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연예인인 갑이 영화감독인 을과 영화 출연 계약을 체결하고 영화 촬영을 하던 중 을의 설득으로 가슴 전면 노출 장면을 촬영하였는데, 촬영 후 갑이 위 장면에 대한 삭제를 요청하여 위 장면이 삭제된 영화가 극장에 상영되었으나, 1년 후 갑의 가슴 노출 장면을 포함한 위 영화의 무삭제판이 반포되자, 갑이 을을 상대로 인격권(초상권) 등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은 갑의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갑의 가슴 노출 장면이 포함된 위 영화의 무삭제판을 반포함으로써 갑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로 인하여 갑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연예인인 갑이 영화감독인 을과 영화 출연 계약을 체결하고 영화 촬영을 하던 중 을의 설득으로 갑이 가슴 전면 노출 장면을 촬영하였는데, 촬영 후 갑이 위 장면에 대한 삭제를 요청하여 위 장면이 삭제된 영화가 극장에 상영되었으나, 1년 후 갑의 가슴 노출 장면을 포함한 위 영화의 무삭제판이 반포되자, 갑이 을을 상대로 인격권(초상권) 등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갑이 가슴 노출 장면 촬영 당시 촬영 결과물에 대한 반포 등 사용까지 동의하거나 허락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가슴 노출 장면 사용 여부에 관하여는 갑과 을이 촬영을 마친 후 편집 단계에서 다시 협의할 것을 예정하고 일단 촬영에 응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갑의 가슴 노출 장면이 촬영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을에게 갑의 가슴 노출 장면을 포함한 영화 무삭제판의 반포 권한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바, 을은 갑의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갑의 가슴 노출 장면이 포함된 위 영화의 무삭제판을 반포함으로써 갑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로 인하여 갑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반소피고)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은의)
피고(반소원고)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더펌 담당변호사 정철승 외 1인)
2020. 7. 22.
주문
1.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6. 1.부터 2020. 9. 23.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 및 피고(반소원고)의 반소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통틀어 30%는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1. 본소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는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에게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6. 1.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반소
원고는 피고에게 158,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4. 11.부터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본소, 반소를 함께 본다.
1. 기초 사실
가. 연예인인 원고는 2012. 4. 17. 영화감독인 피고와 사이에 ‘(영화명 생략)’이라는 영화(이하 ‘이 사건 영화’라 한다)의 ‘(배역명 생략)’ 배역으로 출연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5조 을(원고, 이하 같다)의 의무 |
을은 갑(피고, 이하 같다)에 대하여 본건 영화의 제작 일정, 예산, 방식에 따라 한국영화계에서 배우가 관례적으로 제공하는 모든 용역을 성실히 제공해야 하며 세부내용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
(1) 촬영준비기간 |
을은 작품분석, 작품협의, 각종 리허설(리딩), 워크숍 참여 등 사전 제작과 관련한 용역을 갑과의 협의를 통해 성실히 제공한다. |
단, 노출 장면은 갑과 을이 사전에 충분한 합의하에 진행함을 원칙으로 하고 촬영 중 사전에 합의된 내용 이외의 요구는 을이 거부할 수 있다. |
제6조 출연료의 지급 및 경비의 부담 등 |
(1) 갑은 을에게 본건 영화의 ‘(배역명 생략)’ 배역의 출연료로 4,000,000원을 법령에 따라 원천징수 되어야 할 세금을 공제한 후 다음의 방법으로 지급한다. |
① 계약금: 2,000,000원을 본계약 체결 후 5일 이내 지급 |
② 잔금: 2,000,000원을 촬영 50% 진행 후 5일 이내 지급 |
제7조 권리의 귀속 |
(1) 을이 본건 영화와 관련하여 제공한 연기와 관련한 모든 용역(아이디어, 주제, 플롯, 스토리, 캐릭터의 설정, 스크립트, 제목 또는 기타 모든 용역)의 결과물은 갑에게 영구적으로 귀속된다. 갑은 국내외를 포함하여 본건 영화의 극장상영 및 재상영, 공중파 TV 및 유료, 무료를 불문한 케이블 TV, 위성방송의 방영, 비디오, CD, DVD, OST 음반의 제작 및 배포, 유·무선 인터넷 전송, IPTV, 위성 및 지상파 DMB, 모바일 전송, 도서의 출판, 캐릭터의 사용, 속편의 제작, 리메이크권을 포함한 2차 저작물의 작성권, 해외수출 등 본건 영화로부터 발생 및 파생 가능한 직접적, 간접적인 모든 지적재산권의 유일하고 독점적인 권리자가 된다. |
나.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전 피고에게 뒷모습 노출까지는 가능하지만 가슴 전면 노출은 못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작성된 이 사건 계약서에는 노출 장면 촬영을 원피고가 충분히 합의하여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원고가 제공하여야 할 연기의 노출 부위와 정도 등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정한 바 없다.
