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고합886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독직폭행)
[인정된 죄명: 독직폭행]
피고인
A
검사
명점식(기소), 배용찬, 진정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에이원
담당변호사 이종윤, 김희재
판결선고
2021. 8. 12.
주문
피고인을 징역 4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범 죄 사 실1)
피고인은 E지방검찰청 형사1부 부장검사로 근무하면서 F언론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주임검사로서 G기관 연구위원인 피해자 H(47세)을 위 사건의 공범으로 특정하여 피해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 2020. 7. 22.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카카 오톡 및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피고인은 2020. 7. 29. 11:20경 I에 있는 G기관 J분원 K호에 있는 피해자의 G기관 사무실에 이르러, 위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수사팀 소속 검사인 L 등과 함께 위 사무실로 들어가 그 곳 소파에 L, 피해자와 함께 앉았다. 피해자는 L으로부터 제시받은 압수수색영장을 열람하다가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하면서 변호인과의 휴대전화 통화를 요청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였다.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비밀번호를 누르자, 이를 본 피고인은 갑자기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일어서서 피해자에게 급히 다가가 휴대전화를 뺏으려고 손을 뻗었다. 이에 피해자가 반대편으로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뺏기지 않으려는 동작을 취하자, 피고인은 휴대전화를 잡기 위해 피해자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킨 채로 계속 팔을 뻗었다. 피고인은 자신의 몸에 눌린 피해자가 "아, 아"하면서 아프다는 소리를 내었음에도 계속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였고 피해자의 몸이 피고인의 몸에 눌린 상태로 두 사람이 함께 소파 옆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 사건 압수영장을 집행하는 검사로서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위와 같이 형사피의자인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증인 M, N, L의 각 법정진술
1. 증인 H의 일부 법정진술
1. O, P, Q, R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Q, R의 각 확인서
1. 각 녹취서
1. 압수수색영장 사본
1. 각 수사보고[(출장면담 보고), (증거인멸 시도주장 관련 기술적 내용 확인), (캠코더 외부메모리 영상녹화 주요내용 보고), (텔레그램 암호설정 방식확인), (피의자 H휴대전화 유심칩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 결과 사본), (피의자 H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보안설정 방법 확인 사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징역형에 대하여, 아래 양형의 이유 중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 참작)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유형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피해자가 증거인멸 시도를 하고 있다는 주관적 판단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인신구속 과정 뿐만 아니라 강제수사인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피압수자의 신체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인의 행동에 대하여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압수할 물건이 들어있는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다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처음부터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려던 것은 아니었던 점, 유형력 행사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오랜 기간 검사로서 성실하게 근무한 점, 피고인에게 이전에 아무런 처벌전력이 없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하여 징역형에 대하여는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한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검사는 형법 제125조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2 제1항을 적용하여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형법 제125조는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의 "그 직무"는 조문의 규정체계상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형법 제125조를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 외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등 가혹행위까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확장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 위 처벌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
나. 독직폭행죄에서의 폭행은 일체의 유형력 행사를 포괄하는 개념이 아니라 직무수행에 불필요하거나 직무범위를 벗어난 폭행을 의미하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독직폭행죄의 폭행에 해당하지 않고, 그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
다. 가사 피고인의 행위가 형식적으로 독직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압수영장의 정당한 집행을 위한 것으로서 법령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2.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이 인정된다.
가. 제1차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 F언론 S 기자와 피해자의 강요미수 범행 공모 여부를 수사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하 '제1차 압수수색영장'이라 한다)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피고인은 2020. 6. 16. 직접 피해자가 근무하는 부산고등검찰청 사무실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였다(피고인은 제1차 압수수색영장 집행 당시에는 휴대전화 본체만 압수하고 유심칩은 피해자에게 돌려주었다). F언론 사건의 수사팀은 위와 같이 압수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대해 E지방 검찰청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시도하였으나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하여 저장된 정보의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수사팀은 피해자에게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 측은 이를 거부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새로운 휴대전화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나.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발부
1) 제1차 압수수색영장 집행 이후 2020. 7. 21. 피해자는 E지방검찰청에 피의 자신문을 위해 소환되었다. 당시 피해자를 조사실로 안내한 수사관은 피해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들어 얼굴 앞으로 대고 마스크를 내려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위 수사관은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휴대전화 잠금 해제 방식으로 페이스 아이디(안면인식을 통한 잠금 해제 기능으로, 휴대전화에 얼굴을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휴대전화 잠금이 해제된다)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보고하였다.
2) F언론 사건 수사팀은 피해자가 새로운 휴대전화에 끼워 사용하는 유심칩을 확보하면 피해자가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으로 S와 통신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법원에 피해자의 휴대전화 유심칩, 텔레그램 및 카카오톡 내용 등을 압수할 물건으로 하는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0. 7. 22. 유효기간을 2020. 8. 5.까지로 하는 압수수색영장(이하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이라 한다)을 발부하였다.
