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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4. 11. 6. 선고 2014누45361 판결
[징계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지원 외 2인)

피고, 항소인

법무부장관

변론종결

2014. 8. 28.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주1) 대통령 이 2013. 2. 15. 원고에게 한 정직 4월의 징계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1. 2.경 검사로 임용된 뒤 2012. 2. 20.부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부 검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2012. 12. 28. 11:00경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09호 법정에서 검사 출입문을 시정한 후 2011재고합39호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위반 재심사건의 피고인 소외 1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의견을 진술하고,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예약 게시한 ‘징계 청원’이라는 글을 게재한 후 퇴근하였다.

나) 검찰총장은 검사징계법 제7조 에 따라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로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였다. 검사 징계위원회는 2013. 2. 5. “ 검사징계법 제2조 제2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 하였을 때), 제3호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 해당한다.“라는 이유로, 원고에게 정직 4월의 징계 의결을 하였다.

본문내 포함된 표
제1 징계사유 원고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2부 소속 검사로서, 2012. 12. 17. 피고인 소외 1의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위반 재심사건(2011재고합39호)에 대하여 공안1부 담당검사에게 ‘무죄구형’ 의견을 피력하였으나, 공안1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구형’ 의견을 제시하여 구형에 대하여 합의가 되지 않았다. 원고는 2012. 12. 18. 제1회 공판에 들어가기 전에 위 재심사건에 대하여 무죄구형으로 변경해 달라는 ‘구형변경 의견서’를 상신하였으나, 원고와 공안1부의 구형의견을 검토한 공판2부장으로부터 공안1부 의견이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이니 ‘법과 원칙에 따른 구형’을 할 것을 지시받았다.
그러나 원고는 계속 무죄구형을 주장하면서 위 재심사건에 대하여 무죄구형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공안1부 검사의 직관요청을 하겠다면서 이의제기권을 행사하였다.
이에 원고가 제기한 재심사건 구형 변경에 대한 공소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으나, 원고가 공소심의위원회에서 ‘무죄구형 또는 공안1부 검사 직접관여’가 아닌 다른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는 이에 따를 수 없다고 하여 공소심의위원회 개최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공판2부장이 2012. 12. 21. 위 재심사건을 같은 부 소속 소외 2 검사에게 담당하도록 지시하여 원고는 더 이상 위 사건에 관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2012. 12. 28. 11:00경 서울중앙지방법원 509호 법정에서 위 재심사건을 검사 소외 2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라는 공판2부장의 직무상 지시에 따르지 아니한 채 무단으로 공판에 참석하여 무죄구형을 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
제2 징계사유 원고는 2012. 12. 28. 10:20경 담당 공판이 끝났음에도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고 계속 법정에 남아 있으면서 11시로 예정된 위 재심사건에 대한 소외 2 검사의 구형을 막기 위해 509호 법정 검사 출입문에 “징계 청원글 게시판에 올려 두었고, 난 무죄구형할 것이다.”는 메모지를 붙이고, 법정 안에서 위 검사 출입문을 시정하였다.
한편 공판2부장의 지시로 위 재심사건을 담당하게 된 소외 2 검사는 2012. 12. 28. 09:20경 원고로부터 위 사건의 공판카드를 인계받고 11시 구형을 하기 위하여 10:56경 법정에 도착하였으나 검사 출입문이 시정되어 있어 입장하지 못하고, 이에 2층 로비를 거쳐 같은 법정 민원인 출입문을 통하여 들어갔으나 이미 원고가 무죄구형을 끝낸 상황이라 구형을 할 수 없었다.
원고는 위와 같이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시정하여 소외 2 검사의 법정 출입을 막고 구형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제3 징계사유 원고는 2012. 12. 28. 09:53경 이프로스 게시판에 위 재심사건과 관련하여 “재심사건에 대하여 무죄구형을 강경하게 주장하다가 사건에서 배제되었으나 재심사건 무죄구형은 의무라고 확신하기에 무죄구형을 하러 간다. 중징계를 받더라도 과거사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재검토되고, 검찰이 모든 사건에 있어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하게 된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내용으로, 마치 검찰이 부당한 구형을 하고 과거사에 대한 입장도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징계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예약 게시하여 11:00경 이프로스에 공개되고 위 글이 외부로 전파되도록 하였다.
이로써 원고는 검찰 조직 내부의 혼란을 초래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게 하는 등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
제4 징계사유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반일연가의 경우 14:00를 기준으로 오전·오후로 구분함’이라고 규정되어 있어 14:00 이후부터 오후 반일연가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2012. 12. 28. 10:20경 자신이 담당한 음주운전 사건 선고 이후 공판업무가 종결되었으나 업무에 복귀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무단으로 구형하는 등 법원에 머물다가 오후 반일연가를 이유로 12:00경 법원에서 바로 퇴근함으로써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

