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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군사법원 2018.11.23. 선고 2018노75 판결
군인등강제추행
사건

2018노75 군인 등강제추행

피고인

A

계급

군번

소속

주거

등록기준지

항소인

피고인 및 군검사

군검사

대위 이승민(기소), 대위 정주훈(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해송

담당변호사 김동호, 남궁율, 배교연

변론

거침

원심판결

공군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 2018. 2. 2. 선고 2017고4 판결

판결선고

2018. 11.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B를 추행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피해자의 진술은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신고가 이루어져서 기억의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수사과정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기 피고인의 행위태양이 점점 더 구체화되는 등 그 자체에 모순이 있어 신뢰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를만한 객관적인 정황을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해자의 진술 및 이에 기초한 전문진술만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자유심증주의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나. 군검사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선고유예)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C에서 근무하는 자이고 피해자 B는 피고인과 같은 대대 다른 중대에서 근무하는 자이다.

피고인은 2015. 10. 21. 21:00경 D 식당 앞 주차장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휴식 중이던 피해자의 오른쪽 의자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하던 중 자신의 왼손으로 피해자의 양 어깨 사이를 만지고 계속해서 피해자의 등과 허리 부위를 만지며 브래지어 끈 부분을 쓰다듬어 군인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원심 판시 범죄사실의 추행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먼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같은 소속대 E, F, 양성평등상담관 G 및 성고충전문상담관 H에게 피해사실을 이야기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해자가 그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일관되게 피고인이 “내 아내가 내 손이 따뜻해서 등 문질러 주는 것을 좋아해, 그런데 앞을 문질러 주려고 하면 뿌리치더라”는 이야기를 한 사실 등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지어낸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세부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진술 상호간에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② 변호인은 이 사건 직후에 자신이 벗어준 바람막이를 입고 갔고, 이후에도 피고인과 회식에 참석하는 등 자연스럽게 지낸 사정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대대장이 참석한 회식자리를 임의로 벗어날 수 없었던 점, 주변에서 “많이 추우니까 걸치고 가라”고 권하여 피고인이 준 바람막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입고 간 점, 이후 단체 회식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하였을 때에도 이를 불편해하는 F가 가능한 피해자가 피고인과 같은 공간에 있지 않도록 배려를 해 온 점에서 모순되지 않는다.

③ 피해자가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이 사건 이후 약 13개월이 지나 신고한 사정은 이해가 되며, 피해자에게 피고인을 무고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고, 피해자가 합의금을 요구한 사실이 없는 점, 오히려 이 사건을 신고함으로써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사실을 신고할만한 사정이 없다.

그리고 신빙성 있는 피해자 진술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할 때, 피고인과 피해자는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고, 피고인과 피해자는 만취상태가 아니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I와 어깨동무를 하고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착각한 것 같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피해자는 피고인과 I를 착각할 정도로 취하지 않았고, I가 한 추행을 피고인이 한 것이라고 거짓말할 이유가 없으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식당 화장실에서 헛구역질하는 피해자의 등을 두드려준 것을 착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지목한 E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이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피해자가 이를 착각할 만큼 술에 취하지 않았고, 이 사건 다음날 피해자는 E와 F에게 추행사실을 상담하였다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강제추행인지 여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단순히 등을 치거나 손을 얹은 순간적인 신체접촉을 넘어서 처음에는 양 어깨사이의 날갯죽지를 만지다가 그 후에는 손을 내려 등 전체를 더듬다가 허리 아랫선 부분까지 손이 내려가면서 더듬다가 나중에는 브래지어가 있는 곳을 한참 쓰다듬는 행위는 추행행위로 판단되고, 기습적인 피고인의 추행행위로 피해자가 놀라고 당황하였을 때는 이미 강제추행이 기수에 이르러 피해자로서는 항거할 여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항거가 곤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군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되나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11도11857 판결 등 참조), 원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원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달리 보아야 할 것이다.

2) 구체적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군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제추행하였거나, 강제추행 하려고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이유 있다.

