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므405 판결
[친생자관계존부확인][미간행]
판시사항

부모 사망일로부터 오랜 기간 경과후 친족이 제기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와 신의칙 위반 여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평 담당변호사 박연철 외 14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이건웅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2004. 4. 19.자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1은 1943. 8. 6. 망 소외 2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혼인생활을 하던 중 소외 1과 내연관계를 맺은 적이 있던 피고의 생모가 피고를 출산하자 1947. 12. 1. 피고를 자신과 소외 2 사이에 낳은 아들로 출생신고를 하여 그대로 호적에 등재한 사실, 그러나 소외 1이 당시 성병을 앓고 있었고 그 동안 자식이 없었던 까닭에 소외 1의 형제나 친척들이 피고의 친생자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의 출생신고와 같은 날에 소외 1의 동생 소외 3의 아들인 소외 4를 같은 방법으로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아들로 출생신고를 하여 호적에 등재한 사실, 피고는 위 출생신고 후에도 계속 생모에 의하여 양육되었고 명절 등에만 가끔 소외 1을 찾아갈 뿐이었는데, 소외 1의 친척들은 피고를 소외 1의 자식으로 대우하지 아니하였지만 소외 1은 피고를 자신의 자식으로 여겼고, 처음 피고를 외면하던 소외 2도 점차 피고에게 호의적으로 대해 주었는데, 피고는 결혼한 후에도 소외 1의 배려는 받았지만 소외 1의 가업에는 관여하지 못하였고, 1991. 11. 18. 소외 1의 사망시에는 상주로서의 소임을 다하였으나 상속은 포기한 사실, 소외 1의 가업 및 소외 1이 관여하던 (이름 생략)학원의 이사장직 등은 소외 1의 사망 후 소외 4가 승계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소외 1 및 소외 2와 소외 4의 사이가 악화되었고, 한편, 소외 4는 자신을 (이름 생략)학원 이사장으로 선출한 이사회 결의가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무효로 판정되는 바람에 이사장직을 물러나 그 후 (이름 생략)학원은 교육부가 선임한 관선이사들에 의하여 운영된 사실, 피고는 소외 1의 사망 후에도 소외 2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소외 2의 사망 후 상주로서 장례절차를 주관하기도 하였으나 소외 4는 위 각 장례식에 모두 불참한 사실, (이름 생략)학원의 관선이사들은 2001. 12. 31. 임시 이사회를 열어 피고를 (이름 생략)학원의 신임 이사 겸 이사장으로 선출하였는데, 이에 소외 4를 비롯한 소외 1의 친척들이 반발하면서 2002. 2. 25. 소외 4의 친동생인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각 인정하였다.

나. 원심은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정당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피고의 항변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후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는 소외 1 및 소외 2과 원만하게 잘 지내온 반면, 소외 4는 소외 1 부부의 사망 무렵 그들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점, 원고 등 소외 1의 친척들은 피고가 소외 1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의심을 가지면서도 소외 1의 생전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소외 1이 사망한 때로부터 10년, 소외 1의 처인 소외 2가 사망한 때로부터 1년 반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이 사건 소송의 동기는 친족간 신분관계의 법률적 정리뿐 아니라 (이름 생략)학원 이사장 직을 둘러싼 피고와 소외 4 사이의 분쟁에서 소외 4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게 될 경우 원고가 얻는 이익은 친형인 소외 4가 (이름 생략)학원 이사장이 될 수 있는 일말의 기대에 불과한 반면, 피고는 환갑의 나이에 평생을 믿고 살아온 신분관계의 근간을 부정당한 채 호적이 말소되고 그로 인하여 피고의 처와 직계가족들의 신분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친자간의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함으로써 가정평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가족법의 취지인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의 소는 신의칙에 반하여 소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사소송절차에 준용되는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에서는 당사자와 관계인은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이에 협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가사소송에 있어서도 신의칙이 적용됨을 선언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신의칙에 위배한 소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나,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속하는 이상 실체법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소송의 제기에 대하여 이를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친족법상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송에 있어서는, 친자관계가 신분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단순히 친자 상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족간의 상속문제 기타 친족관계에 기초한 각종 법률관계에도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진실한 신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이 의도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로서, 소송의 결과 위 각종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당한 신분관계의 회복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니 이를 두고 그 소송의 동기나 목적이 소권남용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지어 비난할 사유가 되지 못하고, 또한, 법에서 친족에 의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에 대하여는 특별히 제소기간에 제한을 두지 아니한 취지에 비추어 비록 친자관계의 직접 당사자인 호적상 부모가 사망한 때로부터 오랜 기간 경과한 후에 위 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소송행위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가 소권의 남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배척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이 사건 소를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배척한 판시 각 사유 중 우선 소외 1 부부와 피고 및 소외 4 사이의 친소관계 여부는 이로써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고, 나머지 사유들 역시 앞서 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의 법리에 비추어 위 소송을 통하여 정당한 신분관계의 회복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친족법이 본래 의도한 바이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소송이 원고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이 오로지 피고에게 고통만을 주기 위한 것으로서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유만을 들어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나머지 더 나아가 소외 1과 피고 사이에 실제 친자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좀더 가려 보지도 아니한 채 소를 각하한 것은 가사소송에 있어서 신의칙 내지 소권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어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이규홍

arrow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