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누49993 사증발급거부처분취소
원고항소인
B(한국명 :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임상혁, 류정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윤종수
피고피항소인
주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 총영사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황선익
변론종결
2019. 9. 20.
판결선고
2019. 11. 15.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5. 9. 2. 원고에 대하여 한 사증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C일자 대한민국에서 출생하여 2002. 1. 18.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같은 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재외동포이고, 피고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사증발급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재외공관의 장이다.
나. 병무청장은 2002. 1. 28. 법무부장관에게 '원고는 공연을 위하여 병무청장의 국외 여행허가를 받고 출국한 후 미국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하였는데, 원고가 재외동포의 자격으로 입국하여 방송활동, 음반출판, 공연 등 연예활동을 할 경우 국군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들이 병역의무를 경시하게 되며 외국국적 취득을 병역 면탈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원고가 재외동포 자격으로 재입국하고자 하는 경우 국내에서 취업, 가수활동 등 영리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불가능할 경우 입국 자체를 금지하여 달라.'라고 요청하였다.
다. 법무부장관은 2002. 2. 1.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 제4호 및 제8호에 따라 원고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하고, 그 정보를 내부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하였으나, 원고에게 통보를 하지는 않았다(이하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라 한다).
라. 원고는 2015. 8. 27, 피고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5. 9. 2. 원고의 아버지 D에게 전화로 '원고가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하여 사증발급이 불허되었다. 자세한 이유는 법무부에 문의하기 바란다.'라고 통보하였고, 그무럽 여권과 사증발급 신청서를 반환하였을 뿐 처분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 주지는 않았다(이하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이라 한다).
마.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가 밝힌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사유는 2002년에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요지
1) 대상적격 홈결
외국인에게는 대한민국에 대하여 사증발급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고,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은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에 관한 규정일 뿐 이로 인하여 재외동포에게 사증발급신청권이 부여되거나 행정청에게 사증발급의무가 부과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사증발급을 거부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이 없고, '입국금지에 의하여 사증발급이 거부된 사실'을 알리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다.
2) 원고적격 홈결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입국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이 없고, 사증 관련 규정은 절차에 관한 규정일 뿐 외국인에게 사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부여한 것이 아니며, 사증발급으로 인한 이익은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없다.
3) 소의 이익 흠결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효력으로 인하여 사증을 발급받을 수 없고, 사증을 발급받더라도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없어 이 사건 소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의 실현이 불가능하므로, 소의 이익이 없다.
나. 판단
1) 대상적격의 인정 여부
어떤 사람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사람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부처분의 처분성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요건이 되는 신청권의 존부는 구체적 사건에서 신청인이 누구인가를 고려하지 않고 관계 법규의 해석에 의하여 일반 사람에게 그러한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는가를 살펴 추상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고, 신청인이 그 신청에 따른 단순한 응답을 받을 권리를 넘어서 신청의 인용이라는 만족적 결과를 얻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어떤 사람이 어떤 신청을 한 경우에 그 신청의 근거가 된 조항의 해석상 행정발동에 대한 개인의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이면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 그 신청이 인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본안에서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두20638 판결 등 참조),
재외동포법 제1조는 재외동포의 대한민국에의 출입국과 대한민국 안에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2호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이하 '외국국적동포'라 한다)를 '재외동포'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는 정부는 재외 동포가 대한민국 안에서 부당한 규제와 대우를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5조는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 안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외국국적동포에게 신청에 의하여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제1항), 병역기피 목적의 외국국적 취득,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 등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가 거부되는 사유를 설시하고 있고(제2항), 법무부장관이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을 부여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교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항).
위와 같은 재외동포법의 입법취지, 외국국적동포의 지위, 재외동포법 제5조가 외국국적동포의 체류자격 신청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다른 체류자격과 달리 그 소극적 요건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면서 체류자격 부여를 위하여 외교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재외동포법은 외국국적동포를 단순한 외국인과는 달리 취급하여 외국국적동포에게 재외동포사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신청한 행위가 거부되는지 여부에 따라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변동이 생기게 되므로, 사증발급에 관한 법규상의 신청권이 있는 원고의 사증발급 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단순한 사실의 통지가 아닌 항고고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여 대상적격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적격의 인정 여부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원고적격이 있는지는 처분의 상대방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에서 법률상 이익이란 처분의 근기 법률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99두8565 판결 등 참조).
