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노101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나. 업무상횡령
다. 의료법위반
피고인
1.가.나.다. A
2.가.다. B
3.다. 의료법인 C
항소인
피고인들
검사
이동원(기소), 김덕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D(피고인 A를 위하여)
담당변호사 E, F
변호사 G, H(피고인 A, 의료법인 C을 위하여)
법무법인 I(피고인 A, 의료법인 C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J, K
법무법인 L(피고인 A, 의료법인 C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M
변호사 N, O(피고인 B을 위하여)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19. 2. 21. 선고 2018고합377 판결
판결선고
2019. 10. 11.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1)
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위반 부분에 관하여
1) 법리오해
가) 의료법인은 그 임원이 비의료인이라 하더라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즉 피고인 의료법인 C(이하 '피고인 재단'이라 한다)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되었고, 그 설립에 무효라고 볼 정도의 하자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의료기관 개설 이후의 정황만으로 피고인 재단의 법인격이 형해화 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 재단 부설 P병원(이하 'P병원'이라 한다)은 피고인 재단이 의료법에 따라 정당하게 개설한 병원이다. 그러므로 설령 피고인 A, B이 공동 이사장으로서 피고인 재단 및 P병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과오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적법하게 설립된 피고인 재단이 P병원을 개설한 것을 두고 의료법이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라고 할 수 없다.
나) 이와 같이 피고인 재단은 의료법이 허용하는 바에 따라 의료기관인 P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 (가) 그런데 이를 두고 만일 피고인들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이 열거하고 있는 각 의료기관 개설 주체의 특성에 맞추어 요구되는 구체적인 위반 내역을 열거하지 않음에 따라 비롯된 것이므로 형벌 법규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나아가 비의료인 또한 적법하게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그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직업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되어 있음에도 피고인들을 의료법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그와 같은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다.2)
2) 사실오인
피고인 A, B은 피고인 재단을 설립함에 있어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고, P병원을 개설 · 운영함에 있어 필요한 이사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피고인 A, B은 피고인 재단 및 P병원의 재정 및 회계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혈액투석환자 유치비용, 세무처리를 하지 않은 의사 급여 등 그 반영이 곤란한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는 적법하게 처리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A, B이 개인적으로 얻은 부당한 수익은 전혀 없다. 피고인 A, B은 동업하여 피고인 재단 내지 P병원을 운영한 것이 아니어서 병원 운영 수익을 분배한 바 없고 피고인 재단의 기본재산도 온전히 유지되고 있으므로, 피고인 재단이 형해화 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달리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비의료인인 피고인 A, B이 동업의 형태 아래 적법한 보건 · 의료사업을 가장하기 위하여 의료법인이라는 형식만을 내세워 의료기관인 P병원을 개설 · 운영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부분에 관한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3)
피고인 A, B으로서는 의료법인인 피고인 재단이 의료기관인 P병원을 개설 · 운영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A, B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기망행위라 할 수 없고, 거기에 기망의 범의 또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P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이 의료인으로부터 정당한 치료를 받은 이상, 위 환자들이 P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 병원에 같은 금액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였을 것이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다.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피고인 A : 징역 3년, 피고인 B : 징역 2년 6월, 피고인 재단 : 벌금 1,000만 원)이 너무 무겁다.
2. 판단
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의한 의료법위반 부분 중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피고인 재단은 의료법인으로서 의료기관을 정당하게 개설할 수 있다는 주장 부분
가) 의료법 제33조 제2항 본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그 각 호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한편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헌법 제36조 제3항). 의료법도 제1조에서 "이 법은 국민의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위와 같은 취지를 선언하고 있는 한편, 제2조 제2항에서 의료인에게는 국민보건의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기여한다는 공익적인 사명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규정과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위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취지는 의료기관개설 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하여 그 이외의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3875 판결, 헌법재판소 2005. 3. 31. 선고 2001헌바87 결정 등).
나) 이와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인,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 등 같은 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신고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사람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도10322 판결 참조).
다) 이러한 법리는 의료사업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된 경우 등 의료법에 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비영리법인의 명의로 부설 의료기관을 개설신고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비영리법인을 의료법에 의하여 금지된 비의료인의 보건·의료사업을 하기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와 같이 형식적으로만 비영리법인의 보건 · 의료사업으로 가장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도14360 판결,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도10322 판결 등 참조).
