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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4도9960 판결
[업무상배임][공2017하,2023]
판시사항

[1]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시기와 기수시기 /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2] 갑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갑 회사 설립의 동기가 된 동업약정의 투자금 용도로 부친 을로부터 2억 원을 차용한 후 을에게 갑 회사 명의의 차용증을 작성·교부하는 한편 갑 회사 명의로 액면금 2억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공증해 줌으로써 갑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을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갑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으므로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는 기수가 된다( 형법 제355조 제2항 ). 그런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배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법질서에 위배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 결과 본인에게도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지거나 본인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등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는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갑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갑 회사 설립의 동기가 된 동업약정의 투자금 용도로 부친 을로부터 2억 원을 차용한 후 을에게 갑 회사 명의의 차용증을 작성·교부하는 한편 갑 회사 명의로 액면금 2억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공증해 줌으로써 갑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을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남용한 때에 해당하고 그 행위의 상대방인 을로서는 피고인이 갑 회사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하여 차용증 등을 작성해 준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그 행위가 갑 회사에 대하여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본 원심판단은 수긍할 수 있으나, 을은 피고인이 작성하여 준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하여 갑 회사의 병 재단법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중 2억 원에 이르기까지의 금액에 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다음 확정된 압류 및 전부명령에 기하여 병 재단법인으로부터 갑 회사의 임대차보증금 중 1억 2,3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갑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으므로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하고, 전부명령이 확정된 후 집행권원인 집행증서의 기초가 된 법률행위 중 전부 또는 일부에 무효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어 집행채권자인 을이 집행채무자인 갑 회사에 부당이득 상당액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 및 기수 시기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비케이 담당변호사 박현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1과 2억 원씩 투자하여 타이어 매장을 동업하기로 약정하고 2011. 7. 14.경 피해자 회사를 설립하여 자신이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피고인은 동업약정에 따른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부친인 공소외 2로부터 2011. 6. 15.경 1억 원, 2011. 7. 15. 3,000만 원, 2011. 9. 20. 7,000만 원 합계 2억 원을 차용하였는데, 2011. 7. 15.경 피해자 회사의 사무실에서 ‘피해자 회사가 공소외 2로부터 3,000만 원을 차용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2011. 7. 27.경 같은 곳에서 ‘피해자 회사가 공소외 2로부터 1억 원을 차용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2011. 9. 20.경 같은 곳에서 ‘피해자 회사가 공소외 2로부터 7,000만 원을 차용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각 작성하여 주었고, 그 무렵 피해자 회사 명의로 위 차용금 총액에 해당하는 2억 원을 액면으로 하는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공증해 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공소외 2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

2. 원심 판단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의 채권자인 공소외 2에게 개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피해자 회사 명의 차용증을 작성·교부하고 약속어음공정증서를 발행해 준 행위는 대표권을 남용한 행위에 해당하고, 공소사실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차용증과 약속어음공정증서상의 채권자이자 피고인의 부친인 공소외 2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하여 차용증 등을 작성해 준다는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피해자 회사 명의의 차용증 등을 작성해 준 것은 모두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가 사용자책임 또는 법인의 불법행위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여지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차용증 등 발행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할 수 없어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1490 판결 ,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도214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공소외 2가 무효인 약속어음공정증서 채권을 채무명의로 삼아 피해자 회사 소유의 재산에 채권압류 및 전부·추심명령을 받아 집행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8110 판결 참조). 결국 피고인은 무죄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는 기수가 된다( 형법 제355조 제2항 ). 그런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배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법질서에 위배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 결과 본인에게도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지거나 본인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등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는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그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이,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가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남용한 때에 해당하고 그 행위의 상대방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하여 차용증 등을 작성해 준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그 행위가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에서 임무위배행위의 상대방인 공소외 2가 피고인이 작성하여 준 약속어음공정증서를 채무명의로 삼아 피해자 회사의 재산에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고 나아가 실제로 채권을 변제받았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는 피고인이 작성하여 준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하여 2012. 3. 30.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타채9977호 로 피해자 회사의 공소외 3 재단법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중 2억 원에 이르기까지의 금액에 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사실, 위 압류 및 전부명령은 2012. 5. 10. 확정되었고, 공소외 2는 확정된 위 압류 및 전부명령에 기하여 공소외 3 재단법인으로부터 피해자 회사의 임대차보증금 중 1억 2,3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또는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 오히려 이 사건에서 전부명령이 확정된 후 그 집행권원인 집행증서의 기초가 된 법률행위 중 전부 또는 일부에 무효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어 집행채권자인 공소외 2가 집행채무자인 피해자 회사에 부당이득 상당액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70024 판결 참조), 이러한 사유를 들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8110 판결 등은 모두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법률상 무효라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 및 기수 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조희대 권순일(주심)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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