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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2003. 8. 20. 선고 2003나3552 판결
[손해배상(기)] 상고[각공2003.10.10.(2),312]
판시사항

[1] 행형법상의 '문서집필 사전허가제도'에 기해 사전집필허가를 받지 않은 피징벌자의 행정심판청구서에 대한 발송을 불허한 경우 취하여야 할 조치

[2] 행형법시행령 제144조 소정의 '징벌의 선고자'의 의미

[3] 피징벌자가 당해 금치처분 자체를 다툴 목적으로 변호사와의 접견을 희망할 경우 교도소 소장에게 이를 허용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교도소 수용자가 행정심판청구서와 동시에 집필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고, 또한 행정심판청구서가 행형법 제33조의3 제1항 이 정하고 있는 집필불허가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교도소장이 이미 '집필된 문서'에 대하여 '집필허가'를 하여야 하고 나아가 외부발송허가까지 하여야 한다면 이는 행형법이 정하고 있는 '문서집필 사전허가제도' 자체를 잠탈하거나 사문화를 초래하여 부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한 발송불허행위 자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경우에도 교도소장 또는 담당교도관으로서는 발송불허시의 조치를 정하고 있는 행형법시행령 제67조 제2항 에 따라 발송불허사유를 수용자에게 통지하고 그 접수결과를 확인해 주어야 하며 이를 하지 아니한 조치는 위법하다.

[2] 징벌의 선고 방법을 정한 행형법시행령 제144조 의 해석에 있어서, ① 조항 표제가 '징벌의 선고자'로 되어 있을 뿐더러, '징벌 내용의 고지'가 아닌 '징벌의 선고'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 ② 비위혐의자에 대한 징벌 여부 및 징벌 종류와 내역의 결정은 행형법 제47조 에 의하여 징벌위원회의 의결권한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위 시행령 제144조 는 오로지 선고절차, 즉 '징벌을 선고할 자'를 정하기 위한 독자적인 조항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위 조항의 입법취지는 '징벌의 선고자'를 일반교도관이나 중간관리자가 아닌 당해 소장으로 한정함과 아울러 소장에게 피징벌자의 면전에서 직접 징벌내용을 설명하게 함으로써 징벌절차의 적정성 보장과 피징벌자의 인권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비록 금치기간 중의 접견허가 여부가 교도소 소장의 재량행위에 속하기는 하나, 피징벌자가 금치처분 자체를 다툴 목적으로 소 제기 등을 대리할 권한이 있는 변호사와의 접견을 희망한다면 이는 접견허가사유인 "처우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해당된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 경우 당해 피징벌자는 미결수용자와 유사한 지위를 갖는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수형자의 기본권 내지 인권보호의 책무를 지는 소장으로서는 위와 같은 입법부작위에 의하여 당해 수형자가 침해당하고 있는 재판청구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당해 금치처분에 대한 불복을 목적으로 한 변호사와의 접견을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허용해 줄 의무가 있다.

원고,항소인겸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이상희)

피고,피항소인겸항소인

대한민국

변론종결

2003. 7. 9.

주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2. 1. 1.부터 2003. 8.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8/9는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3. 위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2. 1.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날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 : 제1심판결 중 다음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2. 1.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날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 :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4호증, 을 제1, 2호증의 1, 2, 을 제1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99. 10. 7. 춘천지방법원으로부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안양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되었는데, 2001. 3. 12.경에 이르러 안양교도소장으로부터 교도관에 대한 폭언 및 지시불이행 등을 이유로 한 금치 1월의 징벌처분을 받았고, 그 금치기간 중이던 2001. 4. 9.경 대구교도소로 이감되었다.

나. 원고는 2001. 5. 30.경에 이르러 대구교도소 교도관 김성수에게 위 금치 처분의 당부에 관한 행정심판청구서(이하 '이 사건 행정심판청구서'라고 한다)를 교부하면서 이를 법무부에 발송해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위 문서는 외부로 발송되지 아니하였다.

다. 한편, 원고는 2001. 9. 21.경 단식을 이유로 금치 2월의 징벌처분(이하 '이 사건 금치처분'이라고 한다)을 받았는데, 위 금치기간 중인 같은 해 10. 8. 이상희 변호사는 원고를 접견하기 위해서 대구교도소를 방문하였으나, 대구교도소장은 원고가 금치기간 중에 있다는 이유로 원고와의 접견을 불허하였다(이하 '이 사건 접견불허조치'라고 한다).

