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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5. 5. 13. 선고 2004나7386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주식회사 국민은행(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일 담당변호사 김미정외 1인)

피고, 피항소인

피고 1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성 담당변호사 이홍우)

피고, 항소인

피고 2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훈외 1인)

변론종결

2005. 4. 22.

주문

1. 원고의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한 항소와 피고 2 주식회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원고와 피고 1 주식회사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고, 원고와 피고 2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피고 2 주식회사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151,089,979원과 이에 대하여 2003. 5. 1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원고 : 제1심 판결 중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한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1 주식회사은 원고에게 금 151,089,979원과 이에 대하여 2003. 5. 13.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 2 주식회사 : 제1심 판결 중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호증 내지 7호증, 을가 1호증 내지 을가 9호증, 을가 10, 11, 13, 14호증의 각 1, 2, 을가 12호증, 을다 1호증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변새벽, 정상환의 각 증언과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03. 5. 9. 주식회사 드림미디어엠디에스(DREAM MEDIA MDS CO., LTD. 이하 ‘이 사건 수입자’라고 한다)로부터 싱가폴에 있는 마이크로닉스 테크놀로지 피티이 엘티디(MICRONIX TECHNOLOGY PTE LTD. 이하 ‘이 사건 수출자’라고 한다)에서 말레이지아산 인텔 셀러론 2.0 1,897개(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를 수입함에 있어 그 대금지급을 위한 신용장의 개설을 의뢰받고, 수익자를 이 사건 수출자로 하여 신용장 대금 미화 125,960.80달러의 취소불능 화환신용장을 개설하였다.

나. 항공화물 운송주선업체인 피고 2 주식회사(이하 ‘ 피고 2 주식회사’이라고 한다)는 2003. 2. 17. 이 사건 수입자와 싱가폴, 홍콩으로부터 이 사건 수입자가 수입하는 물품의 항공운송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수입자로부터 이 사건 화물을 싱가폴에서 인천공항까지 운송해줄 것을 위탁받은 후, 다시 싱가폴의 혼재항공화물 운송주선인인 코차이나 로지스틱스 피티이 엘티디(KORCHINA LOGISTICS PTE LTD. 이하 ‘코차이나’라고 한다)에게 이 사건 수출자로부터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아 인천공항으로 운송하여 줄 것을 위탁하였다.

다. 코차이나는 이 사건 수출자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화물과 함께 내셔널 세미컨덕터 아시아 패시픽 피티이 엘티디(NATIONAL SEMICONDUCTOR ASIA PACIFIC PTE LTD.) 등 다른 수출자로부터 운송을 의뢰받은 집적회로 등 11건의 개별화물을 하나의 화물로 모은 후 2003. 5. 10. 대한항공에게 그 운송을 위탁하였고, 같은 날 대한항공으로부터 운송장 번호 180SIN30394781, 송하인 코차이나, 수하인 피고 1 주식회사(이하 ‘ 피고 1 주식회사’라고 한다), 출발지 싱가폴공항, 도착지 인천공항, 최초운송인 피고 대한항공, 항공기명 KE356, 화물명세 첨부된 적하목록과 같이 혼재된 화물, 포장개수 24, 중량 280kg으로 된 마스터 항공화물운송장(Master Air WayBill, 이하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이라고 한다)을 교부받았으며, 2003. 5. 11. 운송장 번호 SIN001260, 송하인 이 사건 수출자, 수하인 원고, 통지처 이 사건 수입자, 출발지 싱가폴공항, 도착지 인천공항, 운임후불(FREIGHT COLLECT), 최초운송인 주식회사 대한항공(이하 ‘대한항공’이라고 한다), 항공기명 KE356, 도착일 2003. 5. 11., 화물명세 INTEL CELERON 2.0/TRAY 1,897PCS ORIGIN MALAYSIA, 포장개수 3, 중량 52kg, 본선인도조건(FOB 싱가폴 공항)으로 된 하우스 항공화물운송장(House Air Waybill)을 발행하여 그 중 송하인용(제3원본)을 이 사건 수출자에게 교부하였다.

라.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에 첨부된 적하목록에는 코차이나가 이 사건 화물을 포함하여 위와 같이 집하한 12건의 화물에 관한 각 하우스 항공운송장 번호, 포장개수, 송하인과 수하인(실수입자)의 명칭과 주소, 국내 대리점(agent, 업계에서는 운송취급인으로 부른다)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위 적하목록상 기재된 12건의 화물 중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취급인은 피고 2 주식회사이었고, 10건의 화물에 관한 운송취급인은 피고 1 주식회사였으며, 1건의 화물에 관한 운송취급인은 주식회사 코리아로지스틱스였다.

