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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2020.8.12. 선고 2020노20 판결
현주건조물방화치사,폭행
사건

(창원)2020노20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폭행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고두성(기소), 박철완(공판)

변호인

변호사 진성진

원심판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0. 1. 30. 선고 2019고합39 판결

판결선고

2020. 8. 12.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1)2)

다음과 같은 점에 의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라이터를 켜 화재가 발생한 것임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1)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원심 증인 G, H, I, J, K의 각 증언, 휘발유통에 대한 DNA 감정서(증거기록 584면), 대검찰청이 작성한 통영시 휘발유 화재 사망사건 감정서(증거기록 599면, 이하 '이 사건 대검찰청 감정서'라 한다), 이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N이 작성한 현장감식결과보고서(증거기록 70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라 한다)이 작성한 피고인의 오른손을 닦은 거즈, 의류 등에 인화성물질이 있는지에 관한 법화학감정서(법독성화학과 담당, 증거기록 192면), 국과수가 작성한 피해자 부검감정서(법의학과 담당, 증거기록 274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2018. 3. 8. 20:13경~21:13경 대화내용을 녹음한 녹취파일(증거기록 322면), 국과수가 이 사건 화재에 관하여 작성한 법안전감정서(이공학과 담당, 증거기록 329면, 이하 '이 사건 법안전감정서'라 한다), 수사보고(휘발유에 의한 화재에 대한 실험영상, 증거기록 712면) 등]만으로는 피고인이 라이터를 켰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부족하다.

2) 피고인은 2018. 3. 8. 21:36:39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걸어 '제가 부부싸움을 해가지고 아파트에 내가 불을 질렀습니다. 예, 지르고 있습니다.'라고 신고를 하였다. 당시 피고인의 음성은 안정되고 여유가 있는바, 피고인은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 119에 신고를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 피고인이 119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불을 질렀다는 취지의 신고를 한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라이터를 켰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인이 자신과 피해자 사이의 딸인 J에게 '내가 엄마를 죽였다.'는 취지로, 아들인 K에게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배우자인 피해자를 지키지 못한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4)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휘발유통을 두고 다투다가 안방 바닥과 거실에 휘발유가 뿌려졌고, 피해자는 침대에 걸터앉아 라이터를 켰다. 위 사실에 반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듯한 이 사건 대검찰청 감정서는, ① 피해자의 등, 둔부 등 상체의 뒷부분에는 화상이 없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경찰관 G이 작성한 수사보고에 따르면, 상체의 뒷부분에도 화상의 흔적이 있는 점(증거기록 517면), ② 위 감정서를 작성하면서 실시한 실험은 사람이 아닌 마네킹을 이용하였고, 이 사건 화재에서는 폭발이 일어났는데 위 실험에서는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등 다른 조건에서 실시한 것으로 이 사건 화재에 적용할 수는 없는 점, ③ 피해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라이터를 켰더라도 폭발의 압력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신체 전부가 침대 위로 올라가 피해자의 상체 앞면에 중점적으로 화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점, ④ 이 사건 법안전감정서는 '침대 위에서 최초로 발화되었는지, 피해자가 화재 발생할 때 침대에 누워 있었는지, 라이터를 켠 사람은 누구인지 등에 대하여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위 대검찰청 감정서와 결론을 달리하는 점, ⑤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은 대검찰청에 감정을 의뢰하면서 '피고인의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하여 예단을 가지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5) 휘발유통에서 피해자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여 피해자가 휘발유통을 만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피해자는 피고인이 휘발유통을 아파트 지하실에서 가져오기 전에 피고인에게 '니를 묶어 놓고 불켜지, 이리 묶어 놓고, 라이터 켜주께.'라며 위협을 하였으므로, 피해자가 라이터를 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6) 수사기관은 ① 이 사건 현장에 두 개의 라이터가 있었음에도 한 개는 현장에서 바로 분실하였으며, 나머지 한 개도 아무런 지문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기하였고, ② 피고인이 아파트 지하실에서 휘발유통을 가지고 오는 경로에 있는 CCTV 영상 및 아파트 거주자의 119 신고 음성파일을 확보하지 않았으며, ③ 휘발유통에 대한 지문 감식도 이 사건 화재 발생 후 약 1년이 지난 뒤에 실시하는 등 이 사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범행과 관련하여 의도적으로 부실한 수사를 하였는바, 수사기관이 제출하는 증거로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부족하다.3)

7) 피고인의 검찰과 법정에서의 진술이 일관되지는 않으나 이 사건 화재는 순간의 폭발에 의한 것이고 피고인도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심각한 화상을 입었음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하는 것을 납득할 수 있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15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법리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참조).

2)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도4392 판결 등 참조).

3) 공소사실의 증명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 등의 직접증거와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관한 판례이나 이 사건에서도 위 법리를 참고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나.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8. 3. 8. 20:00경부터 피고인과 피해자의 거주지인 통영시 AN에 위치한 C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D호에서 피고인의 불륜, 이 사 문제 등으로 부부싸움을 하였다(증거기록 648면). 피해자는 같은 날 20:13경부터 21:13경까지 위 싸움의 내용을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녹음(이하 '부부싸움 녹음파일'이라 한다)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 [표1]4)기재와 같다.

[표1] < 부부싸움 녹음파일 녹취록 >

2) 피고인은 2018. 3. 8. 21:36경 아래 [표2]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약 45초간 119에 신고를 하였다(증거기록 47, 58, 140면). 이 사건 아파트 5층에 거주하는 성명불상의 주민은 21:39:10경 112에 '아파트 옥상에서 무엇인가 터지거나 폭발하였다.'는 취지로 신고를 하였다. 출동한 119 대원들은 같은 날 21:39경 위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였고, 21:42경 위 아파트 D호 앞 복도에 도착하였는데,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위 복도에 있었으며, 피해자는 겉옷은 입지 않고 상·하의 속옷만 입고 있었다(증거기록 9, 51, 377면).

