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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4. 12. 19. 선고 2014구단50654 판결
[요양급여신청반려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영훈)

피고

근로복지공단

2014. 12. 5.

주문

1. 피고가 2013. 11. 6. 원고들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의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과 역학조사

⑴ 원고들은 모두 제주특별자치도의 ○○병원으로서 2차 의료기관인 ‘△△△△△’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인데, 아래와 같이 공통적으로 2009년에 임신하여 2010년에 아이를 출산하였고, 그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다.

㈎ 원고 1은 2002. 7. 15. △△△△△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09. 7.경 둘째 아이를 임신하였고, 2009. 8.경 임신 4주차에 유산증후를 겪었으며, 2010. 4. 18. 아이를 출산하였는데, 출생 후 아이의 ‘난원공’이 정상적으로 폐쇄되지 않아 ‘난원공개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원고 2는 2002. 12. 23. △△△△△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09. 7.경 둘째 아이를 임신하였고, 2009. 8.경 임신 4주차에 유산증후를 겪었으며, 2010. 4. 21. ‘심신중격결손’이 있는 아이를 출산하였다.

㈐ 원고 3은 2003. 3. 15. △△△△△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09. 6.경 둘째 아이를 임신하였고, 유산증후를 겪진 않았으나, 2010. 3. 23. ‘폐동맥판막폐쇄, 심방중격결손’이 있는 아이를 출산하였다. 아이는 출산 직후에 ‘청색증’이 발생하였으며, 생후 1주 및 3주에 2회에 걸쳐 ‘폐동맥판막 풍선확장술’을 받았다.

㈑ 원고 4는 2002. 12. 23. △△△△△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09. 7.경 첫째 아이를 임신하였고, 2009. 8.경 임신 4주차에 유산증후를 겪었으며, 2010. 3. 6. 아이를 출산하였는데, 출생 후 아이의 ‘동맥관’이 정상적으로 폐쇄되지 않아 ‘동맥관개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이는 생후 7개월 무렵에 결손 부위를 막아주는 ‘경피적 동맥관폐쇄술’을 받았다.

⑵ △△△△△에 근무하던 간호사들 중 2009년에 임신한 사람은 원고들을 포함하여 총 15명이었는데, 그 중 6명만이 정상 아이를 출산하였을 뿐이고, 원고들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고, 다른 5명은 유산을 하게 되자, 간호사의 근로여건과 작업환경이 노사간 쟁점이 되어, △△△△△은 2011년에 노사합의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2012. 2. 29. 역학조사 보고서(이하 ‘서울대 역학조사 보고서’라 한다)를 △△△△△에 제출하였다.

나. 요양급여 청구와 두 차례의 거부처분

⑴ 원고들은, 서울대 역학조사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원고들이 임신 초기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2. 12. 11. 피고(제주지사)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약칭하고, 그 시행령, 시행규칙은 ‘시행령’, ‘시행규칙’이라고만 한다)에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며 원고들의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2012. 12. 27.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1차 거부처분’이라 한다). 원고들이 2013. 3. 27. 피고에게 1차 거부처분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3. 5. 27. 기각결정을 하였다.

⑵ 원고들은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구하여 ‘태아에 심장 형성의 장애가 발생하였을 당시에 태아는 모체의 일부였으므로, 발병 당시 태아의 질병은 모체의 질병으로 보아야 하며, 산재보험법의 적용 여부는 근로자에게 질병이 발병할 당시를 기준으로 하며, 발병 이후 근로자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하여도 계속 산재보험이 적용되므로,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013. 9. 12. 다시 피고(제주지사)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⑶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13. 9. 26. 원고들에게 ‘재해발생일시를 특정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 초진소견서, 신청상병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검사자료 및 결과지를 제출하라’고 자료보완을 요구한 다음, 원고들이 2013. 10.경 피고에게 재해발생시점을 출산일이 아니라 ‘임신 중’이라고 특정하면서 ‘임신 중의 의무기록’과 ‘선천성 심장질환에 관한 의학자료’를 추가로 제출하였음에도, 2013. 11. 6. 원고들에 대하여 “자료보완을 요청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 초진소견서가 제출되지 않아 고객님의 상병명 및 요양기간 등 확인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민원서류 반려처분’을 하였다(이하 ‘2차 거부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2, 4, 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2차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

가. 소송당사자들의 주장 및 고용노동부장관의 의견

⑴ 원고들의 주장

㈎ 피고가 ‘초진소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2차 거부처분을 하였는데, 초진소견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이므로, 2차 거부처분의 명목상 처분사유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 즉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불인정’이므로, 법원은 이러한 처분사유가 적법한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피고가 2차 거부처분에서 ‘원고들의 자녀가 근로자가 아니어서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피고가 이미 그러한 사유로 1차 거부처분을 하였고 이 사건 소송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위와 같은 형식적인 사유로 2차 거부처분을 한 실질적인 이유는 1차 거부처분과 동일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법원은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위하여 ‘여성근로자가 임신 중에 업무상 유해요소에 노출되어 발생한 자녀의 선천적 질환이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에 관해서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 태아에게 건강손상(심장 형성의 장애)이 발생하였을 당시에 태아는 모체의 일부였으므로, 태아의 건강손상은 모체의 질병으로 보아야 하며, 산재보험법의 적용 여부는 근로자에게 질병이 발병할 당시를 기준으로 하며, 발병 이후 근로자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하여도 계속 산재보험이 적용되므로,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 △△△△△에서 간호사들은 임신을 진단받기 전까지는 건강에 유해한 주야간 3교대근무를 하였다. △△△△△의 경영악화로 2008년 이후 수시로 임금이 체불되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이직이 잦고, 실제 근무하는 간호사수가 정원대비 60~70% 수준에 불과하여, 근무 중에 간호사들이 담당한 환자수가 40~60명으로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이었을 뿐만 아니라, 입원환자들의 상당수가 혼자가 거동하지 못하는 노인환자들이어서 개별환자들에게 더 많은 간호가 필요하여, 상시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또한 이들 노인환자들의 상당수가 입으로 음식물을 삼킬 수 없어 튜브를 삽입하여 음식물을 섭취시켰는데, 간호사들이 이들에게 처방된 알약을 가루로 분쇄하여 음식물과 함께 튜브로 공급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취급한 약품들에는 임산부 및 태아의 건강에 치명적인 FDA X등급 약품이 17종, D등급 약품이 37종이나 포함되어 있어, 임신한 간호사들이 분쇄작업을 하면서 이러한 유해약물을 흡입하였다. 선천성 심장질환은 임신 초기에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여 초래되는 것인데, 원고들이 임신 초기에 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② FDA X등급, D등급의 유해약물에 노출된 후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였으므로, 이러한 선천성 심장질환의 발병과 원고들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한다.

⑵ 피고의 주장

‘초진소견서’는 근로자가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할 때에 필수적으로 제출하여야 하는 첨부서류이다. 원고들은 자녀의 초진소견서만 제출하였을 뿐, 본인의 초진소견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자녀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자녀에게 발생한 질병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2차 거부처분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자녀가 아니라 본인의 초진소견서를 제출하도록 한 차례 자료보완을 요구하였음에도 원고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민원서류를 반려한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의 반려행위의 적법성 여하만을 심리·판단하여야 할 뿐, ‘원고들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과 원고들의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나 ‘임신한 여성근로자가 업무상 유해요소에 노출되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경우에 그 자녀의 질병을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심리·판단할 수 없다.