라. 그 후 원고는 2002. 1. 6. 만기출소하였다.

2. 쟁점 및 그에 대한 판단

가. 행정심판청구서 외부발송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1)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 산하의 대구교도소 공무원들이 이 사건 행정심판청구서를 법무부로 발송하지 아니한 행위는 행형법상 원고에게 보장된 집필권 및 집필문서발송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위 행정심판청구서는 대구교도소장으로부터 사전집필허가를 받지 아니한 문서이기 때문에 이를 외부로 발송하지 아니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2) 인정되는 사실관계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위 갑 제1, 2, 7 내지 11, 15 내지 20, 26호증, 을 제1호증, 을 제15호증의 1, 2, 을 제17, 18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한춘석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2호증, 을 제1, 3 내지 6, 17(김용호에 대한 진술조서 제외)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신진섭의 증언은 믿기 어려우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대구교도소로 이감된 후 2001. 3. 12.자 금치 처분에 대하여 행정심판을 제기하기로 마음먹고, 2001. 5. 28.경 행정심판청구서의 작성을 위한 집필허가신청서를 작성한 다음, 같은 해 5. 30.경 함께 수감중이던 위 신진섭에게 대필을 부탁하였다.

(나) 이에 따라 신진섭은 원고가 불러주는 내용을 받아적는 방법으로 원고 명의의 행정심판청구서를 대필하게 되었는데, 원본에 먹지 2장을 대는 방법으로 이를 작성하여 원본과 더불어 사본 2부(그 중 1부는 갑 제1호증)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다) 그 후 원고는 위 1.의 나.항 기재와 같이 이미 작성한 집필허가신청서와 함께 위 행정심판청구서 원본과 사본 1부를 담당교도관 김성수에게 교부하면서 외부발송을 부탁하였으나, 대구교도소 측은 위 행정심판청구서가 집필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작성되었다는 이유로 법무부에 발송하지도 않고, 원고에게 이를 반환하지도 아니하였다.

(라) 한편, 원고는 2001. 6. 초순경부터 수 차례에 걸쳐 담당교도관 등에게 위 행정심판청구서가 법무부에 접수되었는지에 대한 확인 및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그 때마다 담당교도관 등은 접수 여부는 물론 발송이 불허된 이유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

(마) 이에 원고는 2001. 8. 28.경 담당교도관들이 위 행정심판청구서의 접수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법무부장관에 대하여 청원까지 제기하게 되었는데, 한편 같은 해 9. 초순경 인권운동사랑방 소속 김보영으로부터 담당교도관들에게 확인한 결과, 위 행정심판청구서를 법무부에 발송하지 않고 원고에게 반환해 주었다는 취지의 서신을 받고, 대구교도소측에 이를 항의하기 위하여 2001. 9. 14. 아침부터 같은 해 9. 18. 점심까지 모두 14끼니를 단식함으로써 이 사건 금치처분까지 받게 되었다.

(3) 관련 법령

제33조의3 (집필)

①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문서 또는 도화를 작성하거나 문학·학술 기타 사항에 관한 집필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내용이 다음 각 호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1.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2. 기타 교화상 부적당한 경우

제67조 (집필한 문서 등의 영치 등)

① 법 제33조의3의 규정에 의하여 수용자가 집필한 문서 등은 이를 교도소 등에 영치한다. 다만, 수용자가 집필 후 외부에 발송할 것을 원하거나 소장이 기간 또는 분량을 정하여 수용자에게 그 소지를 허가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② 소장은 수용자가 집필한 문서 등을 수용중에 외부에 발송하고자 하거나 석방시에 가지고 나가고자 하는 때에는 그 내용이 법 제33조의3 제1항 각 호 및 이 영 제62조 제3항 제1호 내지 주1) 제3호 주2) 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이 경우 허가되지 아니한 문서 등은 당해 수용자에게 그 사유를 통지한 후 이를 폐기한다.