다) 대통령은 2013. 2. 14. 검사징계법 제23조 제1항 에 의하여 피고의 제청에 따라 2013. 2. 15.자로 원고에게 정직 4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아래의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징계사유에 관하여

가) 제1, 2 징계사유(직무이전명령 위반과 직무방해)

검찰청법 제7조의2 제2항 에 의한 직무이전명령은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이하 ‘검찰청의 장’이라 한다)의 권한이므로, 공판2부장검사 소외 3(이하 ‘공판2부장’이라 한다)이 직무이전명령을 내려 원고가 담당하고 있던 피고인 소외 1에 대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위반 재심사건에 공판부 검사 소외 2로 하여금 백지구형을 하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

② 원고의 이의제기권 행사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 없이 곧바로 행하여진 직무이전명령은 이의제기권의 입법취지를 몰각하는 행위이므로 위법하다.

③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객관의무를 부담하므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구형하여야 하고, ‘법과 원칙에 의한 판단’(이하 ‘백지구형’이라 한다)을 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백지구형을 위한 직무이전명령은 위법하다.

따라서 공판2부장의 직무이전명령은 위법하고, 원고가 법정에서 무죄의견을 진술한 것은 적법하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제3 징계사유(‘징계청원’ 게시로 인한 품위 손상)

원고는 검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렸을 뿐 외부에 표명하지 않았고, 그 내용도 백지구형의 문제점과 검찰에 대한 우려 등에 불과하다. 이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봉쇄할 뿐만 아니라, 검찰 내부의 자유로운 의견표명을 막는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 제4 징계사유(성실의무 위반)

검사복무관리 사이트에 오후 반일연가의 시간이 명시되지 않은 점, 점심시간인 13:00 이후를 오후 근무시간이라고 착오한 점, 사후결재가 가능하다는 예규에 따라 2012. 12. 28. 13:00부터 14:00까지의 외출을 사후 신청하여 승인을 받은 점, 일반 공무원에 비해 검사의 신분이 강하게 보장되는 점, 원고가 평소 성실하게 근무하여 온 점 등을 고려할 때, 반일연가를 이유로 퇴근한 행위는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하여

피고는 검찰의 신뢰를 명백히 떨어뜨리는 비리, 추문, 폭력행사에 대하여 검사징계법 제3조 의 징계처분을 하여 온 점, 특히 정직, 면직, 해임의 중징계처분은 비위의 정도가 극심한 경우에만 이루어진 점, 원고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 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정직 4월은 징계사유로 삼은 비위행위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이므로, 비례원칙, 형평성에 반하여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재심사건의 배당

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8형사부는 2012. 10. 16. 2011재고합39호 로 피고인 소외 1에 대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위반 사건(이하 ‘소외 1 재심사건’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

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부 검사는 수사부 검사와 달리 배당절차 없이 직무분담에 의하여 정하여진 담당 형사재판부의 사건을 공판 주임검사로서 처리하게 된다(다만, 수사검사 직관사건은 해당 수사검사가 공판 주임검사가 된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8형사부의 담당 공판검사였던 원고는 소외 1 재심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2) 이의제기권의 행사