⑶ 고용노동부장관의 의견

㈎ 여성근로자가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유산’하거나 또는 ‘유산증후’가 발생한 경우에는 여성근로자 본인의 신체적 완전성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치료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유산과 유산증후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근로자가 선천성 질환아를 출산한 경우에는 출산 자체는 업무상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니며, 태아에게 선천성 장애가 발생한 것이 업무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확인된다 하더라도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는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태아는 민법상 권리능력이 없으므로, 태아나 출산 후의 자녀에게 보험급여 수급권을 인정하기 어렵다.

㈏ 산재보험급여 수급권은 사회보장수급권의 하나로서 그 내용과 범위를 정하는 것은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에 맡겨져 있다. 또한 헌법 제36조 제2항 에 규정된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도 그에 관한 입법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여 입법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모자보건법에 모성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를 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므로, 모성보호를 위해 국가가 실현해야 할 최소한 보장에 이르지 못했거나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산재보험법상 수급권자의 범위에 여성근로자의 자녀까지 포함하지 않았다고 하여 모성보호 의무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 만약 업무에 기인하여 선천성 질환아를 출산한 경우를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볼 경우에는, 산재보험급여 수급권자를 모체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자녀로 볼 것인지, 태아는 노동능력이 없고 평균임금을 산정할 수 없는데 산재보험급여의 여러 종류 중 노동능력상실을 전제로 하는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출산 후 여성근로자 본인의 요양에 필요한 기간 또는 질환아의 간병을 위해 취업이 곤란한 기간에 대하여 여성근로자에게 휴업급여를 지급하여야 하는지, 선천성 질환아에게 보험급여 수급권을 인정할 경우 유산, 사산한 경우에도 그에 상응하여 태아의 사망에 대한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태아의 생존 여부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 여부가 달라져 형평성을 잃는 것은 아닌지에 관해서 논란이 발생할 것이고, 이에 관한 입법의 불비로 실무상 이를 집행하는데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 따라서 여성근로자를 업무상 유해요인으로부터 보호하고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발생한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검토 및 입법적 개선조치가 필요함은 별론으로 하고, 현행 산재보험법상으로는 업무에 기인하여 선천성 질환아를 출산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포섭하기는 어렵다.

나. 관계 법령 : 별지와 같다.

다. 2차 거부처분의 처분사유 및 법원의 심리 범위

⑴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의 법원의 심리 범위

행정소송법에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지 않은 이상,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행정청이 거부처분을 하면서 제시한 처분사유 및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여 행정청이 쟁송단계에서 추가·변경한 처분사유에 한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고, 행정청이 제시하지 않은 사유까지 심리·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두26589 판결 등 참조). 취소판결의 기속력과 판결의 취지에 따른 재처분의무(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 제2항 )는 확정판결에서 위법한 것으로 판단한 사유에만 미치며, 행정청은 절차적 위법사유를 보완하거나 또는 위법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한 다른 실체적 사유로 다시 거부처분을 할 수도 있다(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3두13045 판결 등 참조).

㈏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관하여 이러한 법리가 형성된 것은, 한편으로 행정청의 측면에서는 행정청이 행정절차에서 신청된 수익적 처분의 모든 요건을 일일이 심사하여 그 존부에 대한 판단 결과를 밝힐 의무가 없으므로, 행정청이 과거에 검토·판단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행정청이 일차적으로 검토·판단할 수 있는 ‘행정의 선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행정상대방의 측면에서는 쟁송단계에서 행정청이 당초에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한도 내에서만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함으로써 행정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고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 등 참조).

㈐ 이러한 법리에 의하면 처분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처분발급이라는 종국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차례의 거부처분과 그에 대한 취소소송을 반복하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그간 국민의 권리구제의 실효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이론적으로 많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비판론이 제시하는 대안의 핵심은 거부처분에서는 제재처분에서와는 달리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폭넓게 허용함으로써, 취소판결의 기속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분쟁을 일회적으로 해결하자는 데에 있다. 현행 행정소송법상 행정청으로 하여금 쟁송단계에서 모든 거부사유를 주장하도록 강제할 법령상 근거가 없으나, 행정청이 과거에 그러한 사유에 관하여 이미 검토·판단하여 행정의 선결권을 행사한 바 있거나 또는 쟁송단계에서 행정의 선결권을 행사하여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희망하고 있고, 처분상대방인 원고도 법원이 그에 관하여 심리·판단해주길 희망하고 있다면, 행정청이 실질적으로 행정의 선결권을 행사한 사유에 관하여 법원이 심리·판단하는 것은 소송당사자 어느 쪽의 권한이나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아 위와 같은 법리의 기본정신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분쟁을 일회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므로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⑵ 2차 거부처분의 처분사유

㈎ 행정처분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행정처분 또는 그 전제가 된 행정상대방의 신청행위 등의 문언 내용과 함께, 행정처분의 목적, 행정처분이 행하여진 경위,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2두20571 판결 등 참조). 또한 의사표시가 서면으로 작성된 경우,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과 그 의사표시가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행위자가 그 의사표시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의사표시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22 판결 등 참조).

㈏ 피고는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청구할 때에 초진소견서를 필수적으로 첨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그렇게 보아야 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초진소견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에서 참고자료에 불과하여, ‘초진소견서 미제출’은 그 자체만으로는 보험급여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2차 거부처분의 사유로 적시한 ‘초진소견서 미제출’은 규범적 차원에서는 그 내심의 의사 여하에 관계없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때에만 처분사유로서 성립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재해와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대외적으로 표시된 처분사유에 관한 것으로서 법원의 심리·판단대상이 된다.

산재보험법 제41조 제1항 은 “ 제40조 제1항 에 따른 요양급여를 받으려는 자는 소속 사업장, 재해발생 경위, 그 재해에 대한 의학적 소견,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서류를 첨부하여 공단에 요양급여의 신청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요양급여 신청의 절차와 방법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시행규칙 제20조 제1항 은 ” 법 제41조 제1항 에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요양급여를 받으려는 근로자의 재해발생 경위에 대한 보험가입자의 확인을 말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행규칙 제79조 제1항 은 “법, 영 및 이 규칙의 시행에 필요한 신고서·신청서·청구서·통지서 및 납부서 등의 서식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공단이 정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갑 제1호증에 변론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그에 따라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신청서’라는 서식{이 서식의 뒷면 여백에는 “요양급여 신청 구비서류”라는 제목으로 “1. 초진소견서(최초요양 또는 재요양) 1부. 2. 목격자 및 행정기관(경찰서) 등에서의 관련 진술서 사본 등 재해경위와 사실 확인을 위한 관계인의 진술 또는 관련 서류 1부. 3. 「민법」 또는 다른 법령에 의거 보상이나 배상을 받은 경우 및 보험가입자(사업주) 또는 제3자 등으로부터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은 경우 금품의 내역 및 금액을 알 수 있는 판결문·합의서 등의 서류.“가 열거되어 있다}과 ‘산업재해보상보험 초진소견서’라는 서식 등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시행규칙 제79조 제2항 은 “공단은 제1항 에 따라 서식을 정할 때에는 법, 영 및 이 규칙에서 정하는 서류 외의 서류의 첨부를 요구할 수 없다. 다만, 제출된 서식만으로는 그 서식에 적힌 사항의 사실 확인이 곤란한 경우로서 그 확인을 위하여 필요하면 해당 서류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들을 종합하면, 산재보험법제41조 제1항 에서 요양급여를 받으려는 근로자에게 문서의 명칭이나 형식 여하에 관계없이 ‘재해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적은 서류’를 첨부하여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이며, 산재보험법이나 그 하위법령에는 근로자에게 피고가 정한 서식에 작성한 ‘초진소견서’를 반드시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가 정한 서식은 행정의 효율성과 업무편의를 위하여 만들어 사용하도록 법령상 허용된 것일 뿐, 서식 자체가 대외적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은 아니며, 서식의 여백에 기재된 ‘요양급여 신청 구비서류’는 통상적으로 첨부하는 것이 바람직한 서류들을 안내하는 문구일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②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에서 일한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면 피고는 산재보험법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 산재보험법상 피고가 보험급여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급여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 경우( 제112조 ), 수급권자가 피고의 정당한 업무집행에 협력하지 않는 경우( 제120조 ) 밖에 없다. 또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근로자가 아닌 경우, 산재보험 적용사업이 아닌 경우,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라는 3가지 세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의학적 소견은 첫째 유형과 둘째 유형에는 관련이 없고 오직 셋째 유형에만 관련이 있다.

