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행정소송법 제8조 에 따라 심결취소소송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에서 재심사유로 정한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의 의미 /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 확정된 경우,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소극)
[2] 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하는 방법 / 이때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재심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판결의 확정에 따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켜 그 하자를 시정함으로써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행정소송법 제8조 에 따라 심결취소소송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는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판결의 심리·판단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그 자체가 그 후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또는 그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다’는 것은 그 행정처분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서 증거자료로 채택되었고 그 행정처분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이하 ‘명세서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하 ‘정정심결’이라 한다)이 확정되더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정화의 별개의견]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의 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하여 정정심결이 확정되면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의 논리는 특허법과 일반 소송의 원칙에 반하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2] 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적어도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과 선행기술의 차이와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의 기술수준에 대하여 증거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초하여 파악한 다음,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이 선행기술과 차이가 있는데도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경우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참조조문
[1]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 특허법 제136조 , 제137조 [2] 특허법 제29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다45691 판결 (공1992, 2527)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3897 판결 (공1995상, 97) 대법원 2001. 10. 12. 선고 99후598 판결(공2001하, 2488)(변경)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0다12679 판결 (공2002상, 276)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0다69194 판결(공2004하, 1915)(변경)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4후3133 판결(변경)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후852 판결(변경)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후36 판결(변경) [2]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4후2184 판결 (공2017상, 47)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후1840 판결 (공2019상, 333)
원고, 피상고인
휴먼이지텍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리사 박민수 외 2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인익스 (소송대리인 변리사 김창덕)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기본적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5. 12. 24. 피고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롤방충망의 록킹구조”라는 이름의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번호 생략)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면서 등록무효심판( 2015당5713 )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2016. 5. 20. 이 사건 특허발명은 선행발명 1, 2 또는 선행발명 1, 3의 결합에 의하여 쉽게 발명할 수 없으므로, 그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이 사건 심결을 하였다.
나. 원고는 2016. 6. 22. 피고를 상대로 특허법원에 이 사건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특허법원은 2016. 10. 21. 이 사건 특허발명은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 하고, 나머지 청구항도 같은 방식으로 부른다), 이 사건 제3항, 제4항 발명은 선행발명 1 내지 3에 의하여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심결을 취소하였다.
다. 피고는 2016. 11. 4. 위 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하면서, 2016. 11. 28.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록킹부의 형성위치를 ‘슬라이딩 도어의 가운데’로 한정하는 내용으로 특허심판원에 정정심판청구( 2016정139호 )를 하였다. 특허심판원은 2017. 2. 8. 이 사건 제1항 발명을 위와 같은 내용으로 정정하는 심결을 하였고, 정정심결은 그 무렵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가. 1) 재심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판결의 확정에 따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켜 그 하자를 시정함으로써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다45691 판결 등 참조). 행정소송법 제8조 에 따라 심결취소소송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는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판결의 심리·판단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그 자체가 그 후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또는 그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다’는 것은 그 행정처분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있어서 증거자료로 채택되었고 그 행정처분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3897 판결 ,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0다12679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르면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이하 ‘명세서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하 ‘정정심결’이라 한다)이 확정되더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
2)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심판은 특허심판원에서의 행정절차이고 심결은 행정처분에 해당하며, 그에 대한 불복의 소송인 심결취소소송은 항고소송에 해당하여 그 소송물은 심결의 실체적·절차적 위법성 여부이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후4410 판결 등 참조). 특허법 제186조 제6항 은 “특허취소를 신청할 수 있는 사항 또는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소는 특허취소결정이나 심결에 대한 것이 아니면 이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1항 은 그와 같은 소로 “특허취소결정 또는 심결에 대한 소 및 특허취소신청서·심판청구서나 재심청구서의 각하결정에 대한 소”를 규정하고 있다.
