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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8.24.선고 2014다52643 판결
어음금
사건

2014다52643 어음금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B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4. 6. 19. 선고 2012나43727 판결

판결선고

2016. 8.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참고서면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인관계와 어음관계의 분리가 인정되는 것은 선의의 어음취득자를 보호하고 어음의 유통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어음이 어음행위의 직접 당사자인 상대방의 수중에 남아 있을 때에는 어음의 채무자는 원인관계의 흠결이나 하자를 주장 · 증명하여 어음상의 권리의 행사를 거부할 수 있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다23578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액면금 5억 원의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 · 교부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어음금 5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다음,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가 부존재하거나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① 이 사건 약속어음이 피고가 명의신탁약정을 어기고 양주시, C, D 양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R리 부동산'이라고 한다)을 임의로 처분할 것에 대비하여 그 담보로 발행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② 오히려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를 통하여 G에게 5억 원을 대여하였다가 원고가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피고가 원고의 손해를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한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의 위 원인관계에 기한 항변을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피고의 관계 등

(1) 원고는 피고의 처삼촌으로 서울 강남구 K건물에서 무허가 대부업과 부동산 경매업 등을 하였고, 원고의 조카사위인 피고와 다른 조카사위인 F는 원고가 하는 대부업 등을 보조하면서 원고의 지시를 받아 소송서류 작성, 채권추심, 운전 등의 일을 하고 그 대가로 수고비를 지급받았다. 그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와 F의 동의를 받아 그들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를 사용하여 거래를 하고, 피고와 F(또는 처 L)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기도 하였다.

(2) M은 원고의 처이고, N은 원고의 아들이며, E은 원고의 사위이다.

나. 원고의 주식회사 I(이하 'I'이라고 한다)에 대한 5억 원 대여 및 담보 취득 경과 (1) 원고는 2005. 1. 18.경 I을 실제로 운영하면서 상가건물을 신축 · 분양하는 G에게 5억 원을 대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G을 한 차례 만나 대출과 관련하여 대략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 구체적인 대여조건 등에 관해서는 피고와 G이 협의하여 대출이 이루어졌다.

(2) 원고는 위 대여금의 담보로 2005. 1. 19. I 소유의 용인시 기흥구 H상가 901호 내지 904호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7억 5,000만 원으로 한 1순위 근저당권(다만 근저당권자는 J, E 명의로 하였다)을 설정받았고, 이 시행 · 분양하는 용인시 지구 내 P건물의 304호, 305호에 관한 분양계약서 및 분양대금완납증명서 등을 교부받았으며, 2005. 8. 1. I 소유의 용인시 수지구 Q건물 701호, 702호, 703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다만 등기명의자는 F로 하였다)를 경료받았다.

(3) 위 Q건물 701호, 702호, 703호에 관하여 2005. 8. 1. 주식회사 에이치케이상 호저축은행으로부터 위 각 부동산을 담보로 2억 8,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 2억 2,000만 원을 사용하고, 원고가 나머지 6,000만 원을 일부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원고는 2008. 6. 26. 제3자에게 위 Q건물 701호, 702호, 703호를 3억 4,000만 원에 매도하였다. I을 대리한 G은 위 Q건물 701호, 702호, 703호의 처분과 관련하여 등기명의자인 F를 횡령죄로 고소하였으나, 검사는 원고가 실제 거래를 한 것이고, 위 6,000만 원도 원고가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 등으로 F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가 피고 등 명의로 한 부동산 취득 및 각종 법률행위의 경과

(1) 원고는 처 M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R리 부동산에 관하여 세금체납으로 인한 공매절차가 진행되자 피고와 L(F의 처)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R리 부동산을 취득한 후 2005. 6. 9. 피고와 L의 공유(공유 지분 각 1/2)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R리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등과 사이에 세금납부 문제 등으로 인하여 분쟁이 생기자 조카인 S의 중재로 원고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여 준다는 조건으로 별도의 매매대금 지급 없이 L 명의 지분은 2009. 8. 25. N 명의로, 피고 명의의 지분은 2009. 9. 14. E 명의로 각 지분이전등기를 경료받았다.

(2) 이 사건 R리 부동산을 M 명의로 취득하기 전에 전 소유자가 설정한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었는데, 1999. 12. 20. M이 소유권을 취득한 후 위 근저당권의 채무자는 N으로 변경되었고, 2004. 7. 20. 확정 채권양도를 원인으로 근저당권자가 피고로 변경되었다. 그 후 원고는 위 공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인 피고 명의로 배분절차에 참가하여 2억 원을 배분받았으나 다른 채권자인 삼화제분 주식회사가 배분이의신청 및 배분이의 소송을 제기하여 2억 원에 못 미치는 금액을 회수하였다.

(3) 한편 원고는 양주시 T 내지 U 토지의 소유자인 V, W에게 돈을 대여하였다가 이를 제대로 변제받지 못하게 되자 1999. 5. 31. 위 T, X, U 토지 중 V, W 지분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3,000만 원, 채무자 V과 W, 근저당권자 M으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받았는데, 2004. 8. 10. 확정 채권양도를 원인으로 하여 위 근저당권자가 M에서 피고로 변경되었다. 또한 원고는 2003. 11. 30. V, W으로부터 V을 주채무자, W을 연대보증인으로 하고, 피고를 채권자로 하여 차용금액 5,000만 원으로 한 차용지불약정서를 작성·교부받았고, 이를 근거로 위 T내지 U 토지 중 VW의 지분(또는 소유권)에 관하여 청구금액을 5,500만 원으로 한 채권가압류를 한 후 위 각 부동산에 관한 부동산임의경매절차(의정부지방법원 Y)에서 피고 명의로 배당에 참가하여 2009. 10. 16. 금 38,952,719원을 배당받기도 하였다. 피고는 2011. 4. 25. 위와 같은 V, W에 대한 잔여 채권을 N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채권양도양수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라. 피고의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 등 피고는 2005. 8. 10. 원고에게 액면금 5억 원으로 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교부하였고, 원고는 현재까지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본을 소지하고 있다.

4.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사채업 등을 하는 원고를 도와 실무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위치에 있었고, 원고는 G에게 5억 원을 대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담보를 취득하였음에도 G에 대한 위 대여금 채권의 회수가 어려워지자 피고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교부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피고의 명의를 차용하여 부동산 취득 및 각종 법률행위를 하면서 피고 명의로 이 사건 R리 부동산 중 1/2지분을 취득하고, 근저당권부채권이나 가압류채권 등 각종 권리를 취득하였으므로 그 처분제한이나 권리행사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었고, 그러한 차원에서 피고가 원고의 요구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교부하여 주었다고 볼 여지가 많고, 이후 피고 명의의 이 사건 R리 부동산 중 1/2지분에 관하여 별도의 대가 지급 없이 원고 측의 명의로 지분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원고가 피고 명의로 취득한 각종 채권들도 원고가 대부분 이를 행사하거나 피고가 이를 원고 측에 양도하여 준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가 부존재하거나 소멸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 피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게 된 경위 등을 자세히 살피지 아니한 채 원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을 여전히 소지하고 있다는 점에만 주목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가 원고의 G에 대한 대여금채권과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부담하기로 한 약정금 채무라고 섣불리 단정한 후 피고의 원인관계에 기한 항변을 가벼이 배척하고 말았다.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에는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에 기한 항변의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권순일

대법관박병대

주심대법관박보영

대법관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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