산재보험법제117조 , 제118조 , 제119조 에서 피고에게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직권으로 조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시행규칙은 제21조 제3항 , 제22조 에서 자문의사, 자문의사회의, 한국산업안전공단이나 그 밖에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관에 자문을 하거나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산재보험법의 입법목적( 제1조 )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조사권한 행사는 자의적인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니며, 근로자의 보험급여 청구의 가부나 범위를 근로자가 첨부한 서류만으로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하여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직권으로 권한을 발동하여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재해경위나 주장의 진위 등을 규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④ 이상을 종합하면, 피고가 서식으로 정한 ‘초진소견서’는 물론이고, 근로자가 제출할 의무가 있는 ‘재해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적은 서류’조차도 피고에게 증상과 상병명, 장래에 소요될 요양기간을 알림으로써 1차적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판단,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경우에는 2차적으로 요양방법·기간에 관한 판단을 돕는 보조수단(참고자료)에 불과할 뿐이며, ‘그것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는 피고가 그것만으로 보험급여 지급을 거부할 사유가 되지 못하며, 오직 그로 인해 입증부족이라는 결과가 초래되어 피고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이른 경우에만 보험급여 지급을 거부할 수 있을 뿐이다.

㈐ 다른 한편으로, 앞서 처분의 경위에서 살펴본 사실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1·2차 거부처분의 경위에 관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들의 2차 요양급여 청구에 대하여 곧바로 1차 거부처분과 동일한 이유로 2차 거부처분을 하지 않고, 굳이 초진소견서 등을 제출하라고 보완요구를 한 다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2차 거부처분을 하였던 것은, 피고가 원고들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개진한 법해석 주장을 법리적으로 쉽게 배척하기가 곤란하자 이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과 이유제시를 회피하기 위해 ‘자료보완’을 형식적으로 요구한 다음 ‘자료 보완 불이행’을 사유로 2차 거부처분을 하였던 것이라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 즉, ‘초진소견서 미제출’이란 사유는 이 사건의 실질적 쟁점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적(가장적) 이유제시에 불과하다.

① 피고는 이미 서울대 역학조사 보고서가 제출되었고 △△△△△ 간호사집단에서의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이 일반인구의 12.7~14.6배에 달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강력하게 추단되는 상황에서, ‘근로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의 질병은 (발병원인과 관계없이)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리적 이유를 들어 1차 거부처분을 하였다.

② 원고들이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구하여 ‘발병 당시에 태아는 모체의 일부이므로 태아의 질병도 근로자의 질병으로 보아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여야 한다’는 다른 법해석을 주장하면서 다시 요양급여를 청구하자, 피고는 논리적으로 선결문제인 이러한 주장에 관하여 자신이 어떻게 판단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논리적으로 다음에 등장하는 문제인 상당인과관계 판단에서 참고할 자료의 보완을 요구하고 이것의 불이행을 이유로 2차 거부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당시에 원고들은 원고들 본인의 초진소견서만 제출하지 않았을 뿐이지,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에 관한 초진소견서, 원고들이 임신 초기에 유산증후를 겪었다는 내용의 산부인과 의무기록, 선천성 심장질환이 임신 초기에 태아의 심장 형성의 장애에서 비롯된다는 의학자료를 제출하였던 상황이었다.

③ 원고가 2차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자, 피고는 ‘원고들이 행정절차에서 자녀의 초진소견서만을 제출하였을 뿐, 원고들 본인의 초진소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자녀에게 발생한 질병은 산재보험법의 보상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며, 원고들 본인의 상병명은 확인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본인의 초진소견서 미제출을 이유로 한 2차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2차 거부처분이 적법하다는 피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면 논리적으로 선결문제인 ‘자녀들에게 발생한 선천성 심장질환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정당화되어야 한다.

㈑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라는 문제와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을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라는 문제는 기본적 사실관계를 달리하는 것이고, 후자는 2차 거부처분에서 처분사유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후자에 관하여 피고가 1차 거부처분에서 이미 판단을 한 바 있고, 2차 거부처분의 경위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피고가 다루기 곤란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과 이유제시를 회피하기 위하여 가장적인 처분사유를 만들어내었음이 분명하며, 피고의 주장 자체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2차 거부처분에는 논리적으로 선결문제였던 후자에 관한 부정적 판단이 내재해 있었고 그것이 정당한 경우에만 비로소 2차 거부처분도 정당화될 수 있다. 더욱이 원고도 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적극 바라고 있으므로, 법원이 후자의 문제에 관하여 심리·판단하는 것이 ‘행정의 선결권’을 보장하고 ‘처분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고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성립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의 법원의 심리 및 취소판결의 기속력의 범위’에 관한 법리의 기본정신에 어긋나지 않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분쟁의 일회적 해결 및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 법원은 후자의 문제에 관하여 심리·판단하기로 한다.

라.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⑴ 태아의 법적 지위

㈎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민법 제3조 ), 모체의 뱃속에 있는 태아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없으며,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로 취급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 민법 제762조 ), 인지( 민법 제858조 ), 상속 및 유증 순위( 민법 제1000조 제3항 , 제1064조 )에 관해서 태아는 출생한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는 개별적인 문제에 관하여 태아의 경제적·재산적 지위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함이지, 그 밖의 문제에서 태아를 보호할 필요가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 피고가 모체와 태아를 단일체로 볼 수 없다며 원용하고 있는, 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55702 판결 은 자궁 내의 태아사망을 임산부의 노동능력상실을 초래하는 후유장애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민사상 손해배상에서 노동능력상실률이란 질병이나 부상 초기의 급성증상이 치료된 후에도 회복 또는 해소되지 못하고 남은 신체기능의 상실을 의미하는데, 유산하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임산부가 일정기간 치료를 받으면 임산부의 신체에는 후유장애가 남지 않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불법행위로 임산부가 질환아를 출산하거나 조산하여 미숙아를 출산하는 경우에도 그 아이에 대한 치료비용이 손해배상의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는 아니다. 역시 피고가 원용하고 있는,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도3832 판결 은 임부에 대한 진료과실로 임부의 뱃속에 있던 32주 상태의 태아가 사망하게 된 사안에 관하여 임산부에 대한 상해( 형법 제268조 에 의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형법에 낙태행위에 대한 처벌조항( 제269조 , 제270조 )이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산재보험법의 정당한 해석

㈎ 원칙적으로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며 태아에게는 독립적 인격이 없으므로, 태아에게 미치는 어떤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게 귀속된다. 입법자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는 한, 산재보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산재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는데( 제5조 제1호 ), 태아의 건강손상은 모체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모체의 건강손상에 해당하므로,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 또한, 모체가 건강이 손상된 태아를 출산하면 선천성 질병·장애를 가진 아이가 독립적인 법주체가 되며 이 아이는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현행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할 것, 다시 말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할 뿐이지, 질병의 발병시점이나 보험급여의 지급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다고 볼 수 없다.