[표2] < 피고인과 119 상담원 통화 내용 >

3) 당시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피해자의 상태를 '얼굴과 발은 3도 화상, 몸통, 다리는 2도 화상으로 보인다.'고 구급활동일지에 기재하였다(증거기록 377면). 피해자는 AH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부산에 있는 F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F병원에서 작성한 피해자의 화상 부위 및 정도에 관한 의무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신체의 약 8%에는 2도 화상, 약 61%에는 3도 화상을 입었는바, 피해자가 각 부위별로 입은 화상의 정도, 면적 및 비율은 아래 [표3] 기재와 같다(증거기록 163, 164, 166면).

[표3] < 피해자 화상의 부위 및 정도 > (단위: %)

4) 피해자는 2018. 3. 10. 03:21경 전신 화상으로 인한 패혈증성 쇼크로 사망하였다(증거기록 86면).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 남부팀 경사 AI은 같은 날 08:55경 변사현장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피해자의 등에 이동성 시반이 있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다(증거기록 99, 100면). 국과수 부산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법의관 AJ이 2018. 4. 16. 작성한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서에는 '피해자의 눈유리체액에서 에틸알코올 농도는 0.010% 미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278면).

5) 피고인은 2018. 3. 10. 07:41경 및 08:31경 이 사건 아파트 경비원인 AK에게 전화를 걸어 각 01:06, 03:59 동안 통화를 하였다(증거기록 211, 216면). 위 통화 당시 피고인은 AK에게 '피고인의 차에 넣기 위해 세녹스인지 차량 기름이 지하 창고에 있는데 다른 곳에 옮겨 놔.'라고 이야기하였다(증거기록 224면).

6) 이 사건 화재 발생 후 출동한 통영경찰서 미수지구대(이하 '지구대'라고만 한다), 통영경찰서 형사 당직팀(이하 '형사팀'이라고만 한다), 경남지방경찰청 남부감식팀(이하 '감식팀'이라고만 한다)이 촬영한 현장 사진 및 그 촬영시각은 별지 기재 순번 1~19 사진 영상과 같다(이 사건 아파트 복도, 현관, 안방, 베란다의 순서로 기재하되, 같은 위치의 사진은 촬영시각이 빠른 사진부터 늦은 사진 순서로 기재한다).

7) 2018. 6. 26. 국과수 감정관 AL이 작성한 이 사건 법안전감정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 [표4] 기재와 같고(증거기록 330, 331면), 당심 증인 AL의 증언 중 주요 내용은 아래 [표5] 기재와 같다.

[표4] < 이 사건 법안전감정서의 주요 내용 >

[표5] < 당심 증인 AL의 증언 중 주요 내용 >

8)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화재수사팀의 검찰수사관 I가 2019. 2. 22. 작성한 이 사건 대검찰청 감정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 [표6] 기재와 같고(증거기록 599~613면), 원심 증인 I의 증언 중 주요 내용은 아래 [표7] 기재와 같다(공판기록 172~198면).

[표6] < 이 사건 대검찰청 감정서의 주요 내용 >

[표7] < 원심 증인 I의 증언 중 주요 내용 >

9) 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 중 주요 내용은 아래 [표8] 기재와 같다.5)

[표8] < 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 중 주요 내용 >

다.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여 원심은 그 판결문 5~11면에서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사정에다가 위 인정사실에 근거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불상의 원인으로 침대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피해자 및 그 주변에 휘발유를 뿌린 후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로, 또는 적어도 라이터를 켜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채로 라이터를 켜 발생한 화재로 피해자가 화상을 입었고, 그 화상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

1) 판단의 전제 및 과학적 이론

가) 이 사건 아파트 D호에는 이 사건 화재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만 있었는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해자가 라이터를 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진술하였고([표8] 순번 2, 6, 8, 16), 다른 점화원에 관하여 진술한 바 없으며, 달리 다른 점화원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화재는 피고인 또는 피해자가 라이터를 켬으로써 발생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 유증의 농도는 휘발유가 뿌려진 곳에서 멀어질수록 낮아진다([표5] 순번 4). 휘발유가 뿌려져 유증이 발생하고 그 농도가 해당 면적의 공기 대비 약 1.2~7.6%의 범위에 있으며 점화원이 제공되면 폭발이 일어난다([표5] 순번 3, 증거기록 193면). 폭발이 일어나게 되면 일시적으로 화염이 발생하게 되는데, 유증 외에 새로운 연소원이 있는 경우에는 그 연소원에 불이 붙어 화재(연소)가 발생한다([표5] 순번 5, 12, 13). 휘발유 유증의 농도가 위 폭발가능범위 내에 있는 경우 화재 후 폭발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표5] 순번 12, [표7] 순번 1, 6, 7).

다) 휘발유 유증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 점화원이 제공된 위치와 폭발의 중심점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즉, 점화원과 떨어진 위치에서 폭발이 시작될 수도 있다. [표4] 순번 7, [표6] 순번 5). 휘발유 유증에 의한 폭발이 발생하는 경우 폭발의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큰 압력이 발생한다([표5] 순번 11, [표7] 순번 9).