심사관은 특허출원에 대하여 신규성이나 진보성 등을 심사한 후 거절이유를 발견할 수 없으면 특허결정을 하여야 하는데( 특허법 제66조 참조), 이러한 특허결정에 대하여 불복하고자 할 때는 위 규정들로 인해 특허결정 자체를 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반드시 특허심판원의 심판을 거쳐 그 심결에 대해서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특허결정의 당부를 다투는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법이 위와 같이 채택한 필수적 행정심판전치주의와 재결주의로 인해 당사자는 심결의 취소를 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심결과의 관계에서 원처분으로 볼 수 있는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어 그 정정 후의 명세서 등에 따라 특허결정, 특허권의 설정등록이 된 것으로 보더라도( 특허법 제136조 제10항 ),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변경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나) 특허권자는 특허권 설정등록 후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불완전한 것이 있을 때에는 명세서 등에 대하여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특허법 제136조 제1항 ). 이러한 정정심판 제도는 특허발명의 청구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명세서 등에 잘못된 기재 또는 불분명한 기재 등의 사유로 특허등록이 무효가 되거나 특허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바로잡아 특허무효를 미리 방지하고 특허권의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특허법은 특허권자와 제3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조화시키기 위해 명세서 등의 기재 범위 내에서 ① 청구범위의 감축, ② 잘못 기재된 사항의 정정, ③ 분명하지 아니하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에만 정정을 허용하되, 청구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 ①, ②의 경우에는 정정된 청구범위가 특허출원을 한 때 특허요건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허법 제136조 제1항 , 제4항 , 제5항 ).
그런데 특허권자가 특허청장을 상대방으로 하여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하여 정정심판을 청구하는 경우, 정정을 인정하는 내용의 정정심결은 별도의 불복절차가 없으므로 심판청구인에게 송달됨으로써 확정된다고 볼 수 있지만, 당사자 대립구조에 의한 심리·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정정심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특허법 제163조 가 규정하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을 상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해관계인이나 심사관은 정정심결이 확정된 후에야 정정을 인용한 심결에 대해 정정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데( 특허법 제137조 제1항 ), 정정을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그 정정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 특허법 제137조 제5항 ). 정정의 무효심판은 특허권이 소멸된 후에도 청구할 수 있다( 특허법 제137조 제2항 , 제133조 제2항 ).
이러한 특허법의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특허의 정정제도는 종전 특허발명과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정정사항은 정정 후 명세서 등의 내용을 구성하고, 정정심결이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이 정정된 명세서 등이 사실심 법원의 심리·판단의 대상이 된다. 정정심결은 심판청구인인 특허권자에게 송달됨으로써 확정되지만, 이해관계인이나 심사관은 그때부터 정정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특허의 정정은 특허무효 절차에서 특허권자의 주된 방어방법으로 활용되고 있고, 특허무효 분쟁은 필연적으로 정정의 무효심판절차까지 이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의 무효 여부는 여전히 특허권자와 제3자 사이에는 계속하여 특허무효 분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므로, 정정을 인정하는 내용의 심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발명의 내용이 그에 따라 ‘확정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특허법 제136조 제10항 은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그 정정 후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따라 특허출원, 출원공개, 특허결정 또는 심결 및 특허권의 설정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사후적으로 명세서 등을 정정하더라도 이미 진행된 특허심사·심판절차의 내용과 효력을 정정 후 명세서 등에 일체성을 유지하면서 승계시킴으로써 특허심사·심판절차와 조화를 유지하면서 정정제도의 실효성을 추구하고 특허권자가 정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지,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라 발생된 모든 공법적, 사법적 법률관계를 소급적으로 변경시킨다는 취지로 해석하기 어렵다.