㈏ 태아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는 법해석의 위헌성

①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하므로( 헌법 제103조 ), 법률을 헌법에 합치하게 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권한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등 참조).

② 이미 1977. 6. 22.자 결정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선천성 장애아가 출생한 사건에서 “산재보험에서 보험사고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발생한 재해[…]” 라고만 규정하고 있었던 당시의 독일제국보험법(RVO) 제539조 제1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그 장애아를 산재보험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독일기본법 제20조 제1항의 사회국가원리를 구현함에 있어서 ‘본성상 단일체’(naturliche Einheit)인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독일기본법 제3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한정위헌결정을 하였으며(BVerfGE 45, 376), 1996. 8. 7. 제정된 독일사회법전 제7권(SGB Ⅶ)은 이러한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제12조에서 “임신 중 모(모)의 보험사고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도 보험사고에 해당하며, 그러한 한도 내에서 태아는 피보험자와 동일하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에 일반적으로 모에게 업무상 질병을 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유해요소로 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하였다면 (비록 모에게는 업무상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보험사고로 본다.” 라고 확인적으로 규정하였다.

③ 다음 세대를 건강하게 재생산하지 않고서는 국가공동체는 존속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 헌법제36조 제2항 에서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를 천명하고 있다. 또한 우리 헌법은 제10조 에서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태아의 생명은 이 조항에 의해서도 보호되며( 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4헌바81 결정 ), 제34조 제1항 에서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동조 제2항 에서는 국가에게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 증진 의무를, 동조 제6항 에서 재해 예방 및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④ 따라서 위와 같은 기본권과 국가의 헌법적 의무에 근거하여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는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더욱 두텁게 보호되어야 할 것인데,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개념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을 배제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업무에 내재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고, 산재보험 영역에서 국가의 ‘모성 및 태아 생명’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우리 산재보험법의 입법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고용노동부장관이 제기한 어떤 논거도 그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합리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에 관해서는 이하에서 항을 나누어 살펴본다.

㈐ 차별을 정당화할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헌법 제11조 제1항 은 평등원칙 내지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실질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경우에는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4. 11. 25. 선고 2002헌바52 결정 ). 평등의 원칙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교의 대상을 이루는 두 개의 사실관계 사이에 서로 상이한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실관계를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면, 입법자는 이로써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 그런데 서로 비교될 수 있는 사실관계가 모든 관점에서 완전히 동일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정 요소에 있어서만 동일한 경우에, 비교되는 두 사실관계를 법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으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어떠한 요소가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가가 문제된다. 두 개의 사실관계가 본질적으로 동일한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당해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다( 헌법재판소 1996. 12. 26. 96헌가18 결정 ).

② 고용노동부장관은 업무에 기인하여 임신한 여성근로자가 ‘유산’한 경우나 ‘유산증후’가 발생한 경우에 이를 여성근로자 본인의 신체의 완전성 손상으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모체와 태아의 단일성 및 모성 보호라는 측면으로 접근하는 경우에만 정당화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산이나 유산증후란 바로 태아의 사망이나 사망을 초래할 절박한 위험을 의미할 뿐, 그로 인해 임신을 제외한 모체의 다른 신체기능이나 노동능력의 상실을 초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성과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유산, 유산증후와 태아의 건강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 유산이나 유산증후가 태아의 건강손상(그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서의 선천성 질병·장애아 출산)보다 우선적인 보호가 필요한 중한 결과라고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여성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의 측면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중한 결과를 야기할 것임이 분명하고, 정신적 고통에는 개인차가 크지만 후자는 출산 이후에 장기적,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므로 정신적 고통의 측면에서도 전자보다 후자가 덜하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다만, 정신적 고통 자체는 산재보험의 보상대상이 아니며, 그것이 근로자의 신체·정신기능을 저해하여 증상이 초래된 경우에 그 증상만이 질병으로 포착되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수 있는데, 이는 유산, 선천성 질병·장애아 출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업무상 재해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③ 고용노동부장관은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이는 법률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증명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증명의 곤란함이라는 문제는 태아의 건강손상의 경우에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폭발, 붕괴, 추락, 절단 등과 같은 사고가 아닌, 업무상 질병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것이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일반적인 업무상 질병과 달리 취급하는 합리적인 근거는 될 수 없다.

④ 고용노동부장관은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한 경우에 태아에게는 권리능력이 없으므로 태아에게 요양급여 수급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모체의 뱃속에 있을 때에는 태아에게 권리능력이 없으므로, 태아의 요양급여 수급권이란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으며, 요양급여 수급권은 모체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장관의 진정한 우려는 태아를 출산한 이후에 산재보험을 적용함에 있어 실무상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관한 것이다. 그렇지만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건강손상이 발생한 태아가 제대로 진단·치료받지 못한 상태에서 출생한 경우에는, 요양급여는 현물급여가 원칙이므로( 산재보험법 제40조 제2항 )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질환아에게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며, 요양급여 청구절차에서 그의 모(모)인 여성근로자를 청구권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청구권자인 질환아의 법정대리인으로 볼 것인지는 법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법기술적인 제도 운용의 문제일 뿐이다.

⑤ 일반적으로 산재보험급여와 같은 사회보장급여의 수급권을 헌법적 차원에서 추상적 권리로 평가하고 그에 관한 구체적인 형성을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자유가 주어진 입법정책의 몫으로 돌리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사회보장정책을 현실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수급요건·수급권자의 범위·급여금액 등과 같은 수급권의 구체적인 내용이 법률과 그것의 위임을 받은 하위법령에 의하여 확정되는 것을 필요로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보장수급권의 형성에는 그에 소요되는 재정의 조달, 예산편성, 집행계획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2004. 11. 25. 선고 2002헌바52 결정 ). 그런데 이 사건에서와 같이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건강손상이 발생하였고 이것이 출산 후에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발현·진단된 경우에 이를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포섭하여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새로운 종류의 보험급여나 급여항목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급여의 수준을 인상하는 것도 아니며, 최고보상한도나 평균임금과 같이 전체근로자집단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므로, 별도의 예산편성과 집행계획을 마련하여야 할 정도로 산재보험재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태아의 건강손상을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포섭하여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요양급여를 지급함에 있어서는 현행 제도상으로 별다른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는다.

⑥ 다만, 선천성 질환아를 출산한 경우에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제외한 다른 종류의 급여들을 어느 범위에서 지급하여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제기한 우려에 타당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 등은 모두 근로자의 노동능력의 감소·상실에 대한 소득보장적 성격을 갖는데,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15세 미만인 자의 고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64조 제1항 ), 아동과 청소년은 부모에게 양육의무가 있고 사회통념상으로 직업이나 소득이 없을 것으로 기대되므로, 아동과 청소년기에 선천성 질환아에게 그와 같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그와 같은 급여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천성 질환아에게 충분한 요양을 제공한 후에도 후유증상으로 노동능력이 상당 부분 감소하는 장해가 남아, 성년에 도달한 후에도 취업이 불가능하거나 취업이 가능한 직종이 제한되는 상황이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그러한 노동능력 상실에 대해서도 소득보장적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현행 산재보험 제도는 근로자의 재해 발생 당시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소득보장적 급여액을 산정하고 있는데, 선천성 질환아의 경우 과연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모체의 평균임금을 적용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소득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 소득을 도시일용노임 상당액이라고 추정하는 법리(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331 판결 등 참조)에 따라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하는지의 문제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것은 수학적인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여론, 사회의 제반 여건을 고려하고 충돌하는 이익들을 형량하여 법정책적으로 나름 가장 합리적이라고 보이는 방안을 선택·결정하는 것이므로, 바로 여기에서 입법의 형성적 기능이 적극적으로 발휘되어 산재보험법과 그 하위법령의 개정을 통해 그 지급 여부, 범위, 금액산정 방법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입법자가 이를 게을리하는 경우 법원은 입법의 흠결이나 공백이 있음을 이유로 재판을 거부할 수 없으므로 규율의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법률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형성’을 하여 나름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는 해법을 도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 등에 관하여 발생하는 그러한 곤란한 문제들이 요양급여 지급 거부를 정당화할 근거는 될 수 없다.

