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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8.1.11.선고 2007고합57 판결
준강간
사건

2007고합57 준강간

피고인

KOO ( 20대 초반 남자 )

검사

ΔΔΔ

변호인

변호사 □□□ ( 국선 )

판결선고

2008. 1. 11 .

주문

피고인은 무죄 .

이유

1. 공소사실의 내용

피고인은 2006. 8. 9. 19 : 00경 00시 소재 버스정류장 앞 벤치에서 그 날 처음 만난 피해자 00 ( 여, 28세 ) 의 부탁으로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휴대폰을 빌려 주게 된 것을 기화로 피해자가 옛 애인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조제한 약 7일분 분량의 수면제를 한꺼번에 복용하여 의식이 불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22 : 00경 00시에 있는 기차역 앞 잔디광장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가 그 곳 풀밭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무의식적인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1회 간음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

2. 피고인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다음과 같은 경위로 피해자가 먼저 요구하여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있을 뿐,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고 있다 .

① 2006. 8. 9. 19 : 00경 피고인이 퇴근하는 길에 OO시 소재 버스정류장 앞 벤치에서 피해자를 처음 만났는데,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였다 .

1② 이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휴대폰을 빌려주자 피해자가 어디론가 전화를 한 후 피고인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는데, 잠시 후 낯선 남자 ( 나중에 알고 보니 피해자의 옛 애인인 LOO ) 로부터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 피해자와 통화한 남자라고 하면서 피해자를 바꾸어 달라고 하였다 .

③ 이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휴대폰을 건네자 피해자가 LOO과 통화한 후 통화상태에서 피고인에게 휴대폰을 돌려주기에 피고인이 LOO에게 " 여자가 술을 먹었는지 모르겠는데 데리고 가라. " 라고 하였다 .

④ 그러자 LOO은 " 약 먹은 것처럼 쇼하니까 신경 쓰지 마라. 원래 그런 애다. 이렇게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 라고 하기에, 피고인이 LOO에게 계속하여 피해자를 데리고 가라고 하였음에도 LOO은 피해자를 데리러 갈 처지가 아니라면서 피해자가 기차나 버스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하였다 .

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한 것으로 생각하고 피해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00시 소재 기차역 ( 이하 ' 기차역 ' 이라 한다 ) 으로 갔는데, 피해자가 먼저 택시에서 내리면서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다시 LOO과 전화통화를 하였고, 통화가 끝나자 울기 시작하였으며 힘이 들었는지 비틀거리기도 하였다 .

⑥ 그래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축하여 역사 안으로 가는 도중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 이야기 좀 하자. " 라고 하기에 역사 계단 밑 벤치에 앉았는데, 그 때 피해자는 LO ○ 이 너무한다며 계속 울었고, 울다가 일어서서 역사 잔디밭으로 걸어가기에 피고인도 따라갔다 .

⑦ 피고인이 잔디밭에 앉아 있는 피해자에게 " 기차가 끊기기 전에 내가 표를 사주고 갈테니까 가자. " 라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갈 생각을 하지 않기에 피해자의 옆에 같이 앉았고, 그 후 피해자가 피고인의 허벅지를 베개삼아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듯 하면서 피해자의 왼손으로 피고인의 가슴을 밀어 넘어지게 하고는 피고인의 상의 티셔츠를 목 부분까지 걷어 올리기에 피고인이 불편하여 티셔츠를 벗어버렸고, 이어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하의를 벗기려고 하기에 피고인이 바지를 잡으면서 피해자에게 " 이럴 거면 여관에 가서 하자. " 라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 싫다. " 라고 하면서 계속하여 피고인의 바지를 벗기기에 피고인도 성욕이 생겨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는데, 성관계도 피해자가 매우 적극적으로 리드하였다 .

③ 성관계를 가지는 동안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뭐하는 사람이 냐고 묻기에 회사원이라고 대답해주었고, 이 번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피해자가 공무원시험 준비 중이라고 하였고, 피고인이 빨리 가봐야하지 않느냐고 하자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집에 같이 가자고 하였고, 피고인이 혼자서 사느냐고 묻자 피해자가 혼자서 산다고 하면서 강아지도 있다고 대답하였고, 피고인이 쉬는 날 놀러갈테니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였더니 피해자가 전화가 없다고 하였고, 그러다가 갑자기 피해자가 여관에 가자고 하기에 피고인이 다음에 가자고 하였고, 피고인이 강아지 혼자 있는데 걱정되지 않느냐, 강아지 밥도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피해자가 강아지 밥을 주고 와서 내일 주어도 된다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

④ 성관계를 끝낸 후 피고인은 피해자와 함께 역사로 가서 표를 사서 피해자가 기차를 타는 11 : 00경까지 같이 있어준 후 약속장소로 이동하였다 .

