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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3. 5. 9. 선고 2010나90786 판결
[이행보증금][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이스트 가스 시즈 인더스트리 컴퍼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안세 외 1인)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덕 담당변호사 안원모)

변론종결

2013. 4. 25.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유로화 107,500유로 및 이에 대하여 2008. 11. 2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이란에 있는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서 이란오토파츠그룹(Iran Auto Parts Group)의 관계회사이고, 주식회사 이엔케이(이하 ‘이엔케이’라 한다)는 국내에 있는 조선기자재 및 천연가스저장용기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07. 12. 31. 이엔케이로부터 아래와 같이 자동차용 CNG 실린더[이하 ‘플레이트(Plate)형 실린더’라 한다] 5,000개를 수입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수입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파르시안 은행(Parsian Bank)은 이 사건 수입계약의 대금 지급을 위하여 2008. 3. 12. 수익자를 이엔케이로 하는 일람불 수입신용장을 개설하였다.

- 물품 : Type 1 CNGV 장착용 실린더(플레이트형), 용량 70리터

- 대금 : 유로화 1,075,000유로(이하 ‘유로’라고만 표시한다)

- 선적조건 : F.O.B. 부산항

다. 피고는 이엔케이의 요청에 따라 2008. 3. 18. 수익자를 원고로 하는 107,500유로의 이행보증서를 개설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이행보증서’라 한다), 이 사건 이행보증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당시 시행되던 국제상업회의소의 독립적 보증에 관한 통일규칙(ICC Publication No. 458. Uniform Rules for Demand Guarantees, 2010년 ICC Publication No. 758로 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청구보증통일규칙’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이하 ‘통일규칙’이라 한다)이 적용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엔케이의 요청에 따라, 피고는 원고의 첫 서면에 의한 청구와 이엔케이가 이 사건 수입계약을 불이행하고 어떤 점에서 불이행이 일어났다는 것을 명시한 원고의 서면확인서를 접수하면 107,500유로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청구금액을 지급할 것을 확약한다(At the request of the principal, We, Korea Exchange Bank, hereby irrevocably undertake to pay you any sum or sums not exceeding in total an amount of EUR 107,500 upon receipt by us of your first demand in writing and your written statement stating that the principal is in breach of his obligations under the underlying contract and the respect in which the principal is in breach).

라. 이엔케이는 2008. 5. 31. 부산항에서 플레이트형 실린더 1차 공급분 2,400개를 선적하였다.

마. 이란국영가스회사(National Iranian Gas Co., 이하 'NIGC'라 한다)가 출자한 국영기업인 이란 가스 호드로 컴퍼니(Iran Gas Khodro Co., 이하 ‘IGKCO'라 한다)는 자동차 연료의 CNG 변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와 관련하여 파달란드 가즈 탐카 컨소시엄(PADALAYND-GAZ-TAMCAR Consortium), 부탄 사합 가스 수즈 컨소시엄(Butan-Shahab Gas Sooz Consortium), MCS 파스 컴퍼니(MCS Pars Co.) 등(이하 이들 업체들을 모두 합하여 ’하청업체들‘이라 한다)과 조달계약을 체결하였다.

바. 이엔케이는 부탄 사합 가스 수즈 컨소시엄에게 파이프(PIPE)공법으로 제조된 용량 100리터의 자동차용 CNG 실린더(이하 ’파이프형 실린더‘라 한다)를 공급하였는데 2008. 5. 초순경 이엔케이가 공급하여 차량에 장착된 파이프형 실린더 2개가 가스충전 중 폭발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폭발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고, 이에 이엔케이와 부탄 사합 가스 수즈 컨소시엄 사이에 2008. 6. 2.경 피해보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사. 원고와 이엔케이 사이에 2008. 6. 15., 이엔케이가 플레이트형 실린더의 품질문제와 만일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그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책임지기로 하고, 그때까지 공급되지 않은 플레이트형 실린더 2,600개를 선적하기 위하여 원고가 2008. 6. 18.까지 이미 발행된 위 신용장의 유효기간 및 선적기한을 연장하여 주기로 합의하였다.

아. 이엔케이는 위 합의에 따라 2008. 6. 19.경 원고에게 플레이트형 실린더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공하였으나, 원고가 신용장의 기간을 연장하여 주지 아니하는 바람에 나머지 플레이트형 실린더 2,600개를 선적하지 못하였다.