마. 상당인과관계의 존부

⑴ 사실의 인정

㈎ 원고들이 임신한 기간인 2009~2010년의 △△△△△의 업무환경

① △△△△△은 과거에는 제주시 중심지에 위치하였다가 2002. 7. 교외의 한라산 중턱에 청사를 신축하여 이전하였는데, 그로 인해 지역접근성이 떨어져 통원치료를 받는 외래환자는 거의 없어지고 고령의 장기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또한 △△△△△의 경영이 악화되어 2006년경부터 2011. 6.까지 상시적으로 임금체불이 이루어져 간호사의 이직이 잦았다. 근무여건이 열악하여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2008년, 2010년, 2011년에는 퇴직한 간호사수가 신규채용된 간호사수보다 많았으며, 그리하여 정원 대비 ‘실제근무 간호사수’(재직간호사수에서 육아휴직 등으로 실제 업무에서 제외된 사람수를 제외)의 비율이 2008년에는 76%, 2009년에는 79%, 2010년에는 61%에 불과하였다.

② △△△△△의 간호사들은 수간호사를 제외하고는 주야간 3교대 근무(주간 07:00 ~ 15:00, 저녁 15:00~23:00, 야간 23:00~다음날 07:00)를 하였는데, 대개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여 업무준비를 하고, 업무의 마무리와 인수인계를 위해 30분 늦게 퇴근하였다. 간호사들은 바쁜 업무 때문에 근무시간 중에 거의 휴식을 취할 수 없었고, 식사시간은 10분 정도에 불과하였다.

③ 한국산업안전공단이 2008. 11. 28. 공표한 ‘교대작업자의 보건관리지침’은 사업주가 교대작업자의 작업설계를 할 때 교대작업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하여 근무반 교대방향을 아침조 → 저녁조 → 야간조 순서로 순환하도록 하며, 야간조 근무를 모두 마친 후 아침조 근무에 들어가기 전 최소한 24시간 이상 휴식하도록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에서는 교대방향이 일정하게 순환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불규칙하게 근무조가 편성되었다,

④ 간호사가 임신 초기에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는 평소처럼 3교대 근무를 하였으며, 임신 사실을 인지하여 임신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모성보호를 위한 조치로서 그 후로 출산휴가를 떠나기 전까지 야간조 근무는 면제받았으나 주간조 및 저녁조의 교대근무는 계속하여야 했다.

⑤ △△△△△에는 4개의 일반병동(11, 12, 21, 22병동)과 2개의 정신병동(23, 24병동)이 있었고, 원고들은 모두 일반병동에서 근무하였다. 정신과를 제외하고는 병동별로 입원과 구분이 없어 업무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병동에서는 각 병동별로 근무조(duty) 간호사 2인이 평균적으로 40~60명의 입원환자들을 담당하여,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수가 제주도에 있는 다른 2·3차 의료기관에 비해 2~3배 높았다. 또한 입원환자의 80% 이상이 70세 이상의 고령이었고, 그들의 절반 가량이 뇌혈관질환, 치매, 파킨슨병으로 요양 중이어서 식사, 배뇨, 객담 배출 등의 일상활동이 혼자서 불가능하여 다른 병원에서는 중환자실에서 집중간호를 받아야 할 정도였음에도 △△△△△에서는 일반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과 그 노동조합이 필수유지업무(병원의 업무 중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 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서, 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쟁의행위기간 중에 쟁의행위에 참가하는 것이 금지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42조의2 이하 참조)의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 대상직무 및 필요인원 등을 정하는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체결하지 못하여, △△△△△이 2010. 1. 20.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결정을 신청하였다. 당시 노동조합은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들만이 필수유지업무인 중환자 치료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아 필요인원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반면, △△△△△은 일반병동에 입원해 있는 중증 뇌혈관질환자에 대해서 일시적으로라도 치료가 중단될 경우 이들의 생명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며 대체인력에게 이들의 간호업무를 맡기기도 곤란하다고 주장하면서 일반병동 간호사의 65%를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수준으로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2010. 7. 20. 노사의 의견을 절충하여 일반병동에서의 중증 뇌혈관질환·치매환자 치료를 위해 일반병동 간호사의 50%인 24명을 필요인원으로 결정하였다.

⑥ 중증 질환으로 입으로 음식을 섭취할 수 없어 체내에 관을 삽입하여 영양을 공급하는 경우(tube feeding), 그 밖에 치매로 약을 먹기를 거부하는 경우, 알약을 삼키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이들에게 알약이 처방되면 알약을 가루로 분쇄하여 영양관에 투입하거나 죽이나 물에 섞어 복용하도록 하는데, △△△△△ 일반병동에서는 이러한 환자들의 비율이 50~60%에 달했으며, 알약을 가루로 분쇄하는 작업을 약국에서 하지 않고 알약인 상태로 병동으로 보냄으로써 간호사들이 직접 믹서나 막자를 이용하여 분쇄작업을 수행하였다. 이들 환자에게 통상적으로 1일 3~6회 약을 복용하도록 처방되었고, 간호사들은 대략 1일 2~3회, 1회당 200정 이상의 알약 분쇄작업을 수행하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이하 ‘FDA’라 한다)은 임산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약품을 5개 등급(A, B, C, D, X)으로 분류하여, 그 중 D등급은 태아에 대한 위험이 증명되었으나 임산부에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태아에 대한 위험보다 큰 경우, 임산부의 생명이 위급한 경우나 다른 약물로 효과가 없는 경우에만 부득이하게 사용하고, X등급은 인체와 동물 모두에게 태아의 기형이 증명된 약물로서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게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 간호사들이 분쇄작업을 수행한 약품들 중에는 D등급이 37종, X등급이 17종 포함되어 있었다. 2011년부터는 약물 분쇄작업을 약제과에서 수행함으로써 병동 간호사들이 수행하지 않게 되었는데, 2011년에는 △△△△△ 간호사들 4명이 임신하여 정상아를 출산하였을 뿐 유산이나 선천성 질환아 출산은 발생하지 않았다.

㈏ 선천성 심장질환의 특성과 발병원인

① 선천성 심장질환이란 태아일 때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심혈관 질환이 생겨서 출생시에 이미 병을 갖고 태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은 대략 임신 1개월에서 2개월까지 약 4주 동안의 짧은 시간에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데, 이 과정 중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덜 만들어지거나 아예 형성되지 않거나, 심방, 심실, 대혈관들이 서로 잘못 연결되는 해부학적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약물치료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며,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② 이와 같은 심장 형성의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규명하기 어렵지만, 대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유전자 이상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까지 밝혀진 단일 유전적 원인으로는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크리듀샤(Cri-du-chat) 증후군 등이 있고, 환경적 원인으로는 임신 초기에 임산부가 풍진에 감염된 경우, 임산부의 당뇨병, 임신 중 알콜 복용, 그 외에 임신 중 복용한 약물의 부작용 등이 있다. 태아의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로는 항경련제, 항응고제, 각성제, 우울증 치료제, 피임약 등이 있다.

