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도9649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사기미수, 직무유기
피고인
A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희창, 신계열, 최영관
원심판결
창원지방법원 2018. 5. 31. 선고 2017노3041 판결
판결선고
2019. 6. 13.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사기미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직무유기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직무유기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직무유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사기미수 부분에 관하여
가.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 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범죄의 주관적 요소인 공모의 점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으며,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9721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D교육청 소속 사학시설담당(6급) 공무원이었던 피고인은 G고등학교(이하 'G고'라 한다) 행정과장인 B 등과 공모하여, G고 기숙사 3, 4층의 증축공사가 완료되었음에도 그러한 사실을 숨기고 허위로 D교육청에 기숙사 3, 4층을 증축하는 사업에 관한 지방보조금 10억 원을 신청하여, 이를 모르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2015. 12. 30. 4억 원을 G고에 송금하게 하여 4억 원을 편취하였고, 나머지 6억 원에 대해서는 지방보조금의 지원 대상이 아님이 밝혀져 미수에 그쳤다.
2) 이로써 피고인은 B 등과 공모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을 교부받음과 동시에 피해자의 재물을 편취하고, 피해자의 재물을 편취하려고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
다. 원심은 B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을 교부받음과 동시에 피해자의 재물을 편취하고 피해자의 재물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B와 공모하였다는 점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사기미수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라.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학교시설사업 촉진법 제2조 제1항 나목, 제4조 제1항, 제5조의2 제1항, 제13조에 의하면, 기숙사 등 학교시설의 건축 등을 하려면 감독청의 승인을 받거나 감독청에 신고하여야 하고, 사업시행자가 학교시설사업을 마치면 감독청으로부터 준공검사를 받아야 하며, 이미 준공검사에서 합격한 학교시설사업의 시행지 안에서 학교시설의 건축 등을 하는 자가 이를 마치면 감독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사립학교에 대한 감독청은 관할 교육감이다(학교시설사업 촉진법 제4조 제1항, 초·중등교육법 제6조).
또한 D교육청의 2010. 10. 개정 '사립학교 시설보조금 지원 관리 지침'에 의하면, 특별교부금 지원사업 등으로 시행되는 시설공사 중 설계금액이 3,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설계를 완료하고 공사를 발주하기 전 관할청의 설계도서 검토 및 승인을 받아야 하고(총사업비 1억 원 이상의 사업은 설계도서 완료 전 기본설계 진행단계에서 중간협의 이행), 교육청 소속 기술직 공무원이 입회하는 기성검사, 준공검사도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설계승인 및 건축승인 후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상황을 보고하면서 선금 교부신청을, 기성검사 신청을 하고 기성금 교부신청을, 준공확인 및 사용승인을 받고 사업완료보고를 하면서 보조금 교부신청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 제1심과 원심의 각 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G고는 지상 1층의 기숙사를 완공하여 2013. 6. 14. 임시 사용승인을 받았는데, 피고인은 사학시설담당 공무원으로 그 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G고의 기숙사 수요가 증가하자 B는 D교육청을 방문하여 기숙사 증축사업에 대한 보조금 신청을 논의하였는데,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G고가 이미 2012. 1. 12.경 강당 건축시에 특별교부금으로 보조를 받은 적이 있어 그로부터 3년 이내에는 받을 수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 이에 B 등 G고 관계자들은 학교법인의 예산으로 기숙사 2층을 먼저 증축하고 3, 4층은 차후에 특별교부금으로 보조를 받아 증축하기로 계획하면서, 2013. 7.경에서 2013. 8.경 사이 사학시설담당 기술직 공무원인 피고인과 기숙사 4층까지의 증축설계에 관한 협의를 하였다.
라) B가 2013. 12. 10. 기숙사 증축에 대한 설계승인을 신청하자, 피고인은 2013. 12. 23. D 교육감 명의의 '설계도서 검토 결과 통보'라는 제목의 서류를 작성하면서, 기숙사 2층의 증축은 금회 시행하고, 3, 4층의 증축은 차후에 계획하되 시행시 재협의 하라는 취지의 기재를 하였다.
마) 또한 B가 2013, 12. 12. 기숙사 증축에 대한 건축승인을 신청하자, 피고인은 AO소방서장 등 관련 기관의 동의를 받아 2014. 2. 7. 기숙사를 4층까지 증축하는 것에 대한 D 교육감 명의의 건축승인서를 작성하였고, 이에 따라 건축승인이 이루어졌다.
바) B가 기숙사 2층까지의 증축공사에 대한 중간검사를 요청하여 피고인과 사학시설 담당 사무관 I 등은 2014. 2. 12. G고를 방문하였는데, 그 당시 기숙사의 2층뿐만 아니라 3, 4층의 골조, 도색 등의 공사도 완료되어 있었다. 피고인은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2층과 3층 사이의 출입구를 폐쇄하도록 지시하였다.
사) B는 기숙사 2층까지의 증축공사에 대한 준공검사도 요청하였고, 이에 피고인 등은 2014. 3. 12.경 G고를 다시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하였는데, 당시 3, 4층의 골조, 도색, 방수, 창호, 옥상난간대 등의 공사가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아) G고가 강당 관련 보조금을 지급받은 때로부터 3년이 지나자 B는 2015. 1. 27. D교육감에게 '2015. 3.경부터 2015. 6.경까지 기숙사 3, 4층 합계 1,120m를 증축하고자 하니 그 사업비 18억 2,600만 원(== 1m당 단가를 163만 원으로 산정함) 중 10억 원의 지원을 신청한다'는 취지의 특별교부금 지원요청 공문을 제출하면서 기숙사가 2층까지만 완공된 것처럼 조작된 사진을 첨부하였다.
