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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서부지방법원 2007. 1. 23. 선고 2006노698 판결
[명예훼손][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종민

변 호 인

변호사 조병훈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설교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고, 가사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거나 당시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없었으며, 그 설교의 내용이 외부로 전파될 가능성이 없어 공연성도 없었고, 그 설교의 내용은 종교적 면에서 본 교리비판의 표현으로서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의 기본권에 비추어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명예훼손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2. 판 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5. 5. 11. 11:00경 경기도 용인군 양지면 소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100주년 기념관 채플실에서, 1,2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위 대학 교수이자 목사로서 예배를 인도하면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이름 생략)교회 목사인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하여 ‘ (이름 생략)교회 공소외 1은 이단 중에 이단입니다. 그는 피가름을 실천에 옮겨야 된다고 가르치는 사람, 그것도 비밀리에 가르치고 있습니다’ 라고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라고 함에 있다.

나. 기초사실

원심이 적법히 증거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산하 총신대학교에서 역사신학을 전공, 담당하는 교수 겸 목사인 사실, 피고인은 위 대학교 신학대학원의 2005년도 1학기 경건예배 수업의 일환으로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대학원생 1,200명을 대상으로 신약성서인 갈라디아서 중 다른 복음, 즉 초기 기독교의 복음인 사도바울이 행한 복음과 다른 내용으로 변질된 복음의 위험성에 대하여 강의를 겸한 설교를 하면서, “최근 우리 교단이 (이름 생략)교회를 어느 노회에서 받아주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통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해에 우리 교단이 한국 교회가 다 이단이라고 하는 ‘ (교파명 1 생략)’을 영입하려고 했을 때 제가 앞장서서 칼을 든 사람 중의 한사람으로서 ‘ (교파명 1 생략)’보다도 더 악질적인 (이름 생략)교회를 받아들인다고 했을 때 저는 그 비애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름 생략)교회 공소외 1은 이단 중에 이단입니다. 그는 피가름을 실천에 옮겨야 된다고 가르치는 사람, 그것도 비밀리에 가르치고 있습니다.” 라고 하고 뒤이어 (교파명 1 생략), (교파명 2 생략), (교파명 3 생략), (교파명 4 생략)가 주장하는 교리의 위험성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였지만 공소사실이 적시한 위와 같은 말 외에 공소외 1이 주장하는 교리의 내용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수사기록 6 내지 25쪽, 특히 공소사실 부분은 수사기록 14쪽).

다. 피고인이 “ 공소외 1은 이단 중에 이단입니다” 라고 말한 부분에 관한 판단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등 참조),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단자’라 함은 ‘종교의 정통 교리에 어긋나는 이론이나 행동을 주장하거나 행동하고 믿는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의 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 공소외 1은 이단 중에 이단이다” 라고 말을 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의 교리 중 어느 교리가 정통 교리이고 어느 교리가 정통 교리에 배치되는 교리인지 여부는 결국 교단을 구성하는 대다수의 목회자나 신도들이 평가하는 관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서 사실문제가 아닌 가치평가문제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인바, 이와는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다른 사실적시 부분의 보충적인 적시로 본 원심의 판단은 명예훼손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라. 피고인이 “ 공소외 1은 피가름을 실천에 옮겨야 된다고 가르치는 사람, 그것도 비밀 리에 가르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 부분에 관한 판단

(1) 형법 제307조 제2항 을 적용하기 위하여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757 판결 등 참조), 여기에 이 사건과 같은 종교적인 교리에 관한 분쟁이 전제가 되는 경우에 있어서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명예훼손행위의 상대방, 즉 피전파자의 범위와 신분 및 피해자의 신분도 중요한 고려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형사재판의 대원칙, 즉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다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2) 우선 이 부분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 공소외 1은 피가름을 실천에 옮겨야 된다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라고 말을 하였다”는 부분이 허위사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공소외 1이 주장하거나 설교하고 있는 교리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말만 하였고, 그 대상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총회신학교 신학대학원 학생 1,200명이며, 공소외 1 역시 대한예수교장로회의 교리를 따르는 목사인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이고, 여기에 고소인 공소외 1의 이 사건 고소의 취지는 공소외 1은 혼음교리인 피가름의 교리를 주장하거나 설교한 적이 없는데도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마치 공소외 1이 혼음교리인 피가름의 교리를 가르치는 것으로 대학원생들에게 허위의 사실을 설교하였다는 것이므로,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의 쟁점은 ‘ 공소외 1이 피가름의 교리를 주장하거나 설교한 사실’이 있는지(기독교,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입장에서) 여부라고 할 것인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공소외 1이 피가름의 교리를 주장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공소외 2의 경찰에서의 각 진술, 감정인 공소외 3, 공소외 4의 각 감정서(공판기록 360쪽 이하, 388쪽 이하)의 각 기재는 증인 공소외 5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감정인 공소외 6 외 3인,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공소외 5 작성의 각 감정촉탁 회신서 및 감정서(공판기록 346쪽 이하, 352쪽 이하, 356쪽 이하, 368쪽 이하), 당원의 촉탁에 의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감정인 공소외 7) 작성의 감정사항답변서 및 추가답변서의 각 기재에 비추어 이를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다음 이 부분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 공소외 1이 비밀리에 가르치고 있다’ 라고 말을 하였다”는 부분이 허위사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위 (2)항에서 살펴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의 쟁점은 ‘ 공소외 1이 피가름의 교리를 자신이 목회를 담당하고 있는 (이름 생략)교회를 넘어 기독교 제종파나 대한예수교장로회 전체를 대상으로 주장하거나 설교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라고 할 것인바, 이에 부합하는 공소외 2의 경찰에서의 진술은 피고인이 제출한 증 제4호(설교녹취록, 특히 수사기록 114, 117쪽), 증 제19호(신문광고, 공판기록 83쪽)의 각 기재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마.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사실의 적시인 부분은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명예훼손죄에 있어 사실의 적시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법원이 공소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이에 포함되고 이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에게 일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하더라도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지 아니한다).

바. 여 론

우리 헌법 제20조 제1항 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종교의 자유에는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를 선전하고 새로운 신자를 규합하기 위한 선교의 자유가 포함되고 선교의 자유에는 다른 종교나 종교집단을 비판하거나 다른 종교의 신자에 대하여 개종을 권고하는 자유도 포함되는바, 종교적 선전, 타 종교에 대한 비판 등은 동시에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이나, 그 경우 종교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20조 제1항 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21조 제1항 에 대하여 특별 규정의 성격을 갖는다 할 것이므로 종교적 목적을 위한 언론·출판의 경우에는 그 밖의 일반적인 언론·출판에 비하여 보다 고도의 보장을 받게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9. 6. 선고 96다19246, 19253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과 같이 교리의 정통성 여부가 분쟁의 가장 큰 쟁점이 된 사안에 있어, 그 위법성의 판단은 가급적이면 종교적 관점에서 그 종교나 종교집단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몫으로 돌려야 함이 상당하고, 일반 사건과 같이 사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함은 되도록 자제함이 상당함을 아울러 밝힌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에서 기재와 같은 바, 위 제2의 다, 라, 마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박재필(재판장) 김종우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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