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1도2778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강간) [인정된 죄명: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조원철
원심판결
수원고등법원 2021. 2. 4. 선고 2020노402 판결
판결선고
2021. 4. 29.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6조에서의 ‘장애인’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간의 죄 또는 강 제추행의 죄를 범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그러한 사람을 간음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2010. 4. 15. 제정된 당초의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신체적인 장애 등으로 항거 불능인 상태에 있는 여자 내지 사람’을 객체로 하는 간음, 추행만을 처벌하였으나, 2011. 11. 17.자 개정 이후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여자 내지 사람’을 객체로 하는 강간, 강제추행 등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개정 취지는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 항거능력, 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데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고 성폭력처벌법과 유사하게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행의 특칙을 두고 있는「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8조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장애 아동·청소년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2조는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라고 규정하면서, 그러한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내용을 종합하면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 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는데 그러한 모습과 정도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되므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본 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도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이러한 신체적인 장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도4404, 2016전도49(병합) 판결 참조].
나. 원심은 피해자가 5세 무렵부터 뇌성마비 증세를 보여 왔으나 장애인 등록이 미뤄지다가 2001년 3월경 뇌병변장애 3급으로 등록된 사람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운동능력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음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의 신체적인 장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에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든 위 사정들에 ① 피해자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위와 같이 장애인으로 등록될 무렵 시행되던 구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2001. 6. 30. 보건복지부령 제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1은 뇌병변장애인 3급을 ‘보행이 상당한 정도 제한되었거나 또는 일상생활동작이 상당히 제한된 사람, 보행이 경중한 정도 제한되고 섬세한 일상생활동작이 현저하게 제한된 사람’으로 규정하였던 점, ② 피해자는 왼손이 억지로 펴지 않는 한 주먹을 움켜쥐듯 꽉 쥔 상태로서 일상생활동작은 주로 오른손을 사용하고, 왼쪽 다리의 움직임도 제한이 있어 보행이 다소 느리고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긴장을 하면 좌측의 반신마비가 오기도 하는데, 이러한 피해자의 신체상태는 법령상 뇌병변장애인 3급의 기준에 부합하는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를 처음 알게 된 때부터 피해자의 행동 등을 보고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게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인 장애가 있었음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고,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의 장애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의 ‘위력’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위력’이란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며,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력으로써 간음한 것인지 여부는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구체적인 행위의 경위 및 태양, 행사한 세력의 내용과 정도,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피해자에게 주는 위압감 및 성적 자유의사에 대한 침해의 정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4969 판결,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수사기관, 제1심 및 원심에서의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음을 전제로, ① 피해자가 20세 무렵인 1995년경부터 남편과 동거를 시작하여 혼인기간 동안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하였음에도 생계유지와 자녀양육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서 남편에게 의지하는 정도가 커 피해자로서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 남편의 친형인바, 1995년경 피해자의 남편이 술에 취해 잠든 틈에 피해자를 집 밖으로 불러내 인근 야산에서 피해자의 반항을 제압하고 간음하였고, 이후 피해자나 자녀들을 죽이겠다고 위협하면서 부정기적으로 피해자를 찾아와 원치 않은 성관계를 요구한 점, ③ 피해자는 앞서 본 신체적인 장애, 순종적이고 타인의 부당한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에 위 상황적 특성 등으로 피고인의 요구를 회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체념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간음 당시 피해자에게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의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에 원심이 든 위와 같은 사정들을 통해 알 수 있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인적 관계,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피해자의 신체적인 장애와 경제적 형편, 양육할 자녀 등 복합적인 관계에 비추어 피해자로서는 지속적인 피고인의 범행으로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당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한바, 피고인이 이 사건 간음 당시 피해자에게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의 위력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고,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김재형
주심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