3)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이 ① [유심칩 관련] H에 대한 제1차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통해 확보한 아이폰 11에 삽입되어 있었던 유심칩 및 H이 제1차 압수수색영장 집행 후 새로 취득한 휴대전화에 삽입하여 사용 중인 유심칩 ② [텔레그램/카카오톡 관련] H의 휴대전화번호를 이용하여 인증한 H 텔레그램/카카오톡 계정과 관련하여, 텔레그램/카카오톡 서버에 저장된 2020. 2. 1.경부터 2020. 7. 20.경까지의 백업 파일 중 본건 범죄사실과 관련 있는 대화 목록, 문자메시지 등 대화 내용, 첨부파일(사진, 동영상, 녹음파일, 문서 등) 일체(단, H과 그의 변호인이 주고받은 자료는 제외)로 기재되어 있다. 압수수색 방법은 텔레그램의 경우 "텔레그램 PC 버전의 로 그인 입력 창에 H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번호로 개통된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하여 텔레그램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를 PC로 다운로드 받거나 대화창 등을 캡처함", 카카오톡의 경우 "카카오톡 비밀번호 재설정 웹페이지에서 H의 휴대전화번호, 닉네임(성명), 위 번호로 개통된 휴대전화로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 등의 방법으로 전송된 인증번호 등을 단계별로 입력하여 비밀번호를 재설정한 후, 카카오톡 PC 버전으로 접속하여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PC로 다운로드 받거나 대화창 등을 캡처함"으로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은 피해자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한 후 이를 미리 준비한 별도의 휴대전화 공기계에 꽂고, 위 공기계를 통해 인증번호를 받아 텔레그램 및 카카오톡 PC 버전에 접속하여 범죄사실과 관련된 일정기간(2020. 2. 1.~ 2020. 7. 20.) 동안의 대화 목록, 문자메시지 등의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피고인을 비롯하여 수사팀에 소속된 검사들과 포렌식 수사관들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 집행 전날인 2020. 7. 28. 위 압수수색 집행방법을 시연하였다.
다.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제시와 열람
1) 피고인을 비롯한 수사팀 6명(L 검사, N 수사관, M 수사관, Q 수사관, R 수사관)은 2020. 7. 29. 11:00경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G기관에 도착하였다. 수사팀이 피해자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피해자는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가려다가 수사팀과 마주쳤고, 수사팀과 함께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피고인과 L 검사는 피해자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러 왔다"고 고지하였다.
2) 그 후 사무실 내 소파 앞 탁자를 사이에 두고 한편에는 피해자가, 맞은편에는 피고인과 L 검사가 의자에 앉았고, L 검사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건네주면서 영장을 열람하게 하였다. N 수사관이 피해자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열람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하자, 피해자는 "초상권 침해다, 영장에 나의 신체를 촬영할 수 있게 되어 있느냐, 법령에 근거가 있느냐" 등의 말을 하면서 N에게 사진 촬영을 중단할 것과 촬영한 사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였다. 사진촬영이 제지당하자 N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 진행상황 보고를 위해 당시 상황을 필기로 기록하였다. 이후 뒤늦게 압수수색영장 집행 현장에 도착한 M 수사관이 사전에 지시받은 대로 캠코더를 이용하여 피해자가 영장을 열람하는 장면을 촬영하자 피해자는 "아니 지금 이거 뭐하자는 거에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라고 하면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었고, 이에 피고인이 M에게 손짓으로 촬영을 중단하라고 지시하여 캠코더 촬영도 중단되었다.2)
3) 피해자는 휴대전화를 탁자 위 자신의 왼쪽 앞에 올려놓고 메모지와 펜을 가져와 메모를 하면서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열람하던 중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변호인 참여를 위해 변호인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하였고, 피고인은 이를 허용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잠시 후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하였다.
라. 피고인과 피해자 간 물리적 접촉
피고인은 사전에 보고받은 것과 달리 피해자가 페이스 아이디로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피해자가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내용 삭제 등 증거인멸을 위하여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일어서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피해자에게 급히 다가갔다.3)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휴대전화를 뺏으려고 손을 뻗자 피해자는 앉은 상태에서 몸을 뒤로 젖히고 반대편으로 휴대전화를 든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뺏기지 않으려는 동작을 취했다. 피고인은 계속 휴대전화를 잡기 위해 피해자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밀착시킨 채로 팔을 뻗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몸에 눌리게 된 피해자는 "아, 아"하면서 아프다는 소리를 냈다. L 검사는 피고인과 피해자에게 "조심하십시오, 다치십니다"라고 말하였고, 결국 피고인의 몸이 피해자 위로 밀착되어 겹쳐진 상태에서 무게중심이 비스듬히 아래로 쏠리면서 두 사람은 함께 소파 옆 바닥으로 '쿵'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몸이 겹친 상태에서 함께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계속 빼앗으려고 하였다. 피고인의 지시로 M수사관이 피해자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집어 탁자 위에 올려놓은 다음 피고인과 피해자는 각자 바닥에서 일어났고 물리적 접촉도 종료되었다.
