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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1687 판결
[손해배상(자)]〈교통사고로 발생한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일〉[공2019하,1639]
판시사항

[1]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의 의미 및 이때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의 경우, 법원이 ‘손해를 안 날’을 정하는 방법

[2] 갑이 만 15개월 무렵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 손상 등을 입은 후 약간의 발달지체 등의 증세를 보여 계속 치료를 받던 중 만 6세 때 처음으로 의학적으로 언어장애 등의 장애진단이 내려지고 제1심에서의 신체감정 결과 치매, 주요 인지장애의 진단이 내려진 사안에서, 교통사고 당시 갑이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한 다음 그에 따라 교통사고가 발생한 날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이때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2] 갑이 만 15개월 무렵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 손상 등을 입은 후 약간의 발달지체 등의 증세를 보여 계속 치료를 받던 중 만 6세 때 처음으로 의학적으로 언어장애 등의 장애진단이 내려지고 제1심에서의 신체감정 결과 치매, 주요 인지장애의 진단이 내려진 사안에서, 치료경과나 증상의 발현시기, 정도와 함께 사고 당시 갑의 나이, 최초 손상의 부위 및 정도, 최종 진단경위나 병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고 직후에 언어장애 등으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갑이나 그 법정대리인으로서도 그 무렵에 혹시라도 장차 상태가 악화되면 갑에게 어떠한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짐작할 수 있었을지언정 뇌 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할 장애의 종류나 정도는 물론 장애가 발생할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확실하게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교통사고 당시 갑이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한 다음 그에 따라 교통사고가 발생한 날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소외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조앤김 담당변호사 조철기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악사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서 담당변호사 김남성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29924 판결 ,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1836 판결 등 참조). 이때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나.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손해에 대하여 상법 제724조 제2항 에 의하여 보험자인 피고에게 직접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06. 3.경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음에도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2. 3. 21.경에야 비로소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상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생년월일 생략)는 만 15개월 무렵인 2006. 3.경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는데, 그로부터 2개월가량 지난 후 작성된 진단서의 병명란에는 “강직성 편마비, 두개내 개방성 상처가 없는 미만성 뇌손상, 외상성 경막하 출혈, 외상성 거미막하 출혈, 뇌실내 뇌내출혈”, 향후치료의견란에는 “향후 지속적인 신경발달 치료와 합병증, 간질 등의 집중 관찰을 요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직후 약간의 발달지체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계속 치료를 받아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였으나, 2007. 4.경부터 경련이 발생하고 2008. 1.경에는 전신경련이 발생한 이후 발달단계가 현저히 퇴행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 원고가 만 6세 때인 2011. 11.경 작성된 진단서의 병명란에는 “강직성 편마비, 강직성(외반성) 편평족, 언어장애 및 실어증, 난치성 간질을 동반하지 않은 각성 시 대발작을 동반한 간질”이라고 기재되어 처음으로 의학적 장애진단이 내려졌다.

라) 이 사건 소가 제기되고 1심 변론 진행 중인 2014. 1.경 실시된 신체감정에서 원고는 “치매, 주요 인지장애”의 진단을 받았다.

마)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직후부터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의 보험자인 동부화재보험 주식회사로부터 치료비를 계속 지급받던 중 이 사건 소 제기 직전인 2012. 3.경 최종적으로 동부화재보험 주식회사와 손해배상에 관하여 합의를 하고 그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았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직후에는 원고에게 약간의 발달지체 등의 증상이 있을 뿐 2011. 11.경의 진단명인 “언어장애나 실어증”, 감정 결과인 “치매, 주요 인지장애”와 직접 관련된 증상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이후 치료가 계속되면서 발달지체 등의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고 또 여러 차례의 경련이 발생하면서 그러한 증상이 악화되기도 하였으며 이후 위 병명과 관련된 증상이 점차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치료경과나 증상의 발현시기, 정도와 함께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의 나이, 최초 손상의 부위 및 정도, 최종 진단경위나 병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 직후에는 “언어장애나 실어증”, “치매, 주요 인지장애”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원고나 그 법정대리인으로서도 그 무렵에는 혹시라도 장차 상태가 악화되면 원고에게 어떠한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짐작할 수 있었을지언정 뇌 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할 장애의 종류나 정도는 물론 장애가 발생할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확실하게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특수한 사정에 관하여 충분하게 심리하지 않은 채 바로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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