라) 한편, 의료법에 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비영리법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되었을지언정 그것이 형식적으로만 비영리법인의 보건 · 의료사업으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는 위와 같은 법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개설 · 운영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에 대한 불법성이 확산되면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을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한 비영리법인 내지 의료법인의 명의를 악용하는 방식으로 도피하는 상황에 대응할 필요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유효하므로, 비영리법인이나 의료법인의 차이에 불구하고 비의료인의 비영리법인을 악용한 의료법위반의 경우나 의료법인을 악용한 의료법위반의 경우를 달리 볼 이유는 없다.
마) 나아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따른 의료법위반 행위는 형식적으로 그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시점에서 범행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비의료인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그 의료기관이 운영되는 한 계속되고 있다고 볼 것이므로(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1도636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0779 판결 등 참조), 설령 의료법인 및 그 부설 의료기관이 적법하게 설립 내지 개설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운영되는 동안 여전히 또는 비로소 비의료인에 의하여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이 주도적으로 처리된 경우라면 역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따른 의료법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 의료법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주장 부분
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어떠한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수범자가 그 의미내용을 알 수 있어 예측가능한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의 해석 · 집행 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이나 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바,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 목적이나 입법 취지, 입법 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 된다.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 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5도2866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있어,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는 같은 법 제33조 제2항에서 제한적 · 열거적으로 규정된 개설 주체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의료기관을 개설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그 주체에 해당하지 않는 비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됨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대하여는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적법한 신고 · 허가 없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는 물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입법 목적이나 입법 취지,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자격 없는 비의료인인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뿐 만이 아니라,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 · 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해석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으로서, 그것이 예측가능하지 않거나 자의적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다) 따라서 피고인 A, 피고인 재단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고인 A를 의료법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 부분
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의한 의료법위반 부분 중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원심판결문 제8 내지 11쪽)을 종합하여, 비의료인인 피고인 A, B이 적법한 보건·의료사업으로 가장하기 위하여 의료법인이라는 형식만을 내세워 의료기관인 P병원을 개설 · 운영하였다고 판단함으로써 피고인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항소심의 판단
원심 및 항소심이 조사 ·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A, B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음에도 동업의 의사 아래 형식적으로 의료법인인 피고인 재단을 설립하고 P병원을 개설한 다음, 공히 공동 이사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하면서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완전히 배제한 채 필요한 모든 자금을 조달하여 병원 운영에 필요한 시설 및 인력을 직접 갖춘 뒤, 재정 · 회계를 독점적 · 배타적으로 관리하며 그 운영성과를 사실상 지배하는 등 P병원을 주도적으로 운영 · 처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같은 취지의 위와 같은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형식적인 피고인 재단의 설립
(1) 피고인 재단 설립 당시 피고인 A는 건축업에, 피고인 B은 창고업에 종사하였기에 의료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관련성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B의 경우 장모 Q으로부터 생활비를 얻어 사용할 정도로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상태였다. 그런데도 피고인 B은 의료계 종사 경력이 있는 R의 도움만을 받아 의료법인을 설립하려 하였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 능력 부족으로 독자적인 의료법인 설립에 어려움이 있자 고등학교 친구인 피고인 A와 함께 의료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2) 피고인 재단은 2007. 4. 22. 발기인 총회를 열고 그 정관 승인 절차를 거쳐 주무관청으로부터 2007. 5. 15.자로 설립허가를 받았는데,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하였던 사람은 피고인 A 본인, 피고인 B의 매형인 S, 피고인 B의 어머니인 T, 피고인 A의 외숙모인 U, 피고인 B의 장모인 Q, 피고인 A의 처제인 V 등으로 피고인 A를 제외하고는 피고인 A, B의 친 · 인척들로서, 피고인 A를 제외한 발기인들은 사실상 피고인 A, B에게 발기인으로서의 명의만을 빌려주었을 뿐, 당시 발기인 총회 회의록 기재 내용과 같은 회의가 개최되었거나 그 내용과 같은 안건이 처리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피고인 재단 발기인 총회 회의록 및 정관은 형식적으로 작성되었다.