원고는 대한민국에서 출생하여 오랜 기간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면서 거주한 사람이므로 이미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거나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대한민국 안에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함을 목적으로 재외동포법이 특별히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소의 이익의 인정 여부
아래 제3의 라. 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그 공정력과 불가쟁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효력으로 인하여 사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유효한 사증을 발급받더라도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효력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없다고 볼 아무런 근거도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절차상 하자의 존재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4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문서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2015. 9. 2. 원고의 부친 D에게 유선으로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하며 사증발급이 불허되었다.'라고 통보하였을 뿐 처분사유의 관련사실, 근거법령 등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고, 아무런 문서를 발급하지 않음으로써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제24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재외동포법 제5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2항은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때 외교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피고는 원고가 입국금지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위 협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원고에 대한 사증발급을 거부함으로써 재외동포법 제5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2) 처분사유의 부존재
재외동포(F-4) 사증발급에 대해서는 특별법인 재외동포법이 우선 적용되고, 이에 저촉되는 출입국관리법 등의 적용은 배제되므로, 사증발급에 있어 사증발급신청자가 입국금지대상자인지 여부를 심사하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의2 제2호도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외동포인 원고의 사증발급에 있어서도 위 시행규칙 제9조 의2 제2호는 적용되지 않는데, 원고는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 각호가 정한 재외동포 체류자격 거부사유에도 해당하지 않고, 법무부의 2008. 8. 입국규제업무 처리지침이 정한 사증발급 규제대상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재외동포 사증발급에 출입국관리법상의 사증발급 요건규정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
즉, ①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 당시 원고가 입국금지대상자에 해당하였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
② 법무부장관의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대상자에 대한 통지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것으로 외부적 성립요건을 결한 행정청 내부의 정보제공활동에 불과하여 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불가쟁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
③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원고에게 처분사유를 통지하지 않고 문서를 교부하지 않은 절차상의 하자, 원고의 입국 및 연예활동은 출입국 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 4, 8호가 정한 입국금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하자,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중대, 명백하여 당연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
④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하자가 취소사유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과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서로 결합하여 1개의 법률효과를 완성하는 경우 또는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불가쟁력이나 구속력이 원고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가혹함을 가져오고, 그 결과가 원고에게 예측가능한 것이 아닌 경우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대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3) 재량권 일탈·남용
설령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는 관계 법령상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한 위법이 있다. 또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고, 평등의 원칙도 위반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가 밝힌 이 사건 사증발급 기부처분의 사유는 2002년에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점이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외부적 성립요건을 결한 행정청 내부의 정보제공활동에 불과할 뿐 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불가쟁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대한 구속력이 없고,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지키지 아니한 하자가 있으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①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하여 공정력과 불가쟁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②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행정절차 법상의 절차적인 하자는 없는지 여부, ③ 그리고 피고가 다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한 것을 적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므로, 이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라.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법적 성질과 효과
1)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및 관련 법령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이란 행정청이 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 ·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행위의 주체 • 내용 · 형식 · 절차,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처분이 주체 · 내용·절차와 형식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외부에
표시된 경우에는 처분의 존재가 인정된다. 행정의사가 외부에 표시되어 행정청이 자유롭게 취소 · 철회할 수 없는 구속을 받게 되는 시점에 처분이 성립하고, 그 성립 여부는 행정청이 행정의사를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6두35120 판결 등 참조).