2) 이 사건에서 휘발유 유증에 의한 폭발이 발생하였는지 여부

피고인이 수사기관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화재에서 "펑"하는 소리가 났다고 진술한 점([표8] 순번 2, 6, 10), 이 사건 아파트 D호 안방 유리문이 일부 파손되었고, 베란다에 있던 창문이 대부분 깨졌으며, 창틀이 베란다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진 점(별지 순번 7, 13, 19 사진), 당심 증인 AL도 휘발유 유증에 의한 폭발이 발생하였음이 확실하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녹취록 15/36면)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당시 휘발유가 뿌려져 폭발가능범위인 약 1.2~7.6% 농도의 유증이 형성되었고, 점화원인 라이터 불꽃으로 인하여 폭발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화재 발생 전 피해자와 피고인의 다툼 및 휘발유통을 가져오게 된 경위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평소에도 잦은 다툼을 하였다. 피고인은 술을 마신 뒤 부부싸움을 하면서 피해자에 대하여 사람 취급을 하지 않거나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폭언을 하기도 하였고[원심 증인 K의 증언(공판기록 206면), K의 검찰 진술(증거기록 683면)], 2013년 하반기경에는 만취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겁주기 위해 신문지에 불을 붙여 화장실에 던지거나, 2016년 여름경에는 거주지의 가스레인지 앞, 냉장고 주변에 휘발성 물질을 뿌리기도 하였다[J, K의 각 검찰 진술(증거기록 689~691면)].

나) 이 사건 당일 적어도 20:13경(이하 시각만 기재하는 경우 이 사건 당일인 '2018. 3. 8.'은 생략한 것으로 본다)부터 피고인과 피해자는 피고인의 불륜,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심하게 다투었다. 피고인은 리모컨으로 피해자의 손을 때리고 손으로 피해자의 뺨과 귀를 때렸으며, 머리를 잡아당기고, 피해자를 침대 쪽으로 밀어 넘어뜨리는 폭력을 행사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도 피고인에게 폭언을 하거나 일부 유형력을 행사하였다. 피고인은 부부싸움 도중인 21:10경 이후에 아파트 지하에 보관 중이던 약 5 내지 10리터의 휘발유가 들어있는 휘발유통을 가지고 다시 이 사건 아파트 D호로 올라왔다.

다) 피고인은 위 부부싸움 도중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휘발유통을 가져오라고 하여 휘발유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부싸움 녹음파일에 의하면, 피고인은 21:08경 먼저 피해자에게 '휘발유통한 말 가 올게.'라고 하였고, 피해자가 '불만 켜모 되는데 니가 휘발유 가 온다고 지랄해 샀노', '휘발유 만다 가 오낀데.'라며 오히려 피고인이 휘발유통을 가져오는 것을 만류한 점([표1] 녹음파일 재생시각 55:07경 부분), 피고인은 위 가)항과 같이 부부싸움을 할 때 신문지에 불을 붙여 화장실에 던지거나 집안에 휘발성 물질을 뿌린 전력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먼저 주도적으로 휘발유통을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피고인은 또한, 피고인이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려는 목적으로 휘발유통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의 부부싸움을 종료시키기 위하여 휘발유통을 가지고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집에서 피해자와 부부싸움을 하던 중 이 사건 아파트 지하실에 가서 휘발유통을 가지고 왔다는 것인데, 집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피해자와의 부부싸움은 일시적으로 종료된 것이고, 피고인이 그 자리를 피함으로써 피해자를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음에도 굳이 부부싸움을 종료시키기 위해 휘발유통을 들고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4) 119에 신고할 때의 상황

가)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인은 21:36경 119에 신고를 하면서 '내가 부부싸움을 하다가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있다.'는 취지로 명확히 말하였고, 119 상담원이 놀라 두 번이나 불을 지른 것이 맞는지 되물었음에도 '불을 지르고 있다.'는 취지로 대답한 점([표2]), ② 119에 신고할 당시 피고인의 목소리가 크게 흥분한 것으로 들리지는 않으나, 피고인은 불을 지를 것을 각오하는 듯한 음성으로 119 상담원에게 말을 하였고 실제로 피고인이 119에 신고한 직후인 21:39:10경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112에 '아파트 옥상에서 무엇인가 폭발하였다.'고 신고한 점[위 인정사실 2)항], ③ 피고인의 주장대로라면 피고인은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 119에 신고하였으므로 신고할 당시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당시 피고인이 119에 신고한 시각, 신고할 때의 상황, 신고한 위치 등은 매우 단순한 사실에 관한 것이므로 119 신고와 관련된 상황은 피고인이 명확히 기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119 신고와 관련된 진술을 계속하여 번복하는 점[피고인은 2019. 3. 8.자 검찰 조사에서 '거실에서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하였다.'고 하며 신고 위치를 이 사건 현장평면도에 명확히 표시까지 하였다가(별지 순번 21 사진), '피고인의 휴대전화가 안방에서 발견되었다.'고 검사가 되묻자 '안방에서 신고한 것인지, 거실에서 신고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표8] 순번 12)한 후, 다시 원심 법정에서는 '거실과 안방을 오가며 신고를 하였다.'고 진술([표8] 순번 16)하는 등 피고인이 119에 신고를 한 위치에 관한 진술을 계속하여 번복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는 '119 대원들이 출동하면 부부싸움을 말려줄 것으로 생각하여 신고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662면), 원심 법정에서는 '집에 기름이 부어져 겁이 나서 신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표8] 순번 15) 신고 경위를 달리 진술하였다], ④ 119 신고 녹음파일의 내용이 피고인의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 점(피고인과 피해자는 20:00경부터 계속하여 다투었고, 피고인은 119 신고 당시에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계속 다투고 있었으며 피고인의 119 신고에 대하여 피해자가 '쇼하고 있네.'라는 이야기를 하였다고 하는데, 119 신고 녹음파일에는 피해자의 음성이나 소음이 전혀 녹음되어 있지 않다.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싸움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고 녹음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119 신고 당시 부부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면 피해자가 녹음을 하지 않았을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119 신고 당시 이 사건 아파트 D호에 곧 불을 지르려고 생각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고,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화재 직전 119에 신고한 사실과 그 신고 내용은 이 사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범행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정황이 된다 할 것이다.

나) 아래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모두 이유 없다.