자. 원고는 2008. 11. 25. 피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송부하면서 이 사건 이행보증서에 따른 107,500유로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청구의 이유는 자동차에 장착된 이엔케이의 일부 CNC 실린더가 이란에서 폭발하여 사망자를 낸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후 이란 정부 기구와 이란표준연구소가 이를 이유로 이란 내에서 이엔케이의 CNC 실린더 사용을 금지하게 됨에 따라 원고는 이엔케이의 실린더를 판매할 수 없게 되어 손해를 입었다(The reason of this matter is some ENK CNC cylinders-which installed on the vehicles-, are exploded in Iran and killed some people and after that related government organization and also Iranian Standard Institute barred use up ENK CNC cylinders in Iran and now we can't use our sale any of the cylinders and we had detriment).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8, 15 내지 19호증, 을 제5, 11 내지 14, 25, 26, 27호증의 각 기재(갑호증 및 을호증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이행보증서는 독립적 은행보증으로 원고가 이 사건 이행보증서가 요구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하여 청구하였으므로, 피고는 위 이행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지급청구를 하면서 송부한 위 서면은 이 사건 이행보증서에서 요구되는 서류와 일치하지 아니하고, 설사 일치한다 하더라도 원고는 이엔케이가 원고에게 납품한 플레이트형 실린더의 품질에 문제가 없는 등 원고와의 이 사건 수입계약을 불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행보증금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이는 신의성실 및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준거법

이 사건 이행보증서에는 통일규칙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통일규칙 제27조는 보증서에 달리 규정이 없으면 보증인의 영업소 소재지 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보증인이 2개 이상의 영업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보증서를 발행한 지점의 소재지 법을 준거법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이 사건 보증서는 피고의 서울 본점에서 발행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에는 우선 통일규칙이 적용되고 통일규칙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대한민국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된다.

2) 이 사건 이행보증서의 법적 성격

통일규칙 제2조가 독립적 보증을 그 명칭이나 기재 내용에 관계 없이 은행 등이 지급조건과 일치하는 지급청구서 및 보증서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금전을 지급하겠다는 서면으로 된 보증서, 채무증서 또는 지급약속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이나 앞서 본 사실과 같이 이 사건 이행보증서는 그 문언 상 보증의뢰인인 이엔케이가 이 사건 수입계약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불이행하였다고 수익자인 원고가 판단하고 그 불이행한 부분을 적시하여 서면으로 청구한 때에는 보증인인 피고가 조건 없이 원고가 청구하는 보증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확약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증서에 의한 보증은 주채무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부종성을 지니는 통상의 보증이 아니라, 주채무자인 이엔케이와 수익자인 원고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되어 그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인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first demand bank guarantee)이다.

3) 원고의 지급청구가 이 사건 보증서에서 요구한 요건을 흠결하였는지 여부

통일규칙 제20조는 보증서에 기한 지급청구는 주채무자가 기본 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불이행하였고 그 불이행한 사유를 명시한 진술서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진술은 지급청구 그 자체에 기재되어도 무방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청구를 하면서 그 청구서에 이엔케이가 이란에 수출한 CNG 실린더의 하자로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이란 내에서 이엔케이가 제작한 CNG 실린더 판매가 금지됨에 따라 이엔케이로부터 수입한 실린더를 판매할 수 없게 되어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를 기재한 사실을 앞서 본 바이고, 이는 지급청구서에 주채무자인 이엔케이가 공급한 플레이트형 실린더가 이 사건 수입계약에서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품질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사고가 발생하였고 또 판매금지를 당하였다는 채무불이행 사실 및 그 사유를 함께 명시한 청구라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의 위 지급청구는 이 사건 보증서에서 요구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신의칙 내지 권리남용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가) 통일규칙은 독립적 은행보증이 있는 경우 신의칙에 반한 청구 또는 사기적 청구와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에 관하여는 준거법인 대한민국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독립적 은행보증이 수익자와 보증의뢰인과의 원인관계와는 단절된 추상성 내지 무인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 내지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적용까지 배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수익자가 실제에 있어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은행보증의 추상성 내지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인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이는 권리남용의 경우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43873 판결 참조).