다. 원고는 2012. 5.경 이 사건 영화 촬영을 하던 중 피고의 설득으로 결국 가슴 전면 노출 장면까지 촬영하게 되었는데, 그 촬영 경위와 관련하여 원고는 가슴 노출 장면 촬영을 계속 거부하였음에도 피고가 “영화의 흐름상 꼭 필요한 장면이니 찍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 일단 다른 노출 장면과 함께 찍어두고 편집 단계에서 빼달라고 하면 빼주겠다.”라고 약속하여 마지못해 촬영에 응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왔다. 한편 피고도 수사기관에서 원고 주장에 부합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바 있다(피고가 원고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2014. 10. 7.자 검사 작성 고소인 진술조서).
-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에 원고를 만나서 노출 수위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는데, 원고가 가슴 등 상반신 전면 노출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고, 상반신 전면 노출은 원하지 않고 전신 뒷모습은 촬영 가능하다는 원고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다. 다만 피고는 원고에게 촬영 전에 이 부분에 대하여 다시 협의해보자고 말하였다. |
- 상반신 전면 노출 장면 촬영 전에 원고를 만나서 노출 장면에 대하여 논의를 하였는데, 원고에게 노출 장면을 촬영한 후에 편집 단계에서 상반신 전면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상영할지 여부에 대하여 다시 협의하자고 하였다. |
라. 원고는 이 사건 영화 촬영을 마치고 피고와 함께 편집본을 확인한 다음 날 전화로 피고에게 가슴 노출 장면은 영화에서 꼭 빼달라고 이야기하였고, 이에 따라 가슴 노출 장면이 삭제된 영화가 2012. 10. 25.경 극장에서 상영되었고, 이어서 IPTV 등에도 반포되었다.
마. 피고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3. 10.경 이 사건 영화의 투자사인 주식회사 소나무픽쳐스(이하 ‘투자사’라 한다) 대표이사 소외인과 원고의 가슴 노출 장면을 포함한 이 사건 영화의 무삭제판을 새로 IPTV 등에 반포하기로 협의한 후 투자사에 이 사건 영화의 무삭제판을 제공하였고, 2013. 11.경부터 IPTV 등에 반포되었다.
바. 원고는 2014. 2.경 이 사건 영화의 무삭제판이 IPTV와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 등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피고에게 항의 전화를 하였는데, 그 통화 녹취 주요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사. 이후 원고는 피고를 만나서 이 사건 영화의 무삭제판이 더 이상 유통되지 않도록 서비스 중단 등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였고, 피고는 이를 수용하여 투자사를 통하여 IPTV 등에 이 사건 영화의 무삭제판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였다.
아. 원고는 2014. 4.경 피고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원고의 신체를 촬영한 후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이를 무단 반포하였으므로 피고를 처벌하여 달라고 고소하였고, 피고는 2014. 7.경 이에 맞서 원고와 합의하에 가슴 노출 장면을 촬영하였고,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촬영된 결과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피고에게 있음에도 원고가 허위사실로 피고를 무고하였으니 원고를 처벌하여 달라고 고소하였다.
자. 피고는 2016. 6.경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및 무고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1심에서 피고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었고, 이후 검사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됨으로써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에 대한 무죄판결의 이유 요지는 아래와 같다.