다) 민사소송법 제1조 제1항 은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민사소송의 이상을 공정·신속·경제에 두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신속·경제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에 의한 소송지연을 적절히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원고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않는 한도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지만,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다211146 판결 등 참조). 특허권자는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는 정정청구를 통해, 그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는 정정심판청구를 통해 얼마든지 특허무효 주장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청구의 원인이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송절차뿐만 아니라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3) 이러한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송에서 그 특허가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여 특허권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특허권자로서는 특허권에 대한 정정심판청구, 정정청구를 통해 정정을 인정받아 그러한 무효사유를 해소했거나 해소할 수 있다는 사정을 그 재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다.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의 종국판결이 확정되거나 그 확정 전에 특허권자가 정정의 재항변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정정심결의 확정을 이유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4) 특허권자는 정정심판청구뿐만 아니라 특허무효심판절차 및 정정무효심판절차 내에서 정정청구의 형식으로 명세서 등을 정정할 수도 있다( 특허법 제133조의2 , 제137조 ). 이러한 정정청구에 대한 심판은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 함께 심리되므로, 독립된 정정심판청구와 달리 정정무효심판의 심결이 확정되는 때에 함께 확정되고(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후2698 판결 등 참조), 확정된 정정심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특허법 제133조의2 제4항 , 제136조 제10항 ). 앞서 살펴본 법리는 정정청구에 대한 심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특허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 확인심판 등에 대한 심결취소소송과 별개로 진행되던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 정정청구에 대한 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5) 이와 달리 정정심결의 확정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에 규정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심결취소소송에 관한 대법원 2001. 10. 12. 선고 99후598 판결 ,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후852 판결 ,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후36 판결 ,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 관한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0다69194 판결 뿐만 아니라,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의 정정청구에 대한 심결의 확정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에 규정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4후3133 판결 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나.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르면, 피고가 원심판결 선고 후에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상고심 진행 중에 정정심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가 규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사실심의 변론종결 후에 이루어진 정정심결의 확정이라는 사정은 원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사유로서 상고심에 이르러 새로이 내세우는 주장이고, 특허발명의 진보성 등 특허요건을 직권조사사항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심사유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가. 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적어도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과 선행기술의 차이와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의 기술수준에 대하여 증거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초하여 파악한 다음,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이 선행기술과 차이가 있는데도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경우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4후2184 판결 ,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후1840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간단한 구조를 이용하여 롤형태의 방충망을 프레임에 안정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롤방충망의 록킹구조’를 제공하기 위한 발명이다. 이를 위해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슬라이딩 도어에 고정 결합된 록킹부와 전후 방향으로 이동공이 관통하여 형성된 지지부재(41), 이동공에 전후 방향으로 슬라이딩 가능하게 장착되고 전면에 걸림홈(45)이 형성된 슬라이더(44), 전후 방향으로 개방된 프레임(10)의 타측에 형성되고 슬라이더가 배치되는 후방향으로 절곡되어 걸림홈에 선택적으로 삽입되는 걸림부(49)를 갖추고 있다. 또한 슬라이더는 슬라이딩 도어의 슬라이딩 방향에 대해 수직 방향인 전후 방향으로 이동하여 걸림부(49)와 결합하게 되는데, 슬라이더의 양측에 돌출 형성된 가이드돌기(46)가 이동공의 양측에 형성된 가이드홈(43)에 삽입되어 안내되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걸림부는 프레임의 타측에 형성되어 있는데 반해, 선행발명 1의 록 결합부(38)는 안내용 레일 하단부의 양측에 형성되어 있고(이하 ‘차이점 1’이라 한다),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슬라이더는 지지부재 내 형성된 이동공 내에서 전후로 이동되도록 결합되어 있는데 반해, 선행발명 1의 대응구성인 록 바(21)는 핸들(12)의 측면에서 삽입되어 결합되도록 되어 있을 뿐, 위와 같은 결합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이하 ‘차이점 2’라 한다).
2)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프레임이 ‘□’자 형상이어서 프레임의 타측이 존재하고, 프레임의 타측에 형성되는 걸림부가 록킹부의 슬라이더의 걸림홈에 삽입되어 걸리는 구조이다. 반면 선행발명 1은 놉(24)과 핸들(12)이 프레임의 타측에 대응하는 위치에 있을 뿐 프레임을 ‘□’자 형상으로 만들기 어렵고, 선행발명 1의 록 결합부(38)는 안내용 레일(15)의 하단부에 각각 위치하고 있으나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같은 ‘프레임’의 양측 하단과 동일한 구성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타측 프레임은 슬라이딩 되지 않는 구조이지만, 선행발명 1의 놉(24)과 핸들(12)은 슬라이딩 되므로 구조가 다르고, 선행발명 1의 레일 부품을 연결해서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타측 프레임처럼 일체화하기 위해서는 핸들의 측면으로 록 바(21)를 삽입하는 구조를 구현하기 어렵게 된다.