(1) 피고인은 소방관이 출동하면 부부싸움이 끝날 것 같아서 119에 신고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은 사건 당일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음에도 119 신고 접수 대원이 피고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반복하여 피고인에게 되물었으며, 대화 내용 중 '나머지 그런 걸 좀 따지지 마시고, 우리 본인 그기니까, 그렇게 아시고 좀 계십시오.'라며 문맥에 전혀 맞지 않고,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의 말을 한 점, ② 피고인은 원심에 이르러서야 불이 날 것 같아 겁이 나기도 하여 신고를 하였다는 취지로 119 신고 경위에 관하여 달리 진술한 점(공판기록 350면), ③ 피고인은 휘발유통을 가지러 지하실에 내려갔을 때 다시 이 사건 아파트 D호로 돌아오지 않거나 피해자가 진정되기까지 충분히 시간을 보낸 후 돌아오는 등으로 쉽게 부부싸움을 끝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일관되지 않고 경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2)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화재발생시각인 21:30경은 실제 화재가 발생한 시각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119 신고를 한 후 3~4분 이상 지나서 불이 났다.'고 진술하면서도 '119 신고 후 바로 피해자가 라이터를 튕겼다.'는 진술도 하여 화재발생시각을 추정할 수 있는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표8] 순번 16), ② 피고인이 119 신고를 종료한 시각(21:37경)과 이 사건 아파트 5층 주민이 폭발을 인지하고 휴대전화를 찾아 112 번호를 눌러 신고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 사건 화재는 적어도 21:39경 이전에 발생한 것이 명백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소방관들은 이 사건 아파트 입구 부근에 21:39경에는 도착하였는데, 폭발음을 듣거나 베란다 창문이 깨져 아파트 밖으로 떨어진 것을 본 소방관은 없는 점(증거기록 378~379면), ④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은 21:30경 제1항 기재 장소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폭행에 대항하자, 순간 격분하여 아파트 지하에 보관 중이던 휘발유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통 1개를 가지고와, 침대 위에 누워 있던 피해자에게 휘발유 일정 양을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여 그 불길이 침대, 안방 천장 등으로 잇달아 번지게 하여 안방과 거실을 연소하게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바, 그 기재 자체에 의하더라도 폭발 또는 화재가 폭발한 시점을 21:30경으로 특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공소사실의 특정요소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의 범위를 특정시켜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그 특정요소를 종합하여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한 것이고, 위 법규정에서 말하는 범죄의 '시일'은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므로 비록 공소장에 범죄의 시일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는 않았더라도 그 기재가 위에서 본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더구나 그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시일에 관한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또한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바(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11 판결 등 참조), 피해자가 사망하여 피고인의 진술밖에 없는 이 사건에서 화재발생시각을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화재가 21:39경 무렵에 발생하였음이 명백한 터에 공소사실에 기재된 "21:30경"이라는 시각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5) 휘발유가 뿌려지게 된 경위 및 피고인이 라이터를 켰는지 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불상의 방법에 의하여 의식을 잃고 안방 침대 위에 쓰려져 있는 피해자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피고인이 라이터를 켜 불을 붙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가) 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현장에 뿌려진 휘발유는 약 4 내지 9리터에 불과한 점, ② 피해자의 집 거실, 안방 바닥에는 화재로 인하여 소훼된 흔적이 없고, 불에 탄 흔적은 안방 침대의 중앙 부분, 그 위 천장의 벽지에 집중된 점([표4] 순번 6, [표6] 순번 1, 8, 별지 사진 순번 5, 6, 9~14), ③ 그럼에도 침대 위 안방 창문 쪽 방향에 놓여 있던 이불은 거의 소훼되지 않은 점, ④ 피고인도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침대 위에 휘발유를 뿌렸다고는 진술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침대 위 특정 부분에 집중적으로 휘발유를 뿌렸음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휘발유통을 들고 다투는 과정에서 거실, 안방 바닥, 침대 위에 휘발유가 뿌려졌다거나, 피해자가 위스키를 병째로 마시면서 침대 위에 많이 흘려 침대 위에 화재가 집중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1) 위 휘발유통에는 약 1/4 내지 1/2의 휘발유(약 5 내지 10리터)가 담겨 있었고([표8] 순번 1, 7), 휘발유통의 마개가 닫겨 있었으며, 다만 휘발유통 입구에 연결된 호스 부분은 개방된 상태였다. 화재 발생 이후 위 휘발유통에는 약 1리터의 휘발유만 남아 있었으므로(증거기록 70면), 이 사건 현장에는 약 4 내지 9리터의 휘발유가 뿌려진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통의 무게, 모양, 담겨 있었던 휘발유의 양, 호스 부분의 길이 등을 고려해 볼 때, 휘발유통을 가지고 다투는 것만으로는 약 4 내지 9리터의 휘발유가 침대 위에 집중적으로 뿌려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사건 대검찰청 감정서도 같은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표6] 순번 2).

(2) 피해자는 약 152cm, 59kg의 체구가 작은 여성이고(증거기록 275면) 평소에 술을 잘 먹지 못함에도 이 사건 당일에는 술을 먹은 상태였으며, 피고인은 술을 반병 정도밖에 마시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휘발유통을 두고 다투었더라도 피고인이 쉽게 피해자를 제압하고 휘발유통을 빼앗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고인의 최종 진술과 같이 휘발유통에 휘발유가 약 10리터가 들어있었다면 휘발유 10리터의 무게가 약 7~8kg6)인 것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술에 덜 취한 피고인이 약 7~8kg에 이르는 휘발유통을 빼앗지 못해 휘발유가 뿌려졌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경험칙에 반한다.