(3) 재단법인 설립자는 일정한 재산을 출연한 다음 법인의 목적, 명칭, 사무소 소재지, 자산에 관한 규정, 이사의 임면에 관한 규정을 기재한 정관을 작성하여 기명 · 날인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 재단에 재산을 출연하고 그 재단을 설립하였다는 피고인 B은 피고인 재단의 정관에 기명 · 날인을 하지 않았다.
(4) 이와 같이 피고인 재단은 피고인 A, B이 실질적으로 설립하는 것임에도, 그 설립허가신청에 필요한 발기인 명단 발기인 총회 회의록을 첨부한 설립 취지서, 정관 등을 형식적으로 갖추었을 뿐이다.
나) 피고인 재단과 분리된 피고인 A, B의 독자적인 의사결정구조
(1) 재단법인은 민법의 규정에 따라 그 사무집행을 위한 필요기관으로서 이사를 두거나 정관의 규정에 따라 이사들로 구성된 회의체인 이사회를 둘 수 있는데, 피고인 재단은 정관에서 이사회를 두도록 규정한 다음, 이사회의 의장인 이사장이 피고인 재단의 업무를 대표 · 총괄하고, 이사회가 피고인 재단의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법인 업무의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에 관한 사항, 사업실적과 수지결산의 확정에 관한 사항, 기본 재산의 취득과 처분 및 그 유지관리에 관한 사항, 임원의 선임과 해임에 관한 사항, 정관의 변경에 관한 사항, 법인의 해산에 관한 사항, 법인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제규정의 제정과 그 개폐에 관한 사항, 관계법령 및 정관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사항, 기타 이사장 또는 재적이사 3분의 1 이상의 이사회 의결로서 결정하고자 제안하는 사항 등을 심의 의결하도록 하였다.
(2) 피고인 A, B은 피고인 재단 설립 시인 2007. 5.경부터 서로 결별한 2016. 11.경까지 계속하여 피고인 재단 내부에서 공동 이사장으로서 재단 및 P병원 업무를 최종적으로 처리하였다. 그런데 피고인 B은 2005. 1. 11.경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도주차량)죄 등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고 그 무렵 확정된 상태였기에 피고인 재단이 설립된 2007. 5.경 당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로서 그 당시 주무관청이 의료법인 설립과 관련하여 실무상 적용하던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지침'의 임원에 관한 사항' 및 피고인 재단의 정관 제14조 제4호가 정하는 임원 결격 대상자에 해당하였다. 그러함에도 피고인 B은 이와 같은 임원 결격 규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재산 출연자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와 달리 발기인으로 참여하지 않고서는 피고인 재단 설립 이후 실질적으로 피고인 재단의 공동 이사장 직책을 수행하며 P병원 운영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였다.
(3) 피고인 재단 설립 당시 이사회는 정관의 부칙 규정에 따라 발기인 총회와 동일한데, 그때부터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될 무렵인 2017. 1.경까지의 이사회 구성 및 변동사항을 보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S, T, Q, U이 피고인 A, B의 친 · 인척들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W은 피고인 B의 누나, X은 피고인 A의 매제, Y는 피고인 A의 처제로서 2016. 12. 2. 이후 이사로 선임된 Z을 제외한 피고인 재단의 이사는 모두 피고인 A, B의 친 · 인척들이다.