선행발명 1로부터 차이점 2를 극복하고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슬라이딩 도어(20), 지지부재(41) 및 슬라이더(44)의 결합 구성’을 도출하려면, 선행발명 1에서 길이 방향으로 내강(13)과 슬릿(17)을 가진 핸들(12)의 채널형 구조와 내강(13)에 록 바(21)가 길이 방향으로 조립되는 방식을 버리고,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슬라이딩 도어(20)에 지지부재가 고정되는 구조를 채택해야 한다. 또한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걸림홈(45)은 슬라이더(44)의 누르는 부분의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선행발명 1의 대응구성인 놉(24)과 록 리브(22)는 핸들(12)의 슬릿(17) 사이로 돌출되도록 동일한 높이에서 다른 횡방향 위치에 배치될 뿐,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대응되도록 록 리브(22)를 놉(24)의 아래 부분에 배치하게 되면 핸들(12)의 슬릿(17)에 끼우기 어렵게 된다.
선행발명 2, 3에 ‘가이드 돌기(46)와 가이드 홈(43)의 결합으로 슬라이더의 전후 방향 슬라이딩이 안내되는 구조’가 나타나 있으나, 이를 선행발명 1과 결합하기 위해서는 핸들(21)에 길이 방향으로 삽입되는 록 바(21)의 연결 구조를 대폭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선행발명들에 그러한 암시와 동기가 제시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한 통상의 기술자라 하더라도 선행발명 1과 선행발명 2 또는 선행발명 3의 결합에 의해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위 구성을 쉽게 도출할 수 없다. 또한 선행발명들을 결합하더라도 단순한 구조의 록킹부가 프레임의 타측에 형성된 걸림홈에 잠금 또는 해제되도록 하여 간단한 구조로 방충망을 견고하게 고정시키고, 쉽게 분리시키겠다는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작용효과가 쉽게 예측된다고 볼 수도 없다.
3) 따라서 선행발명 1과 선행발명 2 또는 선행발명 3의 결합에 의해 차이점 1, 2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이 사건 제1항 발명을 한정하거나 부가하여 구체화한 종속청구항인 이 사건 제3, 4항 발명도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선행발명들에 의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한 판단에 대하여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정화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대법관 이기택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5.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한 판단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정화의 별개의견
가.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의 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하여 정정심결이 확정되면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례는 타당하고, 다수의견의 논리는 특허법과 일반 소송의 원칙에 반하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
1) 법원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결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지 특허결정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결정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의 대상인 심결의 기초가 되는 처분에 불과하므로, 법원은 정정심결에 의해 정정된 내용에 구속되어 판단해야 한다. 이때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해 판단할 실익이 없다고 하여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면 심결이 그대로 확정되는데, 심결취소소송의 특성을 감안하면 소의 이익을 부정하는 것보다는 정정 후 명세서 등을 대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 사실심 법원으로 환송하는 것이 소송경제와 분쟁의 일회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 특허법 제136조 제10항 에 의하면,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그 정정 후의 명세서 등에 따라 특허출원, 출원공개, 특허결정 또는 심결 및 특허권의 설정등록이 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정정심결의 효력은 특허출원 시에 소급하게 되고, 처음부터 정정 후의 명세서 등으로 특허출원 이후의 절차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특허심사·심판절차 및 정정제도의 취지를 근거로 위 규정이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라 발생된 모든 공법적, 사법적 법률관계를 소급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특허결정, 심결의 대상에 대해서는 소급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듯하나, 이는 명백하게 위 규정에 반한다.
