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평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부터 발언권도 얻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의안을 상정한 후 의장의 회의진행권한을 배제한 상태에서 토의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표결에 부치거나 의장의 폐회선언으로 이사회가 적법하게 종료된 후 일부 이사들만 있는 자리에서 한 결의의 효력(=부존재)
[2] 이사회 의장이 부당하게 이사회를 파행으로 이끌거나 편파적으로 진행할 경우, 이를 시정하여 적법한 결의를 하기 위한 절차
판결요지
[1] 평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부터 발언권도 얻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의안을 상정한 후 이사회 의장의 회의진행권한을 배제한 상태에서 토의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표결에 부치고 일부 이사들에게만 찬반의사를 확인하는 등 자신이 실질적으로 이사회 의장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이사회 의장이 폐회를 선언하여 이사회가 적법하게 종료되었음에도 일부 이사들만 있는 자리에서 한 결의는 그 결의방법에 이사회가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사회 의장이 부당하게 이사회를 파행으로 이끌거나 편파적으로 진행할 경우, 회의의 일반원칙에 따라 이사회 구성원인 이사들이 사유를 명시하여 의장불신임결의를 발의하고 다수결로 이를 결의하여 의장을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한 후 정관 등의 규정에 따라 차순위로 의장이 될 자로 하여금 이사회 의장의 직을 수행하게 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2다28235, 92다28242 판결 (공1993하, 3059)
원고
주식회사 한국카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오종한외 1인)
피고
한국오리베스트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한이봉외 2인)
주문
1. 피고의 1999. 3. 22.자 별지목록 기재 이사회결의는 부존재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주문 제1항과 같은 판결, 예비적으로 피고의 1999. 3. 22.자 별지목록 기재 이사회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3, 4, 7, 8호증, 갑 제11호증의 1, 을 제1 내지 6, 8, 9, 10, 13, 20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김준호, 조문수의 각 증언, 이영훈에 대한 일부 당사자본인심문결과(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은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피고 회사는 소외 일본오리베스트 주식회사(이하 ‘일본오리베스트’라 한다)로부터 기술을 도입하여 바닥장식재에 쓰이는 재료인 글라스화이버페이퍼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서 1994. 6. 16. 위 일본오리베스트(지분 50.5%), 소외 주식회사 코리베스트(지분 1%, 이하 ‘코리베스트’라 한다), 합동화학 주식회사(지분 48.5%, 이하 ‘합동화학’이라 한다)의 합작계약에 의하여 성립되었고, 원고는 소외 합동화학으로부터 그 소유이던 피고 회사 주식 48.5%를 양수한 후 1998. 5. 1. 일본오리베스트, 코리베스트와 주주간 합의서 및 각서를 작성하면서 합작계약을 체결하여 피고 회사의 주주가 되었다.
나. 원고와 일본오리베스트, 코리베스트는 위 합작계약 체결 당시 합작당사자들의 의결권의 행사에 관하여, 피고 회사의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5명의 이사로 구성하되, 일본오리베스트 및 원고가 각 2명, 코리베스트가 1명을 각 선입하고, 이사회 결의에 의해 2명의 공동대표이사를 둘 수 있는 것으로 합의하였으며, 위 합의에 따라 일본오리베스트측에서 쯔무라 요시노리(진촌방범), 오꾸보 코이치(대구보행일) 2인이, 원고측에서 조문수, 김준호 2인이, 코리베스트에서 이영훈이 각 이사로 선임되었고, 그 중 김준호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쯔무라 요시노리(진촌방범)가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동대표이사가 되었다.
다. 한편, 위 합작계약 당시 원고는 피고 회사의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연대보증하기로 하였는데, 그 이행이 지체되자 일본오리베스트는 1999. 1. 29. 원고에게 통고서를 보내 위 통고서 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연대보증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 합작계약을 해지할 것임을 통지한 후 같은 해 3. 13.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원고에게 위 합작계약을 해지한다는 통고를 하였고, 같은 날 피고 회사의 공동대표이사이자 회장인 쯔무라 요시노리는 원고에게 소집일시 같은 달 22. 10:00, 소집장소 한국무역대리점협회 5층회의실, 이사회 의안은 제1호의안 “주주간 합의서, 각서 등의 합작계약해지에 따른 제반현안(지분양수조건)의 건”, 제2호의안 “정관개정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개최의 건”, 제3호의안 “기타 회사 주요현안사항 협의의 건”으로 하여 피고 회사의 이사회 소집을 통지하였다.
