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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82601 판결
[손해배상(기)][공2008상,370]
판시사항

[1] 주식회사의 감사가 직무 수행 의사 없이 명의만 빌려줌으로써 이사로 하여금 분식된 재무제표 등을 작성·이용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도록 묵인·방치한 경우,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2] 주식회사의 감사가 결산 업무를 수행하면서 재무제표 등이 허위로 기재된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중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

[3] 상법 제401조 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소멸시효기간(=10년) 및 여기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주식회사의 감사가 실질적으로 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도 자신의 도장을 이사에게 맡기는 등의 방식으로 그 명의만을 빌려줌으로써 회사의 이사로 하여금 어떠한 간섭이나 감독도 받지 않고 재무제표 등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한 다음 그와 같이 분식된 재무제표 등을 이용하여 거래 상대방인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도록 묵인하거나 방치한 경우, 감사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임무를 해태한 때에 해당하여 그로 말미암아 제3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주식회사의 감사가 감사로서 결산과 관련한 업무 자체를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재무제표 등이 허위로 기재되었다는 사실을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문제된 분식결산이 쉽게 발견 가능한 것이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을 알아내 이사가 허위의 재무제표 등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는 것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등 중대한 과실을 추단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비로소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고, 분식결산이 회사의 다른 임직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교묘하게 이루어진 것이어서 감사가 쉽게 발견할 수 없었던 때에는 분식결산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따라서 감사에게 분식결산으로 인하여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

[3] 상법 제401조 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법이 인정하는 특수한 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 불법행위책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은 적용될 여지가 없고,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 에 따라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며, 제3자가 상법 제401조 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만을 묻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있어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7항 이 정하는 단기소멸시효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담당변호사 정주영)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륙 담당변호사 여상조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가 그 판시와 같이 분식결산된 고합의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믿고 고합 발행의 제188회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내지는 분식결산과 지급보증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회사의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감사위원회를 둔 경우를 제외하고 감사는 주식회사의 필요적 상설기관으로서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고 업무감사를 위하여 언제든지 이사에 대하여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상법 제412조 ), 특히 결산 업무와 관련하여서는 이사로부터 매 결산기의 재무제표와 영업보고서를 제출받아 법정기한 내에 이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다( 상법 제447조의3 , 4 ). 따라서 만약 실질적으로 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도 자신의 도장을 이사에게 맡기는 등의 방식으로 그 명의만을 빌려줌으로써 회사의 이사로 하여금 어떠한 간섭이나 감독도 받지 않고 재무제표 등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한 다음 그와 같이 분식된 재무제표 등을 이용하여 거래 상대방인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도록 묵인하거나 방치한 경우 감사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임무를 해태한 때에 해당하여 그로 말미암아 제3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나, 이처럼 결산과 관련하여 감사로서의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와는 달리 감사로서 결산과 관련한 업무 자체를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재무제표 등에 허위의 기재가 있다는 사실을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문제된 분식결산이 쉽게 발견 가능한 것이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을 알아내어 이사가 허위의 재무제표 등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는 것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등 중대한 과실을 추단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비로소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분식결산이 회사의 다른 임직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교묘하게 이루어진 것이어서 감사가 쉽게 발견할 수 없었던 때에는 분식결산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따라서 감사에게 분식결산으로 인하여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1은 원심에서 회사의 이사가 법정 제출시한(6주)을 지키지 못하고 주주총회 직전에야 감사인 자신에게 재무제표 등을 제출하여 부득이 적정의견이 기재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참고하여 감사보고서를 작성·제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다투어 왔음을 알 수 있는바(기록 1076면의 준비서면 등 참조),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 1이 고합의 1996 회계연도 결산과 관련하여 실제 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였는지 여부와 만약 그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분식결산의 발견이 용이하였는지 여부 등을 먼저 심리한 다음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임무를 해태한 사실이 있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고합의 1996 회계연도에 관한 분식회계 및 이에 따른 허위 재무제표의 작성과 관련하여 피고 1이 감사로서의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음을 자인하고 있다고 전제한 다음, 고합의 이사들이 그 판시와 같이 1996 회계연도에 관한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는 과정에서 피고 1이 감사로서의 아무런 직무를 수행하지 않고 이를 방치하였으므로 이는 그 자체로서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실을 인정하였거나 감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요건으로서의 중대한 과실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2, 3, 4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 기간 동안 위 피고들이 고합의 이사로 재임하면서 분식결산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나. 기업체의 재무제표 및 이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 결과를 기재한 감사보고서는 대상 기업체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서 증권거래소 등을 통하여 일반에 공시되고 기업체의 신용도와 상환능력 등의 기초자료로서 그 기업체가 발행하는 회사채나 기업어음의 신용등급평가와 금융기관의 여신 제공 여부의 결정에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따라서 기업체의 임직원 등이 대규모의 분식회계에 가담하거나 기업체의 감사가 대규모로 분식된 재무제표의 감사와 관련하여 중요한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아니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그로 말미암아 기업체가 발행하는 회사채 등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적정한 신용등급을 얻었고 그에 따라 금융기관이 그 회사채 등을 지급보증하거나 매입하는 방식으로 여신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2808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가 그 판시와 같이 분식결산된 재무제표를 믿고 고합 발행의 판시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분식결산과 지급보증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 상법 제401조 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법이 인정하는 특수한 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 불법행위책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은 적용될 여지가 없고,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 에 따라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며 (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다63354 판결 참조), 제3자가 상법 제401조 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만을 묻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있어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7항 이 정하는 단기소멸시효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의 시효기간이 10년이라고 한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이어서 정당하고, 거기에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라.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라고 할 것인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여 과거에 발행한 구 회사채를 자체 자금으로 상환할 수 없는 기업체가 그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신 회사채를 발행하는 때에 구 회사채에 대하여 지급보증하였던 금융기관이 신 회사채에 대하여 다시 지급보증하고, 신 회사채의 발행으로 마련된 자금에 의하여 구 회사채 채무가 소멸된 경우에는, 금융기관은 기업체의 구 회사채에 대한 상환능력 결여로 구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가 현실화되어 대위변제의무를 실제 이행하여야 할 상황에 놓였다가 신 회사채의 발행으로 마련된 상환자금에 의하여 구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가 소멸되고 대신 신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비록 구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와 신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가 법률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실질적·경제적으로 볼 때 전자는 신 회사채의 발행에 의한 구 회사채의 상환이 없었더라면 대위변제의무를 이행하여야 하였을 금액의 범위 내에서 후자로 대체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 내에서는 신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인하여 금융기관에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52259 판결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고합의 제185회 및 제188회 회사채는 각 종전에 원고가 지급보증하였던 고합의 제135회 및 제137회 회사채의 상환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환사채이었던 사실을 알아볼 수 있으므로, 만약 그 당시 고합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여 과거에 발행한 위 제135회 및 제137회 회사채를 자체 자금으로 상환할 수 없어서 그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위 제185회 및 제188회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라면, 위 제135회 및 제137회 회사채의 상환에 사용된 부분에 관한 한 지급보증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다른 입장에서 위 제185회 및 제188회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고합의 자금 사정 등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하지 아니한 채 위 제185회 및 제188회 회사채 발행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그 대위변제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차환사채의 지급보증과 손해 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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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7.6.선고 2002가합46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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