마. 코차이나는 대한항공과 위와 같은 운송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 1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에 첨부된 이 사건 수하인용(제2원본) 하우스 항공운송장을 피고 2 주식회사에게 교부하라고 통지하였고, 피고 2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화물이 피고 1 주식회사가 코차이나의 국내 운송취급인으로 된 화물과 혼재되어 운송된다는 사실을 통지하였다.

바. 대한항공은 2003. 5. 11. KE356편으로 이 사건 화물이 포함된 위 혼재화물을 싱가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운송한 후 통관을 위하여 대한항공의 영업용 보세창고에 이를 입고한 후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의 수하인인 피고 1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과 그에 첨부된 적하목록, 12장의 하우스 항공운송장이 밀봉되어 있는 봉투를 교부하였다.

사. 피고 1 주식회사는 코차이나로부터 통지받은 바와 같이 위 봉투를 개봉하여 적하목록상 국내 운송취급인이 피고 1 주식회사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수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을 즉시 피고 2 주식회사에게 교부하였고, 피고 2 주식회사는 이 사건 수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의 통지처인 이 사건 수입자에게 이 사건 화물의 도착사실을 통지하였고, 코차이나로부터 운임을 청구받았으며, 이 사건 수입자에게 운임 기타 비용을 청구하였다.

아. 그런데, 이 사건 수입자는 2003. 5. 12. 인천 세관장에게 이 사건 화물이 이 사건 수출자와 체결한 계약상 물품과 다르다는 이유로 반송을 요청하였고, 피고 2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화물에 관한 반송절차를 비롯하여 그 운송을 의뢰하였다.

자. 피고 2 주식회사는 2003. 5. 13. 이 사건 수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의 수하인인 원고의 동의 없이, 피고 1 주식회사로부터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수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 원본을 이용하여 인천세관장에게 이 사건 화물에 관한 반송신고를 하고 인천세관장으로부터 반송신고필증을 교부받아 이 사건 화물을 수입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피고 대한항공에게 위 반송신고필증과 이 사건 수하인용 하우스 운송장 원본을 제시하여 이 사건 화물을 수출창고로 반출한 후, 대한항공과 이 사건 화물을 인천공항에서 싱가폴공항으로 운송하는 내용의 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대한항공은 같은 날 KE355편으로 이 사건 화물을 싱가폴로 다시 운송하였다.

차. 한편, 원고는 2003. 5. 26. 이 사건 신용장 매입은행에게 신용장대금으로 151,493,054원을 지급하였다.

카. 이 사건 수입자는 현재 도산하여 원고에게 위 신용장대금을 상환하지 않고 있다.

2.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 1 주식회사는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코차이나의 국내 대리점으로서 운송취급인의 지위에 있으므로 당연히 이 사건 하우스 운송장의 수하인인 원고나 원고의 동의를 받은 제3자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배하여 이 사건 화물을 원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하우스 운송장의 통지처에 불과한 이 사건 수입자에게 불법인도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먼저 피고 1 주식회사가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운송인인 코차이나의 국내 대리점으로서 운송취급인의 지위를 가지는지 그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 1 주식회사가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의 수하인으로 기재되어 코차이나와 체결한 운송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을 포함하여 혼재된 12건의 화물을 싱가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운송한 대한항공으로부터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과 그에 첨부된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송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을 교부받은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이와 같은 사실만으로 피고 1 주식회사가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송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의 운송인인 코차이나의 국내 대리점으로서 운송취급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코차이나는 이 사건 화물을 포함하여 모두 12건의 화물을 혼재하여 대한항공을 통해 싱가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운송하였고, 적하목록상 이 사건 화물의 국내 운송취급인을 피고 2 주식회사로, 나머지 11건의 화물 중 10건의 국내 운송취급인을 피고 1 주식회사로, 1건의 국내 운송취급인을 주식회사 코리아로지스틱스로 각 정한 사실, 피고 1 주식회사는 코차이나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하우스 항공운송장을 피고 2 주식회사에게 교부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위 증인 변새벽의 증언에 의하면 코차이나는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운임단가가 저렴해지는 항공운임책정기준 때문에 운임상의 편익을 위하여, 피고 1 주식회사를 국내 운송취급인으로 정하여 집하한 대량의 화물에 비교적 소량인 피고 2 주식회사가 국내 운송취급인으로 된 이 사건 화물과 주식회사 코리아로지스틱스가 국내 운송취급인으로 된 화물을 하나의 화물로 묶어 대한항공과 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다만 혼재화물운송주선업계의 관행에 따라 그 중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화물의 국내 운송취급인인 피고 1 주식회사를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의 수하인으로 기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 1 주식회사는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에 첨부된 적하목록상 피고 1 주식회사가 운송취급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10건의 화물에 한하여 이에 대한 각 하우스 항공운송장의 수하인 또는 그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위 10건의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는 국내 운송취급인일 뿐 이 사건 화물에 관한 국내 운송취급인이 아니며, 다만 코차이나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화물에 관한 국내 운송취급인인 피고 2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마스터 항공운송장에 첨부된 이 사건 하우스 항공운송장을 전달할 의무만 있으며 이를 이행한 이상 이 사건 화물의 불법반출과 관련하여 어떠한 책임도 없다.