피해자(원고, 이하 같다)의 상반신 노출 장면 촬영을 확정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점, 피고인(피고, 이하 같다)이 극장판 영화 상영을 앞두고 가슴 노출 장면을 삭제하기로 한 것을 두고 향후 다양한 루트를 통해 배포할 것이 예상되는 다양한 판본의 영화에서도 위 장면을 모두 제외하겠다고 피해자에게 확정적으로 약속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이러한 사항에 관한 논의는 별도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제공한 연기와 관련한 모든 용역의 결과물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피고인에게 있다는 이 사건 계약의 내용 등에 비추어 무삭제판 편집과 관련한 최종적인 결정 권한은 피고인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고, 적어도 피고인으로서는 그러한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겼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화를 배포(주1)하였다거나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여 피해자를 무고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
배포 주1)
차. 한편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는 외에도 원고가 피고를 성범죄자로 몰아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모두 혐의 없음 내지 각하 처분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 8, 11호증, 갑 제15호증의 1 내지 4, 갑 제16 내지 19호증, 을 제1 내지 4, 8, 10, 15, 16, 19, 2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피고는 원고에게 가슴 노출 장면을 촬영하도록 설득하면서 원고가 원하지 않을 경우 최종 편집본에서 가슴 노출 장면을 삭제해 주겠다고 약속하였고, 이후 편집 단계에서 원피고 사이에 가슴 노출 장면을 영화에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의 동의 없이 가슴 노출 장면을 추가한 이 사건 영화의 무삭제판을 반포하여 원고의 인격권(초상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항의를 받은 이후에도 반포 행위를 계속하는 한편, 오히려 원고를 무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2차 가해행위를 하였는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재산상 손해 3,000만 원을 배상하고,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7,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원고의 가슴 노출 장면 촬영 당시 원고와 충분히 합의하여 촬영을 진행하였고, 원고가 촬영에 응한 이상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촬영된 결과물의 독점적 권리자로서 이를 사용할 권한이 있으므로, 원고의 가슴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반포한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고가 피고를 부당하게 고소하여 무고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로 인한 피고의 재산상 손해 5,820만 원 및 위자료 1억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
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인 초상권은 사람이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당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고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타인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는 사진을 촬영하거나 공표하고자 하는 사람은 피촬영자로부터 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고 사진을 촬영하여야 하고, 사진 촬영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진 촬영에 동의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사진의 공표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 관행, 수수된 급부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사진 촬영 당시 공표방법을 알았더라면 당사자가 사진 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 다른 내용의 약정을 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진 촬영에 대한 동의 당시 피촬영자가 허용하였다고 보이는 범위를 벗어서 이를 공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에 관하여도 피촬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경우 촬영된 사진의 공표가 사진 촬영에 관한 동의 당시 피촬영자가 허용한 범위 내의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그 촬영자나 공표자에게 있다(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0다103185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영화의 무삭제판 반포 행위가 가슴 노출 장면 촬영 당시 원고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가슴 노출 장면 촬영 당시 그 촬영 결과물에 대한 반포 등 사용까지 동의하거나 허락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가슴 노출 장면 사용 여부에 관하여는 원피고가 촬영을 마친 후 편집 단계에서 다시 협의할 것을 예정하고 일단 촬영에 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1) 이 사건 계약서에는 원고가 제공하여야 할 연기의 노출 부위와 노출 수위 등을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가 제공할 노출 연기의 내용은 원피고 사이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계약상 촬영 결과물이 원칙적으로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원피고 사이에 특정 노출 장면에 대하여 사용 동의를 유보한 채 촬영하기로 합의하였다면 그와 같은 구체적인 합의가 우선한다고 할 것이다.
2)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전부터 가슴 노출 장면 촬영 당일까지도 원고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여 가슴 노출 장면 촬영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왔으나, 피고의 설득 끝에 가슴 노출 장면 촬영에 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추가적인 출연료를 받기로 하거나 피고가 향후 제작할 영화 배역을 약속받는 등 유·무형의 대가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없다(원고가 이 사건 영화 출연 대가로 받은 것은 계약에 따른 400만 원의 출연료뿐이다).
3) 원고는 피고가 편집 단계에서 원고에게 가슴 노출 장면의 포함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주겠다고 설득하여 감독인 피고를 믿고 우선 촬영에만 응한 것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하여 왔고, 피고의 수사기관에서의 일부 진술 내용도 이에 부합하며(당시 피고는 편집 단계에서 원고와 다시 가슴 노출 장면의 상영 여부를 협의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편집 단계에서 상영에 대한 원고의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이후 편집 단계에서 협의하기로 한 것은 아니고 선의로 보여주겠다고만 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이후 편집 단계에서 실제로 원고의 가슴 노출 장면이 삭제된 영화가 제작, 상영되었다.
