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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2106 판결
[과실치사][공1991.1.1.(887),142]
판시사항

파도가 치는 바닷가 바위 위에서 곧 전역할 병사를 헹가래쳐서 장난삼아 바다에 빠뜨리려고 하다가 그가 발버둥치는 바람에 그의 발을 붙잡고 있던 피해자가 미끄러져 익사한 경우 헹가래치려 했던 동료 내무반원에게 과실치사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바다에 면한 수직경사가 암반 위로 이끼가 많이 끼어 매우 미끄러운 곳에서 당시 폭풍주의보가 발효 중이어서 평소보다 높은 파도가 치고있던 상황하에 피해자와 같은 내무반원인 피고인 등 여러사람이 곧 전역할 병사 갑을 손발을 붙잡아 헹가래를 쳐서 장남삼아 바다에 빠뜨리려고 하다가 그가 발버둥치자 동인의 발을 붙잡고 있던 피해자가 몸의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바다에 빠져 사망한 경우 갑을 헹가래쳐서 바다에 빠뜨리려고 한 행위와 피해자가 바다에 빠져 사망한 결과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또 위와 같은 경우 결과발생에 관한 예견가능성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갑을 붙들고 헹가래치려고 한 피고인들로서는 비록 피해자가 위와 같이 헹가래치려고 한 일행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하여도 동인의 사망에 대하여 과실책임을 면할수 없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정근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육군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검찰관의 상고이유를 본다.

1.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공동하여 1990.14.10. 09:00부터 10:35까지 소속대 내무반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공소외 하사 이응용의 전역기념회식을 하던중 고참병인 피고인 1이 장난삼아 똥차(위 이응용) 마지막 가는 길인데 바닷물에 빠뜨려 깨끗하게 씻어 주자라는 취지로 제의하자 피고인등 내무반원 9명이 이에 동조하여 서로 위 이응용을 번갈아 둘러메고서 위 내무반 동남방 110m지점에 이르렀는바, 당시 위 지점은 암반위로서 곧바로 수직 급경사의 바다가 이어지고 이끼가 많으며 바닷물에 씻겨 매우 미끄럽고 더구나 같은 날 03:00 이후 폭풍주의보(풍속 15m/초, 파고 3m)가 발효 중이어서만일 물에 빠지면 높은 파도에 휩쓸려 들어갈 우려가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마땅히 위와 같은 장난을 중지하여야 하고 설혹 그 행위를 계속하고자 한다면 기상 및 지형조건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안전한 장소를 선택하고 구조요원 및 장비를 갖추는 등 만일의 사고에 만반의 대비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은 나머지 피고인들의 행위를 부추기고, 피고인 2는 위 이응용의 우측팔을, 피고인 3은 우측다리를, 피해자 김형곤(이병)은 좌측다리를 각각 잡아 헹가래를 쳐 바닷물에 빠뜨리려고 하였으나 위 이응용이 완강히 거부하면서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오른손으로 피고인 2의 멱살을 잡고 발버둥 치자, 피고인 3은 잡고 있던 우측다리를 슬그머니 놓아버리고 동시에 피고인 2는 두손으로 위 이응용이 발버둥 치면서 멱살을 잡은 오른손목을 비틀어 뿌리치자 순간적으로 위 이응용이 미끄러운 사고지점 바위위에 떨어져 그대로 바닷속으로 빠지면서 그때까지 위 이응용의 좌측다리를 잡고 있던 피해자 김형곤이 같이 끌려 들어가게 한 과실로 위 피해자로 하여금 파도에 휩쓸려 익사케 한 것이라고 함에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무룻 과실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기본적인 의식적 행위가 있고 그 과정에서 인식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되었을때 우선 그 행위와 결과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 결과발생을 당연히 인식,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의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여 결과발생을 인식, 예견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과실범의 본질이 있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피고인들의 위 이응용을 바다에 빠뜨리려고 한 행위와 피해자 김형곤의 사망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더구나 피고인들과 위 김형곤은 모두 기본적인 의식적 행위의 주체적인 위치에 있었던 관계로 위 김형곤의 사망을 인식, 예견한다는 것은 피고인들이 행위주체의 영역내인 정상인으로서는 도저히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행위의 객체 또는 대상으로서 결과발생이 예견되는 위 이응용에 대한 주의의무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들의 위 김형곤에 대한 어떠한 주의의무도 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서 이 사건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장소는 바로 바다에 면한 수직 경사의 암반위로 바닷물에 씻겨 이끼가 많이 끼어 매우 미끄러우며 당시는 폭풍주의보가 발효 중이어서 평소보다 높은 파도가 치고 있던 상황이었음이 인정되는 바, 이러한 곳에서 공소사실내용과 같이 피고인등 여러 사람이 위 이응용의 손발을 붙잡아 헹가래를 쳐서 바다에 빠뜨리려고 하다가 위 이응용이 이에 저항하여 발버둥치자 동인의 발을 붙잡고 있던 피해자 김형곤이 몸의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위 이응용과 함께 휩쓸려서 바다에 빠져 사망하였다면, 위와 같이 위 이응용을 헹가래쳐서 바다에 빠뜨리려고 한 행위와 위 김형곤이 바다에 빠져 사망한 결과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고, 또 위와 같이 미끄럽고 넘어지기 쉬운 암반 위에서 위 이응용이 바다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저항한다면 동인을 붙잡고 있던 사람 중에서도 몸의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거나 동인과 함께 휩쓸려서 바다에 빠질 위험성이 있음은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누구나 능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위 이응용을 붙들고 헹가래치려고 한 피고인들로서는 비록 피해자 김형곤이 위와 같이 헹가래치려고 한 일행 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하여도 동인의 사망에 대하여 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 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은 과실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논지는 이유있다(원심은 1심판결이 피고인 2와 3이 위 이응용을 빠뜨리는 것을 포기하고 후방으로 물러선 것으로 인정한 것처럼 설시하고 있으나 1심판결이유를 살펴보아도 그와 같이 인정한 대목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1심이 채용한 군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기재에 의하면 피고인 2와 3은 위 이응용 등이 바다에 빠진 바로 그 지점에서 잡고있던 위 이응용의 다리와 손을 놓아 버린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들이 중도에 범행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이회창 배석 김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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