나) 갑 제4 내지 7, 9, 20 내지 26호증(다만 갑 제20, 21호증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을 제2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이 사건 폭발사고 이후 NIGC와 IGKCO는 2008. 6. 14. 부탄 사합 가스 수즈 컨소시엄에게 이 사건 폭발사고와 관련된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사실, IGKCO가 2008. 7. 27.경 위 하청회사들에게 2차 결정 및 사고의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이엔케이로부터 CNG 실린더를 수입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고, 제3자 검사인 등의 재검사 등을 통하여 CNG 실린더가 이란표준협회(Iranian Standard and Industrial Research Institute, 이하 ‘ISIRI’라 한다)의 감독 하에 관련 기준에 일치하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해당 제품을 공급자의 창고 및 적정한 장소에 안전 및 보관수칙에 따라 보관하여야 하고 차량에 장착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이들 실린더는 공급자의 비용부담으로만 반출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사실, 이엔케이가 2008. 8. 20. GBG FzCo.(이하 ‘GBG라 한다)와 이란에 수출된 CNG 실린더의 재검사 및 상담을 위한 포괄위임계약을 체결한 뒤, 2008. 9. 25. IGKCO에게 사용 및 판매가 금지된 CNG 실린더의 재검사 계획 및 현지대리인으로 GBG가 선임된 사실을 통지한 사실, 이후 부탄 사합 가스 수즈 컨소시엄 등에 공급된 파이프형 실린더에 대한 재검사가 이루어진 사실, 이엔케이는 2009. 6. 9. IGKCO에게 사용 및 판매금지조치 등을 해제해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IGKCO가 2009. 7. 29. 국제 및 ISIRI 기준과 이란 수입 관세 규정에 적합한 이엔케이의 CNG 실린더의 수입은 계속될 수 있다는 취지의 통보를 한 사실, 원고와 이엔케이는 2009. 5. 17. 이미 공급된 플레이트형 실린더 2,400개에 관하여 원고의 손해액을 342,000유로로 합의하고(142,000유로는 원고의 청구에 따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0,000유로는 추가 구매금액에서 할인하기로 함), 원고는 이엔케이에게 35리터 CNG 실린더 17,000개와 57리터 CNG 실린더 3,100개를 대금합계 1,511,100유로에 구매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으나 원고가 CNG 실린더의 추가 구매에 대한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여 위 CNG 실린더에 대한 추가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위 인정사실 및 위 각 증거, 갑 제1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과 이에서 추인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위 보증금 청구 당시 위 폭발사고가 플레이트형 실린더와는 무관하여 IGKCO 등 이란의 국영기업이 수입·사용을 금지한 실린더는 파이프형 실린더에 한정되며 플레이트형 실린더에는 하자가 없다는 것과 이미 수입된 플레이트형 실린더는 재검사를 통하여 쉽게 이란 내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또는 위와 같은 수입·사용금지가 이엔케이의 귀책사유와는 무관한 사유로 인한 것으로 이엔케이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고, 이에 반하는 듯한 갑 제11, 13호증의 각 기재, 갑 제20, 21의 각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한다.

① 이 사건 폭발사고를 야기한 것은 파이프형 실린더이고, 플레이트형 실린더는 이와는 상당히 다른 제조공법에 따라 제조된다. 또한 파이프형 실린더의 경우 이 사건 폭발사고 이후 재검사를 받아 이를 통과한 제품에 한하여 사용되었으나, 플레이트형 실린더의 경우 이엔케이의 품질보증만으로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고, 원고 역시 2009. 9. 7.경 이엔케이의 품질보증서에 기초하여 플레이트형 실린더에 대하여 재검사 없이 이를 차량에 장착하여 사용하였다.

② 이란 호드로 컴퍼니(Iran Khodro Co., 이하 ‘IKCo'라 한다)는 IGKCO와 변환프로젝트 하청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2008. 3. 5. IKCo로부터 위 계약의 독점대리인으로 지정된 반면 이 사건 수입계약은 2007. 12. 31. 체결된 점, IGKCO의 변환프로젝트 관련 하청업체들은 이엔케이로부터 파이프형 실린더를 수입한 반면, 원고는 플레이트형 실린더를 수입한 점, IGKCO는 이 사건 폭발사고 이후 하청업체들에게 이엔케이가 제조한 CNG 실린더의 사용 및 판매를 금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을 뿐 원고나 IKCo에게는 그러한 서면공문을 발송하지 아니한 점, IGKCO는 이 사건 수입계약 당시 원고의 플레이트형 실린더 수입 사실을 알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IGKCO의 주관 하에 추진 중이던 자동차연료의 CNG 변환 프로젝트에 사용할 의도를 가지고 이엔케이로부터 플레이트형 실린더를 수입하였더라도 원고가 IGKCO의 승인 하에 플레이트형 실린더를 수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③ GBG는 이엔케이의 대리인으로서 2008. 9. 10. 원고와 사이에, 원고가 이엔케이에게 IGKCO가 요구한 CNG 실린더의 재검사를 위하여 원고의 창고를 임대하는 등 재검사 관련 운영관리 및 행정사무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이엔케이는 원고에게 그 대가로 재검사를 통과하여 원 구매처에게 인수된 CNG 실린더의 수량에 비례하여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이엔케이는 CNG 실린더의 재검사 계획 및 현지대리인인 GBG의 선임사실을 IGKCO에 보고하였고, 이에 IGKCO는 2008. 9. 30.경 하청업체들이 이엔케이로부터 수입한 CNG 실린더는 재검사를 거쳐 차량 장착이 가능하고, 이러한 안전성 확인 절차를 거치는 한 IGKCO와 하청업체 사이의 조달계약은 유효하다고 통지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IGKCO는 이엔케이의 CNG 실린더에 관하여 제3자 검사인의 검사를 받을 것을 요구한 점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이엔케이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CNG 실린더의 재검사 절차의 진행에 관여한 것은 자신이 수입한 플레이트형 실린더는 IGKCO의 사용 및 판매금지조치와 무관하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④ 원고는 이 사건 폭발사고 이후에도 2008. 6. 15.자 합의 및 2008. 7. 6.자 이메일을 통해 이엔케이의 CNG 실린더를 계속 수입하고자 하였고, 플레이트형 실린더에 대하여 이엔케이의 품질보증만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IGKCO의 2009. 8. 26.자 통지가 있기 이전인 2009. 5. 17. 이엔케이와 사이에, 이엔케이로부터 35리터와 57리터 CNG 실린더를 추가로 구매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⑤ 이엔케이는 이 사건 폭발사고 이후로도 이란의 다른 거래처인 "ZAMYAD"사에 2008. 6. 18. 자동차용 CNG 실린더 1,344개, 2008. 7. 15. 자동차용 CNG 실린더 2,880개를 각 수출하였고, 위 실린더 1,344개는 2008. 7. 4.에, 2,880개는 2008. 8. 1.에 각 이란에 도착되어 그 무렵 아무런 문제없이 수입, 통관 절차가 이루어졌다.