(4) 판단

(가) 먼저 대구교도소장 또는 담당교도관이 이 사건 행정심판청구서를 법무부에 발송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한지에 대하여 보건대,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이 사건 행정심판청구서는 행형법 제33조의3 제1항 이 요구하는 소장의 사전집필허가없이 임의로 작성된 문서로서 외부발송불허사유를 정하고 있는 행형법시행령 제67조 제2항 소정의 '법령에 저촉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대구교도소장 또는 담당교도관이 위 행정심판청구서를 법무부에 발송하지 아니한 행위 그 자체는 일응 적법하다 할 것이다(비록 원고가 위 행정심판청구서와 동시에 집필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고, 또한 위 문서가 위 행형법 제33조의 3 제1항 이 정하고 있는 집필불허가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대구교도소장이 이미 '집필된 문서'에 대하여 '집필허가'를 하여야 하고 나아가 외부발송허가까지 하여야 한다면 이는 행형법이 정하고 있는 '문서집필 사전허가제도' 자체를 잠탈하거나 사문화를 초래하여 부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발송불허행위 자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나) 그러나 한편, 이 경우에도 대구교도소장 또는 담당교도관으로서는 발송불허시의 조치를 정하고 있는 위 행형법시행령 제67조 제2항 에 따라 원고에게 발송불허사유를 통지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사전집필허가절차를 거쳐 다시 행정심판청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반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 문서를 발송 내지 접수 여부를 문의하는 원고에 대하여 그 결과조차 확인해 주지 않음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청원 또는 단식에까지 나가게 하였는바, 대구교도소장 또는 담당교도관이 원고에게 발송불허사유를 통지하지 아니하거나 그 접수결과를 확인해 주지 아니한 조치는 위 법령에 반하여 위법하다 할 것이다.

나. 이상희 변호사에 대한 서신교환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으로, 2001. 12.경 이상희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대구교도소 교도관들에 의하여 자신의 행정심판청구권과 집필권 등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그 무렵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소송관련 서류를 위 변호사에게 발송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대구교도소측에서 변호사 위임장이 없다는 이유로 법령상 근거도 없이 이를 불허함으로써 원고의 서신교환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2) 그러므로 먼저 원고가 담당교도관 등에게 소송관련 서류에 대한 발송허가신청을 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3, 22, 23호증의 각 기재는 모두 원고 자신이 작성한 문서로서 그대로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금치처분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총 14끼니를 단식하였다는 이유로 행형법상 가장 무거운 징벌인 금치 2월의 처분을 받았는데, ① 위 처분은 원고의 단식 경위가 앞서 본 행정심판청구서의 발송불허조치에 대한 마지막 항의수단이었고, 단식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재량권의 남용으로 위법하고, ② 절차적으로도 대구교도소장에 의하여 직접 선고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2) 관련 법령

제46조 (징벌)

① 수용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징벌을 부과할 수 있다.

1. 형법·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등의 형벌규정에 저촉되는 행위

2. 자해행위

3. 정당한 이유 없이 작업·교육 등을 거부하거나 태만히 하는 행위

4. 흉기·주류 등 허가되지 아니하는 물건을 제작·소지·사용·수수 또는 은닉하는 행위

5. 기타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규율을 위반하는 행위

② 징벌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경고

2. 1월 이내의 신문 및 도서열람의 제한

3. 2월 이내의 신청에 의한 작업의 정지

4. 작업상여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삭감

5. 2월 이내의 금치

③ 징벌은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거듭하여 부과할 수 없으며, 행위의 동기 및 경중, 행위 후의 정황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수용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④ 징벌을 부과함에 있어서 필요한 기준은 법무부장관이 정한다.

제47조 (징벌위원회)

① 징벌은 징벌위원회의 의결로써 정한다.

② 징벌위원회는 3인 이상 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장은 당해 소장이 되고 위원은 위원장이 당해 교도소 등의 부소장과 과장(지소의 경우에는 7급 이상의 교도관) 및 교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외부인사 중에서 임명 또는 위촉한다.

제144조 (징벌의 선고자) 징벌은 당해 소장이 이를 선고한다.