(4) 그런데 피고인 재단은 설립 당시부터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될 무렵까지 법인 업무와 관련한 이사회를 전혀 또는 초창기 1~2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개최한 바 없었기에 피고인 재단의 의사결정은 공동 이사장의 직책을 수행하는 피고인 A, B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이사회 개최 여부와 관련하여 이사이던 S, Q은 물론, 피고인 A, B을 밀접 보좌하며 행정이사로 불리던 R, 피고인 A, B 모두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재단의 이사회가 개최된 적이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역시 이사이던 U 역시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A 외의 병원사람들을 전혀 모르고 2017년경 이사에서 제외된 이유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특히 이사로서 총무과장의 업무를 수행한 S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2011년 내지 2012년경부터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임의로 이사회 회의록을 허위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 A의 동생으로서 2007. 5.경 피고인 재단 설립 당시부터 P병원에서 근무한 AA은 경찰에서 'B 이사장님이 있을 동안은 제가 병원에서 실무적인 일을 한 사실이 없어 이사진이 있다는 사실을 금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사를 받으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피고인 A, B이 의료법인을 설립한 것만 알고 있지 이사나 감사가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피고인들은 이사들이 이사회에 실제 참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사들에게 안건을 미리 설명을 하고, 이사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날인을 받았으므로, 이사회 회의록은 모두 진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원심 증인 AA의 진술은 오빠인 피고인 A와의 관계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렵고, 위 주장 자체를 보더라도 이는 이사회 개최 여부와 관련한 피고인 A, B 및 관련자들의 위 각 진술과 배치되는 것으로서(피고인 A, B 및 관련자들의 위 각 진술은 모두 일치하고 있어 굳이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피고인들의 죄책을 축소 · 은폐하려는 의도로 보일 뿐이다.
(6) 이와 같이 피고인 재단은 법인으로서 정관에 따른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의 의결 내용에 따라 이사회의 의장인 이사장이 재단을 대표하여 업무를 집행하여야 함에도, 설립 당시부터 임원 결격자인 피고인 B이 피고인 A와 함께 재산을 출연한 사람으로서 공동 이사장의 직책을 갖고 피고인 재단의 의사결정기관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재단 및 P병원을 운영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피고인 A, B의 친 · 인척들로 구성된 피고인 재단의 이사회는 최고 의결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 채 단지 허위로 작성된 이사회 회의록을 통하여 마치 재단이 이사회의 의견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한 외관만을 작출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인 A, B과 피고인 재단의 빈번한 거래 및 불투명한 회계처리
(1) 피고인 A, B은 피고인 재단 설립 및 P병원 개설 당시 필요한 자금 뿐만 아니라 이후 운영 과정에서 추가로 필요한 자금 또한 주도적으로 조달하며 P병원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 · 관리에 최종 결재권자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A, B은 P병원 운영자금을 조달함에 있어 그 금전을 차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 일단 자신들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은 다음 이를 다시 피고인 재단 명의의 계좌로 송금함으로써 운영자금 조달이 자신들과 재단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형태를 취하였다(당연히 그와 같은 자금조달 과정에서 피고인 재단 이사회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친 바도 전혀 없다).
(2) 피고인 A의 경우 피고인 재단 명의의 계좌로 여러 차례 금원을 입금시킨 바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반대로 피고인 A 역시 피고인 재단 명의의 계좌로부터 2009년 8회에 걸쳐 합계 2억 4,220만 원, 2010년 7회에 걸쳐 합계 1억 1,800만 원, 2011년 5회에 걸쳐 합계 1억 원, 2012년 6회에 걸쳐 합계 2억 3,500만 원, 2013년 3회에 걸쳐 합계 1억 5,000만 원, 2014년 1회 3,000만 원, 2016년 1회 1,600만 원 총 8억 9,120만 원을 피고인 A 내지 아내 AB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았다(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A는 피고인 재단에 투입한 금원이 총 2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 1.경 피고인 재단을 상대로 '의료기관 현황 및 조사'를 할 당시 피고인 A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해명자료로 제출한 2017. 1. 10.자 피고인 재단 차입금 관련 내역을 보면, 피고인 재단이 2016. 5. 4.을 마지막으로 차입한 금원까지 그 내역에 기재된 차입금 전부를 피고인 A로부터 차입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그 합계액은 16억 9,000만 원이고, 그 중 상환된 금액의 합계액은 2억 3,300만 원인데, 이러한 내역은 위 계좌 거래 내역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3)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피고인 재단을 상대로 '의료기관 현황 및 조사'를 하고 작성한 2017. 1. 13.자 결과서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 A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P병원 진료비 지급 통장을 통하여 거래한 입 · 출금 현황은 아래와 같이 매우 많은 금액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 5년간 회수되지 않은 가지급금이 대략 44억 2,370만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피고인 A도 당시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4) 한편 피고인 재단 명의의 계좌 중 하나인 농협계좌(AC)에 의하면 피고인 A가 2011. 1. 3.부터 2016. 12. 27.까지 총 124회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한 금원이 총 1,107,983,180원에 이르고 있는데, 피고인 재단 명의의 계좌는 전적으로 피고인 A만이 관리하였고, 그 계좌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도 피고인 A 및 그 지시를 받는 동생 AA뿐이었으므로, 그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고 그 인출된 현금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피고인 A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A는 그와 같이 인출된 현금을 P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혈액투석환자들에 대한 유치비용으로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 유치비용 지출을 중단한 2013년에도 82,730,650원, 2014년에도 129,000,000원이 각 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인출된 금액 전부가 혈액투석환자들에 대한 유치비용으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만한 자료도 없다.
