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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6.10.선고 2014다16104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물품대금
사건

2014다16104(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14다16111(반소) 물품대금

원고(반소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A

피고(반소원고)상고

주식회사 B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 17. 선고 2012나101581(본소), 101598(반

소) 판결

판결선고

2016. 6. 10.

주문

원심판결 중 반소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계약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660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의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중소기업제품의 판로지원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백화점사업, 통신판매 · 전자상거래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광학기기 도·소매 및 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한편 주식회사 D, 주식회사 E, 주식회사 F(이하 3개 회사를 합하여 'G3사'라고 하고, 각각을 'D', 'E', 'F'라고 한다)은 포인트몰 사업 등 이른바 특판거래사업과 관련된 유통업을 하는 회사로서, G3사의 실질적인 운영자는 K이다.

(2) 원고는 2005. 10.경 D과 사이에 원고의 포인트몰 사업 등 특판거래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물품의 매입업무와 매출업무를 D에게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계속하여 갱신해 왔으며, 2009. 11.경에는 E 및 F와 사이에서도 같은 내용의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업무위탁계약에 의하면 ①) 포인트몰 사업과 기타 사업(기업체 임직원 복지몰 영업 등)이 위탁의 대상이고, ② G3사가 그 명의로 물품을 매입하여 원고에게 공급한 후 원고를 대행하여 신용카드사 등 원고의 고객사에 공급하거나, G3사가 원고를 대행하여 물품을 매입한 후 G3사를 통하여 G3사의 매출처에 공급하며, ③ G3사는 사전에 원고의 승인을 얻어 위탁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④) 원고는 G3사에게 사무공간과 통신비 등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었다.

업무위탁계약 체결 이후 원고는 G3사에게 원고 본사 사무실의 일부와 전화, 팩스 등 집기를 제공하고 전화료와 우편요금을 지원하였고, 원고의 대표전화로 G3사의 직원을 찾는 전화가 걸려오면 원고의 소속 부서에 연결해 주는 것처럼 전화를 연결해 주었으며, G3사 직원이 작성한 품의서에 원고의 임원이 결재를 하는 방식으로 거래의 승인 등 업무를 진행하였다. 또한 G3사의 직원들은 원고의 허락을 얻어 원고 소속으로 된 명함을 사용하기도 하고, 거래처에 이메일을 보낼 때 자신을 원고의 직원으로 표시하기도 하였으며, 피고 등 원고의 거래상대방은 거래 초기 임원급이 만나 거래를 시작하기로 합의하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K 등 G3사의 임직원들과 협의하여 모든 거래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G3사는 사실상 원고의 특판거래 담당부서인 것처럼 원고의 특판거래사업을 수행하였고, 아울러 이와 별도로 독립적인 매입처 또는 매출처로서 원고와 거래를 하기도 하였다.

(3) 원고는 2009. 1.경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지정하는 고객에게 피고가 물품을 납품하기로 하는 내용의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원고가 피고에게 G3사를 피고의 매입처로 지정하여 발주하는 경우 'G3사 피고→원고' 순서로 물품납품거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이와 같은 G3사, 피고, 원고 사이의 물품납품거래를 이하 '이 사건 거래'라고 한다).

그런데 K는 홈쇼핑사업에 투자하여 약 40억 원의 손해를 입게 되자 이로 인하여 발생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G3사가 원고로부터 매입업무와 매출업무를 모두 위탁받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원래의 이 사건 거래 순서에 '원고→G3 사'로 납품이 이루어지는 거래를 더함으로써 'G3사 피고 →원고 G3사'로 납품이 이루어지는 순환거래를 만든 다음, 피고에 대하여는 순환거래구조를 숨긴 채 신용카드사 등 고객사로부터의 주문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정상적으로 주문을 하고 G3사가 고객사에게 물품을 직접 납품한 것처럼 가장하여 피고로부터 물품대금을 지급받고, 그 대금으로 원고를 거쳐 다시 피고에게 물품대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가공거래를 하면서, 그러한 거래의 규모를 확대하여 후행 순환거래에서 지급받은 대금으로 일부는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고 나머지는 선행 순환거래의 대금을 변제해 나가는 거래를 하였다(이하 이러한 거래를 '이 사건 가공거래'라 한다).

(4) 이 사건 가공거래는 그 규모를 확대해 가면서 상당기간 지속되다가 2010. 10.경 더 이상 지속이 불가능해졌고, 피고가 G3사에게 물품대금으로 517,374,200원을 지급한 후 원고에 대하여 위 금액에 피고가 지급받기로 한 이윤을 더한 541,790,183원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원고는 대금을 청구한 물품이 원고가 물품을 공급받는 장소인 I 군포 물류센터에 실제로 입고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거래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물품공급거래와 피고와 G3사 사이의 물품공급거래가 연결된 거래로서, 그 성격은 통상의 물품공급거래라고 봄이 상당하다.

