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영화의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영화의 창작·표현에 있어서 언론매체를 통한 사실의 보도에 있어서와 같은 수준의 엄격한 진실성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영화 “실미도”의 제작자들이 영화의 모델인 ○○부대의 훈련병들을 살인범 또는 사형수 등으로 표현한 부분이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4]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 극중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사실 묘사가 그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5] 상업영화 제작자가 영화의 광고·홍보 중 사실을 적시한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영화의 광고·홍보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영화의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여부는 당해 영화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관객이 보통의 주의로 영화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영화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이야기와 화면의 구성방식, 사용된 대사의 통상적인 의미와 그 연결 방법, 영화의 등장인물과 그 특정인의 관계가 묘사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영화 내용이 관객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보다 넓은 주제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2]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영화의 창작·표현에 있어서는 언론매체를 통한 사실의 보도와 같은 수준의 엄격한 진실성의 담보를 요구할 수는 없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인물의 재창조나 이야기의 구성에 있어 작가와 감독의 상상에 의한 각색이 따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하여야 하고, 일반적인 관객으로서도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하며 영화를 관람하므로 영화의 모든 내용이 반드시 실제 사실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더욱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역사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점차적으로 망인이나 그 유가족의 인격권보다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는 창작 내지 예술의 자유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중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3] 영화 “실미도”의 제작자들이 영화의 모델인 ○○부대의 훈련병들을 살인범 또는 사형수 등으로 표현한 부분이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4]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 극중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사실 묘사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실제 인물에게 있었던 사실이나 사건을 묘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지만, 묘사된 사실이 이야기의 구성이나 극적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일반 관객이 보통의 주의와 방법에 의하여 그것을 사실의 묘사라고 받아들이지 아니할 정도인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의 전개와 극적 효과를 위하여 특정 장면에서 등장인물로 하여금 특정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음향효과를 삽입하는 것 등은 원칙적으로 영화제작자의 고유한 창작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이야기의 구성이나 극적 효과를 연출하는 것에서 나아가 특정 인물에 관한 사실이나 사상의 묘사에 이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의 대상이 된다.
[5]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적절한 조화와 선택을 요소로 하는 상업영화에 있어서 영화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홍보하였다고 하여 그 영화의 모든 내용이 진실이라는 의미라고 보아서는 안 되고, 전체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하였으며 극적 허구와의 조화 속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최대한 반영하였다는 취지로 이해하여야 하며(이와 같은 홍보 방식이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상업영화의 일반적인 홍보 관행을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영화제작 당시까지 밝혀진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여 영화제작자가 그 광고·홍보 중 사실을 적시한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영화제작자에게 그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원고, 항소인
원고 1외 58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린 담당변호사 이상익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시네마서비스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우 담당변호사 이일우외 4인)
변론종결
2006. 10. 11.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피고들은 일반인으로 하여금 별지 2. 영화의 표시 기재 “실미도”에 등장하는 공군 제○○○부대 ○○파견대, 일명 ○○부대 훈련병들이 살인범 또는 사형수라고 오인하거나 용공주의자라고 오인할 수 있는 별지 3. 장면 기재 장면, 대사 및 자막을 그대로 유지하여 이를 상영하거나, 비디오테이프, 디브이디 디스크 및 인터넷 영상물 등으로 제작하여 제3자에게 인도, 임대, 양도 기타 일체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피고들은 연대하여,
(1) 원고 1, 2, 3, 4, 5, 6에게,
(2) 원고 7, 8, 9, 10, 11에게,
(3) 원고 12, 13, 14, 15, 16, 17, 18, 19에게,
(4) 원고 20, 21, 22, 23, 24, 25, 26에게,
(5) 원고 27, 28, 29, 30, 31, 32에게,
(6) 원고 33, 34, 35, 36, 37, 38에게,
(7) 원고 39, 40에게,
(8) 원고 41, 42, 43, 44, 45, 46, 47에게,
(9) 원고 48, 49, 50, 51에게,
(10) 원고 52에게,
(11) 원고 53, 54, 55에게,
(12) 원고 56, 57, 58, 59에게,
각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다음에서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가. 피고들은 일반인으로 하여금 별지 2. 영화의 표시 기재 “실미도”에 등장하는 공군 제○○○부대 ○○파견대, 일명 ○○부대 훈련병들이 살인범 또는 사형수라고 오인하거나 용공주의자라고 오인할 수 있는 별지 3. 장면 기재 장면, 대사 및 자막을 그대로 유지하여 이를 상영하거나, 비디오테이프, 디브이디 디스크 및 인터넷 영상물 등으로 제작하여 제3자에게 인도, 임대, 양도 기타 일체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피고들은 연대하여,
(1) 원고 1, 2, 3, 4, 5, 6에게,
(2) 원고 7, 8, 9, 10, 11에게,
(3) 원고 12, 13, 14, 15, 16, 17, 18, 19에게,
(4) 원고 20, 21, 22, 23, 24, 25, 26에게,
(5) 원고 27, 28, 29, 30, 31, 32에게,
(6) 원고 33, 34, 35, 36, 37, 38에게,
(7) 원고 39, 40에게,
(8) 원고 41, 42, 43, 44, 45, 46, 47에게,
(9) 원고 48, 49, 50, 51에게,
(10) 원고 52에게,
(11) 원고 53, 54, 55에게,
(12) 원고 56, 57, 58, 59에게,
각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13, 갑 제5호증, 갑 제43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들은 1968. 4.경 창설된 공군 제○○○부대 ○○파견대, 일명 ○○부대(이하 ‘ ○○부대’라 한다)의 훈련병이었던 망 소외 1, 2, 3, 4, 5, 6, 7, 8, 9, 10, 11, 12 등 12명(이하 위 12명을 합하여 ‘이 사건 망인들’이라 한다)의 유가족들이고(원고들과 이 사건 망인들 사이의 구체적인 관계는 별지 1.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피고 주식회사 시네마서비스(2004. 6. 1. 주식회사 플레너스로부터 법인분할되었다), 피고 주식회사 한맥영화는 별지 2. 영화의 표시 기재 “실미도”(이하 ‘이 사건 영화’라 한다)의 공동제작사이며, 피고 강우석은 이 사건 영화의 감독이다.
