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계약이 의사의 불합치로 성립하지 아니한 경우, 상대방이 계약이 성립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이유로 민법 제535조 를 유추적용하여 계약체결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계약이 의사의 불합치로 성립하지 아니한 경우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상대방이 계약이 성립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이유로 민법 제535조 를 유추적용하여 계약체결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반소원고, 피상고인
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지인 담당변호사 조효상)
반소피고, 상고인
반소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화 담당변호사 송정우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이 의사의 불합치로 성립하지 아니한 경우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상대방이 계약이 성립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이유로 민법 제535조 를 유추적용하여 계약체결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없다.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성명불상자는 2013. 6. 11. 반소피고 1에게 전화하여 자신의 이름을 소외 1이라고 밝히고, ‘반소피고들의 차량을 지인인 중고차매매상의 돈과 자신의 돈을 합하여 3,100만 원에 구입하겠다’고 말하였다.
(2) 성명불상자는 2013. 6. 10. 반소원고 측 남자 직원에게 전화하여 이름을 밝히지 아니한 채 자신을 ‘전에 거래하였던 김부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중고차를 2,600만 원에 매도하려고 하는데, 차주와 자신 사이에 채권·채무 관계가 있으니 차량을 보고 마음에 들면 차주와 계약을 하고 돈은 자신에게 보내라’고 말하였다.
(3) 반소원고의 대리인 소외 2는 2013. 6. 11. 반소피고 1을 만나 계약 체결을 진행하였는데, 반소피고 1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매매대금은 기재되지 아니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후 성명불상자와 통화하여 성명불상자가 불러주는 계좌번호와 계좌 명의인 ‘소외 3’을 메모하였고, 송금 여부를 반소피고 1에게 물었다. 이에 대하여 반소피고 1은 소외 2에게 ‘보내세요’라고 대답하였고, 그에 따라 소외 2는 소외 3 명의의 계좌로 2,600만 원을 송금하였다.
(4) 그러나 성명불상자는 반소피고 1에게 약속한 3,100만 원을 송금하지 않았다. 이에 반소피고 1과 소외 2가 바로 경찰서로 가서 사기를 당하였다고 진정하였다. 경찰의 조사결과 2,600만 원을 송금받은 소외 3의 계좌는 대포계좌이고 송금된 돈은 이미 모두 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나.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반소피고들과 반소원고가 체결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매매대금에 관한 의사의 불합치로 유효하게 성립되지 아니하였다. 반소피고들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부주의로 알지 못하였다. 따라서 민법 제535조 를 유추적용하여, 반소피고들은 위와 같은 자신들의 계약체결상의 과실로 인해 반소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그 손해액은 반소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성립을 믿고 소외 3에게 송금한 2,600만 원이다.
3. 다만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반소피고들은 계약체결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성명불상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여 원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반소원고가 한 주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반소원고의 주장에는 그와 같은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반소피고들이 성명불상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해 볼 필요가 있음을 밝혀둔다.
(1) 반소피고들은 반소원고 측과 이 사건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차량 이전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는 등 매매계약 당사자에 버금갈 정도로 협의하였으므로, 그 상대방인 반소원고 측이 반소피고들의 언행으로부터 그릇된 신뢰를 갖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 그런데 당시는 반소원고의 대리인 소외 2가 반소피고들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에게 대금을 송금하는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소외 2는 반소피고 1이 알고 있는 성명불상자의 이름인 소외 1이 아닌 소외 3 명의의 계좌로 돈을 보내려고 하면서 반소피고 1에게 동의 또는 승낙을 구하는 의미에서 송금 여부를 문의하였다.
(3) 그렇다면 반소피고 1로서는, 위 송금이 단순히 반소원고 측과 성명불상자 사이의 거래관계에 국한된다면 소외 2가 왜 자신에게 그와 같은 문의를 하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갖고, 성명불상자와 반소원고 측의 채권채무의 정산내용을 이 사건 매매대금과 연계하려는 의사는 없는지, 반소원고 측이 위 송금으로 이 사건 매매대금의 지급을 갈음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등 위 송금이 갖는 법적 의미나 그 효력을 분명히 하는 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소피고 1은 만연히 ‘보내세요’라고 응답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소외 2에 대하여 위 송금이 이 사건 매매대금의 지급방법으로 유효하다는 신뢰를 형성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보인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