가) 원고는 2012. 12. 17. 소외 1 재심사건의 수사검사인 공안1부 소외 4 검사와 구형 변경 협의를 하면서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5050 판결 )에 의하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의 범주에 포함되는 활동으로 볼 수 있을 뿐,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이익이 된다는 정을 인식하면서 북한의 활동을 고무·동조하는 등의 목적수행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소외 1에 대하여도 무죄 판결이 확실시된다.”는 이유로 공판에서의 의견진술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로 진술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소외 4 검사는 “‘법과 원칙에 따른 구형‘을 하여야 한다.”라고 하였고, 이에 원고는 “그렇다면 공안부 검사가 직접 관여하여 백지구형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나) 원고는 같은 날 09:00경 공판2부장에게 ‘구형변경 의견서’를 제출하여 무죄의견 진술에 대하여 결재를 받고 2차장의 결재를 받기 위하여 대기하던 중, 소외 4 검사로부터 “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무죄 선고가 확실시되나, 구성요건 해석 또는 증거가치 판단의 변화에 기한 것인 점, 동일한 행위와 증거를 놓고 지금의 기준으로 과거 법원의 판단을 재단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점, 법정자백이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이익이 된다는 점을 알면서 북한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동조한 것이라고 판단한 과거 법원의 결정이 반드시 틀린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의 법정자백 등 다수 증거가 유지되고 있는 한 이를 근거로 유죄를 선고한 과거 법원의 구성요건 해석이나 증거가치 판단을 공소유지기관조차 섣불리 오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근거 없는 유죄 주장만큼이나 부당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백지구형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기재된 검토보고서를 받았다.

다) 원고는 같은 날 공판2부장으로부터 소외 1 재심사건에 관하여 백지구형을 할 것을 지시받고, 구두로 검찰청법 제7조 제2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의제기권을 행사하였다가 공판2부장의 지시에 따라 2012. 12. 20. 이의제기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3) 각종 회의 및 직무이전명령

가) 공판2부 소속 검사들은 2012. 12. 20. 17:07경 회의를 개최하여 “공안부 검사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 2차장 산하 부장 등은 2012. 12. 21. 10:00경 회의를 개최하여 ‘수사·공소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백지구형 또는 무죄구형을 심의할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공안부장들은 수사·공소심의위원회에서 공안부 의견에 따라 백지구형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공판검사인 원고가 이에 따라 구형하는 것이 맞고, 공안부 검사가 직관하는 방안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표시하였다. 이에 따라 수사·공소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공판2부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결정하였다. 공판2부장은 같은 날 오후 공판2부 소속 검사 소외 2에게 백지구형을 하도록 지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이라고 한다).

4) 원고의 행동

가) 원고는 ‘2012. 12. 28. 오후 반일연가’를 신청하여 2012. 12. 27. 승인을 받았다.

나) 원고는 2012. 12. 28. 09:20경 소외 2 검사에게 공판카드를 인계하고, 09:53경 검찰 내부 게시판에 ‘징계청원’이라는 제목의 아래와 같은 글을 같은 날 11:00경에 공개되도록 예약 게시하였다.

본문내 포함된 표
지난 9월, 소외 5 목사님 재심사건에 대한 구형 변경 결재를 받기 전 무죄 구형을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직을 걸겠다며 결기를 다지는 저에게 어느 친구가 ‘넌 너무 쉽게 직을 건다.’고 타박하더군요. 하지만 직을 거는 게 쉬울 리 있겠습니까?
제 능력에 벅찬 일이지만 그 이상의 가슴 벅찬 보람이 있어 중독되어 버린 일과 좋은 동료들 속에서의 익숙한 생활을 접고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상상은 설레기보다 두려운 일입니다. 저 역시...적어도 저에겐...
하지만, 제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더 두려운 일이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직을 다시 걸게 됩니다.
지난 주 또 다른 재심사건 무죄 구형을 위해 구형 변경 결재를 받으려다 상급자와 논쟁이 있었습니다. 공안부의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는 의견이 타당하므로 그렇게 구형하라는 지시에 대해 검찰청법 제7조 제2항에 따른 이의를 제기하여 소란이 일었지요.
수사·공소심의위원회가 개최될 뻔하다가 수사·공소심의위원회의 결론이 제 생각과 다를 경우 따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였더니 결국 수사·공소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검찰청법 제7조의2에 따른 직무 이전 지시가 떨어져 그 사건은 다른 검사에게 재배당되었습니다.
종전에 제가 검사게시판에 올린 ‘논고문에 대한 생각’에서 말씀드린 대로 검사는 법정에서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 우리 사회의 분노와 자책, 피고인에 대한 연민과 충고 등을 모두를 대신하여 법정에서 말할 의무가 있다고 믿습니다. 위와 같은 재심사건으로 공소 취소를 할 수 없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사건이라면, 검사는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분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를 우리 사회를 대신하여 말할 의무가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공안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동일한 행위와 증거를 놓고 지금의 기준으로 과거 법원의 판단을 재단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견이 갈릴 수 있음’을 이유로 사실상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구형인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고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하여 계속 의문을 제기하였지만, 상급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저는 해당 사건에서 배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소위 ‘백지’ 구형이 피고인의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해야 할, 공익의 대변자인 검사의 구형인지 아직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제 능력 부족으로 상급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했지만, 해당 재심 사건의 무죄구형은 재량권의 행사가 아니라 의무라고 확신하기에 저는 지금 무죄구형을 위해 법정으로 갑니다.
절차 위반과 월권의 잘못을 통감하기에 어떠한 징계이든 감수하겠습니다만, 공범들에 대하여 이미 무죄가 확정되었고, 공안부 역시도 무죄 선고가 확실시된다고 예상하는 사안이어서 제 소신이 근거 없는 고집이 아니라는 변명을 사족으로 덧붙입니다.
제가 중징계를 받아 검사의 직분을 내려놓게 되더라도 이로써 과거사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재검토되는 전기가 마련된다면, 하여 검찰이 재심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 있어 일관되게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하게 된다면 검사로서 제가 할 도리를 한 것 같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 원고는 2012. 12. 28. 10:20경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09호 법정에 출석하여 다른 형사사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검사 출입문에 “징계청원을 게시판에 올려두었다. 무죄구형할 것이다.”는 메모지를 붙이고, 검사 출입문을 시정한 후 11:00경 진행된 소외 1 재심사건에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의견을 진술하였다. 소외 2 검사는 검사 출입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원고의 무죄의견이 진술된 후 민원인 출입문을 통해 법정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8형사부는 같은 날 소외 1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라) 원고는 공판을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내에서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다가 12:00경 퇴근하였다.