(5) 피고인들은 P병원을 운영하는 동안 계속하여 손실을 보았기에 피고인 A, B이 P병원 운영 수익을 가져갈 여지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그로 인하여 피고인 A, B이 계속하여 피고인 재단에 많은 자금을 조달해야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재단의 회계처리 및 세무신고 업무를 대행한 세무사 사무실 직원 AD의 항소심 증언에 의하면 회계처리를 함에 있어 피고인 재단에 남아 있어야 할 현금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이를 재단 대표자인 피고인 A에 대한 가지급금으로 처리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P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혈액투석환자들에 대한 유치비용 및 세무처리를 하지 않은 P병원 의사들에 대한 급여를 증빙 없이 지출한 관계로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피고인 재단에 자금이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면 위 AD의 증언과 같이 그 금액에 대하여는 피고인 A에 대한 가지급금으로 회계처리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피고인 재단의 2010년도 내지 2015년도 재무제표 및 손익계산서에 의하면 피고인 재단의 단기대여금(가지급금)은 2010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2012년도를 제외하고 매년 증가하여 2015년도에는 2010년도 5억 8,800만 원의 2배가 넘는 12억 7,000만 원까지 증가하였고, 이와 함께 그와 같은 가지급금 처리를 하고서도 피고인 재단의 수익 또한 매년 발생하여 94,069,989원이던 2010년도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2015년도에는 652,982,484원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 재단은 피고인들 주장과 같이 매년 손실이 발생하여 피고인 A, B이 계속하여 피고인 재단에 자금을 조달하여야 하였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이와 관련하여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해서 수익을 내고 이를 분배하여 가져갔다면 이는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나, 그와 반대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하더라도 얼마든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익 발생 여부'가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인지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 요소로 볼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P병원 운영과 관련하여 피고인 재단에 매년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위와 같은 판단은 피고인 재단이 P병원을 운영하는 동안 손실만을 보았기에 분배하여 가져갈 수익이 없었다는 피고인 A, B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어차피 의료법인은 수익이 발생해도 그것을 적법하게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6) 피고인 재단의 회계처리 및 세무신고 업무를 대행한 위 AD는 항소심 법정에서 '세무사 사무실에서 피고인 재단의 회계처리 및 세무신고 업무를 대행함에 있어 피고인 재단의 지출 항목 및 지출 금액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A의 처제인 V는 피고인 A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 재단 설립 당시부터 피고인 재단의 감사로 선임된 이후 그때부터 2016년 말에 이르기까지 감사로서의 업무를 전혀 수행한바 없었으며, 단지 피고인 A가 작성한 1장짜리 감사보고서에 형식적으로 날인하였을 뿐이다. 결국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재단의 운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형식상으로만 존재하는 이사회의 심의와 의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던 피고인 A, B으로서는 재무 및 회계와 관련하여서도 감사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회계처리 및 세무신고를 하였을 뿐이어서 사실상 피고인 재단을 전횡하더라도 이를 감시하거나 통제할 아무런 장치를 갖고 있지 않았던 셈이다.