자) D교육청의 사학지원담당 공무원인 J(당시 사학시설담당자가 소속된 행정복지과에 소속되어 있었음)은 기숙사 3, 4층 중 일부 공사가 완료된 사실을 모른 채 2015. 2.경 '기숙사 3, 4층의 증축이 필요하고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것이 없으며, 불법 건축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2015년 사립학교 지역교육현안수요 특별교부금 신청계획서를 작성하였다. 사학시설담당 공무원인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위 신청계획서의 '주무관' 란에 서명하였다.
차) D 교육감은 위 신청계획서를 토대로 교육부장관에게 특별교부금을 신청하였고, 교육부장관이 특별교부금의 교부를 결정하자 2015. 5.경 G고에 그러한 사실을 통지하였다.
카) B는 2015. 7. 7. D교육청에 '학교시설사업(기숙사) 증축 관련 현황제출'이라는 문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문서에는 '법인 자체부담금으로 기숙사 3, 4층의 선공사를 시행하고 있고, 특별교부계획과 무관하게 3, 4층을 완공하여 임시사용승인 후 2015. 9.경부터 학생의 수용이 가능하도록 일정을 조정해달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와 같은 문서의 접수 사실을 상급자나 다른 담당자에게 알리지 않고 B에게 연락한 후 2015. 7. 20. 위 문서를 G고에 반송하면서 폐기문서함에 보관하였다. 타) 기숙사 3, 4층의 내부 마감공사도 2015. 7.경 완료되었는데, B는 2015. 8. 18. D교육감에게 10억 원의 지방보조금을 신청한다는 내용의 '사립학교 시설사업비 보조금 신청' 공문을 작성·제출하면서 기숙사가 2층까지만 완공된 것처럼 조작된 사진을 첨부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위 공문을 공람하였음에도 이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파) B는 2015, 12. 11. D 교육감에게 기숙사 3, 4층 합계 1,225,267 ㎡에 대한 설계승인을 신청하면서 그 공사기간을 '2015.12.경부터 2016. 2.경까지'로 기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2015. 12. 18. D 교육감 명의의 '사립학교 시설공사 설계도서 검토결과 통보'라는 설계승인 공문을 작성하면서 그에 첨부되는 설계도서 검토의견서에 마치 기숙사 3, 4층이 착공예정인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였다.
하) B는 2015. 12. 22. D 교육감에게 시설사업 계약상황보고를 하면서, 3, 4층의 증축공사계약을 2015. 6. 20. 체결하였다는 내용의 허위 도급계약서를 첨부하였고, 같은 날 D 교육감에게 선금 4억 원의 지급을 요청하여 2015. 12, 30. 이를 지급받았다. 거) 2016. 1. 1.부터 피고인의 후임으로 사학시설에 관한 업무를 맡게 된 N은 2016. 2.경 바로 이 사건 보조금 지급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감사를 의뢰하였다.
너) B는 피고인과의 공모를 부인하였지만,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기숙사 3, 4층의 증축공사가 일부 또는 전부 완료되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하는 D교육감에게 그 공사가 착공조차 되지 않은 것처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을 신청하고 이를 교부받아 편취한다는 점에 관해, 피고인과 B 사이에 최소한 순차 또는 암묵적 의사의 결합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기숙사와 같은 사립학교 시설의 증축을 위해서는 교육감으로부터 건축승인, 준공검사 또는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피고인이 그러한 업무의 담당자였다. 또한 보조를 받아 시설공사가 시행되는 경우에는 설계승인, 기성검사, 준공검사 등의
절차도 필요한데, 피고인이 그러한 업무 역시 담당하였다.
나) 또한 지방보조금의 지급이 결정되더라도 설계승인 및 각종 검사가 이루어져야 선금 등의 보조금이 실제로 지급될 수 있는 것이므로, 사립학교 시설사업에 대한 보조에 있어 사학시설을 담당하는 기술직 공무원인 피고인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사립학교인 G고의 행정과장 B는 기숙사 3, 4층 증축공사 일부가 이미 완료되었음에도 착공조차 되지 않은 것처럼 거짓으로 특별교부금을 통한 지방보조금을 신청하였는데, 사학시설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이 사건 기숙사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피고인과 협의 없이 그와 같이 거짓으로 보조금을 신청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라) 피고인은 사학지원담당 공무원 J이 2015. 2.경 작성한 '2015년 사립학교 지역교 육현안수요 특별교부금 신청계획서'에 서명하거나 B가 2015. 8. 18. 제출한 '사립학교 시설사업비 보조금 신청' 공문을 공람하면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은 B로부터 '기숙사 3, 4층 증축공사를 선시공하고 있고, 2015. 9.경에는 학생을 수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공문을 받자 이를 상급자에게 알리지 않고 B에게 연락하여 반송하기까지 하였다.
마) 더욱이 피고인은 2015. 12. 18. 기숙사 3, 4층 증축에 관한 설계승인을 하면서 기숙사 3, 4층이 착공예정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기까지 하였다(원심도 이 부분 허위공문서작성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하였다). 위 설계승인 이후 G고의 선금 지급요청에 따라 지방보조금 4억 원이 G고에 지급되었다.
바)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였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피고인이 B와 공모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공동정범의 공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사기미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노정희
주심대법관박상옥
대법관안철상
대법관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