마) 원고는 징계사유를 확인하고, ‘2012. 12. 28. 13:00부터 14:00까지 외출(일반)’을 사후 신청하여 2013. 2. 25. 승인받았다.

[인정근거] 갑 제2호증의 7, 8, 9, 제3, 15, 24, 28호증, 을 제1 내지 7, 10 내지 18, 24, 25호증의 각 기재, 을 제22호증의 영상, 제1심 법원의 원고 본인신문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직권판단

검사징계법 제23조 에 의하면 검사에 대한 견책의 징계처분은 해당 검사가 소속하는 검찰청의 검찰총장, 고등검찰청검사장 또는 지방검찰청검사장이 하고, 해임, 면직, 정직, 감봉의 징계처분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정직처분의 처분권자는 대통령이다. 다만, 국가공무원법 제16조 에 의하면 공무원이 징계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속 장관을 피고로 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법무부장관을 피고로 하여 대통령의 징계처분취소를 구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법무부장관의 징계처분취소를 구하는 것은 착오에 기한 것으로 보이므로, 대통령의 징계처분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보아 판단한다.

마.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1) 제1, 2 징계사유에 관하여

제1, 2 징계사유는 “공판2부장의 직무상 지시(소외 2 검사로 하여금 구형)에 불응하여 무죄의견을 진술하였고,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시정하여 소외 2 검사가 구형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공판2부장의 직무이전명령이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먼저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의 적법성이 문제되고, 만일 직무이전명령이 위법하다면 백지구형지시에 반하여 한 무죄의견 진술의 적법성이 문제된다. 아래에서는 순차로 그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가) 직무이전명령의 적법성

(1) 직무이전명령의 위임 여부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라고 규정하여 검사의 일반적인 직무에 있어서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검찰청법 제7조의2 제2항 에서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라고 별도로 규정하여 검사 직무의 이전 및 승계에 대한 권한주체를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검사의 교체를 동반하는 직무이전명령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에 의해서만 직접 행사되어야 한다.

다만 검찰청법 제7조의2 제1항 은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직무이전명령 역시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의 권한으로서 법률에 달리 위임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검찰청법 제7조의2 제1항 에 의하여 위임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청법이 2004. 1. 20. 법률 제7078호로 개정되면서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을 규정하였던 검찰청법 제7조 가 개정되어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기되거나 완화되어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으로 바뀌면서 검사의 이의제기권이 신설되었으며, 검사동일체 원칙의 구현 방법으로 규정되어 있던 직무의 위임·이전 및 승계조항이 제7조의 2 로 별도로 규정된 점, 이렇게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기 또는 완화한 검찰청법의 개정취지, 목적, 규정체계 등을 고려하면 상급자의 지휘·감독권에 대응하여 신설된 검사의 이의제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 행사되도록 하고 형해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상급자의 직무이전 승계권의 행사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 및 이유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의 직무이전명령은 구체적인 위임규정이 있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이 아닌 다른 검사가 발령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아닌 공판2부장이 원고에 대하여 직무이전명령을 발하였으므로 아래에서는 그 적법성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위임전결규정’의 적용 가능성