다수의견이 자세히 설시한 바와 같이 정정심판 제도는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특허권자의 주요한 방어방법이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특허법원에서 특허무효로 판단받은 특허권자는 그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더 이상 정정심판을 통해 무효사유를 제거할 수 없게 되어 정당한 방어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정정심판청구에 따른 소송지연 등의 폐해가 반드시 특허권자의 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특허무효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의 소를 제기한 특허권자와 달리 특허유효심결을 받아 심결취소소송에서 피고로서 방어를 해야 하는 특허권자로서는 변론진행 과정에서 새로 제출된 증거나 무효사유에 대한 주장으로 인해 비로소 정정의 필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특허권자가 이와 같은 불가피한 사정 등으로 뒤늦게 정정심판을 청구하였을 때, 사실심 법원이 정정심판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변론을 종결하면 특허권자는 정정된 명세서 등에 대해 판단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절차에서 정정심판청구가 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실무를 감안하면 이러한 사례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3) 다수의견에 의하면 상고심은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대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미 정정심결이 확정되어 명세서 등이 변경되었음에도 정정 전 명세서 등을 대상으로 판단할 실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특허무효심결을 유지한 특허법원의 판결이 상고된 후 정정심결이 확정된 경우를 가정해 본다. 다수의견에 따라 상고심에서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해 심리·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여 상고를 기각하게 되면 특허무효심결이 그대로 확정되지만, 특허 자체가 무효로 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게 된다. 왜냐하면 정정심결에 의해 특허무효사유가 제거되어 정정 후 명세서 등에 의한 특허는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특허 자체가 무효가 되지 않고 정정 전 명세서 등만 무효라고 보게 되면, 정정 후 명세서 등에 의한 특허는 그대로 존속하게 되므로 분쟁이 일회적으로 해결된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정정심결의 확정에도 불구하고 특허무효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 변론이 종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정 후 명세서 등에 따라 무효사유가 제거될 수 있는 기회를 종국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특허권자에게 가혹한 결과가 될 수 있고, 정정제도의 취지는 물론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하여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자 하는 특허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4) 다수의견이 말하는 대로 특허결정을 심결취소소송의 심리·판단의 대상으로 보더라도, 기존의 행정처분을 변경하는 내용의 후속처분이 종전처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거나 그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처분은 그 효력을 상실하고 후속처분만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며( 대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두29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과거의 법률관계나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확인의 소는 권리보호요건을 결여하여 부적법하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1다64479 판결 참조)는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정정심결의 확정으로 심리·판단의 대상이 변경되었는데도 상고심이 종전의 심판대상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처분에 대한 불복수단인 항고소송뿐만 아니라 일반 소송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정정심결의 효력을 제한 해석하여 정정심결의 확정 후에도 정정 전 명세서 등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다는 것이나, 그렇게 해석할 근거가 없다는 점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나. 따라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정정 전 명세서 등을 대상으로 하여 특허무효사유의 유무를 심리·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에 규정된 재심사유가 있어 결과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의 위법이 있다.
위에서 보듯이, 원심을 파기환송하여야 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지만,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이유를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6. 대법관 이기택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 확정된 정정심결을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의 재심사유로 인정해 온 종전의 판례의 태도는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뿐만 아니라 권리범위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특허소송 전 영역에 걸쳐 분쟁의 종국적 해결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허법은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로 ‘청구범위를 감축하거나( 특허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 잘못 기재된 사항을 정정하거나( 같은 항 제2호 ), 분명하지 아니하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 같은 항 제3호 )’를 규정하여 상당히 폭넓게 정정을 인정하고 있고, 특허법 제136조 제10항 은 정정사유의 내용과 경중을 불문하고 정정심결의 효력이 동일하게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특허소송의 사실심에서 패소한 특허권자가 청구범위를 일부 감축하였다는 사유 등을 주장하면서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정정심결을 받은 후, 이를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당사자에게 장기간 심리를 통해 선고된 사실심 법원의 결론을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무효사유가 있는 특허발명을 장기간 존치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 및 특허소송제도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였다. 또한 특허권자가 파기환송 절차에서 정정심판청구를 반복하게 되면 특허소송이 언제 끝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나. 정정심결의 확정을 재심사유로 인정하게 되면, 그 후에 ① 정정을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내려지고 그것이 확정되거나, ② 별도의 정정심결 또는 ③ 별도의 등록무효심판절차에서의 정정청구가 확정되거나, ④ 정정의 무효심판절차에서의 정정청구가 확정되면 또다시 재심사유를 인정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판결에 대해 이와 같이 무제한적으로 재심사유를 인정하는 것은 판결의 확정에 따른 법적 안정성을 예외적으로 후퇴시켜서라도 그 하자를 시정함으로써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재심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이를 통해 구체적 타당성이 실현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종전 판결에 따른 실무는 특허소송제도가 활성화된 주요 국가들의 제도와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이고, 특허소송에서의 공정·신속한 분쟁해결이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데 큰 장애가 되었다.