(3) 피고인은 ① 2018. 4. 28.자 경찰 조사에서는 '휘발유통에 약 1/4의 휘발유가 담겨 있었다.'고 하였다가([표8] 순번 1), 2019. 3. 8.자 검찰 조사에 이르러서야 '휘발유통에 약 1/2의 휘발유가 담겨 있었다.'고 진술하였고([표8] 순번 7, 위 진술의 번복 경위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투는 과정에서 더 많은 양의 휘발유가 뿌려질 수 있음을 변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② 2018. 4. 28.자 경찰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공격해 정신을 잃은 사이에 피해자가 현관 입구에 쌓아놓은 옷 위에 휘발유를 뿌리는 것 같았다.'고 진술하다가 2019. 3. 8.자 검찰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안방에서 휘발유를 붓는 듯한 행동을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③ 2019. 3. 8.자 검찰 조사에서는 '안방 입구에서 휘발유통을 잡고 다투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원심에서는 '휘발유통을 들고 싸우다 보니 침대 끝쪽까지 가게 되었다.'고 진술(공판기록 358면)하는 등 피해자와 휘발유통을 들고 다투는 과정에 대한 진술을 계속하여 번복하였다. 피고인은 수사과정 및 재판에서 침대 부분이 집중적으로 소훼된 점이 밝혀지자 휘발유통을 들고 다툰 지점을 현관, 안방 입구, 침대 끝쪽으로 거듭 변경하여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4) 위스키의 에틸알코올 농도는 통상 40도 내외이고, 순수한 에틸알코올의 인화점은 13℃7)이며, 휘발성이 매우 강하므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스키가 침대에 다량 뿌려졌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위 침대 부분에 라이터를 밀착하여 불을 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침대에 걸터앉은 상태에서 공중에서 라이터를 켠 것만으로 침대 가운데 부분에 집중적으로 불이 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 피해자의 화상은 신체의 전면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피해자는 몸통의 앞면 중 77%의 해당하는 부분에 화상을 입었는데([표3] 순번 3), 몸통 뒷면의 화상은 15%에 불과하고([표3] 순번 4), 둔부에는 화상을 거의 입지 않았다([표3] 순번 5, 6).8) 침대 위에 휘발유가 뿌려지고 그 위에 피해자가 누워 있는 경우에는 등 부분에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연소가 일어나기 어려워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재전문가인 원심 증인 I가 작성한 이 사건 대검찰청 감정서 및 원심 법정에서의 증언, 당심 증인 AL의 증언도 일치하여 피해자의 등이 침대 등에 맞닿아 있어야만 피해자와 같은 화상 자국이 나타난다고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였고, 특히 당심 증인 AL은 '피해자와 같은 화상 자국은 피해자가 제압되거나 구속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주로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증언하였다([표5] 순번 6, 14, 16, [표6] 순번 4, [표7] 순번 2, 5).

라) 피해자는 대퇴부의 84%, 종아리, 발의 전체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표3] 순번 14~19). 피해자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경우에도 화재가 계속됨에 따라 다리 근육이 수축되고 그 공간으로 산소가 공급되어 다리 아랫부분에는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표5] 순번 7) 피해자의 다리 부분에 화상을 많이 입었다는 사실이 피해자의 신체 전부가 침대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피해자의 검시 사진에 의하면 피해자의 다리는 무릎이 몸통을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다(증거기록 102면 사진4).

마) 통상적으로 휘발유 유증 폭발 사건에 있어서 발화자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화재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피하거나 탈출구를 확보함으로써 큰 부상을 입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폭발이 발생하였음에도 안방 및 거실에 있던 물건들의 위치가 거의 변경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위 폭발로 인하여 피해자가 의식을 잃을 정도의 압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원심 증인 I 및 당심 증인 AL도 같은 취지로 증언하였다([표5] 순번 11, 13, [표7] 순번 10).

바) 유증이 형성된 경우 점화원이 제공된 위치와 관계없이 유증이 형성된 곳에서 폭발 및 화염이 발생하므로 피고인이 침대에 휘발유를 뿌리고 안방 입구 밖에서 라이터를 켰더라도 침대에서부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사) 발화 경위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안방 침대에 걸터앉아 라이터를 켜는 것을 보았고, 폭발의 압력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신체 전부가 침대 위로 올라가 화상을 입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반하는 것으로 믿을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휘발유는 안방 침대 가운데 부분에 집중적으로 뿌려졌고, 유증의 농도는 휘발유가 뿌려진 곳이 가장 높으므로, 침대 부위가 유증 농도가 가장 높아 폭발의 중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별지 순번 8 사진과 같이 폭발로 인하여 침대 중심부보다 오른쪽에 위치한 창문이 깨졌고, 유증의 폭발은 폭발의 중심점부터 외부로 진행되므로, 폭발로 인한 압력은 침대의 가운데 부분에서 침대의 가장자리 부분으로 진행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면, 피해자는 폭발의 영향을 받아 침대의 바깥쪽인 안방 바닥 쪽으로 쓰러졌어야 한다.

(2) 유증에 의한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의 중심점에서 외부로 갈수록 압력이 점점 증폭되는 점, 실제로 안방 창문은 별지 순번 8, 순번 139) 사진과 같이 창틀부분에 일부 창문이 깨졌으나 베란다의 창문은 별지 순번 15 사진과 같이 창틀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파손된 점, 별지 순번 10, 14 사진과 같이 안방에 있는 다른 물건이나 가구가 압력에 의해 크게 이동하거나 파손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피해자가 이 사건 폭발로 인하여 그 신체 전부가 침대 위로 이동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과학적 이론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원심 증인 I 및 당심 증인 AL도 같은 취지로 증언하였고([표5] 순번 8, 11, [표7] 순번 9), 특히 원심 증인 I는 '이 사건과 같은 정도의 폭발로 폭발범위 내부에 있는 사람이 그 충격에 의해 쓰러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증언하였다].

