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계약이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인 경우 계약체결상의 과실이 있는 일방이 상대방에게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계약이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인 경우 계약체결상의 과실이 있는 당사자는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나, 이 경우에도 일방이 계약의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상대방에게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묻지 못한다.
참조조문
원고, 피항소인
원고
피고, 항소인
피고
원심판결
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돈 1,5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제소조서 부본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과 가집행선고.
항소취지
원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이유
원고가 1985.4.4. 피고에게 경북 칠곡군 동명면 기성동 179 지상 건평 57.6평방미터의 조립식주택 건축공사를 도급주면서 그 공사대금은 돈 4,000,000원, 선급금 1,500,000원, 공사기간 1985.4.20.부터 같은달 30까지로 각 약정하고 위 계약당일 위 선급금 1,500,000원을 피고에게 지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당심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원고는 위 계약체결후 경북 칠곡군에 위 주택건축허가신청을 하였으나 1985.4.30.경 칠곡군으로부터 위 공사부지가 절대농지이므로 위 주택의 건축을 허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그렇다면 위 건축공사도급계약은 처음부터 국토이용관리법상 건축이 금지되어 있는 절대농지 위에서의 주택건축공사라는 사회통념상 그 정당한 실현이 불가능한 급부를 목적으로 한 계약으로서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라 할 것이니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위 선급금 1,500,000원은 부당이득으로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이에 피고는, 원고와의 위 공사도급계약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하여 1985.4.13. 소외 1에게 위 조립식주택 건축공사를 공사대금 3,800,000원에 하도급주고, 같은날 그 계약금으로 돈 2,000,000원을 소외 1에게 지급하여 위 건축공사에 소요되는 재료등 일체를 준비시켰던 바, 그후 원고의 채무불이행과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인하여 위 건축공사를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피고 또한 소외 1에 대한 하도급계약 금 2,000,000원의 반환청구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니 원고는 그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피고에게 입힌 위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 2,000,000원의 손해배상채권으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선급금반환청구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없는 계약의 해지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계약이 원시적 불능으로 처음부터 무효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을 더 살펴볼 것 없이 이유없다고 할 것이나, 피고로서는 위 공사계약이 위와 같이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라 할지라도 원고에게 위 공사부지가 절대농지로서 건축허가가 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아니한 채 피고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들어 피고가 위 공사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소외 1에게 위 계약의 이행을 준비시킴으로써 입게된 손해를 배상하여 줄 것을 원고에게 요구할 수 있을 듯하고 실제로 피고의 위 주장에는 위와 같은 이른바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묻는 취지도 포함되었다고 보여지므로 피고의 위 주장을 위와 같은 취지로 해석하여 살펴보건대, 우리 민법 제535조 제1항 전단 에 의하면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계약체결의 준비단계에 있어서 당사자의 일방이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계약체결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같은조 제2항 에 의하면 위 경우에도 상대방이 계약의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성립에 다툼이 없는 을 제3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와 당심증인 소외 1, 2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피고는 (상호명 생략)공업사라는 상호로 건축설계 및 조립식주택 건축공사 등을 전문으로 하여 온 자로서, 이 사건 도급계약체결전인 1985.3.말경 원고가 찾아와 몇 차례 상담을 할 때부터 원고가 아직 이 사건 공사부지에서의 주택건축허가를 얻지 못하였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부지가 건축허가가 날 수 있는 지역인지 여부를 확인함이 없이 원고 요구에 따라 1985.4.4.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그 계약이행을 위한 준비로서 같은달 13 소외 1에게 이 사건 건축공사를 공사금액 돈 3,800,000원에 하도급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이나, 비록 일반적으로 건축허가는 건축주가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서 건축허가의 가능여부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아니한채 계약의 체결에 나아간 원고에게 과실이 있다고는 할지라도,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 경험이 없는 원고로부터 계약의 체결을 요구받은 피고로서는 원고로 하여금 그 건축허가관계를 좀더 확실히 알아본 후에 계약을 체결하도록 권고하거나 또는 피고 스스로도 원고와 협동하여 관계관청에 문의하는 등으로 이 사건 공사부지에서의 주택건축허가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여 볼 신의칙상의 주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피고는 이를 게을리한 채 막연히 건축허가가 곧 나올 것이라는 원고의 말만 믿고 경솔하게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또 그 이행의 준비에까지 나아간 과실이 있다고 하겠으니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그 손해액등 나머지 점을 살펴볼 필요조차 없이 이유없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돈 1,5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제소조서부본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1985.9.11.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인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니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원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