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노3682 준강제추행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김민정(기소), 정유리(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O
담당변호사 P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4. 6. 18. 선고 2014고단611 판결
판결선고
2015. 1. 22.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이 사건 당시 피해자 D(여, 25세)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가 그러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였고 피해자가 가벼운 신체 접촉을 거부하지 않아 키스에 동의한 것으로 오인하여 키스한 것이므로, 준강제추행의 고의가 없었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양형(벌금 400만 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20시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 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의 위와 같은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다는 인식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해자는 경찰에서 "Q주점에서 피고인이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 것까지만 기억이 나고 필름이 끊겼습니다. 제가 차 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가 제 몸을 만진 것 같습니다. 피고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키스도 한 것 같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가슴도 만진 것 같고 .…. 그래서 제가 꿈꾼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5면).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중간에 피고인이 몸을 만지거나 신체 접촉한 기억은 없습니다.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피고인은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확실하지 않은데 뽀뽀는 했던 것 같습니다. 술에 취해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31~32면).
②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차량 내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저장된 파일에 대한 녹취록(증거기록 제62~64면)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잠든 피해자를 수회 깨우는 소리(03:20경~), 피고인의 신음소리와 "쪽쪽" 등의 소리(03:26경~), 피해자가"하지 마요~"라고 말하는 소리(05:11경), 피해자가 차에서 내린 후 계속 울면서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라고 말하는 소리(05:23 경~) 등이 위 블랙박스에 녹음되어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의식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키스 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해자는 이 사건 직후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피고소인을 "불상"으로 기재하였다(증거기록 제12면), 이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해자는 자신과 키스한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대학교의 선후배로 재학 중이던 2009년경 잠깐 사귀다가 헤어졌고, 졸업 후 이 사건 전까지 서로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다.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해자가 취한 상태에서 키스와 가슴을 만진 것입니다. 피해자가 팔을 잡자 옛날 생각도 나서 자연스럽게 키스하면서 가슴을 만진 것입니다. 대학에 다닐 때도 그런 적이 몇 번 있어서 제가 강제적으로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키스하거나 가슴을 만지도록 명확하게 말로 표현한 적은 없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62~163면).
피해자가 당시 별다른 친분이 없고 여자 친구가 있는 피고인에게 키스와 가슴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위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술에 취한 피해자가 가벼운 신체 접촉에 저항하지 않자 피해자의 허락 없이 키스 등의 과감한 신체 접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의 추행에 대해 저항하거나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함에 지장이 없다).
⑤ 한편, 피해자가 이 사건 전후인 02:35:44 및 03:35:48 2회에 걸쳐 본인 휴대전화의 잠금 상태를 풀고 약 3초간씩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긴 하였으나(증거기록 제112면), 위 시간은 인터넷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했다고 보기에 너무 짧을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사람이라도 일체의 언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잠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정도의 반복적 · 일상적인 행동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휴대전화 이용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강제추행의 정도가 중하지는 않고 피고인에게 준강제추행의 확정적인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는 과거 교제하던 사이였던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을 참작해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송인권
판사 심병직
판사 신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