(2)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제3호),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제4호) 등 각 호에서 규정한 사유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법무부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3조는 법무부장관이 법 제11조에 따라 입국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사람에 대해서는 지체 없이 정보화업무처리 절차에 따라 그 자료를 관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4조는 입국금지 요청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관계 기관의 장은 소관 업무와 관련하여 법 제11조 제1항의 입국금지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에게 입국금지 또는 입국거부를 요청할 수 있다(제1항),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요청 절차에 관해서는 국민에 대한 출국금지 절차에 관한 제2조 제2항, 제2조의2 제2항, 제2조의3 제3항, 제4항이 준용된다(제2항). 따라서 입국금지 요청기관의 장은 요청사유를 적은 요청서에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보내야 하고(제2조 제2항), 법무부장관은 요청의 심사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입국금지 요청기관의 장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제2조의3 제3항), 법무부장관이 심사한 결과 입국금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 입국금지 요청 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제2조의3 제4항)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법무부장관이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 또
는 제4호,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원고에 대한 입국금지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행정청이 행정의사를 외부에 표시하여 행정청이 자유롭게 취소 · 철회할 수 없는 구속을 받기 전에는 '처분'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법무부장관이 위와 같은 법령에 따라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을 했다고 해서 '처분'이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법무부장관의 의사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정보를 내부전산망인 '출입국관리 정보시스템'에 입력하여 관리한 것에 지나지 않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미치는 효과
가) 출입국관리법 제7조 제1항, 제8조 제3항은 외국인이 입국할 때에는 유효한 여권과 법무부장관이 발급한 사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증발급의 기준과 절차는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의2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사증발급권한을 위임받은 재외공관장이 사증을 발급하는 경우 사증발급을 신청한 외국인이 '유효한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제1호), '법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입국금지의 대상이 아닌지 여부'(제2호), '시행령 별표에서 정하는 체류자격에 해당하는지 여부'(제3호) 등 각 호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심사·확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나) 상급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 · 적용 기준을 정해 주는 '행정규칙'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처분이 행정규칙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두7967 판결 참조), 처분이 행정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두10584 판결 참조).
상급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 행정기관에 하는 개별 · 구체적인 지시도 마찬가지이다. 상급행정기관의 지시는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대외적으로 처분권한이 있는 처분청이 상급행정기관의 지시를 위반하는 처분을 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처분이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이 상급행정기관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상급행정기관의 지시를 따른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비례의 원칙 · 평등의 원칙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다)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지만, 행정기관 내부에서 사증발급이나 입국허가에 대한 지시로서의 성격이 있다. 즉, 법무부장관이 사증발급권한을 위임받은 재외공관장 또는 출입국항에서 외국인에 대한 입국심사 업무를 수행하는 출입국관리 공무원(이하 '재외공관장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원고가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입국금지대상자에 해당하므로 대한민국 입국을 위한 사증발급이나 입국허가결정을 하지 말라.'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재외공관장 등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는 헌법과 법률,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비례의 원칙 · 평등의 원칙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마.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
1) 행정절차법 위반 여부
행정절차에 관한 일반법인 행정절차법은 제24조 제1항에서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하여야 하며, 전자문서로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다만,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처분내용의 명확성을 확보하고 처분의 존부에 관한 다툼을 방지하여 처분상대방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위반한 처분은 하자가 중대 · 명백하여 무효이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109 판결 등 참조).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2조 제2호 등 관련 규정들의 내용을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을 확보하고 처분상대방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행정절차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면,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외국인의 출입국에 관한 사항'이란 해당 행정작용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항이나 행정 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친 사항으로서 행정절차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사항만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3339 판결 등 참조), '외국인의 출입국에 관한 사항'이라고 하여 행정절차를 거칠 필요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의 사증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적극적으로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이 아니므로,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서 정한 '처분의 사전통지'와 제22조 제3항에서 정한 '의견제출 기회 부여'의 대상은 아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두674 판결 참조). 그러나 사증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그 성질상 행정절차법 제24조에서 정한 '처분서 작성·교부'를 할 필요가 없거나 곤란하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사증발급 실무를 보면, 일부 재외공관장은 피고와 달리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거나 신청인으로 하여금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처분결과와 처분이유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출입국관리법령에 사증발급 거부처분서 작성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으므로, 외국인의 사증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하면서 행정절차법 제24조에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로 대체할 수도 없다.