‘검찰근무 규칙’ 제9조(위임전결) 제1항 은 ‘검찰청의 장은 소관사무의 일부를 사무의 내용에 따라 검찰청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위임·전결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이에 따라 제정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위임전결규정’(이하 ‘위임전결규정’이라 한다) 제3조(전결사항), 〈별표 1〉 순번 12는, 부장검사가 부내 직원의 직무분담에 관하여 전결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의 직무분담은 검사들이 담당하는 여러 직무들을 직무의 종류, 내용, 성질에 따라 분류하여 개개의 검사들에게 각각 특정 직무들을 계속적·전문적으로 담당케 하도록 사무를 분담시키는 것으로서 특정 구체적 사건들을 검사들에게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담당하게 될 사무를 일반적· 추상적으로 배분하는 것에 그치고 구체적인 사건을 분담된 직무에 따라 검사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는 것은 별개의 위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직무분담권이 부장검사에 위임되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를 배제하고 다른 검사로 하여금 그 사건을 담당하게 하는 직무이전명령은 직무분담권의 위임만으로는 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

(나) ‘사건배당지침 시달 및 부별배당제 시행청 지정’의 적용 가능성

대검예규인 ‘사건배당지침 시달 및 부별배당제 시행청 지정’(이하 ‘사건배당지침’이라 한다) 제3조(배당의 정의), 제8조(부장검사의 주임검사 지정), 제9조(사건의 재배당)에 의하면, 배당 및 재배당은 검찰청의 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차장검사가 행사하고, 사건별 전담부의 수사가 필요한 사건, 수사지휘 전담부 수사가 상당한 사건, 그렇지 않은 사건도 부별 배당 부담을 균등하게 조정하기 위하여 적절하게 부별로 일괄 배당하고 이렇게 부별 배당을 한 경우 부장검사에 의한 주임검사 지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①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면 검사의 직무와 권한으로 범죄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하여 범죄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를 구분하고 있는데, 사건배당지침은 수사체제 개편의 일환으로 부별 사건배당제를 실시하게 됨을 계기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건배당의 기준을 제시하여 검찰 수사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제1조), 주로 수사부서에 대한 행정규칙으로 보이는 점, ② ‘배당’이라 함은 검찰청의 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차장검사가 직무이전 및 승계 권한을 행사하여 소속 검사를 검찰사건사무규칙 제2편 제1장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검찰청에서 수리한 사건의 주임검사로 지명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인데(사건배당지침 제3조 제1항), 이는 수리된 구체적 사건들을 각 검사의 담당 직무에 맞게 배분함으로써 사건별로 주임검사를 지명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공판부의 경우에는 부장이 위임받은 직무분담권을 행사하여 소속 검사들에 대하여 담당 형사재판부를 배정하면 사건에 따라 주임검사를 지정함이 없이 각 형사재판부 담당 검사가 당해 형사재판부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건들을 담당하여 배당이라는 절차가 별도로 진행되지 않는 점, ③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공안재심사건의 경우 공안부서에서 직관하도록 되어있으나 공안부의 업무과중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간단한 공안재심사건은 해당 재판부를 담당하는 공판 검사가 대신 공판에 관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사무분장의 조정일 뿐 배당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사건배당지침은 수사부 검사에 대한 배당절차를 전제로 하여 제정된 것으로 공판부서에 적용될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설령 사건배당지침이 공판부서에도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사건배당지침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건배당의 기준을 제시하여 검찰 수사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는 점, 사건배당지침 제4조(배당의 기본원리와 배당 준비), 제6조(직접 배당의 기준), 제7조(부별 배당)에 의하면 배당을 함에 있어서 전담·전문성의 원리, 지휘 관련성의 원리, 합리 형평성의 원리, 시의 상당성의 원리를 고려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기본원리를 고려하여 배당하도록 하는 것은 각 검사에게 균형 있는 업무배당이 이루어짐으로써 수사경제 및 업무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함인 점, 배당과 달리 사건의 재배당은 당초의 주임검사가 재배당 대상 사건에 관한 수사 또는 공판관여의 직무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사건배당지침에서의 재배당은 당초 사건을 배당받은 주임검사가 전출, 보직변경, 사고의 발생, 사건 당사자와의 관련성 등으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관련 사건들을 동시에 집중 처리할 필요성이 있는 등 수사 또는 공판 업무 수행의 경제성과 신속성 등 검찰행정의 효율성 또는 업무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검찰청법이 2004년에 개정됨에 따라 검사의 상명하복을 규정하였던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 또는 완화되고, 검사의 이의제기권 규정이 신설되면서 수사와 종국결정에 관하여 주임검사와 결재권자 사이에 이견이 발생할 경우 주임검사의 의견개진권을 보장하고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주임검사의 의견개진권 보장방안’이 마련되고, 그 시행을 위하여 기존의 ‘공소심의위원회 운영에 관한 지침’이 전면 개정되어 ‘수사·공소심의위원회 운영에 관한 지침’이 마련되었다. 이에 의하면 수사절차의 방법, 종국결정 및 공소유지(공소취소, 상소취하 포함)의 적정 여부에 관하여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공판관여검사가 심의를 요청하는 사항의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하고, 각급 검찰청의 장만이 위 의결에 따른 사건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해당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주임검사와 결재권자 사이에 이견이 발생한 경우 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검찰청의 장만이 직무이전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결국 주임검사와 결재권자 사이에 이견이 발생한 상황에서 결재권자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직무이전명령을 수사경제나 업무의 효율성을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사건배당지침에서의 ‘재배당’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은 원칙으로 돌아가 검찰청법 제7조의2 제2항 에 따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에 의하여만 직접 이루어져야 하므로, 공판2부장은 사건배당지침에 따라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의 개별 위임이 있었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의 경우 위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지만 검찰청의 장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사전 위임에 따라 공판2부장이 직무이전명령을 행사할 수도 있다.