나.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의 무장 남파공작원 31명이 1968. 1. 21. 청와대에 대한 기습공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던 우리 군인, 경찰관, 민간인 등 수십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다음,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1968. 4.경 북한의 주석궁에 대한 기습공격을 비롯한 북파 공작업무를 목적으로 하여 공군 소속 특수부대로 ○○부대를 창설하였는데, 그 당시 훈련병 31명(이하 ‘훈련병들’이라 한다)의 모집 및 부대운영에는 정보기관이 관여하였다.
다. ○○부대의 교육대장을 비롯한 담당 기간병들은 서해의 무인도인 실미도에 설치된 비밀훈련장에서 훈련병들을 외부와 격리하고 매우 강도 높은 특수훈련을 실시하였는데, 그 창설시점부터 1971. 8. 22.경까지 계속된 특수훈련과정에서 훈련병 1명은 훈련 도중 익사사고로 사망하였고, 훈련병 6명의 경우 탈출사건, 부녀자 강간사건 등에 관련하여 기간병들과 훈련병들에 의한 사형(사형) 등에 의하여 사망하였다.
라. 단기간에 고도로 훈련된 북파 공작원을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창설된 ○○부대의 훈련병들에 대하여 처음에는 상당한 보급물자가 지원되었으나, 그 후 중앙정보부장이 경질되고 남북관계가 변화하여 북한에 대한 기습공격의 필요성이 점점 약화됨에 따라서 ○○부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수준이 현저하게 저하되었고, 아울러 외부와 격리된 채 이루어지는 특수훈련이 3년 이상 지속되면서 부녀자 강간사건 등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고 훈련병들과 기간병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는 등 ○○부대가 그대로 존속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자 훈련병 24명은 1971. 8. 23. 새벽에 잠을 자고 있던 기간병들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교육대장을 비롯한 기간병 18명을 살해한 다음 인천으로 상륙하였다. 그 후 훈련병들은 민간 버스 2대를 순차로 탈취하여 서울 시내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군인 및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였고,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유한양행 사옥 앞 도로에 이르러 정차한 다음 출동한 군인들과 대치하던 중, 훈련병들이 소지하고 있던 수류탄이 위 버스 안에서 폭발함으로써 그 대치상황이 종료되었다.
마. 위와 같은 실미도 탈출 및 서울 진입 과정에서 위 훈련병 24명 중 대부분이 총격전이나 수류탄 폭발 등으로 인하여 현장에서 사망하였고, 소외 8, 2, 13, 14 등 생존한 훈련병 4명은 군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쳐서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소외 8 등 4명은 그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기간병들 살해사실을 시인하면서, ○○부대에 지원하게 된 경위와 그 모집방식 등에 관하여 진술하였는바, 재판부는 위 4명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이 확정된 다음 1972. 3. 10.경 이들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다.
바. 소외 33은 위와 같이 ○○부대가 창설된 이후 해체될 때까지의 역사적 사실(이하 ‘실미도 사건’이라 한다)을 소재로 하여 1999년 ‘ 소외 33 장편소설 실미도’를 집필하였다(이하 ‘소설 실미도’라 한다). 이 사건 영화는 소설 실미도를 원작으로 하여 시나리오 작업을 거친 다음 이를 토대로 제작된 영화로서 2003. 4. 말경 촬영이 시작되어 2003. 12. 24. 개봉되었는데(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국내에서 1,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였고, 그 후 대만과 일본 등 외국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들은 2004. 7.경 이 사건 영화가 수록된 디브이디 세트와 비디오테이프 등을 제작하여 현재까지 이를 판매하고 있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피고들은 ① 이 사건 영화 제작 당시 관련자들의 진술 등에 의하여 이 사건 망인들이 전과 없는 순수한 민간인으로서 단지 높은 보수를 지급하고 장래를 보장하겠다는 정보기관원들의 제의를 수용하여 스스로 훈련병으로 자원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사건 영화에서 망인들이 마치 살인범 또는 사형수로서 어차피 사형에 처해질 신분으로 사형을 면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북파 공작원의 길을 택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묘사하고, ② 이 사건 망인들이 훈련기간 중 북한 군가인 적기가를 배우거나 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영화에서 망인들을 포함한 ○○부대 훈련병들이 수회에 걸쳐 적기가를 부르는 장면을 표현하여 망인들이 마치 용공주의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였으며, ③ 나아가 영화의 시작 자막, 영화포스터, 영화광고 및 공식 홈페이지를 통하여 이 사건 영화가 32년을 숨겨온 진실을 밝히는 것처럼 홍보하여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위 내용을 그대로 믿게 함으로써 이 사건 망인들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의 명예나 인격권을 훼손하였다.
(2) 따라서 피고들은 일반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영화에 등장하는 ○○부대 훈련병들이 살인범 또는 사형수라거나 용공주의자라고 오인하여 이 사건 망인들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의 명예나 인격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영화에 포함되어 있는 별지 3. 장면 기재의 장면, 대사 및 자막을 그대로 유지하여 이를 상영하거나 기타 영상물 등으로 제작하여 처분하여서는 아니 되고,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이 사건 망인들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의 명예가 훼손됨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유족별로 위자료 1억 원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
(1) 이 사건 영화의 원작인 소설 실미도를 비롯하여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 참조하였던 자료들 대부분에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으로 범죄자가 주류를 차지한다고 되어 있었고, 그 자세한 내용은 군기밀로 묻혀 있었으므로, 피고들로서는 훈련병들이 순수한 민간인인지 여부를 알 수 없었다.
(2)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이 적기가를 부르는 장면은 그들이 북파를 위해 철저하게 훈련받았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고, 오히려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의 전반적인 모습은 김일성을 암살하여 조국을 통일하려는 철저한 반공주의자, 애국주의자로 그려지고 있다.