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이르게 된 경위 부분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은 공터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피고인이 나와서 자신의 옆에 앉았고, 피고인이 먼저 ‘춥냐고 물어봐서 '날씨가 춥고 쌀쌀하다'고 대답하자, '내 손이 엄청 따뜻한데 손을 한번 잡아봐라고 해서 피고인의 손을 살짝 잡았는데, 피고인이 '내 아내가 내 손이 따뜻해서 등을 문질러 주는 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앞을 문지르려고 하면 피하더라'는 식으로 농담을 한 다음 자신의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회식 도중 잠시 나와 건물 입구에 혼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공터에 있던 피해자가 건물로 들어오면서 피고인에게 '날씨가 추워졌다'며 말을 걸어와 피고인이 '내 손 따뜻한데 만져볼래, 내 손이 따듯해서 안사람이 내가 등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였을 뿐이며, 당시 피고인은 앉아 있고 피해자는 선 상태였고, 피고인의 손을 만져보라고 말한 것 이외에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추행은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한다.

특히,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와 이야기를 한 상황 직전에 피해자를 본 것은 피해자가 I와 건물 쪽으로 등을 보이는 상태로 나란히 공터에 같이 앉아 있었던 상황이었고, 피해자와 I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가까이 가지 않고 건물 앞에 앉은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위와 같이 피해자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진술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I가 이 사건 회식에 참석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며, 이 사건 범행 장소에 I과 같이 있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64쪽).

그런데 당심 법정에 출석한 I는 자신이 이 사건 회식에 참석하였다거나 이 사건 범행장소에 피해자와 나란히 앉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으나, 당시 중대 예산을 담당하던 J가 'K 외 3명이 회식에 참석한 것으로 관서업무비 카드로 4만원을 결재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였다면 그 회식에 참석하였을 가능성도 있고, 피해자가 혼자 앉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곳은 담배 피는 곳이므로 피해자의 옆에서 담배를 피웠을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L은 원심 법정에서 'I가 카드를 가져와 결제를 했었다'고 진술하였고, M은 당심 법정에 출석하여 당시 다른 하사들과 담배를 피우러 나갔을 때 I와 피해자가 우측에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 '이야기 내용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I와 피해자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고 진술하면서, 담배를 다 피우고 들어가면서 식당건물 입구에서 막 담배를 피우러 나오는 피고인을 봤었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I는 이 사건 회식에 참여하였고, 적어도 한차례는 이 사건 범행장소에서 피해자와 나란히 앉아 있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한바, 이러한 사실은 일관된 피고인의 위 주장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스스로 자신은 당시술에 많이 취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이상, 이 사건 범행 당일 I가 자신의 옆에 앉아 있었던 사실을 기억하거나, 피고인이 앉아 있던 상황과 I가 앉아 있던 상황은 구별된다는 등의 설명을 할 수 있었어야 함에도, I가 자신의 옆에 앉아 있었던 사실 자체를 전혀 진술하지 못하는 점에서 피해자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정확한 기억에 바탕을 두고 진술한 것인지에 관하여 다소 의문이 생긴다.