먼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사전 승인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공판2부장에게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에 관하여 사전에 그 행사를 위임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공판2부장이 검사장으로부터 사전 위임을 받고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음으로 피고는 검사장의 사후 승인이 있었으므로 공판2부장의 직무이전명령이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직무이전명령에 대한 불복행위를 징계하려면 불복 당시 직무이전명령이 적법하였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지 검사장의 사후 승인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것은 아니다. 검사장의 사후 승인이 있다고 하여 직무이전명령이 소급적으로 적법하게 되어 이에 불복한 행위를 징계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는 불복행위 당시에는 그 불복이 위법한 직무이전명령에 대한 것이어서 적법하고 정당하였다가 검사장의 사후 승인에 따라 불복행위가 소급적으로 위법 부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불복행위의 적법성·정당성 여부가 위법한 직무이전명령에 대한 검사장의 사후 승인 유무에 달린 것이 되어 징계대상자의 지위가 극히 불안하게 될 것일 뿐만 아니라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을 금지하는 헌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원고가 공판2부장의 직무이전명령을 따르지 않고 소외 1 재심사건에서 무죄의견을 진술할 당시에는 공판2부장의 직무이전명령이 위임을 받지 않고 이루어져 위법하였던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검사장의 사후 승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판2부장의 직무이전명령을 불복한 행위에 대하여는 징계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소결론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한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원고는 계속 종전과 마찬가지로 소외 1 재심사건에 관한 검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는 소외 1 재심사건의 담당검사로서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시정하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므로, 공판2부장의 직무이전명령이 적법함을 전제로 한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나) 백지구형의 적법성