4) 당초 가슴 노출 장면 촬영을 원하지 않는 원고를 계속 설득하여 결국 촬영에 응하도록 할 만큼 가슴 노출 장면을 중요하게 여긴 피고가 정작 편집 단계에서 원고에 대한 단순한 호의로 가슴 노출 장면을 삭제해 준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고, 가슴 노출 장면 사용 여부를 협의하여 정하기로 약속하였기 때문에 원고의 삭제 요청을 피고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5) 피고로서는 이 사건 계약상 원고에게 가슴 노출 장면 촬영을 강제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그 촬영 결과물에 대한 사용 동의를 유보하도록 하는 다소 이례적인 방법으로라도 원고가 촬영에 응하도록 설득할 충분한 동기와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원고 입장에서도 촬영 구도와 밝기, 초점 처리, 편집 의도와 방향 등에 따라 같은 노출 장면이라도 선정성에 대한 평가나 원고가 느낄 성적 수치심의 정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촬영 자체에 대한 동의와는 별개로 그 촬영 결과물을 확인하여 사용 동의 여부를 판단할 필요성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6) 피고는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 반포 사실을 알게 된 원고에게,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가슴 노출 장면을 사용한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과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원고를 달래기 위하여 건넨 사과의 표현이나 원고의 추궁에 대한 수동적인 답변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도 원고의 가슴 노출 장면에 대한 사용 동의가 없었고, 가슴 노출 장면을 사용하려면 원고의 동의를 따로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그렇다면 원고의 가슴 노출 장면 사용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피고가 입증하지 않는 이상, 원고의 가슴 노출 장면이 촬영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에게 원고의 가슴 노출 장면을 포함한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의 반포 권한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바, 편집 단계에서 원고가 가슴 노출 장면을 보고 예쁘게 나왔다고 말하였다거나 이후 원고가 이 사건 영화보다 노출 수위가 높은 다른 영화에 출연하였다는 등의 피고 주장과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원고의 사용 동의가 있었다거나 사용 동의 의사가 당연히 추정된다고 보기 어렵고(오히려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가슴 노출 장면을 이 사건 영화에서 삭제해달라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본소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원고의 가슴 노출 장면이 포함된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을 반포함으로써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 한다)를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초상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는 이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주2)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재산상 손해
원고는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주식회사 삼십칠도씨와의 온라인 수학 강의 계약이 해지되고 원고의 연간 소득이 감소하는 등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재산상 손해배상으로 3,000만 원의 지급을 구한다.
살피건대, 갑 제20 내지 2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주장과 같은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정신적 손해
피고가 원고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가슴 노출 장면을 무단 반포함으로써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되고, 원고가 속칭 노출 화보를 찍거나 노출 연기를 한 이력이 있는 연예인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피고가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 반포에 이르게 된 경위,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 반포로 원고가 느꼈을 성적 수치심 등 정신적 고통의 정도, 이후 피고가 원고를 오히려 무고,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함으로써 이 사건 불법행위에 대한 원피고 사이의 진실 공방이 계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입었을 상처 또한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이 여전히 파일공유 사이트 등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 서비스 종료 요청 등 원고의 추가적인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취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 반포로 얻었을 이익, 그 밖에 원고의 나이, 직업,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2,000만 원으로 정한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5. 6. 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9. 23.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반소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가 피고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무고로 고소한 사건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피고가 원고의 동의 없이 가슴 노출 장면을 포함한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을 반포한 사실 또한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영화 무삭제판을 반포한 피고를 처벌하여 달라고 고소한 것이 무고에 해당한다거나, 원고가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원고의 불법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나온 피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6. 결론
원고의 본소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본소 청구 및 피고의 반소 청구는 각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생략
주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서 정하고 있는 행위 태양은 ‘반포’이나 원문 그대로 옮김.
주2) 객관적인 행위 태양은 초상권 침해와 별반 다르지 않으나,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하는 고의를 요한다는 점이 초상권 침해의 경우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