그런데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15. 9. 2. 원고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처분결과를 통보하고 그 무렵 여권과 사증발급 신청서를 반환하였을 뿐 원고에게 처분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 주지 않았고, 원고의 재외동포(F-4) 체류자격 사증발급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6일만에 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문서에 의한 처분 방식의 예외로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는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 재외동포에 대한 사증발급이 재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규정
출입국관리법은 다음과 같이 사증발급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사
증발급권한은 법무부장관에게 있으나(제7조 제1항), 법무부장관은 사증발급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재외공관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으며(제8조 제2항), 사증발급에 관한 기준과 절차는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8조 제3항).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하려면 체류자격, 즉 일반체류자격이나 영주자격
을 가져야 하고(제10조), 일반체류자격은 단기체류자격과 장기체류자격으로 구분되는데, 이러한 체류자격의 종류,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사람 또는 그 체류자격에 따른 활동 범위는 체류목적, 취업활동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10조의2).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은 법무부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는 외국인
[그중에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제3호),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제4호)이 포함되어 있다]을 열거한 다음, '이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그 입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의2는 법무부장관이 사증 등의 발급을 승인하거나 재외공관의 장이 사증을 발급하는 경우 사증발급을 신청한 외국인이 다음 각호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심사 · 확인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2호에서 '법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입국의 금지 또는 거부의 대상이 아닌지 여부'를 정하고 있다.
재외동포법 제5조는 제1항에서 법무부장관이 대한민국 안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외국국적동포에게 신청에 의하여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고 정하되, 제2항에서 그 예외사유를 정하고 있는데, 이 제2항은 여러 차례 변경 되었다. 1999. 9. 2. 재외동포법 제정 당시에는 '법무부장관은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신청한 외국국적동포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 공공복리 · 외교관계 기타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2005. 12. 29. 재외동포법 개정 시에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사유에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때' 등을 추가하되(제2항 본문), 이에 해당하는 외국국적동포가 36세가 된 때에는 이를 제외하는 조항을 두었다(제2항 단서), 2011. 4. 5. 재외동포법 개정 시에는 제2항 단서에서 정한 외국국적동포의 나이를 38세로 올려 병역기피의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에 대한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 연령을 36세에서 38세로 상향 조정하였다(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 당시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었다). 2018. 9. 18. 재외 동포법 개정 시에는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남성이 41세가 되는 해 1월 1일부터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라고 정함으로써(제2항 단서), 법무부 장관이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부여 여부를 검토하여 판단하도록 조항의 문언을 수정하였다.
(2) 구체적 판단
위에서 본 출입국관리법과 그 시행규칙, 재외동포법의 관련 조항과 체계, 입법 연혁과 목적 등을 종합하면, 재외동포에 대한 사증발급은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재외동포가 사증발급을 신청한 경우에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별표 1의 2]에서 정한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증을 발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재외동포에게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입국금지사유 또는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에서 정한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 제외사유(이 사건에서는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가 있어 그의 국내 체류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그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큰 경우에는 행정청이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사증을 발급하지 않을 재량을 가진다. 이하에서는 행정청의 재량행위라 할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재량권 불행사의 위법
(1) 처분의 근거법령이 행정청에 처분의 요건과 효과 판단에 일정한 재량을
부여하였는데도, 행정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해당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위법사유가 된다(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4두45956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두10691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와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관계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하였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에 구속되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한 것은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
즉, ①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입국금지사유는 매우 다
양하고, 입국금지사유가 언제 해소될지를 예측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다. 입국금지 사유가 소멸한 때에는 요청기관의 장은 지체 없이 법무부장관에게 입국금지의 해제를 요청하여야 하고(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3항), 입국금지의 결정권자인 법무부장관은 이러한 요청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입국금지를 해제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각 호에 정해진 입국금지 사유가 입국 후에
발견되거나 발생한 사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 등은 강제퇴거명령의 대상자가 된다(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3호, 제13호),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출국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6호), 이처럼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의 입국금지사유가 입국 후에 발견되거나 발생하여 강제퇴거 명령을 하거나,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의 입국금지 제한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항, 제2항, 제15조 제1항 등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의무를 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 당시에 시행되던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가 된 때에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제3호)에 해당하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부여를 제한할 수 없었다.