(3) 판단

(가) 재량권 남용 여부

먼저, 이 사건 금치 2월의 징벌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여 위법한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위 을 제1, 13, 14, 16, 1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1999. 12. 4. 및 2001. 3. 12.에도 안양교도소장으로부터 각 금치 1월의 징벌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구교도소로 이감된 후인 2001. 7. 6.경에는 기초질서위반 3회 누적으로 TV시청제한조치를 받았고 이 사건 금치처분 직전인 같은 해 9. 11.경에도 사행행위인 윷놀이를 하다 적발되어 엄중훈계조치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원고의 비위전력에다 '단식'이라는 행위 자체가 규율위반행위로서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점, 또 그로 인하여 다른 수용자들에게 미칠 영향력이 적지 않다고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원고에게 내려진 금치 2월의 징벌처분 그 자체가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남용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비록 원고가 행정심판청구서의 발송불허 내지 접수확인거부에 대한 마지막 항의의 표현으로 단식을 선택하였다 할지라도, 그 무렵 원고가 제기한 청원에 의하여 조사가 행하여지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로써 원고의 단식이 정당화될 수도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절차적 위법 여부

다음으로, 행형법시행령 제144조 는 당해 소장으로 하여금 징벌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음에도, 원고는 직접 대구교도소장으로부터 이 사건 금치처분을 선고받지 않고 위 소장의 지시를 받은 관구교감으로부터 그 징벌내용을 고지받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그렇다면 관구교감에 의한 고지가 위 시행령 규정에 반하여 위법한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현행 행형법령상에는 처분 내지 행위의 주체로 '소장'을 명시한 규정이 많고, 이러한 제규정들의 취지는 모든 처분 등을 직접 소장이 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장의 지휘감독 또는 구체적인 위임하에 위 처분 등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일응 해석되긴 하나, 한편 징벌의 선고 방법을 정한 위 시행령 제144조 의 해석에 있어서는, ① 조항 표제가 '징벌의 선고자'로 되어 있을 뿐더러, '징벌 내용의 고지'가 아닌 '징벌의 선고'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 ② 비위혐의자에 대한 징벌 여부 및 징벌 종류와 내역의 결정은 행형법 제47조 에 의하여 징벌위원회의 의결권한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위 시행령 제144조 는 오로지 선고절차, 즉 '징벌을 선고할 자'를 정하기 위한 독자적인 조항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위 조항의 입법취지는 '징벌의 선고자'를 일반교도관이나 중간관리자가 아닌 당해 소장으로 한정함과 아울러 소장에게 피징벌자의 면전에서 직접 징벌내용을 설명하게 함으로써 징벌절차의 적정성 보장과 피징벌자의 인권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대구교도소장이 아닌 관구교감에 의하여 고지된 이 사건 금치처분은 절차적인 면에서 위법하다 할 것이다.

라. 이상희 변호사와의 접견권의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대구교도소장이 2001. 10. 8.경 금치기간 중이라는 이유로 이상희 변호사와의 접견을 불허한 것과 관련하여, ① 접견의 시행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행형법 제18조 제4항 은 금치기간 중 접견을 금지하고 있는 행형법시행령 제145조 제2항 의 모법이 될 수 없으므로, 대구교도소장의 접견불허에 근거가 된 위 시행령 조항은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위헌이고, ② 가사 위 행형법 규정이 모법이 될 수 있다 할지라도, 위 시행령 조항은 원칙적 접견허가를 규정하고 있는 행형법 제18조 제2항 에 반하여 접견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접견을 금지하도록 정하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며, ③ 나아가 이 사건 접견불허조치 자체를 보더라도, 대구교도소장은 비록 금치기간 중이라 할지라도 위 시행령 제145조 제2항 단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접견을 허가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접견 목적이 금치처분 자체를 불복하기 위한 변호사와의 상담인 점에 비추어 위 변호사와의 접견은 교화 또는 처우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음에도 이를 불허한 조치는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된다 할 것이므로, 결국 대구교도소장의 이 사건 접견불허조치는 그 근거가 된 행형법시행령 제145조 제2항 이 위헌·위법할 뿐 아니라 그 조치 자체도 재량권 남용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2) 관련 법령

제18조 (접견)

①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다른 사람과 접견할 수 있다.

② 소장은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없는 한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하여야 한다.

③ 소장은 수용자의 접견에 교도관을 참여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제66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변호인과의 접견은 예외로 한다.

④ 접견의 횟수·시간·장소 및 접견참여 기타 접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56조 (접견의 횟수)

① 수형자의 접견횟수는 매월 4회로 한다. 다만, 소장은 20세 미만의 수형자 또는 이에 준하는 처우를 받는 수형자와 행형성적이 우수한 수형자에 대하여는 접견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제145조 (징벌의 집행)

① 징벌은 징벌의 선고가 있은 후 지체없이 집행하여야 한다.

