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고합179 강도살인(일부 인정된 죄명 점유이탈물횡령, 일부
예비적 죄명 절도), 사체은닉미수, 사기, 여신전문
금융업법위반
피고인
A
검사
한승진(기소), 조동훈(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형근(국선)
판결선고
2020. 12. 10.
주문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압수된 증 제1, 2호증을 몰수한다.
이유
범 죄 사 실1)
1. 강도살인
피고인은 일정한 직업 없이 신용대출을 받아 생활하던 중 대출이자를 미납하여 계좌가 정지되고, 월세를 내지 못해 주거지에서 야반도주하여 피고인 소유의 B 화물차 내에서 숙식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전에 인터넷에서 구입한 식칼(총 길이 32cm, 칼날 길이 20cm)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금품을 강제로 빼앗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20. 8. 30. 18:40경 제주시 C시장 인근 도로에서 위 화물차를 운행하며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도중 피해자 D(여, 39세)이 인적이 드문 방향으로 혼자 걸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위 화물차를 주차한 후 피해자가 위 화물차를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피해자가 위 화물차를 지나 한적한 농로로 접어드는 것을 확인하고 위 식칼을 소지하고 위 화물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뒤쫓아 갔다.
피고인은 같은 날 18:50경 제주시 E에 있는 밭 앞 노상에 이르러 피해자에게 위 식칼을 들이대고 "가진 돈 내놔라!"고 하면서 찌를 듯이 달려들어 이에 겁이 난 피해자가 양산을 휘두르며 뒷걸음질을 치다 뒤에 있던 밭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피해자를 쫓아 밭으로 들어간 후 피해자가 허리에 메고 있던 가방을 강제로 빼앗으려 하였으나, 앞으로 넘어진 피해자가 일어나려고 하자2) 위 식칼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찔러 폭 2.5cm, 깊이 3.5cm의 후경부 자창을 가하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어깨 부위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찔러 피해자에게 폭 2.5cm, 깊이 16cm의 좌흉부 자창 및 심장 자창 등을 가함으로써 피해자를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하고, 쓰러진 피해자의 소지품인 현금 1만 원을 빼앗아 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하고,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사체은닉미수, 점유이탈물횡령
가. 사체은닉미수
피고인은 2020. 8. 31. 00:30경 위 제1항과 같이 살해한 D의 사체를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풀숲으로 옮겨 은닉하기로 마음먹고, 제1항 기재 장소에 되돌아와 그곳에 있던 피해자의 사체를 5m 가량 끌어 풀숲으로 옮기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의 휴대전화 신호가 울리는 것을 듣고 급히 그 자리에서 도주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사체를 은닉하려고 하다가 미수에 그쳤다.
나. 점유이탈물횡령
피고인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이 D의 사체를 은닉하려고 하던 중 D이 사망하여 점유를 이탈한 망 D의 상속인들 소유인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 1장을 발견하고 이를 가지고 가 횡령하였다.
3.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가. 1차 범행
피고인은 2020. 8. 31. 01:55경 제주시 F에 있는 성명불상의 피해자가 운영하는 'G' 마트에서 우유 등의 식료품을 구입하면서, 위 제1항과 같이 습득한 D 명의의 체크카드를 위 마트의 직원인 H에게 제시하며 마치 피고인에게 위 체크카드를 사용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51,100원을 결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분실한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51,100원 상당의 재물을 교부받았다.
나. 2차 범행
피고인은 2020. 8. 31. 02:06경 제주시 I에 있는 피해자 J이 운영하는 'K' 편의점에서 콜라 등의 식료품을 구입하면서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18,400원을 결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분실한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18,400원 상당의 재물을 교부받았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현장감식결과보고서, 감정서, L카드 거래내역, 범행 현장 및 피해자 사체 사진, 사체검안서, 현장 사진, 검시 사진, 변사자 조사 결과 보고서, 감정서, 부검감정서
1. 수사보고(범행 후 피해자 카드 사용), 수사보고(범행 재연), 수사보고(범행 전후 피의자 행적 종합), 수사보고(강도살인 이후부터 사체 은닉 전까지의 현장 상황), 수사보고(강도살인 및 사체은닉 범행 시간), 수사보고(종합적인 CCTV 영상자료-사건 현장 주변 등 첨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38조 전문(강도살인의 점, 무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162조, 제161조 제1항 (사체은닉미수의 점), 형법 제360조 제1항(점유이탈물횡령의 점, 징역형 선택), 각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의 점, 징역형 선택), 각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3호(분실 카드 사용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처벌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강도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1. 몰수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 부분에 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
애초의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20. 8. 30. 18:50경 피해자를 살해한 후 현금 1만 원과 함께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를 강취하고, 강취한 체크카드를 사용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검사는 2020. 11. 4.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제2회 공판기일에서 이를 허가하였다.