③ 일반적으로 선천성 심장질환은 뚜렷한 증상 없이 심잡음만 들리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비특이적인 것으로, 영유아기에 감기를 자주 앓거나, 체중이 잘 늘지 않고, 숨이 가쁘고, 맥박이 빠르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것으로 나타나며, 소아기에는 운동시 호흡곤란이 주된 증상이다. 신생아기에 체내의 혈액에 산소가 부족하여 주로 입술, 손톱, 발톱, 뺨 등에 푸른색이 나타나는 것을 ‘청색증’이라 하는데, 선천성 심장질환 중에도 사징증, 대혈관 전위증, 삼천판 폐쇄증, 양대 혈관 우심실 기시증, 단심실증 등이 청색증을 유발한다. 청색증이 있을 때에는 전신에 산소공급이 모자라므로 대사성 산증의 증상(두통, 무기력, 설사, 호흡수 증가, 경련, 혼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하여 체내에서 적혈구가 많이 생성되어 적혈구 과다증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뇌혈전과 뇌농양이 생겨 뇌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

④ 모체의 뱃속에 있는 태아는 폐로 호흡하지 않고 태반에서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데, 그래서 폐의 기능 없이도 혈액과 산소가 잘 순환될 수 있도록 심장이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심장의 우심방과 좌심방을 구분하는 중격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를 ‘난원공’이라 하며,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에 연결통로가 존재하는데 이를 ‘동맥관’이라 한다. 출생 후에는 폐가 기능을 하면서 좌심방, 좌심실, 대동맥에 의한 전신순환과 우심방, 우심실, 폐동맥에 의한 폐순환이 별도로 작동하고 판막의 작용으로 난원공과 동맥관이 폐쇄되어 버림으로써 두 순환의 혼류를 막는다. 선천적인 장애로 출생한 후에도 난원공이 계속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경우를 ‘난원공개존’, 동맥관이 계속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경우를 ‘동맥관 개방’이라 부른다. 난원공개존이나 동맥관 개방은 출생 후 난원공이나 동맥관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엄밀히 말해 이 질병이 발병하는 시점 또는 이 질병을 최초 진단할 수 있는 시점은 출생 후이다.

⑤ ‘심실중격결손’이란 태아 시기에 심장이 형성되면서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심실중격 일부가 닫히지 않은 경우를 말하며, 태아 시기에 발병하는 것이고 산전초음파로 태아 시기에도 진단할 수 있으나, 결손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산전초음파로 알아내기 어렵고 출생 후에 진단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⑥ ‘심방중격결손’이란 태아 시기에 심장이 형성되면서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심실중격 일부가 닫히지 않은 경우를 말하며, ‘폐동맥판막 폐쇄’는 태아 시기에 심장이 형성되면서 폐동맥의 판막이 선천적으로 좁아진 경우를 말하며, 양자 모두 태아 시기에 발병하는 것이고 산전초음파로 태아 시기에도 진단할 수 있으나, 결손의 크기가 작거나 폐쇄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산전초음파로 알아내기 어렵고 출생 후에 진단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체내 산소 부족으로 인한 ‘청색증’은 태아 시기에는 발생하지 않으며, 신생아 시기에 발생한다.

㈐ 서울대 역학조사 보고서

서울대 역학조사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 관련 통계
○ 2009년에 우리나라 일반인구의 유산율{= 자연유산건수/(분만인원 + 자연유산건수) × 100, 인공유산건수 제외}은 20.3%였는데, △△△△△ 간호사집단의 2009년의 유산율은 40%, 2010년의 유산율은 38.5%였다. 2009년에 제주도 일반인구의 유산율은 20.6%로 전국 유산율과 비슷하였다.
○ 우리나라 일반인구의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은 2005년에 2.729%, 2006년에 3.147%였는데, △△△△△ 간호사집단의 2010년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은 40%에 달해 일반인구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제주도 일반인구의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은 2005년에 1.9743%, 2006년에 1.9976%로서 같은 해의 전국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보다 낮았다.
■ 유해요인
○ 교대근무는 자연유산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일반병동 간호사들은 주야간 3교대 근무를 하였는데, 임신한 경우에는 야간조 근무는 면제받았지만 주간조 및 저녁조 교대근무를 계속하였으며 불규칙한 작업스케줄이라는 위험요인에는 계속 노출되었다.
○ △△△△△에서는 1개 병동에서 간호사 2인이 40~60명의 입원환자를 담당하였는데, ‘액팅’(acting)과 ‘차지’(charge)로 역할이 구분되어 있었고, 현실적으로 액팅을 담당한 간호사가 환자 관리를 전담하였으며 업무 중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일하였다. 액팅 간호사의 주된 업무는 차팅(의무기록 작성), 물품 수량 파악, 약제명 기재, 체위변경 및 시트교체, 주사, 혈압체크, 세척 및 드레싱 교환, 구강 간호, 응급조치 등인데, 차팅은 의자에 앉아서 하거나 차트홀더카트 앞에 선 자세로 한다. 환자 체위변경 및 시트교체는 서서 작업하면서 무리한 힘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사용하고 난 의료기기는 싱크대에서 세척하여 보관하는데 싱크대 높이가 낮아 허리를 숙여 작업을 수행하며, 세척된 식염수병 등을 건조하기 위해 싱크대 하부에 놓을 때 쪼그린 자세가 발생한다. 생리식염수액 등의 물품을 정리하는 작업도 간호사들이 담당하는데 무게가 11~15㎏에 달하는 박스를 옮기고 정리하는 작업은 인체에 부하를 가져올 수 있다.
○ △△△△△ 간호사들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으로 응답한 내용에는 인원부족으로 인한 야간근무일 증가와 오프세이브(인력부족으로 휴일을 그때그때 사용하지 못하고 적립해 두는 것) 증가로 인한 휴식 부족, 수액 박스 나르기, 환자 체위 변경 등의 중량물 작업, 오염물 처리 등에 따른 원내 감염 위험 증가에 대한 불안감 등과 같이 노동강도의 강화나 신체적 부담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그 밖에 상사의 폭언, 보호자와 환자들의 욕설, 치매 및 알콜중독 환자들의 폭력과 성희롱 등에 의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 △△△△△ 일반병동 입원환자의 30~40%에게 튜브영양을 실시하였는데, 이들에게는 약품도 가루로 만들어 튜브에 투입하였다. 약품 분쇄작업은 병동별로 지급된 믹서를 사용하거나 막자를 사용하여 하였는데, 믹서를 사용하는 경우에 소음 때문에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방안에서 작업을 하였으며, 막자를 사용할 때에는 초기에는 병동 간호실 바닥에 쪼그린 자세로 작업하였으나, 2007년 이후에는 소음이 적은 받침이 지급되어 앉은 자세로 작업하였다. 간호사들은 약품 분쇄작업을 할 때 거의 대부분 장갑이나 마스크와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임신 중에도 분쇄작업을 수행하였다. 약품 분쇄작업 중 목이 따끔거리거나 재채기가 났으며, 약물이 입안에 들어오는 느낌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한 간호사들이 있으므로, 실제 약품 분쇄작업 중 약품 흡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에서 사용된 약품들 중에 FDA X등급은 17종, D등급은 37종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들 약품도 분쇄 과정에서 간호사들에게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임신한 근로자가 X등급, D등급 약품을 다룰 때 각 약품별로 구체적으로 어떤 예방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지침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비록 일부 약품에 대한 것이지만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Acitretin, Finasteride은 임신한 근로자가 부서진 상태로 취급하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고, Atorvastatin, Carbamazepine은 노출에 조심할 것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에서는 그러한 일부 약품에 대한 권고사항조차 준수되지 않았다.
○ △△△△△에서 2009년과 2010년에 임신한 간호사 27명에 대하여 유산한 집단과 출산한 집단을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 임신 당시의 연령은 유산에서 평균 31.2세, 출산에서 평균 29.9세로서, 유산한 간호사집단의 연령이 1.3세 정도 높았다. 이전 임신에서 유산 경험이 있던 경우는 두 집단 모두 22.2%로서 동일하였다. 평소에 음주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유산에서 11.1%, 출산에서 16.7%로 나타났으나, 두 집단에서 임신 중 음주를 했다는 응답한 사람은 없었다. 또한 두 집단 모두 평소 및 임신기에 흡연하였다는 응답자는 없었다. 임신 1삼분기에 근무했던 병동과 평균 근무연차, 노동시간 등을 살펴보았는데, 유산의 경우 24병동을 제외한 전체병동에서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으나, 12병동에 근무한 비율이 33.3%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평균 근무연차는 유산에서 6.9년, 출산에서 7.3년이었고, 1일 평균 근무시간은 두 집단 모두 9.3시간으로 차이가 없었으며, 주중에 10시간 이상 일한 일수는 유산이 1.8일, 출산이 2.4일이었다. 약물분쇄작업은 유산에서 1일 평균 1.3회, 1주일 평균 6.6회 수행하였다고 응답하였고, 출산에서 1일 평균 3.2회, 1주일 평균 9.2회 실시하였다고 응답하여, 출산 집단에서 약물 분쇄작업의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임신 중에서 약물분쇄작업을 수행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하였다는 응답이 유산에서 77.8%, 출산에서 83.3%였고,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유산에서는 없었고, 출산에서는 11.1%였다.
○ △△△△△에서 2009년과 2010년에 임신한 간호사 27명 중 유산한 9명을 제외하고 출산한 18명에 대하여 정상아를 출산한 14명과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4명을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 정상아를 출산한 집단의 평균 연령은 30.1세, 선청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집단의 평균 연령은 29.3세로서, 두 집단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평소에 음주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비율은 정상아 집단에서 7.1%, 선천성 심장질환아 집단에서 50%였으나, 두 집단 모두 임신 중 음주를 했다는 응답자는 없었다. 또한 두 집단 모두 평소 및 임신기에 흡연하였다는 응답자는 없었다. 임신 1삼분기에 근무했던 병동은 정상아 집단에서는 전체병동에 분포하였으나, 선천성 심장질환아 집단은 75%가 11병동에 집중되어 있었다. 1일 평균 노동시간은 두 집단 모두 9.3시간으로 차이가 없었고, 주중에 10시간 이상 일한 일수는 정상아 집단이 2.4일, 선천성 심장질환아 집단이 2.3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평균 근무연차는 정상아 집단이 7.3년, 선천성 심장질환아 집단이 7.5년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약물분쇄작업은 정상아 집단에서 1일 평균 3.6회, 1주일 평균 8.3회 수행하였다고 응답하였고, 선청성 심장질환아 집단에서 1일 평균 2.5회, 1주일 평균 11회 실시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임신 중에서 약물분쇄작업을 수행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하였다는 응답이 선천성 심장질환아 집단에서 100%였고,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정상아 집단에서 14.3%였다.