(1) 이 사건 거래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현실적인 주문행위와 피고의 원고에 대한 현실적인 물품납품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으나, 전자는 G3사가 원고의 업무수탁자로서의 지위와 피고의 매입처로서의 지위를 겸하고 있어 현실적인 주문행위의 생략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후자는 통상 특판거래에서는 G3사와 같은 하위유통업체가 신용카드사 등 고객사에 직접 물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2)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물품대금을 청구하면서 원고에게 이 사건 거래가 통상의 물품공급거래임을 전제로 한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점에서 보면 피고도 이 사건 거래를 통상의 물품공급거래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G3사는 피고에 대하여 세금계산서를 교부하여 대금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세금계산서를 교부하여 대금을 청구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거래가 원고와 피고 사이 및 피고와 G3사 사이의 물품공급거래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라. 이처럼 이 사건 거래가 통상의 물품공급거래에 해당하는 이상, 원고의 의사에 따른 주문과 이에 따른 피고의 물품공급이 존재하지 않는 이 사건 가공거래에 있어서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물품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물품공급 확인만으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대금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등의 특약이 존재한다는 사정은 찾아 볼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물품대금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피고의 물품대금청구를 배척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계약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2. 상고이유 제2, 3점에 대하여

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관계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지휘·감독 아래 그 의사에 따라 사무를 집행하는 관계로서, 고용관계에 의하는 것이 보통이 겠지만 위임· 조합 · 도급 기타 어떠한 관계라도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있으면 충분하고, 이러한 지휘·감독관계는 객관적으로 지휘·감독을 하여야 할 관계에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다1370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것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 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이나 사무집행 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여겨질 때에는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66119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에 의하면 G3사는 원고의 승인을 얻어 위탁사업을 수행하여야 하고, 여기서 승인은 개개의 거래에 대한 승인을 의미하므로, 개개 거래의 규모· 기간 · 가격조건 등에 관한 결정권은 원고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따로 특판거래 담당부서와 담당직원을 두지 아니한 채 G3사에게 사무공간과 집기 등 물적 설비를 제공하고 통신요금 등 업무비용을 지원하였고, 원고의 대표전화로 G3사의 직원들을 연결하여 주고 품의서에 의하여 거래승인을 하는 등 원고의 사업조직 내에서와 같은 업무절차를 거쳤으며, G3사의 직원들이 원고 소속으로 된 명함을 사용하도록 허락하기도 하는 등 G3사의 직원들이 대외적으로 자신을 원고의 직원으로 표시하는 것을 승인 또는 묵인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 등 원고의 거래상 대방은 G3사의 임직원들을 원고 측 담당자로 하여 원고와의 모든 거래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G3사와 K를 포함한 그 임직원들을 마치 자신의 사업 조직의 일부인 특판거래 담당부서나 그 담당직원인 것처럼 활용하여 특판거래사업을 하였으므로, K 등에 대하여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활동영역을 확장한 것에 상응하는 지휘·감독을 하여야 한다고 볼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K가 원고와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G3사의 실질적 운영자에 불과할 뿐 원고와 고용계약 등을 체결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객관적으로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에 의한 특판거래사업의 수행에 관하여는 K에 대하여 원고의 직원들에 대한 것과 유사한 정도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할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2) 한편 K는 이 사건 가공거래의 순환거래구조를 이용하여 피고에 대하여는 순환거래 사실을 숨긴 채, 실제로는 G3사가 원고에게 허위의 주문을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주문도 허위의 주문일 수밖에 없음에도 원고가 피고에게 정상적인 주문을 하여 피고로부터 주문을 받은 G3사가 고객사에게 물품을 공급한 것처럼 피고를 기망하는 방법으로 피고로부터 물품대금 상당액을 편취하였다.

K의 이러한 기망행위 중 물품공급에 관한 부분은 피고의 매입처인 G3사의 운영자로서 G3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지위에서 피고를 기망한 것이지만, 원고에 대한 주문의 수령 부분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주문 부분은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에 따른 원고의 업무수탁자인 G3사의 운영자로서 사실상 원고의 특판거래 담당직원처럼 업무를 수행하는 지위에서 피고를 기망한 것이다. 이 중 후자의 지위에서 한 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원고의 사무집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K의 피고에 대한 편취행위는 원고의 사무집행에 관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그렇다면 피고가 이 사건 가공거래 사실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고는 피고에게 민법 제756조에 따라 이 사건 가공거래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K가 저지른 불법행위가 원고의 업무나 사무집행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민법 제756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반소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소영

주심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

대법관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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