(3) 한편, 피고들은 이 사건 영화 상영 이후에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을 반영하여 영화의 시작 자막을 수정하고 공식 홈페이지의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4) 상업영화는 비록 역사적 인물이나 사실을 기초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허구에 기초한 예술작품으로 보아야 하며, 실미도 사건과 같은 역사적 사실의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망인이나 그 유족의 명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할 것인데, 이에 따르면 피고들에게 원고들 주장과 같은 명예훼손행위를 하였다거나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일반론
헌법 제22조 제1항 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술의 자유는 창작소재, 창작형태 및 창작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포함한 예술창작활동의 자유와 창작한 예술작품을 일반 대중에게 전시·공연·보급할 수 있는 예술표현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것인데, 이러한 예술의 자유도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권리와 명예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상상력에 의하여 가상적인 인물들이 전개해 나가는 이야기를 영상화한 창작물로서 통상적으로는 허구임을 전제로 하지만, 관객의 흥미와 감동을 유발하기 위하여 때로는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이나 인물을 모델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실제 사건이나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모델이 된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피해자는 영화제작자 등을 상대로 하여 문제되는 장면의 삭제 등을 구할 수 있고, 그 모델이 된 사람이 이미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사후(사후)에 망인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왜곡 등으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 유가족이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하여 이러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아울러 그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영화의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의 여부는 당해 영화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관객이 보통의 주의로 영화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영화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이야기와 화면의 구성방식, 사용된 대사의 통상적인 의미와 그 연결 방법, 영화의 등장인물과 그 특정인의 관계가 묘사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영화 내용이 관객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보다 넓은 주제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다만,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가 허위의 사실을 표현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행위에 대한 고의·과실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9038 판결 참조). 그 판단기준에 관하여 보면, 통상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행위자가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가의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지만,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영화의 창작·표현에 있어서는 언론매체를 통한 사실의 보도에 있어서와 같은 수준의 엄격한 진실성의 담보를 요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인물의 재창조나 이야기의 구성에 있어 작가와 감독의 상상에 의한 각색이 따르지 않을 수 없어서,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하고, 또한 일반적인 관객으로서도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하며 영화를 관람하므로 영화의 모든 내용이 반드시 실제 사실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는 할 수 없으며, 더욱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서 역사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점차적으로 망인이나 그 유가족의 인격권보다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는 창작 내지 예술의 자유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중시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래에서는 먼저 이 사건 영화에서 피고들이 이 사건 망인들을 살인범 또는 사형수 등으로 표현하였다는 부분과 용공주의자로 표현하였다는 부분 및 이 사건 영화의 시작 자막 및 홍보 내용이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고, 다음으로 원고들이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망인들 및 원고들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이 사건 영화에 포함되어 있는 별지 3. 장면 기재의 장면, 대사 및 자막을 그대로 유지하여 이를 상영하거나 기타 영상물 등으로 제작하여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이 사건 영화가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 여부
(1) 살인범 또는 사형수 등으로 표현하였다는 부분
(가) 위 부분이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 여부
먼저,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이 사건 망인들이 실제로 ○○부대의 훈련병이 된 경위가 어떠한지를 살펴본 후, 이 사건 영화의 위 내용이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다.
1)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관한 구체적인 영화 내용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을 제5, 6호증이 이 사건 영화의 시나리오와 디브이디 디스크인데, 이하 이 사건 영화의 내용을 적시함에 있어서는 따로 증거를 거시하지 않기로 한다)에 의하면, 이 사건 영화는 주인공인 소외 15(나중에 제3조 조장이 됨, 설경구 역)에 관하여 살인을 시도하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기다리던 중 교도소로 직접 찾아온 교육대장 소외 16(안성기 역)에 의하여 훈련병으로 충원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였고, 주연급에 해당하는 소외 17(나중에 제1조 조장이 됨, 정재영 역)에 관하여는 사형집행을 위하여 교수형 집행장에서 절차를 밟던 중 갑자기 그 사형집행절차가 중단되고 ○○부대에 입소하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였으며, 위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훈련병들에 관해서는 그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고 있다.
단지 이 사건 영화의 여러 대목에서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내용들이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① 훈련병들이 실미도에 상륙한 직후에 교육대장 소외 16이 단상에 올라가서 훈련병 전원에 대하여, ‘보다시피 난 군인이다. 너희는 사형수이거나 사회 밑바닥에서 아무 희망도 없이 살던 인간쓰레기들이다. 그러나 너희가 그 군복을 입는 순간 나와 너희의 목표는 하나가 된다.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조국통일의 과업을 함께 완수할 동지가 되는 것이다. 나와 여기 있는 기간병들은 너희가 자신의 생명과 국가의 명령을 지켜낼 수 있도록 훈련시킬 것이다. (중략) 각오가 된 자는 자기 손으로 군복을 입는다.’라고 연설하고, 이에 관하여 주연급 인물인 소외 18(나중에 제2조 조장이 됨, 강신일 역)을 비롯한 다른 훈련병들이 체념한 듯이 군복을 입으면서 ‘돌아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씨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백 번 옳은 소리지.’, ‘언제 안전장치 달고 사시미 뜨러 다녔냐.’라고 대응하고(상영시작 후 15분경), ② 훈련병 소외 19(나중에 취사병이 됨, 강성진 역)가 훈련 도중에 다리를 다치고 나서 기간병 소대장인 조중사(허준호 역)로부터 치료를 위하여 퇴소할 것을 요구받자, 소외 19는 ‘여기서 다시 감방으로 쫓겨가서 오늘 매달리나 내일 매달리나 걱정하면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조중사님. (중략) 밥을 짓든 청소를 하든 변소청소도 제가 혼자 다 하겠습니다. 시키는 것은 뭐든지 다하겠습니다. 씨이, 차라리 죽여주십시오.’라는 식으로 애원하고, 그 옆에 있던 제2조 조장 소외 18은 ‘중사님, 누군가 그런 일을 다 해주면 나머지는 훈련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능률도 더 오르지 않겠습니까? (좌중을 둘러보며) 다들 우에 생각하노?’라는 식으로 다른 훈련병들의 동의를 구하자, 그곳에 있던 모든 훈련병들은 이구동성으로 ‘뭘 어떻게 생각합니까?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십시오.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갈 미친 놈들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대응하였으며, 이에 조중사가 수락의 뜻을 비치자 다른 훈련병들은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야, 저 새끼, 그러면 산 거야?’라고 이야기하고(상영시작 후 37분경), ③ 교육대장 소외 16이 소외 20에게 ‘지금 ○○부대원들은 재소자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소외 20이 ‘원래 다 재소자들 아닌가?’