3.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형법에서 말하는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이미 어떠한 사유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부녀를 간음하는 것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항거불능케 한 후 간음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비난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당시 수면제를 복용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는지가 그 쟁점이라 할 것이다 .

나. 인정사실

우선 피고인, 피해자, LOO 등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이 사건 사건 발생 전후 시점을 기준으로 한 LOO의 통화내역, 2006. 8. 7. 자 의사의 처방전, 같은 일자 약사의 처방내역 및 영수증,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의뢰회보 ( 법과학부 약독물과 등 이 사건 기록 전반에 나타난 증거자료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① 피해자는 이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2006. 8. 7. 병원에서 수면제인 명인 졸민정과 신경안정제인 트리티 코정 14일분 등 ( 이 때 다른 약도 같이 처방받았는데 다른 약은 21일분을 처방받았다 ) 을 처방받아, 약국에서 위 약물들을 구입하였다 .

②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당일인 2006. 8. 9. 17 : 30경 OO시에 있는 OO산업 앞에서 예전에 사귀다. 헤어진 LOO을 만나 다시 사귈 것을 요구하며 다시 사귀지 않는다면 수면제를 먹고 죽겠다며 수면제가 들어있다는 통을 보여주었으나, LOO은 죽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며 다시 회사로 들어가 버렸다 .

③ 피해자는 분량 미상의 위 약을 먹은 후 ( 수면제인 명인 졸민정과 신경안정제인 트리티코정을 함께 먹었는지. 수면제인 명인 졸민정만 먹었는지는 불명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7일분의 수면제를 먹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만약 피해자가 7일분의 수면제를 먹을 경우 항거불능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수면제 복용 후 피해자가 한 아래와 같은 언행에 비추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 따라서 피해자가 7일분의 수면제를 먹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를 정지시켜 사용할 수 없었던 관계로 OO 산업 경비실로 가서 회사 전화로 LOO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수면제를 먹었으니까 빨리 회사 앞 버스정류장으로 나오라고 하였으나 마침 회사에서 퇴근하여 운전하여 귀가 중이던 LOO은 피해자가 수면제를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피해자에게 가지 않았다 .

④ 피해자는 위 00 산업 앞 버스정류장에서 LOO을 기다렸으나 LOO이 나오지 않자 같은 날 19 : 00경 마침 퇴근 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피고인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하여 LOO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전화를 바꾸어 주었는데, 이때 피고인은 LOO에게 " 여자가 술을 먹었는지 모르겠는데 데리고 가라. " 라고 하였으나 LOO은 " 약 먹은 것처럼 쇼하니까 신경쓰지 마라. 원래 그런 애다. 이렇게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 라고 말하면서 피해자가 기차나 버스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 피고인은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먼저 통화한 후 L00이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왔을 때 위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LOO의 휴대폰 통화내역에 LOO이 피고인에게 전화한 자료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추어 처음에 피고인의 휴대폰으로 LOO에게 전화하였을 때 위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 .

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차역에 데려다주기 위하여 함께 택시를 탔는데, 기차역에 도착할 무렵 피해자가 다시 피고인에게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여 LOO과 통화를 한 뒤 피고인을 바꿔주었고, 피고인은 LOO에게 기차역에 거의 도착했다며 택시에서 내려야 한다고 하고서는 전화를 끊었다. 그로부터 약 5분쯤 지난 후인 19 : 30경 과19 : 37경 2차례에 걸쳐 LOO이 다시 자신의 휴대폰으로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자 피고인은 " 여기 기차역인데 여자가 너무 의식이 없는 것 같으니 이리로 와야 할 것 같다. "라고 하였으나 LOO은 자신은 갈 수 없는 상황이니 경찰이나 119에 신고를 하거나 기차를 태워서 서울로 보내주라고 말하였다 .

⑥ 피해자는 LOO과의 통화가 끝나자 울기 시작하였고,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길래 피고인은 피해자를 부축하여 약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역사 계단 밑 벤치에 피해자와 함께 앉았다. 그곳에서 피해자는 "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나에게 너무 심하게 한다. " 라는 말을 반복하며, 계속 울다가 다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기차역 역사 앞 잔디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

⑦ 피고인과 피해자는 잔디밭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성관계를 가졌는데, 피해자는 벤치에 함께 앉아있을 때부터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질 동안 피고인에게 " 너 뭐하는 사람이냐 ? " 라고 묻는 한편, 자신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 즉 '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다. 혼자 살고 있고,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고 있다. ' 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였고,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피고인에게 전화가 없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

④ 피고인은 성관계가 끝난 후 피해자와 함께 기차역으로 와서 피해자의 돈으로 23 : 00경에 출발하는 서울행 기차표를 구입하여 주고 피해자와 잠시 역사에 머무르다 .