가. 주위적 공소사실 : 위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변경한다.
나. 제1 예비적 공소사실 : 피고인이 2020. 8. 31. 00:30경 피해자 소유의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를 절취하고, 절취한 체크카드를 사용하였다.
다. 제2 예비적 공소사실 : 피고인이 2020. 8. 31. 00:30경 피해자가 사망하여 점유를 이탈한 피해자의 상속인들 소유의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를 가지고 가 횡령하고, 분실된 체크카드를 사용하였다.
2. 판단
가. 검사가 주장하는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 부분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 및 제1, 2 예비적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를 가져간 사실'에 대한 법적인 평가에 관한 것일 뿐 사실관계에 관한 다툼은 아니므로 아래에서 한 번에 살펴본다.
나.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0. 8. 31. 00:30경 피해자가 사망하여 점유를 이탈한 피해자의 상속인들 소유의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를 가지고 가 횡령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피해자를 살해한 후 피해자가 허리에 차고 있던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고, 그 휴대전화 케이스에서 만 원만 빼낸 후 휴대전화는 바닥에 던졌고, 2020. 8. 31. 00:30경 다시 범행 현장을 찾아 피해자의 사체를 은닉하려다가 휴대전화가 울려 휴대전화를 들고 도망쳤으며 휴대전화 케이스 안에 체크카드가 들어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실제로 피고인이 가져간 체크카드는 모두 2020. 8. 31. 00:30경 이후에 사용되었다.
2) 우선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검사는 피고인이 2020. 8. 30. 18:50경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에 대한 피해자의 점유를 빼앗았고 그로부터 약 6시간 후인 2020. 8. 31. 00:30경 취거행위가 있었을 뿐이거나, 피고인이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하에 동일한 기회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재물을 여러 차례에 걸쳐 취거하였으므로 비록 현금 1만 원과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의 취거행위에 시간적 간격이 있더라도 일죄의 강도살인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는 휴대전화 케이스에 현금 1만 원과 체크카드를 넣어놓은 상태였는데,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직후 피해자의 가방을 뒤져 휴대전화를 꺼낸 후 그 케이스에 들어있던 1만 원만을 가져갔고 휴대전화는 사체와 떨어진 밭 입구 쪽에 두었으므로 그 시점에 피고인은 휴대전화와 체크카드를 가져가겠다는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그로부터 약 6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다시 범행 현장에 갔고 그 사이에 피해자로부터 강취한 1만 원을 사용한 점, 피고인은 사체를 은닉하기 위해 다시 범행 현장을 찾은 것이지 범행 현장에 두고 온 피해자의 재물을 가지러 간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사체를 옮기던 중 휴대전화가 울리자 당황하여 휴대전화를 가지고 간 점 등을 고려하면,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를 가져간 행위가 강도살인죄의 일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다음으로 제1, 2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를 가져간 것은 피해자를 살해하고 6시간이 경과한 후인 점, 이 사건 범행 현장은 피해자가 점유하던 실내 공간 등이 아닌 도로 또는 타인 소유의 밭이었던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고 휴대전화 케이스에서 1만 원을 꺼낸 후 위 휴대전화는 사체와 떨어진 밭 입구 쪽의 자갈 위에 내려두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2020. 8. 31. 00:30경 위 휴대전화 및 체크카드는 피해자의 점유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 및 제1 예비적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제2 예비적 공소사실인 점유이탈물횡령죄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므로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는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무기징역
2. 선고형의 결정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며 한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어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특히 강도살인죄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삼은 반인륜적인 범죄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할 수 없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높다.
피고인은 강도 범행을 위하여 미리 칼을 준비하였고, 그 범행과정에서 칼로 단순히 피해자를 위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아니하고 피해자를 수차례 찔러 살해하였는바,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가족을 잃게 된 유족들도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피고인은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장찬수
판사 정영민
판사 이선호
주석
1)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공소사실을 적절히 수정하였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양산을 휘두르며 계속 저항하자"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앞으로 넘어진 피해자가 허리에 차고 있던 가방을 빼앗으려고 하였는데, 피해자가 일어나려고 하자 놀라서 식칼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찔렀다는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위와 같이 수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