(3)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일관되게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 폭발이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표8] 순번 2, 6, 10). 그러나 이 사건 화재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은 명백한데, 유증의 농도가 폭발의 범위 내에 있는 경우 폭발보다 화재가 먼저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원심 증인 I와 당심 증인 AL은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다([표5] 순번 12, [표7] 순번 6).

(4) 피고인은 피해자가 라이터를 튕기는 것을 안방 입구에서 보았다고 진술하였는데, 별지 순번 5, 6 사진에 의하면, 안방 입구에서는 행거에 걸려있는 옷이 시야를 가려 침대의 우측 중간에 앉아있는 피해자의 상체를 볼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피고인의 위 진술도 믿을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에는 행거에 걸려있는 옷들을 출입을 위하여 한쪽으로 치워 놔 피해자를 볼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별지 순번 5, 6 사진은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후 약 10분이 경과하기 전인 각 21:49경, 21:50경에 촬영한 것으로서 화재 당시의 상태 그대로 촬영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한쪽으로 몰려 있던 옷을 출입에 방해가 됨에도 펼쳐서 걸어놓았을 이유도 없는 점, ② 행거에 걸린 옷들은 겨울 패딩, 외투 등으로 옷들이 한쪽으로 정리되어 있었더라도 그 부피 때문에 여전히 안방 입구에서 안방 안쪽을 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행거에 옷이 걸린 상태에서도 출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인은 화재가 발생한 후 소화기를 들고 안방에 들어가 화재를 진압한 후 피해자를 안고 다시 복도로 나오는 등 안방을 들어갔다 나온 점([표8] 순번 2)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피고인은 2018. 4. 28.자 경찰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침대에 걸터앉은 상태에서 라이터를 켜고 침대와 방바닥, 안방 입구 행거에 걸린 옷에 불이 붙자, 피해자가 침대 뒤 베란다 창문 쪽으로 물러섰고, 순간 '펑'하는 폭발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하였는데, 이후의 진술에서는 '베란다 창문 쪽으로 물러섰다.'라는 부분에 대해 잘 모르겠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그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 나아가 별지 순번 6 사진에 의하면, 안방 입구 행거에 걸린 옷 밑부분이 일부 훼손된 흔적은 있으나 연소로 인한 소훼의 흔적이나 소화기 분말이 분사된 흔적은 없는바, 행거에 걸린 옷들은 폭발로 인한 화염으로 일부 훼손되었을 뿐 연소의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화재 당시 피해자가 의식이 있었다면 충분히 안방 입구 문을 통하여 탈출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위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6) 피고인은 부부싸움 녹음파일과 같이 피해자가 먼저 '니를 묶어 놓고, 불켜지, 이리 묶어 놓고, 라이터 켜주께, 라이터 켜주께.'라고 하며 먼저 불을 붙인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으므로, 피해자가 라이터를 켠 것이 사실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피고인이 라이터를 켰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정에다가, ① 피해자가 '라이터를 켜주께.'라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같이 말하면서도 피고인이 휘발유통을 가지고 오는 것은 만류한 점([표1] 녹음파일 재생시각 55:07), ② 위 말은 피해자가 피고인과 싸우는 과정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도 묶어 놓고 라이터를 켜겠다.'는 취지의 위협적인 발언으로서 '피해자만 죽을 수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라이트를 켜서 죽겠다.'는 취지의 말은 아니며, 실제로 피해자가 위 말을 하면서 라이터를 켜거나 불을 지르지는 않은 점, ③ 이 사건 화재는 피해자가 위 말을 하고 나서 약 20분 이상이 지난 후 발생한 점 등의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의 위와 같은 말이 피해자가 이 사건 화재 당시 피해자 스스로 라이터를 켰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7) 피고인은 자신도 이 사건 폭발로 인하여 충격을 받고 화상을 입었으므로, 일관되지 않거나 과학적 사실에 반하는 진술을 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전날에 있었던 일부터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에 피해자와 다툰 내용, 화재가 발생한 이후 피고인의 대처 등에 대하여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억하여 진술하고 있음에도 유독 휘발유가 뿌려진 경위, 화재와 폭발의 형태, 순서, 화재가 발생한 부분, 화재가 발생한 후 피해자의 행동 등 이 사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범행과 관련된 중요한 부분에 관하여만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 ②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화상을 입고 충격을 받아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는 진술한 바 없고, 오히려 이 사건 화재 당시의 상황을 잘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진술하면서도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한 점, ③ 특히 피해자가 화재 당시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는지 여부, 화재가 먼저 발생한 후 폭발이 발생하였는지 여부, 화재 발생 후 피해자가 침대 뒤 베란다 창문 쪽으로 물러섰다든지, 침대 옆에 있었다든지 하는 부분은 피고인이 착각하거나 혼동하기 어려운 사실에 해당하는 점, ④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진술이 과학적 사실이나 현장 상황과 배치됨을 지적할 때마다 그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6) 이 사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범행 후 피고인의 행동

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지 약 4시간 후에 이 사건 아파트 경비원에게 연락하여 아파트 지하실에 피고인이 보관하던 휘발유통을 치워달라고 부탁하였고[위 인정사실 5)항], 그 경위에 관하여 '위 휘발유는 선박용으로서 아파트 지하실에 보관하는 것이 불법이어서 경비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연락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표8] 순번 19),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연락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었고 당시 화상 치료까지 받고 있던 상황에서 불법 휘발유 보관에 관한 것까지 걱정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불의의 사고로 배우자가 사망한 직후에 할 법한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인의 딸 J은 검찰에서 "2018. 7.경 아버지가 저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당시 어머니 재산 및 보험 얘기를 꺼내다가 서로 언쟁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가 아버지에게 '엄마 누가 죽였는데.'라고 언성을 높이자 아버지가 '내가 죽였다.'라고 얘기한 사실이 있습니다. 제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터라 이를 녹음하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될 뿐입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692~693면), 피고인의 아들K도 경찰에서 "(2018. 3. 9. L병원에서) 제가 아버지 옆에 있을 때 ...(중략)... 아버지는 계속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물으면서 '내가 죽을 죄를 지었다.'는 말을 두세 번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26면).