(7) 이와 같이 피고인 A, B은 피고인 재단의 공동 이사장 직책을 수행함에 있어 피고인 재단과 사이에 많은 금액을 빈번하게 거래함으로써 피고인 A, B과 피고인 재단 사이의 금전대차관계를 부정확하고 불투명한 상태에 놓이게 하였음은 물론, 피고인 A만이 피고인 재단의 재정 및 계좌를 전적으로 관리하고, 그에 대한 형식적인 감사로 인하여 결국 피고인 재단으로서는 피고인 A, B이 법인의 재무 및 회계를 전횡하더라도 막을 수 없는 무방비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피고인 A, B도 피고인 재단의 재정 및 회계가 이러한 불투명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로 인한 불신이 상호간에 생김에 따라 결국 2016. 11.경 결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B 역시 법정에서 피고인 A와 결별하게 된 원인을 불신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라) 피고인 A, B에 의한 피고인 재단 자금에 대한 지속적 횡령 행위
(1) 피고인 B은 피고인 재단 설립 당시 임원 결격 대상자였고 이후에도 정관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임원으로 선출된 바 없었음에도 계속하여 임의로 이사장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하며 이사회 의결 등과 같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피고인 A와 함께 보수 내지 급여 명목으로 매월 500만 원 내외의 금원을 수령하였다.
(2) 형식상 선출된 Q 등 일부 이사 및 감사 V에게 보수 내지 급여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한 것처럼 처리한 다음 빼돌렸다.
(3) AE, AF, AB, AG 등을 직원으로 허위 채용한 다음 그에 상응하는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처리한 다음 빼돌렸다.
(4) 실제 직원이던 S, AA, AH 등에 대하여 급여로 과다 지급한 다음 그 중 일부를 되돌려 받았다(2013년도 및 2014년도의 경우 각 55,200,000원을 되돌려 받았다).
(5) 피고인 재단 명의의 법인카드 약 10장을 피고인 A, B 등 공동 이사장, 주요 간부, 의사 등으로 하여금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게 한 후 그 사용대금을 피고인 재단자금으로 결제한 다음, 사용자들로부터 결제대금의 95%를 되돌려 받았다(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재단의 2016년도 수입 · 지출 내역이 담긴 현금출납부상 법인카드 결제대금 합계가 211,992,077원인바, 위 결제대금 모두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된 것인지 불분명하더라도, 되돌려 받은 결제대금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6) 피고인 A의 경우 2017. 1.경을 전후하여 P병원에 혈액투석기 20대를 허위로 구입하고 판매자로부터 그 구입대금의 대부분인 2억 6,000만 원을 되돌려 받았다.
(7) 이와 같이 피고인 A, B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재단의 자금을 불투명하게 관리한 것을 비롯하여 더 나아가 피고인 재단 및 P병원의 운영을 전횡할 수 있는 상황을 악용하여 지속적으로 피고인 재단의 자금을 횡령하였다. 그와 같이 조성한 자금 중 일부를 혈액투석환자에 대한 유치비용 내지 세무처리를 하지 않은 P병원 의사급여로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지속적 횡령 행위는 피고인 A, B이 피고인 재단 및 P병원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않았으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마) 피고인 A, B의 동업 여부
(1) 피고인 B은 검찰에서 피고인 A와 동업하여 P병원을 운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그 과정에서 함께 P병원 개설에 관여한 R이 재산을 출연하지 않은 것은 동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피고인 A의 처제이자 피고인 재단의 감사이던 V 역시 경찰에서 피고인 A가 피고인 B과 동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피고인 재단 설립 및 P병원 개설 시 함께 참여하였던 행정이사 R도 항소심 법정에서 피고인 A, B이 동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A로서도 단지 기본재산의 일부를 출연한 것에 불과할 뿐 피고인 재단에서 공식적으로 아무런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피고인 B과 사이에서 동업관계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피고인 B에 대하여 공동 이사장으로서의 직책을 부여한 다음 함께 의사결정을 하고 함께 필요 자금을 조달하였을 리 만무해 보인다.