④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제한을 완화함
으로써 재외동포가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 · 정착한 이후에도 대한민국과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재외동포법에서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재외동포에 대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조치를 하는 것은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3)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는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뿐 아니라 재량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4) 여론(餘論) - 비례의 원칙 등 위반 여부
가) 관련 법리
비례의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에서 당연히 파생되는 헌법상의 기본원리로서,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된다(헌법재판소 1992. 12, 24. 선고 92헌가8 결정 등 참조).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목적달성에 유효·적절하고,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에 따른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7. 9. 26. 선고 96누10096 판결 등 참조). 처분상대방의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제재처분의 경우 의무위반 내용과 제재처분의 양정(定) 사이에 엄밀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비례 관계가 있어야 한다. 제재처분이 의무위반의 내용에 비하여 과중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판결 등 참조).
나) 원고의 주장
원고는 환송 후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절차적 위법성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실체적 위법성 즉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까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 판단의 보류
(1) 살피건대,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은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법원은 대법원의 환송판결의 취지를 존중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하고 재량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판단을 하는 데 그친다.
(2) 부연하여 설명하면, 피고와 법무부장관은 원고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뿐만 아니라 원고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과정 및 그 과정에서의 원고의 태도를 입국금지의 사유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일시적 · 인도적 입국까지 거부하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에 실체적 위법성이 있는지 여부 및 향후 피고와 법무부장관이 환송판결과 이 판결이 지적하는 절차적 위법성을 보완하고 재량권의 적법한 범위 내에서 당심에 이르기까지 변론과정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상반된 사정 1)과 기타 사정들을 고려하여 비례의 원칙2)에 부합하는 어떠한 처분을 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이 판결에서는 논외로 하고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즉, ① 국내에서 가수활동을 하던 원고는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듯한 언행)을 보임으로써 특히 청소년들로부터 더 많은 인기를 얻었고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거두었음에도, 공익근무요원 소집기일에 임박하여 서울지방병무청에 국외여행허가신청을 하여 허가를 받고 미국에 입국하자마자 미국시민권을 취득하였다. 원고의 이러한 태도에 원고를 성원하던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크게 실망하고 배신감과 분노까지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결국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더 이상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나이에 이르러 국내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재외동포(F-4) 체류자격 사증발급을 신청하였는바, 여전히 원고가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기까지 과정을 기억하는 국민이 많은 가운데 원고가 이러한 사증을 발급받아 입국한 다음 실제로 국내에서 가수활동 등을 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 국민의 건전한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공정한 병역의무 부담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될 것이며, 향후 비슷한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면하려는 풍조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현행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 제2호,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 4, 8호에 해당할 수 있다.
②) 반면에,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원고에 대하여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가혹해 보이고,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과정과 태도에 관하여 원고는 이미 많은 국민으로부터 오랫동안 질타와 비난을 받아 나름대로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출입국관리법(제11조 제1항 제6호, 제46조 제1항 제3, 13호)은 외국인의 입국금지사유가 입국 후에 발견되거나 발생하여 강제퇴거명령을 하거나,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 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의 입국금지 제한을 정하고 있을 뿐이고, 현행 재외동포법(제5조 제2항 단서)은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41세가 된 때에는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한창훈
판사 원익선
판사 성언주
주석
1) 당심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위법성 문제뿐만 아니라 이 부분에 관하여도 많은 주장·입증과 심리가 이루어졌으므로 이를 간략히 정리한다.
2) 원고는, 환송판결이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비례의 원칙 위반을 명시하였으므로 나아가 평등의 원칙 위반에 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환송판결은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할 뿐이고, 한편 원고와 같은 유명연예인으로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병역의무가 소멸하였다가 재외동포(F-4)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다른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3) 원고가 먼저 나서서 공언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