라고 답변하고, 이에 옆에 있던 오국장이 ‘김일성이 목 따오라고 사형수들 불러 모아놓고 비인간적인 교육을 자행하다니... 하하... 거 외신이 알면 우리를 얼마나 야만적인 국가로 알겠습니까.’라고 호응하였으며(상영시작 후 1시간 13분경, 여기서 ‘사형수’라 언급된 부분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는 ○○부대의 존속 여부가 논란이 되던 상황에서 오국장이 ○○부대의 존재를 부정하고 폄하하고자 하는 냉소적 의도에서 과장하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④ 기간병들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한 훈련병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던 기간병 소대장 박중사(이정헌 역)가 훈련병들에게 ‘가, 가까이 오지마. (중략) 어차피 죽을 새끼들이었어. 너희들은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우리까지 죽을 수는 없었던 거야.’라고 이야기함에 대하여 소외 17, 15 등이 ‘우리가 왜 어차피 죽을 목숨이야.’, ‘당신들 목숨 값이나 개같이 버텨온 우리 목숨 값이 같은 것이라고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줬다면.’이라고 대응하자, 위 박중사가 ‘어떻게 똑같아. 너희 같은 범죄자 출신들이랑 우리들이 어떻게 같아. 이름도 없는 새끼들이랑 우리가.’라고 대꾸하였다(상영시작 후 1시간 48분경, 여기서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언급된 부분은 훈련병들을 전부 사살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와 같은 대사와 그 표현 방법, 영화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영화 내용이 일반의 관객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 이 사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주제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의 모집을 실제로 주도하였고 이후에도 ○○부대의 가장 중심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교육대장 소외 16이 훈련병 전원에 대하여 연설하는 위 ①의 내용 중 ‘너희는 사형수이거나 사회 밑바닥에서 아무 희망도 없이 살던 인간쓰레기들이다.’라는 표현이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관한 가장 직접적인 설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모집과정이 직접적으로 묘사된 2명이 모두 사형수로 설정된 것을 두고 바로 훈련병들 전원이 살인범이나 사형수로 묘사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주연급에 해당하는 위 2명이 ○○부대 훈련병으로 자원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극단적으로 강조하여 표현함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며, 이러한 점은 위 ②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던 처지로 간접적으로 묘사된 소외 19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원고들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을 살인범 또는 사형수로서 사형을 면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북파 공작원의 길을 택한 것으로만 표현하였다고 볼 것이 아니라, 이들 이외에도 사회에서 소외된 낙오자들, 즉 사회에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채 뚜렷한 희망이나 목표 없이 지내다가 극단적인 돌파구를 통해서만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한계점에 다다른 사람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설령, 이와 달리 중범죄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모집방식과 사형수 또는 무기수 등의 중범죄를 저질러 수감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모집방식으로 구분하여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이 후자의 방식에 의한 모집 대상인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정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아래에서 부가적으로 설시하는 이유에 의하면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2)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관하여 밝혀진 사실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7호증의 4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국방부에서는 이 사건 영화의 상영 이후 2005. 1. 11.까지 훈련병들에 대한 신원조사작업과 아울러 수사경력 및 범죄경력조회 등을 실시하였는바, 이 사건 망인들 중 ① 소외 1의 경우 1967. 7. 28.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② 소외 9의 경우 1964. 4. 2.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절도죄로 징역 10월을, 1965. 4. 7. 같은 법원에서 특수절도죄로 징역 10월을, 1967. 9. 17. 같은 법원에서 특수폭행죄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받았으며, ③ 소외 11의 경우 1959. 3. 27. 인천지방검찰청에서 특수절도죄로 소년부송치처분을 받은 다음, 1960. 7. 2. 인천지방법원에서 특수절도죄로 징역 장기 1년 6월, 단기 1년을, 1961. 9. 16. 같은 법원에서 특수절도죄로 징역 장기 1년 6월, 단기 1년을 각 선고받은 적은 있으나, ④ 나머지 훈련병 9명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은 범죄경력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나) 한편, 이 사건 망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훈련병들 중 2005. 1. 11.까지 국방부에 의하여 구체적 신원이 확인된 다른 훈련병들에 관해서도 ○○부대에 입소하기 이전에 법원으로부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다) 실미도 사건으로 인하여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던 훈련병 4명 중 소외 8의 경우 군수사기관에서 1967. 5.경 절도혐의로 입건되었다가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이외에 범죄전력이 없는 상태에서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부대에 자원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나머지 소외 2, 13, 14의 경우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상태에서 권투체육관에 다니거나 가출하여 생활하거나 곡예단 단원으로 일하던 중 모집책에 의해서 지원입대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3) 검 토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관한 내용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실제의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우려가 있는 사실의 묘사에 해당한다.
위 2)항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망인들의 경우 사형수가 아닐 뿐만 아니라 중범죄를 저지른 사실도 없고, 달리 사회의 낙오자로서 극단적인 삶의 상황에 내몰릴 만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이 사건 망인들이 형집행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대에 입소한 것이 아니라 북파 공작원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 금전적 보상과 장래의 보장을 비롯하여 상당한 반대급부를 제공하겠다는 정보기관의 제의를 수용하여 스스로 훈련병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이 사건 망인들을 포함한 훈련병들 전원에 대하여 살인범이나 사형수 또는 사회의 낙오자들로 표현한 것은, 비록 원고들 주장과 같이 훈련병들 전원이 살인범 또는 사형수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라도, 이 사건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나) 피고들에게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과실이 있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실제의 사실과는 다르게 이 사건 망인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을 표현하여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 제작 당시 그러한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과실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영화 제작 당시에 존재하던 자료들의 내용을 살펴본 후 피고들에게 이 사건 영화에 표현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다.
1)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관하여 이 사건 영화 제작 당시에 존재하던 자료들의 내용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내지 6호증, 갑 제9호증의 2, 갑 제27호증의 1 내지 40, 을 제2,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부대의 훈련병들이 1971. 8. 23. 서울에 진입한 사건에 관하여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소외 21은 최초의 기자회견에서 이를 ‘무장공비에 의한 난동’으로 규정하였다가, 수시간 후에 이루어진 후속기자회견에서는 훈련병들의 신분에 관하여 ‘공군 관리하에 수용중이던 특수범 내지 죄수들’이라는 추상적인 언급을 함으로써 당초의 입장을 번복하였고, 그 다음날인 1971. 8. 24. 위 소외 21, 공군참모총장 소외 22, 대간첩대책본부장 소외 23, 내무부장관 소외 24 등은 국회 국방위원회(내무위원회와 연석회의)에 참석하여 위 사건을 ‘특수범 난동사건’으로 규정하고 이를 전제로 하여 국회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였다(위와 같은 국방부장관 등의 추상적 언급을 토대로 하여 국회의원들도 훈련병들을 '범죄죄수인 모 부대 군인'이라고 호칭하였다).
