용의주도하게 피해자의 사체를 여러 부분으로 토막 내어 쓰레기더미와 하수구에 나누어 버렸으며, 심지어 그와 같이 유기한 사체를 다시 찾아 불을 질러 태웠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범행을 저지른 이후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주점과 노래연습장 등에서 유흥을 즐겼는바, 피고인의 위와 같은 범행은 매우 잔혹하여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범행 후의 정황도 매우 안 좋다. 피고인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고, 아무런 피해 회복도 하지 못하였으며, 피해자의 동생인 B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은 상해치사죄나 강제추행치상죄 등으로 징역형을 복역하는 등 다수의 전과가 있다. 피고인에게 그 범죄에 상응하는 응분의 형벌을 부과하고, 나아가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한 자는 반드시 그 범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칙을 천명하여 이와 같은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2) 그러나 피고인은 분노 폭발 등 충동 조절에 어려움이 있으며 알코올 남용 · 의존 등의 정서적 ·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서(증거 생략), 피고인이 사전에 살인을 포함한 이 사건 각 범행을 계획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고, 평소 불화와 갈등이 있던 피해자와 피고인의 음주와 늦은 귀가 등을 이유로 다투다가 충동적,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여 살인 범행의 동기 및 경위에 다소 참작할 요소가 있다. 피고인이 비록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설득력 없는 주장과 진술을 하면서 살인 범행의 성립을 다투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더 나아가 살인 범행에 대한 양형기준상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반성없음'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지는 아니하고, 자신의 잘못을 일부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앞서 본 다른 중대 살인범죄들에 대한 양형례와 비교해 보면, 살인 범행으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어 확정된 사건들은 피해자의 수나 중대범죄가 결합되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과 비교하여 그 죄질이 더 무겁다고 평가할 수 있고, 오히려 이 사건은 유기징역형이 선고된 사건들과 비교하였을 때 더 죄질이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3) 위와 같은 피고인에 관한 양형 정상들과 더불어 피고인의 나이(이 사건 범행 당시 60세, 현재는 61세),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사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 있음이 밝혀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적용되는 유기징역형의 처단형 상한(경합범 가중에 따른 45년) 내에서 유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해당 범죄에 대한 형으로는 너무 가벼워 도저히 적정한 양형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되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4.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관한 판단

피고인과 검사가 피고사건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이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8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부착명령청구사건에 관하여도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의제된다. 그런데 피고인과 검사의 각 항소장에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대한 이유의 기재가 없고, 항소이유서에도 이에 대한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며,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부분에 대하여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할 만한 사유를 찾아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만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관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각 형법 제161조 제1항(사체손괴 및 유기의 점), 각 형법 제167조 제2항, 제1항(자기소유 일반물건방화의 점)

1. 상상적 경합범

형법 제40조, 제50조(판시 제4항의 각 사체손괴죄와 각 자기소유일반물건방화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각 사체손괴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살인죄에 대하여 유기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1. 몰수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5년~4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살인6))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사체손괴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5년 이상 또는 무기이상

나. 제2범죄(자기소유일반물건방화)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음

다.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45년(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와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아니한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의 권고형량 범위의 하한만을 준수하고,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상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35년

위 '3.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설시한 여러 정상들을 종합하여 위와 같이 형을 정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해빈

판사 유정우

판사 이필복

주석

1) 후두(喉頭)에 있는 연골의 하나로 후두 외곽을 이룸

2) 경부(頸部)를 압박한 밧줄 같은 것이 경부표피에 남긴 흔적

3) 뼈나 관절을 둘러싸 있는 연한 부위, 또는 그 조직. 뼈를 싸고 있는 막, 힘줄, 인대 따위를 아우르는 말

4)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반응해 파란 형광 빛을 내는 루미놀 용액을 사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핏자국을 찾는 수사 방법

5) 또한 판시 사체손괴죄와 사체유기죄의 경우, 판시 살인죄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양형기준의 적용에 있어서는 다수범죄로 취급하지 않고 살인죄의 양형인자[사체손괴: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 사체유기: 일반양형인자(가중요소)]로만 고려한다['양형기준' 책자(2021. 6. 양형위원회 발행) 755~756쪽 참조].

6) 판시 사체손괴죄와 사체유기죄의 경우, 판시 살인죄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양형기준의 적용에 있어서는 다수범죄로 취급하지 않고 살인죄의 양형인자[사체손괴: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 사체유기: 일반양형인자(가중요소)]로만 고려한다['양형기준' 책자(2021. 6. 양형위원회 발행) 755~756쪽 참조].

별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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