㈑ 산업안전연구원의 역학조사 보고서

① △△△△△ 일반병동에서 근무하다가 2009년에 유산한 간호사들 중 4명이 2013. 2.경 피고(제주지사)에게 자신들의 유산이 업무에 기인한 것이라며 요양급여를 청구하자, 피고는 2013. 3.경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이에 관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이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수행한 역학조사 결과 중 서울대 역학조사 보고서에서 언급되지 않은 사항이거나 연구원이 보다 강조하고 있는 사항들의 주요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 2009~2010년에 △△△△△ 간호사들이 수행한 업무 중에는 일반 2, 3차 의료기관 간호사들의 업무로 보기 힘든 것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약품 분쇄작업 : 각 근무조별로 30분 내지 1시간 정도 약품 분쇄작업을 수행하였다. (믹서를 사용시의 소음 때문에 주로 막자에) 약제 봉투포장 상태 그대로 넣고 분쇄작업을 하였는데, 유산지 재질의 약제 봉투가 찢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였고, 그런 경우에는 찢어진 부분을 스카치테이프로 임시로 봉하거나 새로운 봉투에 옮겨 담았다. 1개 병동에서 1일 취급한 약은 평균 1800정이며, 각 근무조에서 평균 300~500정의 약품을 분쇄하였다.
○ 오물처리 작업 : 병실에서 발생하는 오염물(환자 가검물, 기저귀, 기타 분비물)을 분리배출하는 오염물박스가 있는데, 박스는 약 1㎥ 크기로 오염물이 가득차면 압축, 포장하여 적재하는 업무를 당시에는 간호사들이 수행하였고, 하루에 4~5박스가 배출되었다. 현재는 공익근무요원이 수행하고 있다.
○ 욕창환자 드레싱 및 용품 소독, 제작 : 각 병동별로 20~30명 정도의 욕창환자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병동 간호사들이 상처 소독에 필요한 물품(알콜솜, 보릭솜)을 제작하여 사용하였고, 소독 후 발생한 오염 용품은 각 병동에서 멸균기로 소독하여 재사용하였으며, 하루 평균 10개 정도 소모되었다. 현재에는 전담간호사를 따로 두어 수행하고 있다.
○ 사망환자 처치 보조 : 제주도에는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영안실로 옮기기 전에 병동에서 수의를 입혀서 보내는 풍습이 있는데, 그에 따라 병동에서 간호사들이 환자의 입원복을 벗기고 수의를 입힌 뒤 시신을 운구하는 작업을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 직무스트레스
○ 당시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는 ① 간호사인력 감소에 따른 업무강도의 증가 및 야간근무 증가, ② △△△△△ 경영위기로 2008년부터 상여금, 당직비 등의 수당이 체불되거나 미지급되는 사례가 발생하였으며, 2009년과 2010년에는 점차 미지급 금액이 증가하였던 점, ③ 2010년부터 △△△△△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본격화되어 고용불안정에 대한 스트레스 증가, ④ 의사, 원무과, 타 부서와의 관계 갈등, 고객과의 갈등, ⑤ 신임 간호부장과 직원들 사이의 갈등이 있는데, 이들 중 ①, ②, ③은 △△△△△에서만 발생한 특이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 업무관련성 평가
○ △△△△△에서 사용한 FDA X등급, D등급 약품들 중에서 약품별 연간 총사용량 자료를 입수하여 연도별 소모량, 도입시기 등을 분석하여 유산, 선천성 심장기형 집단 발생과의 시기적, 양적 관련성이 의심되는 약물을 파악하여 보았다. 프로스카(X등급, Finasteride)는 남성 호르몬 성분의 코팅형 제제로서 일반적으로 접촉하면 큰 문제가 없으나 분쇄하여 사용할 경우 피부흡수성이 있어 임산부가 접촉하면 태아의 남성생식기 기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2004년 이후로 계속 사용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특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많이 사용되었다. 카마제핀(D등급, Carbamazepin)은 임산부가 복용할 경우 선천성 심장기형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종전에는 카마제핀CR정을 사용하다가 2009년에 카마제핀정을 도입하여 사용하는데 새로운 약품을 도입한 시점이 임신결과 이상이 증가한 때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CR정은 controlled-released의 약자로서 약물의 체내 농도를 일정시간에 도달하도록 만들어진 약제이다, 두 약제의 성분은 동일하다). 리보트릴정(D등급)은 임산부가 복용할 겨우 유산, 선천성 심장기형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특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그 밖에도 유산과 선천성 심장기형이 집단 발생한 시기와 도입시기가 맞물리는 약품으로는 아테놀정, 페노바비탈정이 있었고, 사용량이 증가하여 2009년과 2010년 무렵에 사용량이 가장 많았던 양상을 보인 약품으로는 코다론정(D등급, Amiodarone), 리피토정(X등급, Atorvastatin)이 있었다.
○ 막자로 약품을 분쇄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포장봉투에 손상이 발생한 빈도는 간호사별로 진술이 상이하기 때문에 정확한 노출빈도를 규명할 수는 없으나, 약품 분진에 의한 노출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현재까지 약품 분진 노출과 유산과의 관련성에 대해 보고된 바 없으나, 그러한 방식으로 실험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지 약품 분진 노출이 유산이나 선천성 기형 발생에 영향이 없음이 증명된 것은 아니다. 2011년에 병동 간호사들의 약품 분쇄작업을 폐지한 후에 임신한 병동 간호사들에게서 유산 및 심장기형 발생률이 현격히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약품 분쇄작업과 유산, 선천성 심장기형 집단 발생과의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 교대근무가 유산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명확하지는 않으나, 생물학적인 주기의 장애로 인한 호르몬 교란, 수면장애 등의 효과로 임신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세포면역반응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교대 근무의 비교 위험비는 현재까지의 역학연구에서는 1.1~1.5로 약간 증간한다는 결과를 보였고, Bonde 등의 메타분석에서는 비교위험비는 1.12(95%, CI: 0.96~1.30)로 나타나 유산의 위험도가 통계적 유의성은 없으나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에서 유산한 간호사들의 경우 3교대 근무와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의 병동에서 근무한 간호사들은 근무조별로 대략 1일 9시간에서 9시간 30분을 근무하였고, 평균적으로 주당 45시간 가량을 근무하였다.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주당 근무시간이 41시간 이상인 경우에서 20~40시간인 경우와 비교하였을 때 유산 발생 비교위험도가 1.5(95%, CI: 1.3~1.7)로 나타났다.
○ △△△△△에서 근무한 간호사들에게는 병원의 경영위기 따른 특이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유발된 직무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직무스트레스 단독으로는 유산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보기 어려우나, 노출된 다른 위험인자들과 함께 협력효과로 유산의 위험성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 인체공학적 요인으로 장시간 선 자세, 환자 체위변경, 중량물 운반, 쪼그려 앉은 작업은 임산부의 배 부위에 압박을 가중하여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대부분의 연구에서 이러한 요인들은 임신 20주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어, 임신 5~9주차에서 유산한 경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② 위 역학조사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 2014. 6. 20. 개최된 한국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에서는 △△△△△에서 근무하다 2009년에 유산을 경험한 간호사 4명의 경우 ‘유산과 업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2 내지 15, 17, 18호증, 을 제4,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삼성서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⑵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는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두23764 판결 등 참조), 근로자의 취업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또는 그에 따른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2530 판결 등 참조).