② 금치의 처분을 받은 자는 징벌실에 수용하고 그 기간 중 접견, 서신수발, 전화통화, 집필, 작업, 운동, 신문·도서열람, 라디오청취, 텔레비전시청 및 자비부담물품의 사용을 금지한다. 다만, 미결수용자의 소송서류작성, 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발은 예외로 하며, 소장이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접견·서신수발 또는 도서열람을 허가할 수 있다.

④ 소장은 수용자가 금치의 처분을 받아 접견 및 서신수발이 금지된 경우에는 당해 수용자의 가족 또는 친지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수용자가 통지를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3) 판단

(가) 법률유보원칙 위배 여부

먼저, 대구교도소장의 접견불허조치의 근거가 된 행형법시행령 제145조 제2항 이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접견과 더불어 수형자에게 보장된 권리 중 하나인 서신교환에 관한 행형법 제18조의2 제6항 은 "서신의 검열 및 제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한 다음, 같은 조 제2항 의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한 경우"를 행형법시행령 제62조 에서 구체화{위 2.의 가. (3)항 참조}하고 있는 반면, 접견에 관한 위 행형법 제18조 제4항 의 규정은 "기타 접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서신교환에 관한 위 규정보다 다소 포괄적인 것은 사실이나, 여기서 "기타 접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이 위 행형법 제18조 제2항 이 정하고 있는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한 사유"의 구체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행형법의 다른 규정들과의 체계적인 해석과 위 법률조항의 문리적 해석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위 행형법 제18조 제4항 의 위임으로 같은 조 제2항 의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한 사유"를 구체화한 규정 중 하나가 위 행형법시행령 제145조 제2항 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위 시행령 조항이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다음으로, 금치기간 중에 접견을 금지하고 있는 위 행형법시행령 제145조 제2항 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위법한지에 대하여 보건대, 수형자는 위 행형법 제18조 제1항 , 제2항 의 규정에 의하여 원칙적인 접견권을 보장받고 있긴 하나, 자유형의 처벌을 받고 있는 자의 본질적인 지위상 미결수용자에 비하여 접견의 빈도 등이 상당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고, 그 제한의 정도는 일반적 접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인바, 앞서 본 관련 법령에 의하면, 징벌 중 가장 벌목이 무거운 금치 2월의 처분을 받는 수형자의 경우 일반 수형자의 접견횟수가 매월 4회로 제한되는 점에 비추어 금치기간 동안 총 8-9회의 접견이 금지되는 셈이 되는데 이를 두고 일반적 접견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위 시행령 제145조 제2항 단서는 소장으로 하여금 "교화 또는 처우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금치기간 중이라도 접견을 허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점에서 비추어 볼 때에도 위 시행령 조항 자체가 행형법 제18조 제1항 , 제2항 에 반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위법하다고 보긴 어렵다.