(1)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에 의하면 검찰사무에 있어 검사는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가 있으므로, 구형에 관하여도 상급자인 공판2부장의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한편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도 동시에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의무를 부담하는 검사가 따를 의무가 부여되는 상급자의 지휘·감독은 적법하고 정당한 것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2) 형사소송법 제302조 는 “피고인 신문과 증거조사가 종료한 때에는 검사는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검사에 대하여 의견 진술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3호 는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검사의 직무와 권한으로서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를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 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검찰 구형 및 항소에 관한 업무 지침’(이하 ‘구형지침’이라 한다) 제8조는 “검사가 구형을 함에 있어서는 죄에 상응하는 형을 구형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지침 제17조는 검사가 법정에서 구형 의견을 진술함에 있어 점구형시에는 “...점을 고려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범주구형시에는 “...점을 고려하여 징역 1년에서 징역 1년 6월 사이의 형을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방식으로 의견을 진술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형사소송법이 검사가 불출석한 경우에도 법원이 형사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이 형사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함에 있어서 검사의 의견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거나 검사의 의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의무와 ‘법원에 대하여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할 권한이 있고, 이러한 직무 권한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이상(검사윤리강령 제2조), 검사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등에 따라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무죄 여부 및 무죄일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 달라는 의견을, 유죄일 경우 그 죄에 상응하는 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법적인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런데 ‘법과 원칙에 의한 판단’을 구하는 백지구형은 사실과 법률 적용에 관하여 법과 원칙에 부합하는 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고, 유무죄 여부 및 적정한 형의 정도에 관하여는 의견을 진술하지 않거나, 의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하여 검사로서의 의견을 진술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이 예정하고 있는 적법한 의견 진술이나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는 이러한 백지구형이 공소취소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무죄의 심증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정책적으로도 과거 검찰 및 법원의 판단을 지금의 기준에서 오류였다고 현재의 검찰 단계에서 단정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적법한 구형에 해당하고 그 정당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검사에 대하여 의견진술의무를 부여함으로써 검사로 하여금 형사재판에 있어서 결심에 이르기까지 유무죄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여 진술하도록 의무지운 것이므로, 비록 이러한 검사의 의견진술의무 규정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의 효력에 관하여 별다른 규정이 없는 점, 조문의 형식 및 내용, 관련 규정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직무상 훈시 규정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공소 제기 및 유지의 권한과 책임이 있는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서는 이를 준수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취지와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과 구형지침에 따라 공소사실에 관하여 형성된 심증에 기하여 ‘무죄의견’을 진술하여 형사소송법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로서의 의무와 직무를 적법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원고에게 공판2부장이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백지구형을 하도록 한 것은 원고가 무죄의견을 진술함에 있어 신중하게 참작할 수는 있으나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없는 상급자의 권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소정의 지휘 또는 감독에 따라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는 소속 상급자의 적법한 지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원고가 이러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취지와 목적에 어긋난 공판2부장의 백지구형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

(3) 한편 구형지침 제16조(구형의 변경) 제1항은 “공판관여검사는 수사검사가 구형한 형량을 지켜 구형을 하여야 한다. 다만 공판과정에서 합의,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 등 사정변경이 있어 구형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별지 2. ‘구형변경의견서’를 작성하여 내부결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판부 소속 검사가 법정에 출석하여 구형하는 업무는 검사의 고유권한이며, 공판검사에게도 구형에 관한 재량권이 존재하는 점, 이와 같은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구형지침은 구형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고 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실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 점, 공판관여검사보다 수사검사의 구형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직접 수사한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의 피고인의 태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 피해자들의 상황, 적용법률 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데, 공안1부 소외 4 검사는 수사승계검사에 불과하여 소외 1 재심사건의 수사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였던 점, 소외 4 검사는 백지구형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정에서 진술할 의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점, 이에 대하여 공판관여검사인 원고가 ‘무죄의견 진술’을 주장하며 공판2부장과 2차장에게 결재를 받기 위해 ‘구형변경 의견서’를 제출하였으나 공판2부장으로부터 백지구형을 지시받았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이의제기권을 행사하자 공판2부장은 앞서 본 것과 같이 권한 없이 부적법한 직무이전명령을 하였던 점 등 구형지침의 목적과 규정의 내용, 원고가 ‘무죄의견 진술’을 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비추어볼 때, 원고가 비록 구형지침에 따른 구형변경에 관한 내부결재를 받지는 못하였으나, 수사검사의 백지구형 의견은 사건에 관하여 법적으로 의미 있는 의견이 없다는 것이어서 적법하지 않으므로 무죄의견을 진술하겠다는 원고의 의견이 구형지침에 따른 구형변경에 관한 결재의 대상인지 여부도 의문이 들 뿐만 아니라, 원고로서는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의견진술의무와 검찰조직원으로서의 절차에 따라야 할 의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검사의 의무를 우선하여 무죄의견을 진술한 것이므로 이와 같은 구형지침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죄의견을 진술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4) 따라서 원고가 공판2부장의 백지구형 지시에 따를 의무가 없는 이상 원고가 소외 1 재심사건의 공판관여검사로서 무죄의견을 진술한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

