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시료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혼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 그 시료에 대한 검사결과의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그 검사결과를 전제로 한 수질환경보전법상 초과배출부과금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하여 이를 취소한 사례
판결요지
시료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혼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 그 시료에 대한 검사결과의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그 검사결과를 전제로 한 수질환경보전법상 초과배출부과금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하여 이를 취소한 사례.
참조조문
수질환경보전법 제7조 , 제8조 , 제19조
원고
동양제철화학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섭)
피고
인천광역시 남구청장
변론종결
2004. 1. 8.
주문
1. 피고가 2003. 5. 15. 원고에 대하여 한 5,080,503,040원의 초과배출부과금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소다회 및 인산 등 각종 화학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서, 피고로부터 폐수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아 인천광역시 남구 학익동 595 외 1필지 위에 폐수처리장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나. 인천광역시 남구청 환경위생과 환경지도팀 소속 공무원 이교익과 김혜숙은 2003. 4. 18. 비가 내리자 원고 회사의 폐수배출시설 및 주변 지역에 대하여 순찰을 하는 한편, 같은 날 15:00경 원고 회사 폐수처리장의 최종 방류구를 통해서 배출되는 방류수의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원고 회사를 방문하였다. 이교익이 원고 회사의 대기환경관리인 김영웅의 안내를 받아 폐수처리장의 최종 방류구에 도착하자, 원고 회사 환경안전팀 폐수처리장 근무자인 하대호가 준비하고 있던 빈 인산통을 잘라 만든 흰색 플라스틱 용기(이하 '인산 폐말통'이라 한다)를 사용하여 이를 방류수로 씻지 않은 채 검사에 필요한 방류수(이하 '이 사건 시료'라 한다)를 떠 이교익이 준비한 플라스틱 무균채수병에 담아 주었다.
한편, 이교익은 당시 수소이온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현장에 설치되어 있는 수질오염물질자동측정장치(Tele Metering System, 이하 'TMS'라 한다)에 의하면 최종 방류수의 당시 수소이온농도는 pH 7.3이었으며, 순찰 결과 폐수 무단방류나 주변 학익천의 오염 등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다. 이교익은 시료채취 직후 인천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이하 '보건환경연구원'이라 한다)에 수질 오염도 검사를 의뢰하였는데(검사의뢰 접수시간 2003. 4. 18. 16:40), 같은 해 4. 24.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결과 배출허용기준(8㎖/ℓ)을 초과하는 689.04㎎/ℓ의 총인이 검출되자(이 당시 수소이온농도는 검사하지 않았다), 원고 회사에 대하여 총인의 수질배출허용기준 초과를 이유로 개선명령 및 배출부과금을 부과할 것을 예정하고 그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하였다.
라. 이에 대하여 원고는 검사 결과 총인이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전체 방류수가 총인으로 오염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시료채취 과정에서 인산으로 오염된 통을 사용함으로써 시료가 오염되었기 때문이며,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시료를 사건 해결시까지 보관해 줄 것과 이 사건 시료에 대한 수소이온 농도 검사결과 및 인천광역시 환경자동감시정보센터의 TMS로 측정한 검사 당일의 방류수 수소이온농도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여 알려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을 제출하였다.
마. 피고는 원고가 제출한 의견을 검토한 후 같은 해 4. 26. 이 사건 시료는 수질오염공정시험방법(2000. 1. 5. 환경부 고시 제99-208호)에 의하여 채수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에게 폐수배출시설 및 방지시설에 대한 개선명령을 하는 한편 초과배출부과금이 부과될 것임을 통지하였다.