피해자를 혼자 두고 떠났고, 피해자는 혼자서 기차와 택시를 타고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에 귀가하였다 .

1 ⑨ 이 사건 다음날 피해자가 LOO에게 전화하여 수면제 7일분을 다 먹었다고 하는데 걱정되지 않더냐고 묻자 LOO은 7일 분 다먹어도 안 죽는다고 하면서 피해자가 알아서 갈 줄 알았다고 대답하였다 .

① 그 후 LOO은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알아낸 후 합의금으로 5, 000만 원을 요구하기도 하다가 ( LOO은 합의금으로 5, 000만 원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뜻을 전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해자는 LOO이 5, 000만 원을 받고 합의해 주자고 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 거절당하자 같은 달 29.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

다. 증거 판단 ( 1 ) 가해자와 피해자가 단 둘만이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종류의 범행에 있어서 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일부 진술, 피해자 및 LOO의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진단서, STD검사결과보고서, 각 처방전, 각 처방내역 및 영수증,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각 감정의뢰 회보 ( 법과학부 약독물과, 법의학부 유전자분석과 ), 불면증 약물 ( 졸민 ) 성분표 첨부보고,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회시가 있는바, 그 중 진단서, STD 검사결과보고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 회보 ( 법의학부 유전자분석과 ) 는 피해자의 질내에서 정자 및 남자 유전자가 검출되었다 .

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 자체를 시인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에 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

( 2 ) 우선 피고인이 경찰에서 피해자와의 대질신문시 ( 피고인에 대한 제2회 경찰 피의 자신문조서 ), 수면제를 먹어 정신이 없는 상태의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것을 시인하면서 선처를 구하는 내용으로 진술한 부분에 대하여 본다 .

피고인에 대한 제2회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전체적인 취지는, 앞서 본 피고인의 주장 내용과 같이 행동에 있어 다소 비정상적인 면이 있는 피해자가 먼저 성관계를 요구하기에 남자로서 성욕이 생겨 성관계를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주된 것일 뿐,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간음행위를 하였다고 시인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선처를 구하는 부분도 피해자가 성관계를 요구해온다고하여 이를 뿌리치지 못하고 하여 성관계를 가진 것 자체를 반성한다는 의미로 볼 여지도 충분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진술을 들어 바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로 취신 하기는 어렵다 .

( 3 ) 다음으로, 피해자 및 LOO의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각 처방전, 각 처방내역 및 영수증,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 회보 ( 법과학부 약독물과 ), 불면증 약물 ( 졸민 성분표 첨부보고에 대하여 본다 .

① 증거의 내용

㉮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수면제 7일분을 먹은 이후부터 그 다음날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거의 기억이 나질 않고, 다만, 정류장에 있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빌려달라고 하여 그 사람이 LOO에게 전화를 해준 것, 피해자가 그 사람에게 " 너 누구냐 ? " 라고 물었던 것. 남자가 피해자를 안다시피 부축하며 걸어가는데 피해자의 옷 사이로 손을 넣고 가슴을 만지면서 가즘이 예쁘다고 했던 것, 피해자를 남자가 흔들어 깨우면서 기차를 타야 한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팬티를 입혀 주었던 것, 풀밭에 누워 있었던 것, 기차역 안 의자에서 누군가가 피해자를 깨우면서 기차표를 주고 자기는 가봐야 한다면서 기차역에 혼자 두고 간 것, 누군가가 피해자를 흔들어 깨우면서 마지막 기차라며 기차 타라고 한 것, 승무원이 피해자를 흔들어 깨우면서 종점이라고 내리라고 한 것, 택시를 탔던 것, 택시기사가 피해자를 흔들어 깨우면서 많이 피곤했나보다며 다 왔으니 내리라고 말한 것 등이 기억난다고 진술하였다 .

④ LOO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당일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할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한 사람처럼 횡설수설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기차역에 도착할 무렵의 통화에서는 피해자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라며 기차역으로 오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

㉰ 각 처방전, 각 처방내역 및 영수증,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 회보 ( 법과학부 약독물과 ), 불면증 약물 ( 졸민 ) 성분표 첨부보고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는 12일 내지 14일분 ( 2006. 8. 7. 16 : 49 약을 수령하였으므로 이 사건 발생시까지 약을 먹었다 .면 12일분을, 약을 먹지 않았다면 14일 분 ) 의 수면제 ( 명인졸민정 ) 와 신경안정제 ( 트리티 코정 ) 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명인졸민정의 부작용으로는 흥분, 전신적 혼란, 몽유병, 공포 등이 보고되어 있으며, 복용량의 4배를 과량 복용시 졸림, 혼란, 어눌한 말, 혼수, 발작, 호흡억제 및 사망이 보고되어 있고, 트리티코정의 부작용으로는 때때로 어지러움 , 졸음, 착란, 집중력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과량 복용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환각, 망상, 어눌한 말, 발작, 호흡마비 및 사망 등이 보고되어 있다 .

