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
[2] 사기죄의 요건으로서 기망의 의미 및 그 해당 여부의 판단 기준
[3] 의사가 환자에 대하여 진단, 처방한 질병이 의료보험의 적용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음에도 비급여대상이라고 기망하여 그 진료비 상당액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의사의 진료비 수령행위가 형법상 기망행위 혹은 편취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3199 판결 (공1984, 1320)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 (공2003상, 656)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486 판결 [2] 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3139 판결 (공1983, 629)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공2004상, 844)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종욱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업무상과실치상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 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3199 판결 ,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판시 각 사실관계를 근거로, 피고인이 공소외인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처방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의학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거나 그로 말미암아 공소외인에게 의인성 쿠싱증후군 등의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수긍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2. 사기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고,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임을 요하지 않으며 단지 상대방이 개별적 처분행위를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 할 것인데 ( 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3139 판결 ,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등 참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법 등 다른 법률의 해석상 그 행위의 법률상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구애됨이 없이 형법 독자의 견지에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이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만성피로증후군 치료전문 의원을 개설, 운영하는 피고인이 의료보험연합회에 수차 만성피로증후군의 치료에 따른 보험급여결정을 구하였음에도 심사지연 등의 구실로 회답을 받지 못하다가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에 따른 검사의 시행 및 적절한 약제의 투여에 보험급여를 함이 타당하지만 피고인이 처방한 아이비글로불린 등 면역글로불린류 약제가 임상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일 뿐만 아니라 그 약제에 대한 보건복지부 허가사항의 범위에 만성피로증후군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여 보험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기도 한 사실, 피고인은 만성피로증후군이 신경쇠약증(피로증후군)과는 다른 별도의 비보험 질환임을 전제로 진료 및 처방을 하여 오는 한편, 그에 따른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 및 민원 등을 고려하여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하여 의료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환자 청원서(연명부) 용지를 피고인의 의원 내에 비치하여 서명을 하도록 하기도 한 사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 대한 피고인의 면역글로불린 등의 처방은 그 발생 원인에 대한 의학적 가설 중 하나로 인정되는 면역이상가설에 근거한 것인데, 일부 병원에서는 소화불량, 우울증 등 개별 증상에 대한 처방으로 하거나 신경쇠약증의 처방으로 하여 보험급여를 받는가 하면, 비보험 급여로서 면역글로불린류 약제를 처방하기도 하는 사실, 만성피로증후군은 그 발생원인이 아직까지 명확히 정립되지 못하여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상 ‘신경쇠약증’으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 제10차 개정판에서는 신경쇠약과는 별개의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고, 의료보험연합회의 2000. 3. 29.자 회신에서도 “만성피로증후군은 신경쇠약증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현재 사용중인 분류기호(F48)보다는 새로운 질병분류기호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힐 정도로 세계적으로 그 사례가 일반화되어 단순한 만성피로 혹은 다른 질병의 증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한 유형의 질병에 해당하는 것으로 점차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두10787 판결 참조), 그럼에도 의료보험연합회와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은 피고인이 요양급여기준상 비급여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 대하여 임의적으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한 것이 구 의료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45조 제1항 에서 정한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의료보험수가 소정의 본인부담금 초과액 상당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하는 징수처분을 하고, 나아가 일부 환자들이 피고인을 상대로 동일한 내용의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그 청구가 인용되기도 한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며, 한편 피고인이 공소외인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 처방함에 있어서 의학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하는 점에 대한 입증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이 사건 사기의 공소사실은 만성피로증후군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의료보험의 적용대상인 신경쇠약증으로 분류되어 있음에도 피고인이 비급여대상이라고 기망하여 그 진료비 상당액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나, 앞서 본 법리와 위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진단, 처방한 만성피로증후군은 비록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으로는 신경쇠약증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더라도 의료의 전문화에 따른 새로운 분류에 있어서는 그와 별도의 독립적 질환으로 간주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의 실제에 있어서도 그 진단 및 처방에 현저한 차이가 있고,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그러한 인식하에 비급여대상임을 전제로 진료에 임하였음이 인정되는 이상, 비록 그와 같은 진료계약의 민사상 혹은 행정상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피고인이 그 진료비 중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거나 환수당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달리 피고인의 이 사건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 및 처방 자체에 기망의 점이 존재함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전문적인 의료판단에 따라 진단, 처방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서의 진료비를 수령한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상 기망행위 혹은 편취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는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