(2) 추행 부분의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①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는 당시 상황을 진술하면서 '피고인이 자신의 왼쪽에 앉아 오른손을 내밀면서 만져보라고 했었다'고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앉은 위치 및 피해자가 잡은 피고인의 손을 특정 하였다가, 그렇다면 피고인이 왼쪽에 앉아서 어떻게 피고인의 왼손으로 피해자를 만지냐'는 변호인의 반문에 피해자는 '(피고인이) 오른쪽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나란히 앉아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비록, 군 검사의 주장과 같이 2017. 1. 11. 경찰 조사 이후 11개월이 지난 뒤 법정에서 처음으로 앉은 위치와 손이 움직인 방향 등에 관하여 진술하였으므로 충분히 착각할 수 있고, 곧바로 자신의 착오를 바로 잡았다는 것은 정확한 기억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피해자가 스스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환기시켜 개방된 진술을 하던 중이었음에도 기본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피고인이 앉은 위치에 관하여 자신의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를 착각한다는 것은 당시 상황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 기억나는 대로 진술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② 나아가 피해자는 '피고인이 한참을 그렇게 지분거렸다'고 하지만, 이 사건 식당공터는 개방된 장소이고, 지출결의서에 의하면 당시 회식에 대대장이 주관한 격려회식으로 선임 부사관들을 포함하여 30여명 정도가 참석하였음에도(증거기록 제36쪽), 피해자가 추행을 당하는 것을 아무도 목격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진술처럼 피고인이 장시간 범행을 하였다거나 만진 부위가 광범위하였을 것으로는 추단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③ 또한, 피해자는 어떻게 행위가 끝이 났는지에 대하여 군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제1회 진술조서에서는 '어떻게 해서 피고인이 그만두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행위를 그 만두자 바로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고 진술하였다가(증거 기록 제89쪽), 제2회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는 한참 만지더니 “나 이거 성추행 하는거 아니다" 라고 좀더 지분거리다가 행위를 멈췄고 제가 먼저 들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그 진술 내용이 구체화되었다(증거기록 제130쪽). 그런데 피해자가 군사법경찰관으로부터 위 제1회 조사를 받을 때,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추행 외에 다른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피해자는 '2016. 1, 2.경 주말에 사무실에서 “너랑 나랑 둘이 있다고 성희롱이 아니다”는 말을 했다'는 점을 포함하여 과거 피고인으로부터 성희롱 당한 경험들을 다소 구체적으로 진술하였음에도(증거기록 제91쪽), 위 제2회 진술조서에서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추행이 끝날 때에 “나 이거 성추행 하는거 아니다”는 말을 들은 사실'을 진술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기억은 평소 피고인에 대한 여러 기억들이 혼합 내지 가공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3)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당시 피해사실에 대한 기억이 왜곡되었을 가능성

피고인은 회식이 끝날 무렵 화장실에서 피해자가 화장실 문이 열린 상태로 변기를 향해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괜찮냐'며 등을 두드려주고, E에게 챙겨주라고 하였는데 이를 피해자가 혼동한 것 같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E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를 챙겨주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며 (공판기록 제71쪽),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듯한 진술을 하였다.

그러나 E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를 거부하였다가, 출석하여 '회식 끝나고 피고인의 손을 만진 적이 있냐'는 군검사의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답하여, ‘피고인이 “내 손 따뜻하다”며 손바닥을 내밀어 손을 잡았던 적이 있다'고 군사법경찰관에게 진술하였던 진술 내용을 번복하는 등 전체적으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므로, ‘기억이 없다'는 E의 진술은 '그런 사실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고, 회식이 끝나면 수원 집으로 지하철로 귀가할 계획이었다'고 하고(증거 기록 제28쪽), 피해자는 '평소 주량이 1병이 채 못 되고 대략 주량에 맞게 마셔서 몸을 못 가눌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 더 마시기 힘들겠다', '약간 힘들다'고 느끼는 정도였다고 하므로(증거기록 제130쪽), 적어도 피고인보다는 피해자가 더 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자는 회식이 끝나고 피고인이 추워 보인다며 검정색 겉옷을 벗어주자 F가 피해자의 목 부분으로 묶어주었다고 증언하였는데(공판기록 제64쪽), 피고인은 당시 피고인이 벗어준 잠바는 아이보리색이고, 피고인이 직접 잠바를 묶어 주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런데 F는 원심 법정에서 당시 자신은 적당하게 취했었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겉옷을 벗어준 사실 또는 이 사건 다음 날 피고인이 F를 찾아가 옷을 돌려달라고 말을 전해달라고 한 사실 등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므로(공판기록 제128, 129쪽), 달리 피해자의 검정색 겉옷에 관한 진술을 뒷받침 할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나 피해자가 검정색이라고 진술하는 이유는 '다음날 맨정신에 접어서 책상 위에 올려준 게 검은색이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하는바(공판기록 제64쪽), 이는 피고인에게 받았을 당시에 검정색임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므로, 사실은 피고인이 당심 법정에서 제시하는 아이보리색 상의 가실제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벗어준 옷일 가능성을 배척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당시 술에 취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술이 깸과 동시에 점점 더 수치스럽고 기분 나쁜 감정이 커졌다'며 술에 취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어 그 진술 간에 모순이 있고(공판기록 제56쪽), 성고충상담관 H가 작성한 상담보고서에는 '피해자가 당시, 피고인을 바로 멈추게 해야 한다는 머릿속 생각과는 다르게 술로 인한 몸의 느린 반응으로 바로 대처하지 못하였음'이라고 기재된 사실 또한 인정되므로(증거기록 제18쪽), 피해자는 스스로 느낀 정도와는 달리 만취해 있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4) 소결론