㈏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선천성 심장질환의 발병원인과 메커니즘이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에서 임신 중에 근무하면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주야간 교대근무,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한 약물 등과 같은 작업환경상의 유해요소들에 일정 기간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된 후 원고들이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하였으므로, 이러한 선천성 심장질환의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

① 원고들의 자녀들의 선천성 심장질환은 출산 후에 비로소 진단받은 것이지만, 그 발병원인은 임신 초기의 태아의 건강손상(심장 형성의 장애)에 있다. 2009년과 2010년에 △△△△△ 간호사집단의 유산율은 약 40%로서 우리나라 일반인구의 유산율의 약 2배이며, 2010년에 △△△△△ 간호사집단의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은 우리나라 일반인구의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의 12.7~14.6배에 달한다. 이러한 통계치는 △△△△△의 간호사들에게서 유산과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데에 직업환경적 요인이 기여하였을 것이라 추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② △△△△△에서는 2009년과 2010년에 경영위기로 간호사 인력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시간 자체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으나, 개별병동에서 간호사 2인이 40~60명의 고령의 중증 환자들을 담당함으로써 노동강도가 일반적인 2·3차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 비해 현저하게 높았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2~3배 높았을 뿐만 아니라, 입원환자의 절반 가량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어야 마땅할 정도의 중증 환자여서 이들을 간호하는데 더욱 많은 시간과 힘이 들었을 것이며, 일반적인 2·3차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수행하지 않는 약품 분쇄작업, 오물처리 작업, 욕창환자 드레싱 및 용품 소독·제작 작업, 사망환자 처리 보조 업무까지 수행하였다.

③ △△△△△ 간호사들에게는 일반 병원의 간호사들이 통상적으로 경험하는 직무상 스트레스 외에도, △△△△△의 경영위기에서 비롯된 노동강도의 증가, 임금체불, 고용불안정 때문에 특별한 직무상 스트레스가 있었다.

④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취침시간의 불규칙, 수면부족,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또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질병의 발병·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두8145 판결 ,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 간호사들의 경우 임신을 진단받기 전에는 임신 중임에도 3교대 근무하였고, 임신을 진단받은 이후로는 야간조 근무는 면제되었지만 아침조 및 저녁조의 교대근무는 계속하였으며, 교대조의 근무편성이 아침조 → 저녁조 → 야간조로 규칙적으로 순환하지 않고 불규칙하게 편성되었으므로, 임신 기간 전체에서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⑤ △△△△△에서는 간호사가 임신한 경우에 모성보호를 위해 야간조 근무를 면제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배려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51조 제3항 제50조 제1항 , 제2항 은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에 대해서는 같은 법 제51조 제1항 제2항 소정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에서는 간호사들이 임신 여부를 불문하고 1일 평균 9시간 이상, 1주 평균 45시간 이상을 근무하였는데, 40시간을 초과한 부분은 명백히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중에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식사시간도 10분 정도에 불과하였는데, 임신이 심장 및 순환기계에 상당한 생리적 변화를 유발하여 임신한 여성이 일반인에 비해 과로와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위와 같은 업무환경은 임신한 여성근로자의 건강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⑥ △△△△△에서 근무한 간호사들은 병동에서 약품 분쇄작업을 수행하면서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된 FDA X등급, D등급 약품들의 가루를 미량이나마 호흡기와 피부로 흡수하였다. △△△△△에서는 간호사들에게 이러한 약품의 분쇄작업을 맡기면서도 그러한 약품의 유해성이나 취급시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고, 마스크, 장갑과 같은 보호장구도 지급하지 않았다. 몇몇 유해약품이 많이 사용되거나 새로 도입된 시기와 △△△△△의 간호사들에게서 유산과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시기가 일치하며, 간호사들의 약품 분쇄작업을 폐지한 2011년 이후로는 유산과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 발생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⑦ 원고들에게서는 직업환경적 요인을 제외하고는, 관련 병력, 가족력, 유전자 결함, 임신 중 알콜이나 그 밖의 유해약물 복용 등과 같은 태아의 건강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개인적, 기질적 위험인자를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원고들의 자녀의 선천성 심장질환은 임신 초기의 태아의 건강손상에 기인한 것이고, 그러한 태아의 건강손상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 임신 중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상 임신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하며,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요양급여를 제한 없이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요양급여의 지급을 거부한 2차 거부처분은 위법하다.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피고가 전부 부담하게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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