피고인은 위와 같이 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① 만약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의 고의 또는 실수로 화재가 발생하였고, 피고인이 라이터를 켠 사실이 없다면 어머니의 죽음의 원인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자녀들을 위해 피고인으로서는 화재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려고 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특히 J과의 대화는 피고인이 피의자로서 최초로 경찰 조사(2018. 4. 28.)를 받은 이후에 이루어졌고, 피고인의 자녀들은 수사 초기에서부터 피고인이 고의로 화재를 일으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의심(증거기록 125, 200~201면)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J에게 단순히 도의적인 책임의 의미로 위와 같이 말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오히려 평소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성격, 집안의 구조, 양주와 라이터의 위치 등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자녀들에게는 피해자가 라이터를 켰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설득시키기 어려워 사실 그대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였을 개연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단순히 도의적인 책임의 의미로 자녀들에게 위와 같이 말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자녀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말을 하였다는 점은 이 사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범행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정황이 된다 할 것이다.

7) 기타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술을 많이 마셨는지 여부10)

살피건대, ① 피해자에 대한 부검 감정 결과 피해자의 눈유리체액에서 에틸알코올 농도는 0.010% 미만으로 검출되었고[위 인정사실 4)항], 피해자는 평소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던 점(원심 증인 J의 증언, 공판기록 221면 등), ② 부부싸움 녹음파일에 의하면, 피해자가 음주를 한 사실 및 피해자가 다소 흥분 상태에 있었던 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적어도 이 사건 당일 21:13경까지는 상황 판단을 명확히 하고 휘발류통을 가지고 오겠다는 피고인에 대하여 '휘발유를 가지고 오지 마라.'는 취지로 '휘발유 만다 가 오낀데, 만다 센척하는데'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도 검찰에서 '피해자가 이 사건 화재 및 폭발 직후에는 의식이 있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점(증거기록 655면)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범행 당시 피해자가 스스로 라이터를 켤 정도로 술에 만취하거나 가벼운 폭발로 인하여 의식을 잃을 정도로 술에 만취하지는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수사기관의 수사부실 주장에 관한 판단

수사기관이 현장에 있던 라이터 2개[별지 순번 3, 4 사진, 현장감식결과 보고서(증거기록 70면), 원심 증인 N의 증언(공판기록 299면)]를 분실하거나 폐기하고, 이 사건 아파트 복도, 주차장에 있던 CCTV 영상 및 위 아파트 주민이 112에 신고한 녹음파일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으로 일부 수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에 수사기관의 잘못이 있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을 위법하게 수집하였다거나, 위 수사부실로 인하여 다른 증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② 별지 순번 3, 4 사진은 이 사건 당일 22:42경에 촬영된 것인데, 같은 날 21:49경 촬영된 별지 순번 1, 2 사진에는 위 라이터가 없는 것으로 보아 별지 순번 3, 4에 있는 라이터는 이 사건 당시 위 복도에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별지 순번 3, 4에 있던 라이터도 현장감식 결과 지문이 발견되지는 않은 점[원심 증인 N의 증언(공판기록 305면)], ③ 피고인이 휘발유통을 아파트 지하에서 들고 온 것은 인정하고 있고, 피고인도 휘발유통을 가져온 뒤 몇 분 후에 화재가 발생하였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위 CCTV영상이 이 사건 화재의 발생원인 또는 이 사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범행에 관한 중요한 증거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④ 아파트 주민의 112 신고내역 및 내용은 '112신고사건처리표'로 보존되어 있는 점(증거기록 48면)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잘못은 이 사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범행의 인정 여부에는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대검찰청 감정서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① 법원은 위 대검찰청 감정서의 논리적 정합성과 객관적 근거 등을 토대로 공소사실에 대하여 판단하는 것이지 감정서의 결론만을 떼어 와서 사실인정을 하지는 않는 점, ② 폭발 및 화재사건은 그 위험성으로 인하여 동일한 조건, 특히 살아있는 사람으로 실험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점, ③ 위 감정에 대한 의뢰는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이 하였으나, 위 감정서는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화재수사팀에서 작성되어 위 의뢰에 반하는 감정을 한다고 하여 감정인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바, 위 의뢰에 다소 예단이 포함된 기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뢰에 감정인이 구속된다고 판단할 수 없고, 실제로 위 대검찰청 감정서에는 '휘발유 화재에서는 탄화형태만으로 최초 발화지점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여 과학적 이론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도 함께 기재한 점([표6] 순번 5), ④ 이 사건 법안전감정서는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2018. 6. 26.경 작성되었고, 피해자의 검시 사진, 화상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작성된 것이며([표5] 순번 8), 그 내용도 '피고인이 라이터를 켜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현장 사진만으로는 누가 라이터를 켰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인바([표4]), 대검찰청 감정서가 이 사건 법안전감정서에 배치되는 것도 아닌 점, ⑤ 오히려 이 사건 법안전감정서를 작성한 당심 증인 AL은 법정에 출석하여 '위 대검찰청 감정서와 이 사건 법안전감정서는 배치되지 않는다. 법안전감정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검시 사진을 보지 못하여 침대에 걸터앉은 피해자가 폭발로 인하여 침대에 쓰러져 눕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화상 부위를 보니 놀라 넘어져서 잡힌 자세에서 화상을 입은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라며 이 사건 법안전감정서의 내용과 일부 다르게 피고인이 라이터를 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표5] 순번 2, 8)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대검찰청 감정서가 예단을 가지고 작성되었다거나 과학적 사실에 반하여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피고인의 우수를 닦은 거즈 감식 결과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의 우수를 닦은 거즈는 피고인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에 채취한 것이므로 치료과정에서 피고인의 우수에 묻은 인화성 물질이 오염되거나 휘발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인화성 물질은 휘발성이 강하여 상온에서 완전히 휘발하거나 연소할 경우 감정 과정에서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는 점(증거기록 193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입고 있었던 잠옷 바지, 상의 티셔츠, 러닝에서는 모두 휘발유의 주요성분이 검출된 점(증거기록 192~193면)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우수를 닦은 거즈 감식 결과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인이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 휘발유통의 DNA 감식 결과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피해자가 신체 일부를 휘발유통에 접촉하였더라도 휘발유통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점(원심 증인 H의 증언, 공판기록 162면), 휘발유통도 이 사건 화재로 발생한 화염과 열에 의하여 일부 변형되거나 훼손된 점(증거기록 587면) 등을 고려하면, DNA 감식 결과 휘발유통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것만으로는 피해자가 휘발유통을 만지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휘발유통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된 점(증거기록 584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휘발유는 침대 위에 집중적으로 뿌려졌으므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투는 과정에서 휘발유가 뿌려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위 사실인정을 뒤집기는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 뺨, 귀 등을 때리고, 머리를 잡아당겼으며, 피해자를 침대 쪽으로 밀어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하고,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 및 침대에 휘발유를 뿌린 후 라이터를 켜 피해자가 현존하는 건조물을 소훼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화상을 입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그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책이 매우 무거운 점, 피해자의 자녀들은 피고인의 위 각 범행으로 인하여 큰 정신적인 고통과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반면, 피고인이 폭행죄에 대하여는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범행은 피해자도 피고인에게 욕설과 일부 폭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과격한 부부싸움 중 다소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직후 소화기로 화재를 진화하고, 피해자를 복도로 이동시켜 피해자의 생명을 구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 범행 후 정황 등 모든 양형조건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정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 형량범위(징역 12년~16년 5월)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원심판결의 '범죄사실'의 '통영시 AM'(원심판결문 2쪽 1행)는 '통영시 AN'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에 따라 경정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진석