바. 원고는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이 사건 시료의 수소이온 농도가 pH 1.9라는 검사결과(2003. 4. 26.자 의뢰에 따라 실시한 것, 갑6호증의 2)를 통보받은 후 같은 해 4. 29. 검사 당일 TMS에 의하여 확인한 수소이온농도(pH 7.3)와의 차이를 근거로 재검사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03. 4. 18.자로 채취한 것과 동일한 시료를 채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같은 해 5. 15. 원고에 대하여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허용기준을 넘는 수질오염물질(총인)을 배출하였다는 이유로 수질환경보전법 제19조 를 적용하여 5,080,503,040원의 초과배출부과금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사. 한편, 위 이교익 등은 같은 해 4. 25. 이 사건 폐수처리시설 일대에 대하여 민·관합동으로 환경순찰을 하고 학익천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오염검사를 의뢰하였으나 환경오염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며, 그 무렵 원고 회사에 대한 출장조사에서도 특별한 위반행위는 발견하지 못하였고 다만 이 사건 시료 채취 당시 인산제조공정에서 폐수처리장으로 인이 유출되어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출장복명서를 작성·보고하였다. 또한, 피고는 같은 해 4. 30. 원고 회사의 인산제조시설에 대한 현장조사시 인산제조시설의 폐수배수로, 공정냉각수, 폐수집수조 등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하여 수질오염검사를 실시한 결과 폐수배수로에서 71.6㎎/ℓ, 공정냉각수에서 1.06㎎/ℓ, 폐수집수조에서 62.60㎎/ℓ정도(을25호증의 6, 7, 8)의 총인만이 검출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시료의 채취 전 1년여간 실시한 자체조사 및 보건환경연구원 등의 검사 결과 총인의 검출량은 0.008 내지 0.09㎎/ℓ에 불과하였고, 이 사건 시료 채취일을 전후하여 원고 회사 폐수처리시설 주변에서 오염된 폐수배출로 인하여 환경피해신고가 접수되거나 민원이 제기된 바는 없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7, 9 내지 12, 19 내지 21, 을1 내지 6, 8 내지 11, 17 내지 19, 24, 25(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하대호, 김영웅, 이교익의 각 증언, 변론의 전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가) 이교익은 이 사건 시료를 준비해 간 채취용기를 사용하여 직접 채취하지 않고 원고 회사 직원인 하대호로 하여금 인산 폐말통으로 채수하여 채취용기에 담도록 하였을 뿐 아니라, 위 인산 폐말통은 하대호가 시료 채취 전날 원고 회사에서 쓰고 버리는 빈 인산통을 잘라 만든 후 전혀 씻지 않은 것인데 시료 채수 당시에도 수질오염공정시험방법에 규정된 대로 3회 이상 위 인산 폐말통을 시료로 씻지 않고 사용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시료 채취방법에는 수질환경보전법 제7조 에 근거한 환경부 고시인 수질오염공정시험방법을 준수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처분은 실제 배출되는 방류수와 다른 '인산으로 오염된 시료'에 대한 검사결과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위법하다.
(나) 이 사건 시료에 대한 보건환경연구원의 수소이온농도검사결과(pH 1.9)와 TMS에 의하여 확인한 시료 채취 당시 방류수의 수소이온농도(pH 7.3)의 차이, 원고 회사 폐수처리장의 총 폐수처리용량(170,000㎥) 및 1일 폐수방류량(17,520㎥)과 원고 회사의 1일 인산 생산량(57.8t) 등을 고려하면 실제 방류수의 총인농도가 689.04㎎/ℓ에 이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점,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러한 농도의 폐수가 방류되었다면 주변 배수로 전체가 훼손되고 원고 회사 주변 해양생태계의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인데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은 점 및 이 사건 수질오염검사를 전후하여 원고 회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검사와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실시한 검사결과(2003. 1. 13.자, 같은 해 4. 10.자) 총인농도가 0.008에서 0.09㎎/ℓ에 불과하였던 점 등을 모두 종합하면, 이 사건 시료는 채취과정에서 오염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방류수의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시료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시료에 대한 검사결과를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이 사건 시료는 수질오염공정시험방법에 맞게 채수되었고, 가사 채수방법이 수질오염공정시험방법에 위반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원고 회사 인산제조시설에서 인산이 폐수배출시설로 유입되어 방류수가 오염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 단
수질환경보전법 제7조 에 따라 수질오염물질 측정의 정확과 통일을 기하기 위하여 환경부장관이 고시한 위 수질오염공정시험방법(제3항 시료의 채취 및 보존방법 1. 시료의 채취방법 1.2 시료채취시의 유의사항)에 의하면, 시료는 목적시료의 성질을 대표할 수 있는 위치에서 시료채취용기 또는 채수기를 사용하여 채취하여야 하며, 채취용기는 시료를 채우기 전에 시료로 3회 이상 씻은 다음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시료채취과정에서 채취용기에 이물질이 묻어 있다가 시료에 혼입되는 경우 시료가 실제 방류되는 것과 달라지게 되어 위 시료에 대한 검사결과를 검사대상 폐수처리시설에서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시료채취 단계에서 이물질의 혼입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므로, 폐수처리시설에서 채취용기로 직접 시료를 채취하지 않고 채수기로 떠서 채취용기에 담는 경우에는 채수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이물질을 제거한 후에 시료채취에 사용하여야만 표본인 시료가 당해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방류수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시료는 그 채취과정에서 이물질이 혼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위 시료에 대하여 한 검사결과는 이 사건 폐수처리시설에서 배출되는 방류수의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삼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 특히, 이 사건 시료의 수소이온농도와 검사 당일 TMS에 의하여 측정한 수소이온농도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나는 점, 이 사건 폐수처리시설의 총 저수량 내지 1일 처리량과 원고 회사의 1일 인산 생산량을 감안할 때 이 사건 시료를 채취한 방류수 전체가 원고 공장에서 인산이 유출됨으로써 위 검사 결과에 나타난 정도로 총인에 오염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및 이 사건 시료 채취 후 실시한 출장조사 결과 폐수배출시설 주변에서 총인에 의한 오염현상을 발견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료채취 당시를 전후하여 환경피해 신고나 민원제기 등이 없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시료에 대한 검사결과는 그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피고는 원고 회사 직원이 시료를 떠 주는 것은 관행임에도 원고 회사가 이제와서 그 채취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실험결과의 정확성을 담보하여야 할 책임은 처분청인 피고에게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