라. 위와 같이 소집된 1999. 3. 22. 이사회에는 위 5명의 이사 전원이 참석하였고, 이사회 의장인 위 김준호의 개회선언에 의하여 회의가 시작되었는데, 위 제1호의안의 전제가 되는 합작계약해지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원고측에서 참고인으로 대동한 합동화학의 전 대표이사 소외 김우영의 진술을 듣고, 원고측 이사인 조문수의 의사진행발언이 길어지는 등 회의진행이 다소 지연되자, 코리베스트측 이사인 이영훈이 의장인 김준호로부터 발언권을 얻지 아니한 채 의장의 의사진행이 일방적이므로 의사진행방법을 표결로 하자고 제안한 후 “제1호의안에 대하여는 1,040,750,000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4. 10.까지 결제를 하고 주식과 동시에 인수하는 것으로 하고 이사회에서 다수결로 처리하는 것으로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고, 이에 의장인 김준호가 이영훈의 발언을 제지하였으나 이영훈은 이를 묵살하고 위 일본인 이사 2인에게 일본어로 “찬성합니까”라고 묻고 이에 일본인 이사들이 일본어로 “찬성합니다”라고 하자 “3인이 찬성하므로 지금의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위 제1호의안의 가결을 선언하고는 위 김준호와 조문수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위 김준호를 대표이사 사장에서 해임할 것을 표결에 붙이겠다고 제안한 후 다시 일본인 이사들에게 찬성 여부를 물은 후 가결을 선언하였다.
마. 위와 같이 이영훈이 일방적으로 의안을 상정하여 표결에 붙이고 가결을 선언한 데 대해 원고측 이사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는 등 이사회장이 소란해지자 위 김준호는 “이영훈이 이사회 진행을 방해하여 오늘 이사회는 결정사항 없이 다음으로 미루고 폐회하겠다."는 취지의 폐회선언을 하였고, 이어 원고측 이사들이 이사회장에서 퇴장하였으며, 이후 이영훈과 일본인 이사 2인은 이영훈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결의를 하고, 위 의안들이 모두 가결된 것으로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한 다음 1999. 3. 26. 위 김준호의 대표이사 해임 및 위 이영훈의 대표이사 취임등기를 마쳤다.
2. 판단
가. 상법과 피고 회사 정관은 이사회 의장의 권한에 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사회 진행에 관한 의장의 권한은 회의진행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데, 이에 비추어 보면 이사회의 의장에게는 의사정족수에 해당하는 이사가 출석하면 회의를 개회하고, 회의의 순서에 따라 회의의 목적사항을 상정하여 그 심의를 구하며, 그 심의의 과정에서 회의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이사들의 의사가 공정하고 원만하게 반영되도록 의사진행을 하여 의안의 심의가 종료되면 이를 표결에 붙이고, 정상적인 심의를 어렵게 하는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폐회를 선언할 권한 등이 부여되어 있다 할 것이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1999. 3. 22.자 이사회는 합작계약의 해지여부 및 주식양수도조건에 관하여 원고와 일본오리베스트 및 코리베스트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상태에서 개최된 것으로, 쌍방간에 충분한 토의와 설득과정을 거친 후에 비로소 표결을 통해 결의를 할 수 있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 이영훈은 이사회 의장인 김준호로부터 발언권을 얻지도 아니한 채 위와 같이 일방적으로 의안을 상정한 후 이사회 의장의 회의진행권한을 배제한 상태에서 토의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임의로 표결에 부치고는 일본오리베스트측 이사들에게만 찬반의사를 확인하는 등 자신이 실질적으로 이사회 의장의 권한을 행사하여 위 제1호의안 및 대표이사 김준호의 해임안을 가결된 것으로 선언한 것이고, 또 신임 대표이사로 이영훈을 선임하는 결의과정 역시 이사회 의장인 김준호가 폐회를 선언하여 위 이사회가 이미 적법하게 종료되었음에도 원고측 이사들이 퇴장한 이후에 위 이영훈과 일본인 이사 2명만이 있는 자리에서 위 이영훈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어서, 위 각 의안들은 회의의 일반원칙이 지켜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결의된 것으로 그 결의방법에 이사회가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 회사는 위 이사회 후 위 각 결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위 김준호의 대표이사 해임 및 위 이영훈의 대표이사 선임등기를 마치는 등 위 이사회결의의 하자 여부에 관하여 다투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원고로서는 소로써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할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이사회 당시 의장이던 위 김준호가 원고측 이사인 조문수, 원고측 지명감사인 이종균과 합세하여 의안의 상정 및 심의 자체를 방해 내지 지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위 이사회를 편파적으로 진행하자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사회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불가피하게 위와 같이 결의에 이르게 된 것이어서 그 결의방법에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다투므로 살피건대, 이에 부합하는 듯한 이영훈에 대한 일부 당사자본인심문결과는 이를 믿기 어렵고,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위 김준호가 이사회 의장으로서 부당하게 이사회를 파행으로 이끌거나 원고측에 유리하게 편파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가사 위 김준호의 회의진행이 다소 불공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 회의의 일반원칙에 따라 이사회 구성원인 이사들이 사유를 명시하여 의장불신임결의를 발의하고 다수결로 이를 결의하여 의장을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한 후 정관 등의 규정에 따라 차순위로 의장이 될 자로 하여금 이사회 의장의 직을 수행하게 하는 방법에 의할 것이지,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피고 회사의 정관상 의장의 권한을 대행할 아무런 권한이 없는 평이사에 불과한 위 이영훈이 일방적으로 사실상 의장의 권한을 행사하여 의안을 상정하고 표결에 붙여 가결된 것으로 선언한 위 이사회 결의를 두고 이를 적법하다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