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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다5508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기초수급자인 채무자에 대하여 ‘기초수급자의 신용회복지원 및 대출채권 양도·양수를 위한 채권금융기관 협약’에서 정한 양도대상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금융기관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채무자의 신용회복지원신청 사실과 양도요청 사실을 통지받고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채권양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제출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채권을 양도받지 못한 경우, 채권금융기관이 채무자가 기초수급자의 지위에 있는 동안 원리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이때 해당 채권이 양도대상 채권에서 제외되어야 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채권금융기관)

[2] ‘기초수급자의 신용회복지원 및 대출채권 양도·양수를 위한 채권금융기관 협약’에 가입한 갑 은행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기초수급자인 채무자 을의 신용회복지원신청 사실과 양도요청 사실을 통지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채권양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제출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을에 대한 채권을 양도받지 못하였는데, 그 후 갑 은행이 을에게 채무 원리금 일부를 예금채권과 상계하겠다고 통지하면서 나머지 원리금의 변제를 독촉한 사안에서, 갑 은행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채권을 양도하지 않은 행위 또는 을에게 채무 원리금의 변제를 독촉하고 상계를 통지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이 결론에서 정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케이비국민카드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제출된 준비서면 등에서의 주장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이하 ‘기초수급자’)에 대한 채권을 양도받아 그 기초수급자가 그 자격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그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에는 원금을 최장 10년에 걸쳐 분할상환하고 그 동안에는 이자, 연체이자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의 채무조정을 통하여 신용회복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사실, 기초수급자인 원고는 2003. 12. 30. 현재 국민은행에 대하여 5,820,496원의 신용카드 원리금 채무를 부담하던 중 2004. 3. 16.부터 2005. 4. 26.까지 매달 10만 원씩 14회에 걸쳐 140만 원을 변제하고 2005. 5. 13.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 채무에 대한 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한 사실, 그런데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국민은행으로부터 국민은행의 원고에 대한 위 채권을 양도받지 못한 사실, 그 후 국민은행은 2008. 12. 17. 원고에게, 위 채무의 원리금이 9,552,478원인데, 원고의 예금채권 14,284원과 상계하겠다고 통지하면서 나머지 채무 원리금의 변제를 독촉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가 위와 같이 신용회복지원 신청을 하였음에도 국민은행이 뒤늦게 채무를 변제하라며 독촉함으로써 원고의 신뢰를 깨뜨린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국민은행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에 대해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를 한 데 대하여, 원심은 원고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 채무에 대한 신용회복지원 신청을 했다고 해서 곧바로 채무상환이 유예되고 이자가 면제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원고 주장과 같이 신용회복지원 신청 이후 국민은행이 상당 기간 원고에 대한 추심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더 이상 채무독촉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국민은행이 정부의 발표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원고에 대한 채권을 양도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러한 행위가 불법행위가 된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2. 기록에 의하면, 국민은행은 2005년 기초수급자의 신용회복지원 및 대출채권 양도·양수를 위한 채권금융기관 협약에 가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협약서에는 양도대상채권으로 ‘채권금융기관이 해당 채무자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채권 중 2005년 3월 23일 현재 원금 또는 이자가 연체 중인 채권 등 4가지’를 정하고 있고(협약서 제2조 제11호), 기초수급자에 해당하는 채무자가 위 협약에 따라 기초수급자신용회복지원(이하 ‘신용회복지원’) 신청을 하면 신용회복지원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제출 서류에 미비한 점이 있어 이를 보정하도록 하였음에도 보정하지 아니한 경우 등이 아닌 한 그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을 보유한 해당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그 채무자에 대한 채권 및 이에 부수하는 권리(이하 ‘채권 등’)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양도하도록 통지하여야 하며, 그 통지를 받은 채권금융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지를 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해당 채무자에 대한 채권 등을 한국자산관리공사에게 양도하는 내용으로 채권양도증서를 작성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에게 제출하는 등, 당해 채무자에 대한 채권 등의 양도를 위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요청하는 합리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하고, 양도대상채권에 관한 원인서류, 전산자료 등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하였다(협약서 제5조 제1항, 제6조 제1항). 그리고 채권금융기관이 위와 같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채무자의 신청사실 및 양도 요청사실을 통지받아 채권양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해당 채권금융기관 사이에 그 채무자에 대한 채권 등의 양도에 관한 채권양도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한편 채권금융기관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제공된 채무자에 대한 원인서류 또는 전산정보의 착오, 누락, 오류 등으로 인하여 위와 같이 양도된 양도대상채권 이외에 채무자에 대한 원금, 이자, 연체이자 및 가지급금이 추가로 확인된 경우에는, 신용회복지원 신청기간이 종료하기 전이라면 채권금융기관은 채무자의 신청시점에 위 채권이 신용회복지원의 대상으로 신청된 것으로 보고 해당 채권을 즉시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양도하여야 하며 추가로 확인된 채권의 양도를 위하여 합리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하고, 신청기간이 종료된 후라면 위 채권은 채무자의 신용회복지원의 대상으로 신청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채권금융기관이 보유하되,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해당 채권의 양도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채권금융기관은 신청기간이 종료되기 전의 경우에 준하여 채권의 양도를 위하여 합리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협약서 제12조). 