② 판단

위 각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 기차역에 도착할 때까지 피해자는 피고인 스스로 인정하듯이 마치 술에 취한 듯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등 정상상태가 아니었던 점은 인정된다 .

하지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수면제 7일분을 복용하여 의식이 없었다는 피해자가 사건 당일 18 : 00경부터 19 : 37경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LOO과 전화통화를 한 점 , 피고인에게 자기가 LOO과 헤어졌는데 LOO이 자기에게 너무한다는 이야기, 현재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며 혼자 살고 있고,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고 있고, 전화가 없다는 등 자신의 신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 점, 피고인과의 성관계 후에 기차와 택시를 타고 ①0시부터 서울에 소재한 피해자의 집까지 혼자 귀가한 점, 피해자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18 : 00경 수면제를 복용한 후 약에 취해 그대로 잠이 드는 등 의식이 없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면 피해자를 처음 보는 피고인이 19 : 00경부터 피해자가 기차를 탄 11 : 00경까지 4시간 가량 의식불명의 낯선 피해자와 실내도 아닌 야외에서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LOO에게 피해자를 데 려가라고 했는데도 LOO은 피해자가 " 약 먹은 것처럼 쇼하니까 신경쓰지 마라. 원래 그런 애다. 이렇게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 라며 피해자를 데리러 오지 않은 것에 비추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상태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점, LO○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가 의식이 거의 없다는 말을 듣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낯선 사람인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기차에 태워서 보내라고 하고는 이후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고, 이 사건 다음날 자신이 걱정되지 않았냐고 묻는 피해자에게 피해자가 알아서 갈 줄 알았다고 대답했던 것에 비추어 LOO 역시 전화통화 당시 피해자가 말을 좀 횡설수설할 뿐 피해자에게 의식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LOO에게 피해자가 의식이 없다고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길거리에서 갑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낯선 여자를 떠맡게 된 피고인으로서는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LOO을 불러 자신이 피해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의 상태를 다소 과장한 것일 가능성도 있는 점, 야외에서 피해자가 처음 보는 피고인에게 먼저 성관계를 요구한다는 것이 이례적이기는 하나 옛 애인인 LOO으로부터 완전히 버림을 받았다는 비애감 내지는 수면제를 먹었다고 하는데도 나와보지도 않는 LOO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잡혀 있었을 피해자가 위 약 성분의 힘을 빌어 피고인에게 먼저 성관계를 요구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무엇보다도 피해자가 과연 수면제 7일분을 모두 먹었는지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18 : 00경 어느 정도의 수면제를 먹었다고 할지라도 그 수면제의 약효 발현 시간, 약효 지속시간 등에 관한 자료가 없어 과연 수면제를 복용한 후 성관계가 이루어질 당시까지 수 면제의 효력에 의하여 피해자가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는 점 등 당시 상황 일체를 고려해 보면, 위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처음 봤을 무렵에는 피해자가 술에 취한 것처럼 말이 어눌하고 몸도 비틀거렸지만 시간이 지나 성관계를 가질 무렵에는 피해자의 말도 또렷하고 의식도 분명 하였으며 피해자가 먼저 요구하여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는 피고인의 변소가 거짓이고 피고인이 수면제 복용으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와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

( 4 ) 마지막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회시에 관하여 본다 .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회시의 내용은 " 5번. 당신은 지난 8월 밤에 아산 KTX 잔디광장에서 강제로 관계를 한 적이 있습니까 ? ", " 8번. 이 번 사건에서 당신은 피해자와 강제로 성관계를 했습니까 ? ", " 11번. 이 번에 당신이 그 여자를 잔디 위에서 동의 없이 성교를 한 것이 확실합니까 ? " 의 세 가지 질문에 피고인이 부정적인 답변을 하였으나 분석결과 거짓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

그러나 위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부정적인 대답은 아예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을 경우와 성관계 자체는 가졌으되 강제로 또는 피해자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만약 피고인이 전자의 의미로 대답을 한 것이라면 거짓반응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므로, 위 검사결과를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자료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

판사

재판장 판사 강동명

장승혁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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