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정신지체 3급 장애인으로 정신박약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피고인이 흉기를 휴대하고 피해자를 강제추행하여 상해를 입혔다고 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상해)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소년형사범인 피고인에 대하여 감정을 실시하지 아니한 채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10조 제1항 , 제2항 , 제298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2항 , 제8조 제1항 , 소년법 제1조 , 제58조 제1항 , 제2항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권순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전체지능이 45점 수준이었고 피고인에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칼과 마스크를 준비하여 자신이 다녔던 중학교의 여자화장실 안에 들어가 범행대상자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자신이 피해자의 수업을 받은 적이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체벌을 당한 적도 있음을 기억하고 있었던 점, 피해자의 구호요청 소리를 들은 경비원이 다가오자 피고인이 칼과 마스크를 버리고 도망간 점, 이전에 피고인이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적이 없는 점 등 범행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이후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성격적 결함이 매우 심각하여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초등학교 재학 당시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경제적 이유로 7개월간 어머니와 떨어져 큰아버지와 함께 지낼 무렵 큰아버지로부터 줄에 묶인 채 맞으면서 기절하는 등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사실, 피고인은 중학교 1학년 무렵부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산만하였으며 충동적이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 2008. 4. 7.부터 2008. 9. 19.까지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 그 당시 피고인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의 기재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은 만 14세였음에도 가게에서 물품대금을 계산하지 못하고 하루가 몇 시간인지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초적 상식조차 습득되어 있지 않았으며 언어적 이해력과 표현력 등이 상당히 빈약한 상태로서 사회지수 65에 사회연령은 9세 9개월 가량에 불과하였고 전체지능 45점의 정신지체 수준으로 평가된 사실, 그 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정신박약을 비롯한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의 진단을 받아 정신지체 3급의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실, 피고인은 중학교부터 지체장애인들로 구성된 특수반에 편성된 사실, 피고인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지하철 안에서 어떤 남자가 마스크를 쓰고 여자를 위협하여 강제추행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 보고 싶은 충동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 원심 및 제1심은 심신장애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별도의 정신감정 없이 재판을 진행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피고인에 대한 제1·2회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에 의하면, 경찰 제1회 피의자신문 당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목적으로 칼과 청테이프 및 마스크를 구입하였다면서 그 구입장소·시기·가격까지 자세히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반면에 제2회 피의자신문 당시 피고인은 그 진술을 번복하여 칼 등의 구입장소 등에 대하여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피고인이 칼을 샀다고 지목한 장소 여러 곳을 확인하였으나 동일한 칼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경찰 수사보고서의 기재내용과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하였다는 청테이프가 발견되지 않은 사정 및 피고인의 지능수준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위하여 미리 칼을 준비하는 등 치밀한 계획하에 행동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장소로 피고인이 졸업한 중학교를 선택하였고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설치·가동 중인 학교정문을 통하여 출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중학교 재학시절 선생님이었으며, 피해자를 폭행한 동기가 이 사건 흉기휴대 강제추행의 범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 피해자로부터 심하게 맞은 기억 때문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이 정상인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아울러 참작해 보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정신박약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해진 상태에서 저질러졌다고 볼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소년인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감정을 실시하여 그 결과까지 종합해 본 다음 과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한 것은 소년형사범의 심리 및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