위와 같은 정황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는 당시 의식이 없을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어느 정도 취기어린 상태에서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진술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고, 달리 피고인의 주장에 반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현출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피해자가 와 나란히 앉아 와 대화한 행위, 건물 앞에서 피고인을 만나 피고인이 자신의 손이 따뜻하니 만져보라고 하여 그 손을 잡은 행위 및 피고인이 화장실에서 피해자의 등을 두드린 행위 등이 사실일 수 있고, 그럼에도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위와 같은 사실들을 이 사건 공소사실로 혼동하여 기억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불일치되는 부분이 인정되므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이 부분을 지적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항소이유는 이유 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죄의 일시의 특정 관련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죄 일시는 엄격한 증명을 통해 특정되어야 하고, 비록 피고인은 평소 여군들이 듣기 거북한 성적인 표현을 하거나, 스킨십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다른 시기에 범행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추정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피해자는 이 사건 추행이 2014. 10.경에 있었다고 하면서도, 이를 2017. 1. 6.에서야 신고하여 이 사건 수사에 이르게 되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범행 일시인 2014. 10. 21.이 아니라 '2014. 10. 20.에 있었던 회식에서도 이 사건 공소사실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피해자도 이 사건 범행 당시 N을 보듬어주는 행동을 했다는 등의 0의 진술에 대하여 원심 법정에서 같은 날인지 의문'이라고 진술하고(공판기록 제54쪽), '피해자가 다음날 울면서 E에게 상담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E 또한 원심 법정에서 '바로 다음날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75쪽).

만약 원심 판시 이유와 같이 피해자의 피해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려워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기억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행 일시는 피해자의 정확한 기억에 의해 특정된 것이 아니고, ② 제출된 수사보고에 의하면 군사법경찰관은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여러 정황들을 토대로 수차례의 회식 중 2014. 10. 21.자 격려회식일로 이 사건 범행일자를 특정하였다는 것이어서 결국은 추정된 것에 불과하며(증거기록 제34쪽), ③ 이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에 특정된 일자이므로, 위와 같이 당시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다른 사실들을 피해자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원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다른 또 다른 회식일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등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하였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 유죄를 증명할만한 다른 증거의 존부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 B의 진술이 유일하고, 나머지 증거들은 피해자의 진술을 들었다는 전문진술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피해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던 상황을 본 목격자가 없는 반면, 오히려 피해자가 해당 장소에서 I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본 목격자가 있음에도 피해자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게다가 피해자의 진술에 따른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등과 허리 부위를 계속해서 만졌다는 것인데, 이는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등을 두드려 준 상황을 달리 기억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범행 동기에 있어 위와 같은 피해 장소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평소 친하지 않은 피고인이 술에 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으로부터 강제추행의 범의를 쉽게 추단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피해 장소, 범행에 이른 경위, 범행 후 피고인의 태도 등에 대한 대체적인 피해자의 진술을 쉽게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진술만 특히 신뢰하기는 어렵다.

라) 소위 '기습추행' 의 해당 여부

나아가 설령,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왼손으로 피해자의 등을 만진 행위가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만으로 강제추행의 수단이 되는 폭행 또는 협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피해자는 처음에는 날갯죽지만 살짝 그러다가 점점 만지는 부위가 넓어지고 계속해서 지분대는 추행행위를 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으므로, 그 동안 피해자가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추행행위가 기습적으로 이루어져 항거할 여유가 없이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의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인정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군검사의 양형부장 주장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하고, 군사법원법 제431조, 제414조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제반기록에 의하여 본 군사법원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같은 법 제435조에 의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무죄 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2의 다. 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군사법원법 제380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군판사 대령 신동욱

군판사 중령 최정윤

군판사 소령 서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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