(다) 이 사건 접견불허조치의 재량권 남용 여부

마지막으로 이 사건 접견불허조치 자체가 재량권의 남용으로 위법한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행형법시행령 제145조 제2항 은 금치기간 중인 수형자에게서 접견권 등의 권리를 박탈하는 한편, 예외적으로 소장에게 "교화상 또는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 경우 소장의 허가 여부는 ① 금치기간 중의 접견권 박탈은 '허가유보부의 예방적 금지'라기보다는 '해제유보부의 제재적 금지'로서의 성질을 갖는 점, ② 교도소 내의 질서유지와 징벌의 실효성 확보 요청 등을 종합해 볼 때, 소장의 합리적인 판단에 결정이 위임된 재량행위라 할 것이므로, 당해 피징벌자가 미결수용자가 아닌 이상 접견상대방이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는 소장에게 접견을 허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앞서 본 관련 규정에 의하면, 징벌은 선고 후 지체없이 집행되도록 정해져 있고, 금치처분을 받은 자는 접견은 물론 서신수발, 전화통화 및 집필까지 금지되는 관계로 현실적으로 징벌선고시부터 금치기간 만료시까지 외부와의 의사연락이 일체 단절될 수밖에 없음에도 현행 행형법령은 징벌처분 자체에 대한 불복절차를 따로 마련해 두고 있지 않아서 피징벌자가 금치처분 자체의 당부를 실효성 있게 다투기 위해서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경우 금치집행이 종료된 후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면 사실행위의 실행이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각하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보면, 금치기간 중의 소 제기 등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할 것임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금치기간 중에는 외부와의 의사연락이 일체 단절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해 피징벌자가 금치처분 자체를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할 것이므로(한편, 행형법시행령 제145조 제4항 은 금치처분 사실을 가족 또는 친지에게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어 가족 등이 금치처분의 당부를 다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경우에 있어서도 당해 수형자와 가족 등의 의사가 다를 수 있고 그들 사이의 의사연락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므로 그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다), 금치처분을 받는 피징벌자는 불복절차에 대한 입법부작위 또는 입법불비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상당 정도 침해당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비록 금치기간 중의 접견허가 여부가 소장의 재량행위에 속하기는 하나, 피징벌자가 금치처분 자체를 다툴 목적으로 소 제기 등을 대리할 권한이 있는 변호사와의 접견을 희망한다면 이는 접견허가사유인 "처우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해당된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 경우 당해 피징벌자는 미결수용자와 유사한 지위를 갖는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수형자의 기본권 내지 인권보호의 책무를 지는 소장으로서는 위와 같은 입법부작위에 의하여 당해 수형자가 침해당하고 있는 재판청구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당해 금치처분에 대한 불복을 목적으로 한 변호사와의 접견을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허용해 줄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소장의 접견 허가에 대한 재량권의 범위가 축소된다고 새겨도 징벌의 실효성 확보나 교도서 내의 질서유지에 특별한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한편, 피고가 입론의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1998. 4. 29. 선고 96다48831 판결 은 재심청구절차에 관한 것으로 오히려 미결수용의 경우와 유사한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위 갑 제4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이상희 변호사는 평소 원고와 서신교환을 해왔던 인권운동사랑방 소속 김보경 간사로부터 "대구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원고가 위 교도소측에 행정심판청구서 발송신청을 하였으나 담당교도관 등이 이를 발송하지 않아 제소준비 중에 있고, 원고가 위 발송불허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징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2001. 10. 8.경 원고를 접견하기 위하여 대구교도소를 방문한 사실, 위 변호사는 대구교도소장에게 "원고가 교도소 내에서 당한 부당한 처우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니 접견을 허가해 달라"라고 요청하였으나 위 소장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금치기간 중에 있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 사실에 앞서 본 제반 사정들을 감안해 보면, 위 변호사가 접견사유로 든 "교도소 내에서 당한 부당한 처우를 이유로 한 소송"에는 행정심판청구서 발송불허조치가 발단이 된 이 사건 금치처분에 대한 소송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이고, 원고도 외부와의 의사연락단절로 인하여 먼저 이상희 변호사에게 접견요청을 할 수는 없었지만 위 금치처분을 다투기 위해서 위 변호사와의 접견을 희망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한편 원고가 금치처분을 받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대구교도소장도 위와 같은 원고의 의사를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적어도 대구교도소장으로서는 먼저 원고에게 금치처분 자체를 다툴 의사가 있는지, 소 제기 등을 위한 변호사선임의 의사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 다음, 원한다면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된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위 변호사와의 접견을 적어도 한 번 정도는 허용해 주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구교도소장의 이 사건 접견불허조치는 원고의 접견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 할 것이다.

마. 손해배상의 범위

한편, 원고가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위와 같은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말미암아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으리라는 사정은 경험칙상 넉넉히 추인되므로 피고는 이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행정심판청구서의 발송불허경위와 그 후속조치내용, 이 사건 접견불허조치에 따른 원고의 피해내용 및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그 액수를 3,000,000원으로 정하기로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02. 1. 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03. 8. 20.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원고는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위와 같은 원고 청구의 근거가 된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2003. 5. 10. 법률 제6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2003. 4. 24.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아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선종(재판장) 차영민 이재근

주1) 두부외상이 있는 경우 의식명료기간(lucid interval)이 다양한 시간동안 있을 수 있고, 외상 후 6시간 이후에 지연성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주2) 1. 법령에 저촉되는 경우 2. 도주·증거인멸 또는 허가되지 아니한 물품의 반입을 기도하는 경우 3. 수용자의 처우 기타 교도소 등의 운영실태에 관하여 명백한 허위사실을 포함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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