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에서 정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의 의미 및 판단 기준
[2] 갑이 음주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과실로 도로가에 설치된 철제울타리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여 차량 조수석에 같이 탄 을이 사망한 사안에서, 사고지점 도로에 설치된 점등식 시선유도시설이 당시에 꺼져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고지점 도로의 설치, 관리상의 어떠한 하자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54004 판결 (공2000상, 830)
원고, 상고인
엘아이지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우 담당변호사 이상석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시흥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맥 담당변호사 강항순 외 5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는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 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 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함이 상당하며,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장소적으로 영조물의 기능상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그 영조물의 결함이 영조물의 설치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 아래에 있는 경우에는 영조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54004 판결 참조).
2. 가. 이 사건에서 원고는, 원고의 피보험자인 소외 1이 혈중알코올농도 0.13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과실로 도로가에 설치된 철제울타리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여 차량 조수석에 같이 탄 소외 2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장소는 내리막길의 도로가 왼쪽으로 급격히 꺾이는 구간으로 특히 야간에는 사고위험이 큰 구간이므로, 이 사건 사고지점 도로를 관리하는 피고로서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1항 에서 정한 시선유도시설 등을 설치,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 사건 사고지점 도로에 설치된 점등식 시선유도시설이 이 사건 사고 당시 꺼져 있는 등 피고에게 영조물의 설치,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지급한 보험금 중 피고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방주시 의무 등을 게을리한 차량 운전자의 운전미숙이나 과실 때문에 발생한 것일 뿐, 이 사건 사고지점 도로의 관리청인 피고에게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영조물 설치, 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① 이 사건 사고시각이 야간이기는 하나, 사고장소 양쪽 도로변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어 원고 차량 운전자로서는 시야 확보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사고 당시 날씨가 맑았으며 노면도 건조하였다.
② 이 사건 사고장소 철제울타리 앞에는 경광등이 1개 설치되어 있고, 이 사건 사고장소에 이르기 전에 ‘좌로 굽은 도로’ 표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③ 이 사건 사고장소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전신주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전신주 하단 부위에는 형광으로 된 검정색과 황색의 빗금표시가 부착되어 있었다.
④ 이 사건 사고지점 도로가 좌로 꺾이는 각도, 도로의 폭, 나아가 도로를 관리하는 피고의 재정적, 인적, 물적 제약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사고지점 도로에 반드시 점등식 시선유도시설이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점멸등이 이 사건 사고 당시 꺼져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의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다. 원심이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든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사고장소에 이르기 전에 사고 차량 진행 방향으로 좌로 굽는 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좌로 굽는 도로’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조금 더 진행하면 ‘우합류도로표지’와 ‘횡단보도표지’가 설치되어 있었던 점, ② 사고 차량이 진행하는 방향의 도로가 그 우측에 있는 도로와 만나는 지점 직전에는 바닥에 흰색의 정지선이 그어져 있는 점, ③ 이 사건 사고장소 철제울타리 앞에는 경광등이 1개 설치되어 있고 그 경광등에서 10여 미터 가기 전 철제울타리 부근에 가로등이 있으며 그 가로등에도 경광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가로등과 경광등들은 모두 사고 차량 진행방향에서 볼 때 쉽게 눈에 들어오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영조물인 이 사건 사고지점 도로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사고지점 도로에 설치된 점등식 시선유도시설이 당시에 꺼져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지점 도로의 설치, 관리상의 어떠한 하자가 있었다고 할 수 없는바,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영조물인 도로의 설치, 관리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