나) 같은 맥락에서 1971. 9. 15. 개최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소외 25는 국무총리 소외 26에 대하여 훈련병들이 전과 10범 이상의 흉악범이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하였다{나아가 위 소외 26은 2004년 2차례에 걸쳐서 방영된 서울방송(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인터뷰과정에서 ○○부대 훈련병들이 모두 사형수나 무기수 출신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계속하였다}.
다) 위와 같은 고위공직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그 당시 언론기관에서는 실미도 사건을 ‘군특수범 난동사건’으로, ○○부대 훈련병들을 ‘공군 관리하에 수용된 특수범’으로 보도하였다.
라) ○○부대의 창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소외 27의 회고록 “ ○○○”에는 ‘사형수나 무기수로 극형에 처해져 복역하고 있던 죄수들에게 조국을 위해 봉사하면 죄를 사면시켜주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해준다는 조건을 붙여 결사대 인원을 선발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마) ○○부대 기간병 소대장이었던 소외 28이 가명으로 기고한 글을 토대로 신동아 1993년 4월호에 게재된 “ □□□”에는 ○○부대 훈련병에 관하여 ‘들어오기 전 직업들도 가지각색이었다. 뺑소니차 운전수, 가짜 중, 소매치기, 암표장수, 식당요리사, 곡마단 감독, 편물기계 수리공, 포장마차 주인, 권투선수, 아마추어 가수, 사과나무 전지공, 돌팔이 점쟁이, 미군부대 담치기, 술만 마시면 칼들고 파출소 쳐들어 가는 놈, 여자 폭행만 전문으로 하는 놈 등 모두 다 교도소 구경을 했던 친구들이다. 어쨌든 남한테 단 한번이라도 칭찬받을 짓을 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중략) 이들은 하는 말들이 매우 거칠었고 교도소나 뒷골목에서 쓰는 은어, 속어가 대부분이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바) 주간동아 207호(1999. 11. 4.자)에는 ○○부대 훈련병에 관하여 ‘사형수와 무기수 등 비정규군 출신’이라 하면서, ‘당시 교육대장은 훈련병들을 빨리 북한으로 보내든 교도소로 돌려보내든 뭔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했다.’는 관련자의 증언을 기재하였다.
사) 문화방송(MBC)이 1999. 12. 19. 방영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실미도 특수부대”에서 ‘사형수 출신의 부대원들 죽음을 무릅쓴 청와대행’이라는 제목 아래 ○○부대의 구성원들을 ‘군특수범’이라고 밝혔고, 위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위 소외 22는 훈련병들에 관하여 ‘내가 보고받기로는 전부 범법자라고 그럽디다. 범죄자... 깡패들 그런 거를 뽑았다고 그래요.’라고 이야기하였다.
아) ○○부대 기간병 소대장이었던 소외 29가 2001년경 경향닷컴(www.khan.co.kr)에 기고하여 40부작으로 연재한 “실미도 ○○부대 주석궁 폭파부대”에서 ○○부대 훈련병에 관하여 ‘모집된 훈련원들은 모두 정보요원에 의하여 포섭된 양민들이다. 방식은 무작위 투망식 거점포섭으로 충청·경기 일원 등 특정지역 사람들이 집중 선발되었다. 훈련원 중 중상류층 국민이나 고급 인텔리는 한명도 없었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하층 밑바닥 출신이었다. 항간에 죄수 또는 군죄수라고 알려진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루머일 뿐 사실과 다르다. 시국사범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들은 100% 민간인들로 구성되었다.’라고 설명한 다음, 식당 요리사가 실직한 이후 자신의 피를 팔아서 받은 돈을 갈취하려는 불량배들을 때려눕힌 다음 이 장면을 목격한 정보요원에 의하여 포섭된 경위, 단검투척에 관한 묘기를 보유한 ‘곡마단 단원’이 모집 대상이 된 경위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자) 한편, 이 사건 영화의 원작인 소설 실미도에는 ‘그들과 함께 해안 경비정에 승선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험한 인상에 근육이 울퉁불퉁했고, 칼자국과 문신이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행색으로 보아 사형수나 무기수뿐만 아니라 뒷골목에서 곧바로 합류한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소외 15는 사람들을 세어보았다. 지원자 서른한 명, 군인들이 스물세 명이었다. (중략)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차례차례 하선을 했다. 고생 보따리를 하나씩 걸머지고 낯선 무인도로 옮겨온 살인자, 강도강간범, 현상수배자, 쪼록꾼, 개척자활단 출신들. 모두가 사회의 암이고 쓰레기 인생들이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2) 검 토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영화 제작 이전에 존재하던 실미도 사건에 관한 국회회의록, 언론보도, 고위공직자의 진술 등 공적인 자료에는 훈련병들의 신분에 관해 ‘공군 관리하에 수용된 특수범 내지 죄수들’, ‘군특수범’, ‘사형수나 무기수로 극형에 처해져 복역하고 있던 죄수들’, ‘사형수 출신의 부대원들’, ‘범법자, 깡패들’이라고 되어 있었고, 그 외에도 소외 28의 진술을 토대로 한 글에는 ‘모두 다 교도소 구경을 했던 친구들’이라고, 소외 29가 기고한 글에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하층 밑바닥 출신’이라고, 이 사건 영화의 원작인 소설 실미도에는 ‘사형수나 무기수뿐만 아니라 뒷골목에서 곧바로 합류한 사람’, ‘모두가 사회의 암이고 쓰레기 인생들’이라고 각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내용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 영화에서 묘사한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①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는 정부에 의한 공식적인 사실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아 훈련병들의 전과관계와 모집경위는 물론이고 그 신원마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러한 사정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자료들 이외에 다른 사실 확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보이는 점{이 사건 영화를 계기로 비로소 언론과 정부기관을 통하여 진상위원회가 구성되고 보상을 위한 특별법이 추진되는 등 구체적인 사실 확인 작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훈련병들의 전과관계와 모집경위에 관하여 다소나마 밝혀진 것은 이 사건 영화 개봉 이후에 실미도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던 중 2004. 2. 7.경 서울방송(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훈련병들의 사진과 함께 관련자들의 증언을 방영하면서부터이며, 이 사건 영화의 개봉 이후 원고들을 중심으로 하여 국방부에 훈련병들의 인적 사항, 모집관련 자료 등 훈련병들에 관한 내용을 질의하는 민원을 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하여 국방부는 ‘33년 전의 상황인 데다가 관련부대의 해체와 유효기간 경과로 객관적 자료를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2004. 2. 13.자, 2004. 2. 19.자, 2004. 3. 11.자 각 민원회신을 통하여 훈련병들 중 일부의 인적사항만을 확인하여 주었고(갑 제10호증의 1, 2, 3), 이후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신청한 서울고등법원 2004라439호 영화상영금지가처분사건에서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2005. 1. 3.자 및 2005. 1. 13.자로 회신을 하면서 일부 훈련병들에 대한 전과관계와 모집경위에 관하여 비로소 공식적인 확인이 이루어졌다(갑 제37호증의 4)}, ②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망인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여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유족인 원고들의 진술을 쉽게 청취할 수도 없었고, 원고들로서도 이 사건 영화의 상영 이전에는 이 사건 망인들이 ○○부대 훈련병으로 모집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점, ③ 역사적 사실의 각색이 어느 정도 용인될 수밖에 없는 상업영화에 있어서 영화제작자에게 국가기관이나 언론기관이 행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충분한 사실 확인 작업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한 점, ④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에서 망인들의 실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거나 그들과 극중 배역을 연관지을만한 직접적인 묘사를 하지는 않은 점, ⑤ 훈련병들 중 주연급에 해당하는 두 명에 대하여는 사형선고를 받은 인물로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다른 훈련병들에 대하여는 그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대하여 추상적인 상황 묘사만을 하고 그 개개의 구체적인 사례(가령, 소외 28, 29의 글과 소설 실미도에 등장하는 