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8.2.13.선고 2017도19537 판결
사기
사건

2017도19537 사기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U(국선)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D, V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7. 11. 3. 선고 2016노4030 판결

판결선고

2018. 2. 1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자동차 관련 부품 회사인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이다.

피고인은 2008. 4. 11.경부터 2008. 6. 13.경까지 피해자 F으로부터 일시적인 운영자

금 부족을 이유로 8억 7,000만 원을 빌려 3억 500만 원을 변제하고 나머지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E 소유의 화성시 G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및 위

토지 위의 신축 공장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담보로 대출받아 위 차용금

을 변제하기로 약속하였다.

하지만 피고인은 2007. 8. 10.경까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10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72억 5,000만 원을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상황에서,

2008. 5.경 추가 대출을 위해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에 대해 한국감정원에 감정을 하였

으나, 2008. 5. 29.경 감정평가에서 이 사건 토지는 65억 49,060,000원, 이 사건 건물은

35억 28,948,000원 합계 100억 78,008,000원으로 평가되었다.

나아가 중소기업은행은 2008. 6. 16.경 기존 대출금 72억 5,000만 원을 담보하기 위

해 이 사건 토지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건물에 대해서도 채권최고액 110억 원의 근저당

권을 공동담보로 설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E의 매출처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파업 장기화로 매출도 줄어

들어 추가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08. 8. 26.경 피해자에게 "이 사건 건물이 깨끗하기 때문에 담

보 대출이 가능하다. 이 사건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아 빌린 돈을 모두 갚겠다."라는 취

지로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8. 8. 26.경 2억 7,000만 원을 E 명의

계좌로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적어도 피해자에게 차용금을 변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차용금을 편취한 사

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

죄를 선고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유죄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

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

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

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참조).

(2)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E은 신축공장 부지 용도로 이 사건 토지를 52억 원에 매수하여 2007. 8. 10.

경까지 중소기업은행에게 채권최고액 합계 110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합계

72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으며, 이 사건 건물이 신축되자 2008. 6. 16.경 이 사건 건

물에 관하여 위 대출금을 담보하기 위해 채권최고액 합계 110억 원의 근저당권을 공동

담보로 설정하여 주었다.

② E은 2008. 8. 무렵 우리은행에 250억 원의 대출을 신청하였는데(피고인은 우

리은행에 신청한 대출은 그 대출금으로써 주거래은행인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대출금을

전부 상환하고 우리은행을 새로운 주거래은행으로 하는 형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시 우리은행의 의뢰로 대화감정평가법인에서 감정한 2008. 9. 8. 기준 E의 담보물에

대한 평가액은 150억 4,600만 원가량으로, 그중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이 105억 2,200만

원가량, 기계설비가 45억 2,300만 원가량이다.

한편, E은 2008. 9. 24.경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는데, 위 신청 당시 이 사건 토

지와 건물 및 기계설비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원금은 87억 5,000만

원가량, 채권최고액은 129억 5,000만 원으로 보이는데, 위 각 금액은 위 대화감정평가

법인의 담보물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이다.

③ E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의 협력업체로서, 2006년도 매출액은 273억

원가량이고, 2007년도의 경우 대략적으로 매출액 290억, 매출총이익 39억 원, 영업이

익 21억 원, 당기순이익 9억 원가량이며, 2008년도 매출액은 251억 원(상반기 176억

원, 하반기 75억 원)가량이었다.

E은 2008. 6.경 발생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파업으로 인해 매출액이 급감하

여 재정상태가 악화되었으나,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2014년도 매출액이 231억 원가량

에 이르는 등 매출규모는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④ E이 2008. 6.경 중소기업은행에 신청한 추가대출 및 2008. 8.경 우리은행에

신청한 대출은 모두 무산되었으나, 당시 E의 대출신청의 내용과 대출무산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반면 피고인이 원심에서 제출한 P 작성의 진술서에는 "2006. 1.부터 2008. 1.까지 중

소기업은행 T지점 지점장으로 근무하였다. 피고인의 대출 상담 시 E의 공장신축자금과

기계설치 등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40억 원 이상의 추가대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

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파업으로 E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어 대출이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2008. 9. 15.경 발생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기존여신에 대한 사

후관리 및 신규대출 심사가 강화되었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또한 원심 증인 N

은 "2004. 8.경부터 2007. 7. 18.까지 중소기업은행 T지점에서 근무하면서 E의 대출업

무를 담당하였다. 공장용지를 취득한 기업이 신축공장에 대하여 추가담보대출을 받는

경우가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으로 인해 추가대출이 중단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⑤ 피고인이 2007. 7.경부터 2008. 9.경까지 허위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중소기

업은행을 기망하여 대출금을 편취하였다는 사실로 처벌받은 사실은 있으나, 위 대출금

은 담보대출과 무관하여 이 사건 차용금 지급 당시 담보대출이 가능한지 여부와 직접

관련이 없다.

⑥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건물이 깨끗하기 때문에 담보 대출이 가능하

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을 주된 담

보물로 하여 추가대출을 받은 사실이 없어 대출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일 뿐 근저

당권이 전혀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6년가량 경과한 2015, 3. 무렵 피고인을 고소하면서도

피고인이 위와 같이 말하여 속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지 않다가 피고인에 대한 검찰 2회

조사에 이르러 비로소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이 깨끗하여 담보대출이 가능하므로 대

출을 받아 변제하겠다고 말했다" 라는 취지로 진술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담보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으로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받기

로 하였을 뿐, E으로부터 직접 담보권을 설정받는 조건으로 위 차용금을 지급한 것은

아니다.

(3)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토지와 건물 및 기계설비를 포함한

E의 담보물, E의 매출규모와 사업내용 등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이 사건 차용금 지급

당시 E이 중소기업은행이나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것을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또한 피해자는 담보대출에 제약이 없다면 이 사건 건

물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지와 무관하게 이 사건 차용금을 지급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어 피해자가 이 사건 건물에 아무런 담보가 설정되어 있지 않음을 전제로 이 사건

차용금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심이 든 사정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

차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리먼브러더스 사태까지 발생하는 바람에 대출이 무산되어 결

국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한 채 회생절차 개시신청에 이르게 되었고, 이 사건

건물에 근저당권이 전혀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로 피해자를 속인 것이 아니다"라

는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

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민유숙

대법관김창석

주심대법관조희대

대법관김재형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