판사 반병동

판사 이수연

주석

1) 변호인의 2020. 3. 6.자 항소이유서, 당심 제5회 변론기일에서 한 변호인의 변론 및 2020. 7. 8.자 '피고인을 위한 변론' 서면, 2020. 7. 14.자 변론요지서(항소이유 보충)를 종합한 내용이다.

2) 피고인은 2020. 7. 14.자 변론요지서(항소이유 보충)에서 이 사건 폭행죄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택해달라는 취지의 양형부당 주장을 하였으나, 이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비로소 한 주장이어서(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는 이에 관한 주장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피고인 및 변호인은 당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항소이유로 사실오인, 법리오해를 주장한다."고만 진술하였다) 적법한 항소이유가 되지 않는다. 나아가 위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직권으로 살펴보더라도, 폭행죄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은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가 무죄로 인정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아래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볼 바와 같이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가 유죄로 인정될 뿐만 아니라 아래 '3.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 설시한 양형이유를 참작하여 보면, 원심판결에 위 주장과 같은 양형부당의 위법이 없다.

3) 피고인 및 변호인은 수사기관의 수사부실을 지적하면서도 그 법률적 효과에 대하여 구체적인 주장을 하지는 않는바, 그 주장을 위와 같이 선해한다.

4) 증거기록 397~406면 및 325면에 첨부된 CD. '녹음파일 재생시각'은 그 시각에 해당 항목의 대화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고, '시각'은 녹음이 20:13:00에 시작되었음을 전제로 20:13에 '녹음파일 재생시각'을 더하여 계산한다. 사투리,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 욕설 등을 그대로 기재하며, 청취 불가능한 부분은 ○로 표시한다. 음영 및 기울여진 글꼴로 표시된 부분이 피고인이 한 말이고, 그와 같은 표시가 없는 부분이 피해자가 한 말이다. 이하 음성파일에 대한 기재에서 위와 같이 기재한다.

5) 피고인은 2018. 4. 28.자 및 2018. 7. 17.자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내용부인하였고, 이에 이 부분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으나, 검사가 이 부분을 피고인의 진술을 탄핵하는 탄핵증거로 제출하였는바, 위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의 진술을 탄핵하는 범위 내에서 살펴본다.

6) 휘발유의 주성분은 옥탄인데, 순수한 옥탄의 비중은 0.6986인바[고용노동부 산업재해예방안전보건공단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 참조], 휘발유가 100% 옥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휘발유의 무게는 1리터당 약 0.7kg에 해당한다.

7) 고용노동부 산업재해예방안전보건공단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 참조

8) 피해자 검시 사진에서는 우측 둔부에 일부 적갈색으로 착색된 부분이 보이긴 하나(증거기록 108면), 착색된 부분이 시반일 가능성[위 인정사실 4)항, [표7] 순번 4]이 있음을 고려하면, 육안으로 보이는 착색 부위를 보고 화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바, 피해자를 진료한 F병원에서 작성된 의무기록에 따라 피해자는 둔부에는 화상을 거의 입지 않은 것으로 인정한다.

9) 다만, 순번 13 사진은 닫혀 있던 창문을 개방하고 찍은 것으로서 창문을 열면서 창문 유리가 추가로 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순번 8 사진만으로는 화재로 발생한 연기 때문에 영상이 흐려서 안방 창문의 깨진 부분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없으므로, 순번 13 사진은 순번 8 사진을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만 판단한다.

10)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술에 만취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피해자 음주 여부가 이 사건 화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피고인의 위 주장을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스스로 라이터를 켰을 가능성이 있거나, 술을 많이 마셔 가벼운 폭발로 인하여 의식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주장으로 선해하여 판단한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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