여러 유형의 인물들)를 묘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영화의 극적 효과를 위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점, ⑥ 이 사건 영화 제작 당시에 밝혀진 사실들 중 훈련병들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일부 내용에 대하여는 이를 삭제하고 오히려 미화하기까지 한 점(예를 들면, 사실은 훈련병들에 대한 전원 사살명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훈련병들이 이러한 명령을 들은 후에야 기간병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표현한 것, 서울에 진입하여 버스에 있던 훈련병들 중 일부는 생존하였고 버스 폭파 경위 역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버스 안에서 훈련병들 전원이 수류탄을 함께 꺼내어 자폭하는 것으로 그리면서 그 과정에서 훈련병들이 자신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으며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삽입한 것 등), ⑦ 이 사건 영화를 전체적으로 볼 때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을 추하게 표현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혐오나 멸시 등 비방의 의도를 드러내기보다는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에서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훈련병들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 ⑧ 실미도 사건이 있은 지 30년 이상이 경과한 후에 제작된 이 사건 영화에 대하여 그 세부적인 내용이 역사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격권 침해 내지 명예훼손의 성립을 인정하게 된다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창작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어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 내용 중 문제되는 부분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들에게는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 및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이는 설령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 전원을 사형수, 무기수 또는 중범죄를 저지른 재소자들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정적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여서, 이 사건 영화 제작 당시 실미도 사건에 관하여 존재하던 자료들 중 소외 28, 29의 글( 소외 29는 훈련병들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하층 밑바닥 출신일 뿐 죄수는 아니며 전원 민간인들로 구성되었다고 기술하여 다른 자료들과 가장 반대되는 내용을 썼다.)과 소설 실미도(이는 기본적으로 문학적 상상력에 의하여 창작된 것이다.)를 제외한 국회회의록, 언론보도, 고위공직자의 진술 등 각종 공적인 자료에는 실제 훈련병들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묘사하고 있는데, ① 소외 29, 28이 훈련병들을 직접 접촉하였었고 그 글에 구체적·개별적 사례가 언급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성이 확실히 담보된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 소외 29, 28의 글은 실미도 사건이 있은 지 20년 내지 30년 후에 쓰인 것으로, 소외 28의 글이 게재된 후에도 주간동아와 문화방송은 훈련병들에 대하여 사형수나 무기수로 표현하였고, 소외 29는 이 사건 영화 개봉 이후에 다른 언론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훈련병들 중 30~40%는 강도 또는 깡패로 전과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하였으며, 더욱이 피고들은 이 사건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 소외 29 개인에 대하여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원고들은 피고들과 이 사건 영화의 주연배우들이 실제로 소외 29의 글을 참조하였다는 점을 주요하게 거론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위 글에 드러난 실미도 사건의 전체적인 윤곽 이외에 훈련병들의 출신성분 등 세부적인 묘사까지도 역사적 진실로 받아들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소외 33은 생존훈련병 중 1명을 교도소에서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소설 실미도를 구상하였는데, 이 사건 영화의 개봉 이후인 2004. 2. 21. “실미도 사건 총정리 1”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제가 취재한 모든 자료와 인터뷰는 훈련병이 사형수, 아니 적어도 교도소 출신인 것이 틀림없더군요. 국회속기록(국방내무연석회의록), 국내외의 엄청나게 많은 언론매체, 소외 30 장군 회고록, 소외 31 국방장관 회고록, 소외 27 회고록, 격동 삼십년, 한국현대사, 소외 28씨의 신동아 수기 등등 실미도 실자가 들어있는 모든 문서... 소외 22 공군참모총장, 소외 32 육군참모총장(국회 국방위원장 실미도진상조사단장), 소외 23 대간첩 대책본부장, 소외 30 인천지구 사단장, 신분을 밝히지 않기로 약속한 전직 중앙정보부 대령 외 군인 여러 명... 소외 25 군산시장(당시 국회의원) 소외 34, 35 위원, 소외 36 위원 비서관 등등의 정치인... 당시 경향신문 사회부 수석기자 소외 37 등등 언론인... 어쩌면 그렇게 하나도 빠짐없이 한결같이 훈련병들이 사형수나 무기수 출신의 죄수라고... 확실하게 증언을 하던지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을 제3호증)}, ②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아니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업영화를 제작할 경우 일반적으로 기본되는 사실관계에 작가와 감독의 문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인물과 이야기를 그리게 되는 점(이 경우 통상 적시된 사실의 중요 부분이 전체적으로 진실과 합치되면 족하고 세부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의 윤색·과장이 있다고 하여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③ 실미도 사건과 같이 역사적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가설에 기한 검토가 있을 수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관련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수반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그 가설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면 역사의 연구는 있을 수 없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에 대한 반론의 제기도 어렵게 되는 점(더욱이 개인의 사적 사실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를 갖는 중대한 공적 사실인 실미도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다소의 추측과 과장이 가미되었더라도 그에 대한 제재는 상당히 완화되어야 할 것이고, 나아가 비록 그 진실성이 입증되지 않거나 진실성의 확인을 위한 노력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내용이 아닌 한, 어느 정도 합리적인 근거만 있으면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④ 피고들에게 실질적인 사실 확인 작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 앞서 피고들에게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서 본 여러 사정들을 두루 감안하여 보면, 위 상반되는 자료들 중 공적인 자료들을 신뢰하여 이를 토대로 영화를 제작한 피고들을 탓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에서 이 사건 망인들을 살인범이나 사형수 등으로 표현하여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2) 용공주의자로 표현하였다는 부분
(가) 원고들이 지적하는 구체적인 영화 내용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이 북한 군가인 ‘적기가’를 부르는 장면은 세 번 나온다. ① 부녀자를 강간한 훈련병 소외 38이 체포되어 밧줄에 묶인 채 다른 훈련병들이 체벌을 당하는 상태에서 처절하게 ‘적기가’를 부르고(상영시작 후 1시간 6분경), ② 훈련병 소외 38이 사망한 직후에 다른 훈련병들이 내무반에 들어간 다음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병 중 일부가 중얼거리듯이 ‘적기가’를 부르며(상영시작 후 1시간 10분경), ③ 서울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버스에 타고 있던 훈련병 소외 19가 죽어가면서 ‘적기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다른 훈련병들 모두가 이를 따라서 부르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상영시작 후 1시간 55분경).