다만 위 협약은 협약서 제12조에 불구하고 ‘채권양도일 현재 채권발생에 관하여 원인무효소송이 계류 중이거나 채권양도일 이후 분쟁발생 가능성이 가시화되어 있는 채권’ 등 협약서 제13조 각 호에서 정한 채권들을 양도대상채권에서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협약의 내용 등으로 보면, 이는 기초수급자가 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에 대한 채무상환부담으로 인하여 최저생계유지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사회통합 및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기초수급자의 실질적인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기초수급자 중 신용불량자에 대한 신용회복을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과 취지에서 위 협약이 마련되었다 할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기초수급자인 채무자에 대하여 연체채권 등 위 협약에서 정한 양도대상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금융기관이 해당 채권에 관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채무자의 신용회복지원 신청사실 및 양도 요청사실을 통지받았고, 그 해당 채권이 협약서 제13조에서 정한 양도양수에서 제외되는 채권이어서 협약서가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등 정당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에게 채권양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자산관리공사로 하여금 위 채권을 양도받지 못하게 하였다면, 비록 그것이 곧바로 해당 채무자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금융기관은 그 채무자가 기초수급자의 지위에 있는 동안에는 그 원리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봄이 형평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때 해당 채권이 협약서가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등 양도대상채권에서 제외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해당 채권금융기관에게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2005. 5. 13.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국민은행에 대한 이 사건 채무에 관하여 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하였으나,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국민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양도받지 못한 사실, 원고의 민원에 대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협약서 제13조 제6호에 따라 채권금융기관인 국민은행이 위 양도대상채권을 제외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 해당하여 양도받지 못하였다고 답변한 사실, 위 협약서 제13조 제6호는 ‘채권금융기관이 제6조 제1항 본문 및 단서에 의한 채권양도증서의 제출 등의 기한 이내에, 제6항에 의하여 채무자로부터 어느 양도대상채권을 양도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사를 확인하거나 신용회복지원의 효력상실로 인한 원금감면의 취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확인한 후, 한국자산관리공사에게 해당 양도대상채권을 제외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경우’를 양도대상채권에서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원고는 현재에도 여전히 기초수급자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은 이상, 국민은행이 위 협약서 제13조 제6호가 정한 바와 같이 채무자인 원고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양도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사를 확인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주장·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민은행은 원고가 기초수급자의 지위에 있는 동안에는 그 원리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고, 이는 국민은행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은행이 원고에게 이 사건 채권의 원리금 변제를 독촉하면서 원고의 예금채권과 상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상계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원고가 기초수급자의 지위에 있는 동안에는 원고에 대해 이 사건 채권의 원리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는 국민은행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에게 이 사건 채권에 관하여 원리금의 변제를 독촉하는 한편 상계에 관한 통지를 하였다고 하여 새삼 원고의 재산이나 권리의무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해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인데( 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59779 판결 , 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다3157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국민은행의 상계 통지 및 변제독촉이 있었다고 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이로 인해 원고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국민은행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원고가 원래 국민은행에 대하여 신용카드 원리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상황에서 국민은행은 정부의 기초수급자에 대한 신용회복지원 정책의 실시로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채권을 양도하는 데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서 그 업무처리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으로 보일 뿐, 국민은행의 행위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납될 수 없을 정도라고 볼 수 없는 점 등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국민은행의 위 상계 통지 및 변제독촉이 원고에게 따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채무를 발생시킬 정도의 불법행위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결국 국민은행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채권을 양도하지 않은 행위 또는 원고에게 채무 원리금의 변제를 독촉하고 상계에 관한 통지를 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위자료 청구를 배척한 원심은 그 결론에 있어서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실효의 원칙 내지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

3.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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