2) 제3 징계사유에 관하여

가) 검사징계법 제2조 제3호 에서 '직무의 내외를 막론하고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검사에 대한 징계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가 검사 본인은 물론 검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검사로 하여금 직무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사적인 언행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도록 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도록 하자는 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어떠한 행위가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규정 취지를 고려하여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건전한 사회통념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7704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① 대내적 의견 표명에 대한 제한: 검사윤리강령 제21조는 ‘검사의 직함을 사용하여 대외적으로 수사 등 직무 관련 사항에 관한 내용이나 의견을 기고·발표하는 등 공표하는 경우’에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을 뿐, 대내적인 의견 표명에 대하여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 ② 검찰 내부게시판(이프로스)의 성격: 검찰 내부게시판은 검사 등 검찰 구성원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 등 소통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므로 내부 구성원에게만 공개되고, 원고 역시 내부 게시목적으로 글을 작성한 점, ③ 외부 유출에 대한 원고의 책임: 원고가 해당 글을 외부로 유출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원고가 주변인 외에 다수의 검찰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내부게시판 이용 외의 다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려운 점, 백지구형이나 무죄의견 진술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관하여 다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 내에서 견해의 대립은 당연하고, 의견의 대립은 합리적인 설득 과정을 통해 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 ④ 문구나 내용: ‘징계청원’이라는 제목 하에 절차위반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무죄의견 진술을 결심하게 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중립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표현한 점, 원고가 무죄의견 진술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백지구형이 … 공익의 대변자인 검사의 구형인지 납득할 수 없다.”라고 하거나, “과거사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재검토되는 전기가 마련된다면, 하여 검찰이 재심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 있어 일관되게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하게 된다면 검사로서 제가 할 도리를 한 것 같아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등 다소 비판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자극적이거나 용인할 수 없는 수위라고 볼 수 없는 점, ⑤ 표현의 자유: 검사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헌법 제21조 에 따른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고, 의견 공표로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였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해당하므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의견 공표의 경위 및 방법, 구체적인 표현 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글을 게시한 행위가 검찰 조직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여 검사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제4 징계사유에 관하여

안전행정부예규인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의하면, 공무원은 휴가시 근무상황부 또는 근무상황카드에 의하여 소속기관의 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사전에 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1일 근무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3시까지로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고, 반일연가는 14:00를 기준으로 오전·오후로 구분한다.

그런데 원고는 무죄구형 후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고 법원에 머무르다가 12:00경 퇴근한 점, 무단이탈이 문제되자 뒤늦게 사후승인을 받은 것에 불과한 점, 사후승인은 급박한 사정이나 상급자의 결재를 받을 수 없어 사전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4:00 이전에 퇴근한 행위는 근무시간 위반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바.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판단

1)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다.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 징계권의 행사가 임용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여도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에,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6951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① 당초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주된 징계사유로 삼았던 제1, 2, 3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② 제4 징계사유의 경우 원고가 근무시간을 위반하여 퇴근하였다는 것이나 위반시간이 1시간 정도에 불과하고 당시 원고가 재판을 진행할 사건이 있지 아니하여 이로 인한 피해가 없었으며, 사후에 외출신청을 하여 결재가 이루어지는 등으로 그 비위 정도가 경미한 점, ③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 제4조 [별표1]에 의하면, 정직의 처분은 직무관련성이 없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500만 원 이상의 금품·향응수수, 300만 원 이상의 공금횡령·유용, 피의사실 공표, 영장발부 상황 누설 등 수사기밀 유출의 경우, 직무상 가혹행위(상해, 모욕, 폭언, 욕설, 폭행 등)행위로 불구속 구공판된 경우, 사건관계인, 미성년자 대상 및 직위이용으로 구약식된 성풍속 행위, 폭력행위로 불구속 구공판된 경우,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된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고,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2조 [별표1] 징계기준에 의하면, 복종의무위반, 직장이탈금지위반에 의한 정직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근무시간 위반이 금품·향응수수와 동일한 정도의 비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④ 원고는 2007. 12. 31. 광주지방검찰청에 근무할 당시 2007년도 공판 활동 실적 우수 등으로 검찰총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고, 우수 여성검사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발령되는 등 검사로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 온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그 비위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민중기(재판장) 유헌종 김관용

주1)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의 오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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