⑥ 앞서 본 바와 같이 IGKCO는 2008. 7. 27.경 하청업체들에게 이엔케이가 공급한 실린더에 대하여 재검사를 할 경우 사용이 가능하다고 통지하였고, 원고는 2008. 9. 10.경 이엔케이의 CNG 실린더 재검사절차에 관여하였으므로 그 무렵 이미 수입된 플레이트형 실린더에 대하여 재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플레이트형 실린더를 차량에 장착한 이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2008. 6. 15.자 합의에 따라 재검사 절차와 관련된 비용은 이엔케이가 부담하게 되므로 원고로서는 추가 비용부담 없이 재검사 등의 절차만 거치면 이미 수입된 플레이트형 실린더를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원고는 플레이트형 실린더 2,400개를 2009. 9. 7.경에서야 사용하였다.

⑦ 이엔케이가 나머지 플레이트형 실린더 2,600개를 기간 내에 선적하지 못한 것은 원고가 위 신용장의 유효기간을 연장하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 이후 이엔케이는 플레이트형 실린더 2,600개의 선적준비를 마치고 수차례 원고에게 신용장의 유효기간 등의 연장을 요구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하여 결국 기간 내에 공급되지 못하였다.

⑧ 그럼에도 원고는 IGKCO의 사용 및 판매금지조치를 들어 이엔케이의 이행을 거절한 것인바, 이 사건 수입계약이 IGKCO 승인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이상 이 사건 수입계약과 관련하여서는 IGKCO는 당초부터 이엔케이와는 무관한 제3자로서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만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이해관계를 가진 자에 불과하고,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수입계약에 따라 이엔케이로부터 수입한 플레이트형 실린더의 품질 자체에 어떤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 이 사건에서 이엔케이가 IGKCO의 사용 및 판매금지조치에 관하여 어떤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사정이나 근거는 찾기 어렵다(이는 기본적으로 원고의 책임 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⑨ 그 밖에 이 사건 수입계약 상 이엔케이가 매매대상이 된 플레이트형 실린더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수출한 전 제품에 대해 품질과 명성을 유지하여야 한다거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였음에도 그 의무나 보장을 위반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다.

⑩ 한편 이엔케이가 원고와 사이에 2009. 5. 17. 이미 공급된 플레이트형 실린더 2,400개에 관하여 원고의 손해액을 342,000유로로 합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는 이엔케이가 위 플레이트형 실린더의 품질 하자를 인정한다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이기라기 보다는 원고가 이엔케이로부터 CNG 실린더를 추가로 주문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이엔케이가 원만한 해결과 추가 수출을 위하여 원고에게 342,000유로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정지조건부 합의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합의의 존재로써 원고의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판단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이행보증금 청구는 실제에 있어서는 보증의뢰인인 이엔케이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을 알면서도 이 사건 이행보증서의 추상성 내지 무인성을 악용하여 한 청구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더구나 피고와 이엔케이 사이의 이 사건 이행보증서 발행을 위한 보증의뢰계약은 그 보증에 따른 사무처리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위임계약에 다름 아니므로 보증인인 피고는 수임인으로서 보증의뢰인인 이엔케이의 이 사건 이행보증서에 관한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따라서 피고는 특히 수익자인 원고의 보증금 지급청구가 권리남용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보증의뢰인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마땅히 그 지급을 거절하여야 할 보증의뢰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위 대법원 93다43873 판결 참조). 이 점에서도 피고의 지급거절은 정당하고 결국 원고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성근(재판장) 문정일 구자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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