따라서, 피고 1 주식회사가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코차이나의 국내 운송취급인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수하인은 개정된 ‘국제항공운송에있어서의일부규칙의통일에관한협약(이하 '바르샤바협약'이라고 한다)’ 제13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운송인이나 운송주선인에 대하여 반대의 특약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화물도착의 통지를 받고 수하인용 항공운송장의 교부와 화물의 인도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므로 운송인 등이 수하인의 지시 없이 제3자에게 수하인용 항공운송장을 교부하고 화물을 인도한 경우 이는 수하인의 화물인도청구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수하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며, 통지처는 수하인을 대신하여 화물도착의 통지를 받을 권한이 있을 뿐 항공화물운송장의 교부나 화물의 인도를 받을 권한은 없으므로 위에서 말하는 제3자가 통지처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1999. 7. 13. 선고 99다8711 판결 , 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4640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 2 주식회사는 이 사건 화물운송계약의 국내 운송취급인으로서 수하인인 원고 또는 원고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이 사건 수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과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동의 없이 통지처에 불과한 이 사건 수입자의 요청에 따라 인천세관장에게 이 사건 화물에 관한 반송신고를 하고, 통관을 위하여 이 사건 화물을 보관하고 있던 대한항공에게 이 사건 수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 원본과 반송신고필증을 제시하여 이 사건 화물을 수입창고에서 수출창고로 옮긴 후 싱가폴로 반송함으로써 수하인인 원고의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인도청구권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 2 주식회사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피고 2 주식회사의 위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수하인인 원고가 입은 손해는 반출된 이 사건 화물의 반출 당시의 가격 범위 내에서 그의 인도청구권으로 담보되고 있는 원고의 이 사건 수입자에 대한 신용장대금 상환채권액이라고 할 것인바, 이 사건 화물의 반출 당시의 가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화물의 수입대금을 반출 당시의 환율에 따라 환산한 금액이라고 볼 것이다.