(나) 검 토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 극중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사실 묘사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실제 인물에게 있었던 사실이나 사건을 묘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지만, 묘사된 사실이 이야기의 구성이나 극적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일반 관객이 보통의 주의와 방법에 의하여 그것을 사실의 묘사라고 받아들이지 아니할 정도인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따라서 영화의 전개와 극적 효과를 위하여 특정 장면에서 등장인물로 하여금 특정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음향효과를 삽입하는 것 등은 원칙적으로 영화제작자의 고유한 창작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다만 그것이 이야기의 구성이나 극적 효과를 연출하는 것에서 나아가 특정 인물에 관한 사실이나 사상의 묘사에 이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
살피건대, ○○부대에서는 원활한 북한침투를 위하여 훈련과정에서 훈련병들에게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같은 북한 군가를 가르치고 이를 부르도록 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비록 원고들 주장과 같이 망인들이 ‘적기가’를 배우거나 부른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① 훈련병들이 북파공작을 목적으로 한 특수부대원들이었고 그러한 목적하에서 북한 군가를 배워 알고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이 부르는 노래가 북한 군가인 ‘적기가’라는 것을 표시한 바가 없어서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도 위 노래가 북한 군가임을 바로 알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달리 훈련병들이 북한체제에 대하여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없는 점, ④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은 용공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되는 모습으로, 즉 부여된 임무를 수행한 후 이 사회에서 떳떳하게 살기를 원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점(이는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훈련병들이 ‘적기가’를 부르는 데 대하여 버스에 타고 있던 노인 승객이 ‘이상한 노래 부르고 군인들과 싸우면서 무장공비가 아니라면 대체 댁을 뭐하는 사람들이오?’라고 묻자, 소외 15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 바쳐 김일성 목을 따고 주석궁을 폭파하라. 이것이 너희의 임무이다!’라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⑤ 이 사건 영화를 본 관객들은 훈련병들에 대한 경멸이나 혐오의 감정보다는 대체로 이들에 대한 추모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점, ⑥ 영화에 삽입된 특정한 노래나 음향효과가 적절하거나 불가피하였는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닌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보면, 이 사건 영화에서 훈련병들이 ‘적기가’를 부르는 장면을 삽입한 것은 명예훼손의 대상인 사실의 묘사에 해당하지 않거나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3) 영화의 자막, 홍보에 관하여
(가)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2호증의 1, 2, 갑 제13호증의 1 내지 4, 갑 제14호증의 1 내지 8, 갑 제15호증, 갑 제16호증의 1 내지 5,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영화의 시작 자막의 내용
당초 이 사건 영화가 국내 영화관에서 상영될 당시 본 영화의 시작 무렵에 “영화 〈실미도〉는 1968년에 창설된 ‘실미도 ○○부대’에 관한 영화이며, 영화속 훈련병들의 출신성분이나 상황설정이 과거 혹은 현재의 다른 북파공작부대와 북파공작원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자막(이하 ‘원자막’이라 한다)이 상영되었다.
2) 광고·홍보의 구체적인 내용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를 국내 영화관에서 개봉할 무렵부터 종영 이후까지 운영하던 공식 홈페이지의 경우, 허구임을 전제로 하는 ‘Movie(영화)’에 관한 항목{그 세부항목은 Synopsis(줄거리), Director(감독), Production Note(제작과정), Staff(제작인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과 구분되는 ‘신문’이라는 항목을 별도로 설정한 다음, 그 세부내용으로 실미도 사건에 관하여 8개의 신문기사 형식으로 작성한 내용을 게재하면서, ‘훈련병들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거나 무기징역 혹은 수감자들이 포함된 사회의 밑바닥 계층이었다. 작전성공시 모든 형벌 취소 및 전과기록 말소 등 정부로부터 새 삶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실미도의 지옥훈련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를 국내 영화관에서 상영할 당시 여러 차례에 걸쳐서 ‘32년을 숨겨온 진실...’, ‘2003년 12월, 32년을 숨겨온 진실이 밝혀진다. 이름도 없었다. 존재도 없었다. 살려둘 이유도 없었다.’, ‘진실에 눈물을 훔친 관객들의 이구동성’, ‘진실의 힘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는 내용이 포함된 신문광고를 하였다.
피고들이 2004. 7.경 제작한 디브이디 세트의 첨부물 ‘684 북파부대, 실미도(SILMIDO)’의 경우에도, 허구임을 전제로 하는 ‘Synopsis’와 구분되어 있는 ‘About Fact’에 관한 항목에 ‘실미도 사건’은 무엇인가?”라는 제목과 함께 ‘작전성공시 사형취소 및 잔형면제! 실패시 전원 자폭할 것’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위 첨부물의 속 표지에는 ‘이름도 없었다... 존재도 없었다... 살려둘 이유도 없었다! 32년을 숨겨온 진실...’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피고들이 2004. 7.경 제작·판매하기 시작한 비디오테이프의 겉포장에는 ‘이름도 없었다... 존재도 없었다... 살려둘 이유도 없었다! 32년을 숨겨온 진실... 이제는 말한다!’, ‘진실에 눈물훔친 1,100만 관객들의 이구동성’ 등의 내용이 인쇄되어 있다.
