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두6449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무효확인등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보인
피고상고인
대전광역시 중구청장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14. 4. 3. 선고 2013누1780 판결
판결선고
2015. 12.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기초하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위 견해표명에 다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0두868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어떠한 행정처분이 신뢰보호 원칙의 나머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행정청이 앞서 표명한 공적인 견해에 반하는 행정처분을 함으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이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이 그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이익의 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경우에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들어 그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1. 13. 선고 98두7343 판결 등 참조).
행정청이 행한 행정행위나 의사표시의 의미를 해석할 때에는, 행정행위나 의사표시 또는 그 전제가 된 상대방 당사자의 신청 행위 등의 문언의 내용과 함께, 행정행위나 의사표시 등의 목적, 행정행위나 의사표시가 행하여진 경위,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두1117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행정청의 견해표명에 대한 신뢰에 관한 개인의 귀책사유는 행정청의 견해표 명의 하자가 상대방 등 관계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 등 부정행위에 기인한 것이거나, 그러한 부정행위가 없더라도 하자가 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11. 8. 선고 2001두151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C상가번영회(이하 '상가번영회'라 한다)는 2007. 4.경 대전 중구 A 주변에 위치한 상가의 활성화를 위하여 피고에게 위 거리 입구에 LED 전광판의 설치를 건의하였는데, 피고는 2007. 4. 11. 상가번영회에 위 전광판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등에 적합한 공공시설물이 아니므로 설치가 불가하다고 회신하였다.
나. 그 후 피고가 2007. 6. 15.경 개최한 '중구 상점가활성화 연구보고'에서 상가번영회 F이 피고의 G를 만나 위 전광판의 설치에 대하여 다시 논의하였고, G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이를 추진하여 보자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다. 한편 원고는 2007. 8. 경 상가번영회와 사이에 이 사건 전광판 설치에 관하여 잠정적인 합의를 하고, 2007. 11. 1. 빛샘전자 주식회사와 이 사건 전광판의 제작 및 납품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같은 날 주식회사 무지개토탈사인과 사이에 공사기간을 2007. 11. 1.부터 50일간으로 정하여 광고물 공사(제작, 설치) 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상가번영회는 2007. 11. 15. 피고에게 이 사건 전광판의 설치계획서와 설계도를 첨부하여 이 사건 전광판의 설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2007. 11, 26.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전광판의 운영 및 관리 등에 관하여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마. 피고는 2007. 11. 29. 상가번영회에 위 협조요청에 대한 회신으로 "이 사건 전광판의 설치시에는 시설물 관리부서와 사전협의하고,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및 도로법 등 관련법에 적합하도록 절차를 이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이하 '이 사건 회신'이라 한다).
바. 원고는 2007. 11.경부터 2008. 1.경 사이에 위 A 입구에 이 사건 전광판을 설치한 후 이 사건 전광판에 다양한 광고를 게재하여 수익을 얻어 왔는데, 대전광역시는 2011. 7. 29. 피고에게 이 사건 전광판이 무허가 광고물 또는 게시시설에 해당하고 대전광역시가 구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하여 추진 중인 B 조성사업 추진에 장애가 되므로 2011. 9.까지 이를 철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사. 그 후 피고가 2011. 9. 30.경부터 수회에 걸쳐 원고에게 이 사건 전광판의 철거를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았고, 피고는 2012. 5. 31. 이 사건 전광판이 무허가 전광판이므로 2012. 6. 30.까지 이를 자진철거할 것과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대집행하겠다는 내용의 계고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회신의 문언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상가번영회의 이 사건 전광판 설치 협조 요청에 대하여 관련법령에 따라 이 사건 전광판의 설치가 가능한지를 심사한 후에 그 설치가 가능하다고 확정적으로 허가하는 처분을 하였다거나 장차 무조건적으로 그 설치를 허가하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사건 회신은 피고가 상가번영회 측에 이 사건 전광판의 설치와 관련된 관련법령의 내용을 그대로 알려주거나 그 설치를 위해서는 행정청과 사전협의하고 도로법에 따른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관련법령을 준수하여야 함을 원론적으로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그리고 이 사건 회신은 상가번영회에 대한 것이지 원고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가 이 사건 회신을 통하여 원고에게 견해 표명을 함으로써 원고에게 어떠한 신뢰를 부여하였다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회신의 내용에 의하더라도, 상가번영회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전광판 설치허가를 신청하지 아니하였으며, 피고가 명시적으로 이 사건 전광판의 설치를 허가하는 내용의 기재가 없다. 더구나 피고는 이 사건 회신 전에 A 입구의 전광판은 설치가 불가함을 이 사건 전광판의 위탁자인 상가번영회에 회신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설령 원고가 상가번영회를 통하여 이 사건 회신을 보았다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에게 그 의미를 명확하게 질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회신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였어야 할 터인데, 원고는 이를 확인하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원고가 이 사건 전광판의 설치가 가능하다고 믿은 데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단정할 수있을지도 의문이다.
다. 그뿐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 회신이 있기 전에 이미 상가번영회와 이 사건 전광판의 운영 및 관리 등에 관한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빛샘전자 주식회사와 이 사건 전광판의 제작 및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 사건 전광판의 설치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회신을 신뢰하여 이 사건 전광판을 설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전광판을 설치한 후 공익적인 광고 외에 상업적인 광고를 포함하여 다양한 광고를 게재하여 수익을 얻어 왔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구정소식 등 홍보매체로 설치 가능하다거나 LED 전광판 설치는 공공복리를 목적으로 할 경우에 설치할 수 있다는 등의 이 사건 회신 내용에 배치되므로, 이에 비추어 보아도 원고의 이 사건 전광판의 설치·운영이 이 사건 회신을 신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나아가 설령 이 사건 회신이 이 사건 전광판 설치를 허가하는 취지의 피고의 공적인 견해표명에 해당하고 이 사건 처분이 이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구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2007. 12. 21, 법률 제87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항, 구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2007. 12. 31. 대통령령 제205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및 [별표 제1호]에 의하면 광고물의 허가기간은 원칙적으로 최대 3년을 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전광판이 설치된 지 4년이 훨씬 지난 후에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의 기대 이익이 현저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이 사건 전광판이 철거되지 않을 경우에는 대전광역시가 B 조성사업 등을 통해 추진 중인 구도심 상권 활성화라는 공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피고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원고에게 상당한 기간 동안 이 사건 전광판에 공익 광고의 게재를 의뢰하여 왔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을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아 위법하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어긋나거나 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적인 견해 표명 및 원고의 귀책사유 부존재 등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잘못 단정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적인 견해표명 또는 의사표시의 해석 및 신뢰보호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신
주대법관김용덕
대법관박보영
대법관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