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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1. 7. 8. 선고 2021노244 판결
[강간[인정된죄명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강간)·예비적죄명심신미약자간음)·사기][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홍승현(기소), 손영배(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게이트 담당변호사 윤영선 외 1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1. 1. 29. 선고 2019고합183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강간)의 점]

피해자가 장애인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장애인임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6조 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간의 죄 또는 강제추행의 죄를 범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그러한 사람을 간음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2010. 4. 15. 제정된 당초의 성폭력처벌법 제6조 는 ‘신체적인 장애 등으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는 여자 내지 사람’을 객체로 하는 간음, 추행만을 처벌하였으나, 2011. 11. 17.자 개정 이후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여자 내지 사람’을 객체로 하는 강간, 강제추행 등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개정 취지는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 항거능력, 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데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고, 성폭력처벌법과 유사하게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행의 특칙을 두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 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장애 아동·청소년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는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라고 규정하면서, 그러한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내용을 종합하면, 성폭력처벌법 제6조 에서 규정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는데 그러한 모습과 정도가 성폭력처벌법 제6조 에서 정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되므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본 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도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이러한 신체적인 장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도4404, 2016전도49 판결 등 참조).

이에 비추어 볼 때 성폭력처벌법 제6조 에서 규정하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정신적 기능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 및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는 정신적 기능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성폭력처벌법 제6조 에서 규정한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하고 피고인도 범행 당시 이를 인식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원심법원의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의 지능은 74로 경계선에 해당되나 일상생활능력은 지적장애에 이르는 수준으로 지적기능과 일상생활 적응기능 사이에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피해자의 사회지수(SQ)는 60, 사회연령(SA)은 10세 10개월 수준으로, 실제 연령에 비해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크게 부족하여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복잡한 상황에서의 행동에는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되었다.

나) 피해자는 피고인을 고소한 직후인 2018. 7. 27. 종합심리검사를 받았는데, 위 검사에서는 피해자의 지능이 61로 ‘가벼운 정도의 정신지체’ 수준이고, 사회지수(SQ)는 51.65, 사회연령(SA)은 10.4세로 나타났다. 이에 대하여 원심법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감정을 촉탁받은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는 검사 당시 우울감·불안감 등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로 인하여 지능이 일시적으로 크게 저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무렵에는 감정 당시보다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다) 피해자는 일반 고등학교와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형마트에서 보안요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학업성취도 저하를 제외한 그 밖의 영역에서 학교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점, 피해자의 고등학교 교과성적은 최하위였고, 대학교는 정원미달로 입학한 점, 원심법원의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의 경우 일반고등학교 졸업 및 단순 아르바이트(경비 업무)가 가능했더라도 실제 직업, 사회 장면에서의 기능은 일반적인 또래에 비해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보고됨’이라고 판단된 점, 장애인 등록은 본인 및 보호자의 신청에 의해 그 절차가 개시되는데 피해자의 부모는 피해자가 장애인으로 낙인찍히는 것으로 두려워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등록된 장애인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장애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성폭력처벌법 제6조 에서 규정하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라) 피해자를 조사한 경찰관은 피해자에 대한 면담 및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며 지적능력이 일반인과 비교하여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4년 (학교명 생략) 1년 과정을 피해자와 함께 다녔고, 피해자와 잠시 교제하기도 하였다.

마)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락을 하지 않다가 2016. 5.경 인터넷에 피해자의 나체 동영상이 유포되어 있다며 피해자에게 갑자기 연락하여 2018. 4.경까지 피해자에게 아래와 같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요구를 하였고 피해자는 이에 순응하였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피해자의 사진 유포를 차단해 주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해커를 알고 있다며 돈을 주면 사진을 지울 수 있다고 하였고, 이를 빌미로 피해자와 ‘주말마다 만나고 못 만날 때에는 피고인에게 돈을 준다. 성관계를 거부하면 맞고, 피고인이 때리더라도 응한다’는 내용의 노예계약서를 작성하였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동영상이 없어질 때까지 노예계약을 계속해야 하고 계약이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고 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말만 믿고 실제 동영상이 게재되어 있다는 사이트 확인도 해보지 않았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해커가 팔찌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 팔찌로 피해자가 어디를 가는지 알 수 있으니 경찰서에 가지 말라고 협박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무서워 피고인의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지시를 모두 따랐고, 약 1년 동안 수시로 피고인에게 돈을 보냈으며,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 생리주기 등을 알려주었다.

④ 피고인은 2017. 11. 16.경 피해자에게 “야 너 주변에 너처럼 섹스 환장한 여자애 없냐?? 자위 많이 하고 남자가 대달라하면 그냥 벌려주는애”, “있으면 찾아봐”라고 하자 피해자는 “알겠어 꼭알아볼께”라고 답한 후 친하지 않던 대학 동기 몇 명에게 실제로 물어보았다. 또한 피고인은 2018. 2. 5.경에도 피해자에게 “그리고 나랑 너랑 여자애한명더 구해봐. 너랑 다른여자애가 내 자지랑 몸 애무할 여자애구해”라고 하자 피해자는 “응알겠어”라고 답한 후 친구 세 명에게 실제로 물어보기도 하였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하고 금원을 편취한 범행에 대하여는 인정하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피해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고, 피해자로부터 적지 않은 금원도 편취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정신적 장애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행동 등을 사실상 지배하고 통제하였다. 범행 경위와 수법, 내용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들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평생 지울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과 함께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큰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재희(재판장) 이용호 최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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