(나) 검 토
살피건대, 원자막의 경우 ○○부대 훈련병들의 출신성분이나 상황설정이 ‘다른’ 북파공작부대와 무관하다는 내용일 뿐이어서 오히려 이 사건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부대 훈련병들의 출신성분이나 상황설정만은 실제 사실관계와 부합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또한, 이 사건 영화의 광고·홍보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 사건 영화가 ‘진실’이라는 것이며, 공식 홈페이지와 디브이디 세트의 첨부물에서는 적극적으로 특정 내용(특히, ‘훈련병들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거나 무기징역 혹은 수감자들이 포함된 사회의 밑바닥 계층이었다. 작전성공시 모든 형벌 취소 및 전과기록 말소 등 정부로부터 새 삶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실미도의 지옥훈련을 받게 된다.’는 내용 부분)의 사실성을 강조하는 홍보 방식을 취하기도 하였는데, 이에 따라 일반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영화가 역사적 진실 그대로 제작된 것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결과가 되고, 결국 명확히 밝혀지지 아니한 과거의 사실관계에 대하여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만을 이유로 영화제작진의 광고·홍보에 대한 불법행위의 성립을 섣불리 인정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적절한 조화와 선택을 요소로 하는 상업영화에 있어서 영화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홍보하였다고 하여 그 영화의 모든 내용이 진실이라는 의미라고 보아서는 안 되고, 전체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하였으며 극적 허구와의 조화 속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최대한 반영하였다는 취지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며(이와 같은 홍보 방식이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상업영화의 일반적인 홍보 관행을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영화제작 당시까지 밝혀진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여 영화제작자가 그 광고·홍보 중 사실을 적시한 내용에 대하여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영화제작자에게 그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영화의 시작 자막과 홍보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이 사건 영화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한 것 이외에 가장 문제되는 것은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관한 부분까지도 진실이라고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할 것인데(홍보의 내용은 영화에서 묘사된 내용 이외의 것을 담고 있지는 않다.), 앞서 이 부분을 포함하여 피고들에게 이 사건 망인들 또는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이상, 위 시작 자막과 홍보 자체만을 들어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영화의 개봉 이후 실미도 사건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증폭되어 그 실상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이 사건 망인들의 모집경위에 관하여도 일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게 됨으로써, 사후적으로 이 사건 영화의 시작 자막과 홍보 등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명예감정을 자극하는 결과가 발생되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당심 변론종결일 현재 제작·판매하고 있는 디브이디 디스크 및 비디오테이프의 시작 자막을 ‘영화 “실미도”는 1968년에 창설되어 실재하였던 실미도 ○○부대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제작 당시 관련자료 부족과 공식적인 정보공개의 부재 등을 이유로 영화의 구체적인 상황설정이나 표현은 문학적 상상력에 의존하였습니다. 따라서 훈련병들과 기간병들에 대한 출신성분, 훈련과정 기타 상황설정 중에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아울러 또한 ○○부대는 다른 북파공작부대와 그 소속 북파공작원과는 무관합니다). 특히 이 영화 상영 이후 언론 등을 통해 훈련병들의 인적사항 및 이들 중에 순수한 민간인이 다수 참여한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음을 알려드리며 저희는 앞으로도 숨겨져 있던 실미도 사건에 대한 진실이 더욱 더 밝혀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 영화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헌신했던 관련자 여러분 및 유가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충심으로 고대합니다.’라고 수정하고, 앞서 지적한 홍보물 부분을 삭제하였는바, 영화의 제작·상영 이후에 밝혀진 사실로 인하여 사후적으로 명예훼손의 결과를 가져온 점에 대하여도 피고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것이다.
(4) 소결론
피고들이 이 사건 영화를 제작·상영하고 홍보함에 있어서 훈련병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관하여 표현하고 훈련병들이 적기가를 부르도록 표현하고 이 사건 영화를 진실이라 홍보한 것이 이 사건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 부분에 대한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영화의 상영 등 금지 청구에 대한 판단
위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영화로 인하여 망인들이나 원고들의 인격권이 중대하게 훼손되거나 왜곡되는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 유가족인 원고들이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하여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 영화의 상영 등의 금지를 구할 수는 있다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영화와 같이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가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검토함에 있어서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서 역사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망인이나 그 유가족의 인격권보다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는 창작 내지 예술의 자유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중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하고(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903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영화제작의 토대가 된 각종 자료들의 확실성과 신빙성,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실확인작업이 비교적 용이하였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영화제작자가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영화의 내용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인격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24624 판결 등 참조). 특히 법원에서 ‘예술적 창작물’인 영화의 상영 자체를 금지하거나 혹은 그 영화내용을 직접적으로 수정·삭제하여 달라는 취지의 피해자의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사법절차를 통하여 예술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직접적 구제수단이 허용되는 사안은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의 태양 및 그 정도, 침해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인격권의 핵심적 내용이 중대하게 훼손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망인들을 용공주의자로 표시하였다는 부분은 명예훼손의 대상인 사실의 묘사에 해당하지 않거나 망인들 또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부분을 들어 망인들이나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망인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대하여 살인범이나 사형수라고 묘사하고 이를 사실이라고 자막에 표시하거나 광고를 한 행위가 망인들이나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원고들은 이와 같은 명예훼손으로 인해 침해되는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 영화의 상영 등의 금지를 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술창작 작품인 이 사건 영화에 명예훼손적 사실이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바로 그 부분의 삭제 등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명예훼손적 사실로 인하여 인격권의 핵심적 내용이 중대하게 훼손되는 경우 등에 한하여 위와 같은 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인바, 위에서 살펴본 이 사건 영화의 제작 경위, 영화 제작 당시 있었던 실미도 사건에 대한 각종 자료의 내용 및 그 신빙성, 피고들의 사실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의 태양 및 그 정도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들에게 망인들 및 원고들의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다고 인정되는 점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망인들의 모집경위나 출신성분에 대하여 살인범이나 사형수라고 묘사하고 이를 사실이라고 자막에 표시하거나 광고를 하였다고 하여도 이를 들어 망인들이나 원고들 인격권의 핵심적 내용을 중대하게 훼손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영화의 상영 등 금지 청구 부분에 대한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함이 상당한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