이 사건 화물의 수입대금이 미화 125,960.80달러인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갑 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이 반출된 2003. 5. 13. 당시의 기준환율은 1,199.5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화물의 수입대금을 반출 당시 기준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하면 151,089,979원(125,960.8달러 × 1,199.5원, 원 미만 버림)이 됨은 계산상 명백하고, 위 금액은 앞서 인정한 원고의 이 사건 수입자에 대한 신용장대금상환채권액 151,493,054원 보다 적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2 주식회사는 원고에게 151,089,979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 2 주식회사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 2 주식회사는 이 사건 화물은 대한항공의 보세창고에 입고된 이후 다시 반송된 것이므로, 바르샤바 협약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항공운송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상법상의 다른 운송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화물이 도착지인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수하인인 원고가 그 인도를 청구하기 전에 이 사건 운송계약의 송하인인 이 사건 수입자의 지시에 의하여 이 사건 화물을 반송한 것이므로 이 사건 화물의 반송은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바르샤바 협약 제18조 제1항에 의하면, 운송인은 손해의 원인이 된 사고가 항공운송중에 발생한 경우에 책임을 지고, 제18조 제2항에 의하면 항공운송중이란 수하물 또는 화물이 비행장 또는 항공기 상에서 운송인의 관리하에 있는 기간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항공운송을 포함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업자가 항공운송을 종료한 후 운송물을 인도 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발생케 한 경우, 그 손해의 발생은 항공운송이 종료된 후에 발생된 것이어서 바르샤바 협약 상의 책임제한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뿐(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31045 판결 참조), 법리상 위 규정을 근거로 하여 바르샤바 협약의 항공운송장 등에 관한 규정이 항공 운송 중에만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또한 피고 2 주식회사는, 이 사건 수입자는 피고 2 주식회사와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로서 송하인의 지위에 있고, 비록 원고가 이 사건 하우스 항공운송장의 수하인으로 기재되어 있더라도 이 사건 수입자로부터 운송계약상 권리를 이전받지 않은 이상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며, 바르샤바협약 제12조에 따라 오직 송하인인 이 사건 수입자의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지시를 따를 의무만 있는바, 이 사건 수입자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을 다시 싱가폴로 반송한 피고 2 주식회사의 행위는 위법하지 않고 가사 이 사건 수입자가 송하인이 아니고 이 사건 수출자가 송하인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화물이 이 사건 수출자에게 반송되어 그와 같은 화물의 처분행위에 관하여 송하인의 추인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어느모로 보나 이 사건 화물의 반송행위는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바르샤바 협약 제13조 제1항에 의하면 화물이 도착지에 도착하기 전에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화물의 처분에 관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수하인은 화물이 도착지에 도착한 때에는 운송인에 대하여 확정적으로 화물의 인도청구권을 취득한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 참조), 또한 바르샤바 협약 제12조 제3항은, 운송인은 송하인에게 교부한 항공운송장의 제시를 구하지 아니하고 화물의 처분에 관한 송하인의 지시에 따른 때에는 이로 인하여 당해 항공운송장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입힐 수 있는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 2 주식회사가 이 사건 화물운송계약의 운송인이고, 이 사건 수입자가 송하인이며 그의 지시에 의하여 이 사건 화물을 반송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 2 주식회사로서는 도착지인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 사건 화물을 원고 또는 원고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이 사건 수입자에게 송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의 제시를 구하지 아니한 채(이로 인하여 이 사건 수출자는 위 송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 등을 이용하여 신용장대금을 회수하였다), 오히려 자신이 수하인에게 교부할 의무를 지고 있는 수하인용 하우스 항공운송장 원본을 사용하여 화물을 불법반출함으로써 수하인인 원고의 화물인도청구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 2 주식회사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할 것이어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 2 주식회사는, 원고가 이 사건 수입자와 일정한 한도를 정하여 여신거래기본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상응하는 담보를 제공받은 후 이 사건 신용장을 발행해 준 것이므로, 이 사건 수입자가 신용장대금을 상환하지 않음에 따라 원고가 제공받은 담보를 실행하는 등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신용장거래를 통하여 이익을 얻었다면 그 이익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 2 주식회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담보를 제공받아 그 담보로부터 신용장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회수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2 주식회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과실상계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2 주식회사는, 원고가 이 사건 수입자와 신용장거래를 할 때 이 사건 수입자의 신용상태점검과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였거나 제공받은 담보권의 실행을 지체하는 등 과실이 있었으므로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하우스 항공운송장의 수하인의 지위에서 가지는 인도청구권을 침해한 피고 2 주식회사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설사 원고와 이 사건 수입자 사이의 신용장거래와 관련하여 원고의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이 피고 2 주식회사의 불법행위의 성립이나 그로 말미암은 손해의 확대에 기여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이를 참작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 2 주식회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책임제한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2 주식회사는 바르샤바협약 제22조에 따라 피고 2 주식회사의 책임은 운송물 1kg당 250프랑의 한도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항공운송을 포함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업자가 항공운송을 종료한 후 운송물을 인도 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발생케 한 경우, 그 손해의 발생은 항공운송이 종료된 후에 발생된 것이어서 바르샤바 협약 상의 책임제한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음은 앞서 본 바이고, 또한 바르샤바 협약 제22조 제2항 a호 전문에서는 ‘탁송 수하물 및 화물의 운송에 있어서 운송인의 책임은 1㎏당 250프랑의 금액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5조 전단에서는 ‘제22조의 책임제한규정은 운송인, 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가할 의사로써 또는 손해가 생길 개연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하게 한(done with intent to cause damage or recklessly and with knowledge that damage would probably result) 작위 또는 부작위로부터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증명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제25조에 규정된 '손해가 생길 개연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라 함은 자신의 행동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결과를 무모하게 무시하면서 하는 의도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인인 피고 2 주식회사는 이 사건 하우스 항공운송장의 수하인으로서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인도청구권을 가진 원고의 동의 없이 단지 통지처에 불과한 이 사건 수입자의 반송지시에 따라 대한항공에게 이 사건 수하인용 하우스 운송장 원본과 반송신고필증을 제시하여 이 사건 화물을 수입창고에게 수출창고로 반출한 후 싱가폴로 반송할 경우 이를 말미암아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충분히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모하게 이 사건 수입자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을 싱가폴로 반송한 것이므로, 피고 2 주식회사의 이러한 행위는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제25조가 규정하는 ‘손해가 생길 개연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에 해당하여 위 협약 제22조의 책임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2 주식회사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 2 주식회사는 원고에게 금 151,089,979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화물을 불법 반출한 날인 2003. 5. 1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03. 11. 1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 법원과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 1 주식회사에 대한 항소와 피고 2 주식회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영보(재판장) 유상재 김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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