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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0. 9. 30. 선고 2010노1728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조세범처벌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재덕

변 호 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박재필 외 2인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구 조세범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전산시스템을 통하여 실제 매출 내역을 빠짐없이 기재하여 왔고, 이와는 별도의 위장 장부를 작성·비치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이 친인척 등의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하고 계좌를 개설한 이유는 피고인이 운영하던 인쇄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것이었지 조세포탈의 의도는 아니었고,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른바 덤핑종이를 구입하면서 매입세금계산서를 교부받지 못하여 이를 신고하지 못하였을 뿐 허위로 매입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은 바는 없으며, 직원들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이유도 피고인이 세무에 무지하여 정식직원에 대하여만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었지 조세포탈의 의도는 아니었다.

이상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쳤을 뿐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에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 벌금 48억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가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에 있어서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함은 조세의 포탈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어떤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한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나(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1도3797 판결 등 참조),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장부상의 허위기장 행위, 수표 등 지급수단의 교환반복 행위, 여러 개의 차명계좌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6도504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하는 조세포탈범은 고의범이지 목적범은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조세를 회피하거나 포탈할 목적까지 가질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범의가 있다고 함은 납세의무를 지는 사람이 자기의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정행위를 감행하거나 하려고 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도817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고객관리프로그램을 통하여 실제 매출 및 매출대금 수금 현황을 관리하였는데 거기에는 허위의 기재가 없었고 그와는 다른 별도의 장부를 작성하여 관리하지는 않은 사실, 피고인이 신고한 매입, 매출 내역 자체에도 허위의 내용은 없고 단지 일부 매입, 매출이 누락되었을 뿐인 사실, 그 때문에 세무관서에서 이 사건 세무조사를 하면서 피고인이 운영하던 업체의 총 매출액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다른 한편,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하나의 인쇄공장을 운영하면서 인쇄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이외에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1, 처남인 공소외 2, 친구이자 직원인 공소외 3의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한 후 마치 그들이 그 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하여 그 사업명의자별로 세금신고를 하였다(피고인은 공소외 1, 2, 3이 사업자등록을 한 후 얼마간은 그들이 실질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한 것처럼 진술하고 있으나, 그들이 별도의 사업장을 가졌다거나 운영자금을 투자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직원들이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는 믿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의 주장처럼 인쇄업의 경우 거래고객 확보 및 유지 등을 위해 다수의 사업자등록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이 사건 세무조사 당시 마치 자신들이 실제로 사업장을 운영한 것처럼 진술하였다가 담당공무원이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이를 추궁하자 결국 명의를 빌려준 사실을 시인하였다.

2) 피고인은 고객관리프로그램을 통하여 실제 매출 및 매출대금 수금 현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사에게 세무신고를 의뢰하면서 위 프로그램에 등재되어 있는 자료 중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은 부분은 제외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부분만을 건네주어 세무사로 하여금 세무프로그램상 그에 맞춘 장부를 작성하고 세금신고를 하도록 하였다.

3)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들로부터 이른바 ‘덤핑종이’를 매수할 경우 그들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아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그들로부터 덤핑종이를 매수한 후 명함 등을 제조하여 판매하고서도 그 매출의 상당 부분에 대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하였다.

4) 피고인은 거래상대방과 금전거래를 함에 있어 사업명의자인 피고인과 공소외 1, 2 명의의 계좌 이외에도 동서인 공소외 4, 처제인 공소외 5, 아들인 공소외 6, 동생인 공소외 7 명의로 개설된 14개의 계좌를 이용하였고, 공소외 3 명의의 사업장에 대해 폐업신고를 한 이후에도 공소외 3 명의의 계좌를 계속 이용하였는데, 사업명의자가 아닌 위 공소외 4 등의 14개 계좌로 입금된 금액 합계는 전체 입금액 696억여 원의 약 46%인 321억여 원에 달한다.

5) 피고인은 급여의 경우 세무관서에 신고할 경우 비용 처리되어 세금을 감면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장의 정직원은 15명 정도에 불과하고 일용직은 통상 40 내지 50명에 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용직에 대하여는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정직원의 경우에도 일부 수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만 원천징수하였는데, 피고인이 2004년부터 2007년간 원천징수를 하지 아니한 급여의 합계액이 66억 5,000여만 원에 달한다.

(다) 위 인정사실 및 그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하고 세금신고 시 누락한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약 62%에 달하는 점, ② 피고인의 주장처럼 효율적인 팀별 관리를 위해 다수의 계좌가 필요하였다면 사업명의자인 피고인과 공소외 1, 2 명의로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하여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명의자가 아닌 사람들의 명의까지 빌려 계좌를 개설한 점, ③ 비용의 약 70%를 차지하는 종이를 구입함에 있어 매입세금계산서를 교부받지 못하는 덤핑종이를 많이 구입한 피고인으로서는 세금을 감면받기 위해서는 세무관서로부터 지출한 비용을 인정받는 것이 절실하다고 보이는데도 쉽게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66억 5,000여만 원에 달하는 급여를 누락한 채 신고하였는바, 이는 매출의 축소신고에 따라 지출한 비용도 축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하고 차명 계좌를 통해 매출금을 입금받고 세무사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한 매출액과 지출한 급여 일부를 누락한 자료를 건네 그로 하여금 실제 매출과 다른 내용의 장부를 작성하고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게 한 것은 피고인의 적극적인 은닉의도가 드러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이를 단순한 매출누락 또는 과소신고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으며, 조세포탈에 관한 피고인의 범의도 있었다고 인정된다.

(3)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이 다른 인쇄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측면이 있는 점, 피고인이 체납절차 등을 통하여 포탈세액 중 878,259,310원을 납부하였고, 피고인의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도 압류되어 향후 체납절차에 따라 추가로 세금이 징수될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인하여 운영하던 인쇄업체를 모두 폐업하게 된 점, 피고인에게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수년간에 걸쳐 세금계산서 미발행, 위장 사업자등록, 차명계좌 사용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무려 5,406,713,000원에 달하는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고 그 과정에서 71,754,000원의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범행 방법 및 포탈세액에 비추어 그 죄질 및 범정이 불량한 점, 이와 같은 범행은 국가의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어서 엄중하게 처벌하여야 할 필요성이 큰 점, 현재까지 포탈세액 중 상당액이 미납되었고 향후에도 완납되기는 어렵다고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형의 집행유예뿐만 아니라 병과한 벌금형에 대한 형의 선고까지 유예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니,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그것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호(재판장) 양대권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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