(2) 나아가 피고인 A는 피고인 B과의 갈등으로 2016. 11.경 결별하기로 함에 있어 피고인 B이 피고인 재단 설립 및 P병원 개설 · 운영에 투입한 금원을 4억 원으로 정산한 다음 피고인 B에게 개인적으로 그 4억 원을 지급하였고, 이에 더하여 1억 원의 기여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하였다. 피고인 재단의 정관에 의하면 재단의 잔여 재산은 해산 시 설립 목적이 유사한 비영리법인에 기증하거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만일 피고인 B이 피고인 A와 동업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피고인 B으로서는 의료법인에 출연한 재산은 반환받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 재단을 나오면서 이를 회수한 것이 되는바, 그와 같은 정산절차를 쉽사리 수긍할 수 없다. 더욱이 피고인 A, B이 동업관계에 있지 않고 서로가 순순히 의료법인 운영자의 지위에 있었을 따름이라면 피고인 A로서도 아무런 의무 없이 개인적으로 피고인 B에게 4억 원이나 되는 그 투입 금원을 지급하고 거기에 기여금으로 1억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어서 이 또한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 A가 항소심 법정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피고인 B에게 그와 같은 금원을 지급한 것은 피고인 A의 피고인 재단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가였다는 것이고, 실제 피고인 B에게 그와 같은 금원을 지급한 후 피고인 B을 피고인 재단에서 배제시킨 다음 곧바로 자신의 가족을 허위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더욱 지배력을 강화시켰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재단 및 P병원은 피고인 B이 배제되기 전까지는 동업관계로서 피고인 A, B에 의하여 공동으로 지배되다가 배제된 이후부터는 동업관계가 해소됨에 따라 피고인 A 단독으로 지배되는 구조로 변경된 것으로 보일 따름이다.
(3) 이와 같이 피고인 A, B이 P병원 운영과 관련하여 동업관계에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바) 피고인 재단의 기본재산 잠식 필요성 여부
피고인들은 피고인 재단에 출연된 기본재산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내세우며 재단이 형해화 되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P병원은 피고인 재단이 개설 · 운영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피고인 A, B이 개설 · 운영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물론 피고인들 주장과 같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법인의 기본재산까지 잠식되어 형해화 되었음이 인정된다면 이 역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이 잠식되지 않은 사정이 있다고 하여 이에 터 잡아 곧바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즉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내지 비영리법인을 통하여 금지되는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의료법인 내지 비영리법인을 통한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이 형식적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한 것과 다름없는 경우인데, 그 경우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 ·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료기관을 구성하는 시설 및 인력을 반드시 갖추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 재단의 기본재산은 거의 대부분 P병원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피고인 A, B이 P병원을 개설 · 운영하려는 이상 그 P병원 시설이 기본재산으로 되어 있는지를 불문하고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정 아래 피고인 재단에 출연된 기본재산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내세우며 법인이 형해화 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를 전제로 P병원은 피고인 A, B이 아닌 피고인 재단이 개설 · 운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 사건에 있어 금지된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평가하기 위한 결정적 요소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원심도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 재단의 형해화를 금지된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평가하기 위한 결정적 요소로 삼았다고 볼 만한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고, 항소심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에 관한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1) 위 가.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비의료인인 피고인 A, B의 P병원 개설이 의료법 위반으로 인정되는 이상,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은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P병원이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등의 지급을 청구한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등의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비용 등을 지급받을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설령 그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의료인이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들에게 요양급여 등을 제공하게 하였다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피고인 A, B의 기망행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독자적인 견해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2) 그 판시와 같은 법리 아래 위와 같은 취지로 피고인 A, B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어떠한 잘못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3) 따라서 피고인 A, B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1)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이다. 그런데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하에서 존중되는 제1심의 양형에 관한 고유한 영역과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을 감안하면,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함이 상당하다. 그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1심의 양형판단을 존중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양형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에게 위와 같은 형을 선고하였는데, 피고인들이 항소이유로 들고 있는 사정 중 ① 피고인 A가 실제 취득한 이득액은 편취금액에 비해 크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P병원에서의 진료는 의료인들에 의하여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② 피고인 B이 실제 취득한 이득액은 편취금액에 비해 크지 않는 점,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은 모두 원심판결에서 그 양형을 정하면서 고려한 정상이고, 그 외 항소심에서 새롭게 참작하여야 할 양형조건의 변동은 없다.
이와 같은 양형조건들에다가 원심이 피고인 A, B에 대하여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상 권고형 범위의 하한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양형판단은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양형을 존중함이 타당하다.
3)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준명
판사 류재훈
판사 신동준
주석
1) 피고인들은 변호인을 각자 선임하여 항소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그 취지는 거의 동일하므로 항소이유를 함께 정리한다.
2) 이 부분 항소이유는 피고인 A, 피고인 재단만이 주장하였다.
3) 이 부분 항소이유는 피고인 A, B에게만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