다. 특허법 제136조 제7항 은 “특허권자는 특허권이 소멸한 후에도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나, 다만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정심판청구를 기각한 심결에 대한 취소소송 진행 중에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정정기각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의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후2294 판결 등 참조). 종래 판례가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권자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정정심결이 확정되었다’는 주장을 상고이유로 받아들인 것은 심결취소소송이 확정된 이후에 정정심결이 확정되면 확정된 판결도 재심의 소에 의해 취소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대법원판결에 따르면, 특허를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된 후에는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당사자는 재심의 소로 다툴 수 없게 된다. 판결확정 전에는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재심사유임을 전제로 상고이유로 인정하면서 판결확정 후에는 판결 결과에 따라 재심의 소로 다툴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지는 결과가 되어 모순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 진행 중에 정정심판절차가 병행되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판결확정일과 정정심결 확정일의 선후’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특허권의 무효 확정, 소송 종결 여부 등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허를 무효로 하는 심결을 유지하는 판결에 대한 상고심 계속 중 특허심판원이 정정심결을 발령하는 경우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 선고일’과 ‘정정심결의 심판청구인에 대한 송달일’ 중에 어느 것이 앞서느냐에 따라 특허무효의 확정 여부와 심결취소소송절차의 종결 여부 등이 달라진다. 정정심결이 내려졌으나 심판청구인에 대한 송달이 지연되는 사이에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생긴다.
라. 별개의견은 상고심이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대상으로 판단할 실익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대상으로 판단하는 것이 분쟁의 일회적 해결이나 소송경제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과 같이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한 원심의 실체적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원심을 파기환송하게 되면, 환송 후 원심은 정정 후 명세서 등을 대상으로 다시 심리한 후 판단하게 된다. 이때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한 대법원의 실체적인 판단이 있으면 환송 후 사실심 법원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특허무효심결을 유지한 특허법원 판결에 대한 상고심에서 정정심결이 확정되었으나, 대법원이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한 원심의 실체적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아 특허권자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게 되면, 정정 전 명세서에 대한 심결은 그대로 확정되게 되고, 확정되는 심결의 주문에 따라 정정 여부와 무관하게 특허번호로 특정되는 특허에 대한 무효가 확정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무효사유를 가진 특허는 소멸하게 된다.
이 경우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이 일치해서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하였고, 특허권자는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 정정청구를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도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으므로, 그 변론종결 이후 추가로 정정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특허권자에게 가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당사자는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심결을 위법하게 하는 사유를 주장·증명할 수 있다는 사정( 대법원 2002. 6. 25. 선고 2000후1290 판결 등 참조)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결국 어느 경우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에 대한 대법원의 실체적 판단은 분쟁의 종국적 해결과 소송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 다수의견이 항고소송이나 일반 소송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의 별개의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별개의견이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두295 전원합의체 판결 은 “기존의 행정처분을 변경하는 내용의 행정처분이 뒤따르는 경우, 후속처분이 종전처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거나 그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처분은 그 효력을 상실하고 후속처분만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만, 후속처분의 내용이 종전처분의 유효를 전제로 그 내용 중 일부만을 추가·철회·변경하는 것이고 그 추가·철회·변경된 부분이 그 내용과 성질상 나머지 부분과 불가분적인 것이 아닌 경우에는, 후속처분에도 불구하고 종전처분이 여전히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앞서 본 특허법 제136조 제1항 에 의하면, 정정심판청구의 사유는 종전 특허결정의 유효를 전제로 그 내용 중 일부만을 철회·변경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특허결정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그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이어서는 안 된다. 통상적으로 정정심결에 의해 철회·변경된 부분이 그 내용과 성질상 나머지 부분인 정정 전 명세서 등과 불가분적인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위 판결의 법리에 따르더라도 정정심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허결정에 따른 정정 전 명세서 등이 심결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별개의견이 근거로 든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1다64479 판결 은 확인의 소의 권리보호요건에 관한 판결로 항고소송인 심결취소소송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바. 종래 판례가 특허권자에게 정정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특허권자의 보호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유일한 사실심 법원이고, 다수의견에 따르면 특허권자는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 정정심결의 확정이라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소송 진행 중 특허권자에게 정정의 기회를 적정하게 부여함으로써 소송절차에서 적합한 절차적 보장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정정심판을 청구하면서 정정 후 명세서 등에 따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경우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정정사유의 구체적 내용, 정정이 받아들여질 경우 심결취소소송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과거 정정내역, 정정할 기회가 보장되었는지 여부, 정정심판을 청구한 주된 목적이 소송을 지연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론을 종결할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덧붙여 둔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