마. 물리적 접촉 이후의 상황
1) 위와 같은 물리적 접촉이 종료된 후에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항의하다가 G기관 실무관 O을 불러 자신의 왼쪽 팔 하박 부위의 긁힌 자국을 사진 촬영하고, 이후의 상황도 동영상으로 촬영하게 하였다. L 검사도 M 수사관에게 캠코더 촬영을 지시하였다. 물리적 접촉이 있은 직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 언쟁하였다.
2) 피해자는 자신의 휴대전화 잠금장치가 페이스 아이디로 되어 있는지 비밀번호로 되어 있는지 어떻게 아냐고 피고인에게 항의하였고, 아래와 같은 휴대전화 화면을 포렌식 담당 수사관에게 보여주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는 비밀번호로 잠금 해제하게 되어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포렌식 담당 수사관은 위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한 후, 처음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다가 켤 때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패턴을 입력해야 하지만 그 후에는 페이스 아이디가 설정되어 있으면 페이스 아이디로도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L 검사는 피해자에게 휴대전화 전원을 껐다가 처음 켠 상태인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는 이를 거부하였다. 물리적 접촉이 있은 직후 피고인이 확보한 피해자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와 함께 가로로 긴 형태의 비밀번호 입력창이 떠 있었다.
3) 피해자는 피고인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신을 폭행하였다고 하면서 책상에 앉아 피고인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하였고, 폭행의 가해자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수 있냐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피고인의 압수수색에 응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후 압수수색영장 집행 절차가 중단된 상태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피해자의 변호인에게 연락을 시도하여 몇 차례의 연결시도 끝에 통화를 하였다. 그 후 피해자의 변호인은 압수수색영장 집행 장소에 도착하여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열람하였다. 피해자와 변호인은 피고인이 위법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하였다고 지속적으로 항의하였고, 피고인은 L 검사에게 "나는 압수수색에서 빠지겠다. 나머지 절차는 장검사가 진행해라"고 이야기한 후 현장을 떠났다.
4) 피고인이 떠난 후 T 부부장검사가 현장에 도착하여 피해자 측과 향후 압수수색절차의 진행에 대해 논의하였다. 피해자 측은 "피고인에게 폭행을 당했고 위법한 압수수색이기 때문에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 나머지 절차는 알아서 진행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휴대전화에서 유심칩을 뺀 후 휴대전화만 가지고 퇴실하였다. 수사팀은 피해자가 퇴실한 후 G기관 직원을 참여하게 하고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대로 피해자 휴대전화의 유심칩을 공기계에 삽입하여 텔레그램 및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였다. 영장 집행 결과, 텔레그램은 피해자가 설정한 2단계의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여 대화내용을 확인하지 못하였고, 카카오톡은 접속에는 성공하였으나 영장에 기재된 범위 내의 대화내용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수사팀은 압수할 물건을 발견하지 못하고 G기관 직원에게 압수수색증명서 등을 교부한 후 압수수색 절차를 종료하였다.
3. 구체적 판단
가. 독직폭행죄의 구성요건인 '직무' 및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1) 형법 제125조는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법 제125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가중처벌 규정이 존재한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2 제1항, 제2항). 여기서의 '직무'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인 체포나 구속에 한정되어,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는 독직폭행죄로 규율할 수 없는 것인지 살펴본다.
독직(瀆職)의 사전적인 의미는, '공무원이 지위나 신분을 남용하여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우리 형법 체계에 비추어 보면, 독직폭행죄는 형법 제7장의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는 공무원이 주어진 의무에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국가기능의 공정성을 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이 규정하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는 ① 직무위배죄(직무유기죄, 피의 사실공표죄, 공무상 비밀누설죄), ② 직권남용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직권남용체포 감금죄, 독직폭행·가혹행위죄, 선거방해죄), ③ 뇌물죄(뇌물수수죄, 사전뇌물수수죄, 제3자뇌물수수죄 등)로 대별된다. 독직폭행죄는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공무원의 신분으로 형사피의자 등을 폭행하는 죄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중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즉, 독직폭행죄는 인신구속을 담당하는 공무원 등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형사피의자에게 부당하게 폭행 기타 가혹행위를 가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형사피의자 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형사사법의 적법성과 공정성 그리고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은,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라고 하는 형법 제125조의 규정 형식상 위 조항에서의 '그 직무'는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에만 한정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조항에서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는 독직폭행죄의 행위주체, 즉 행위자가 행위시에 위에서 열거된 지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독직폭행죄의 신분범적 성격을 규정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압수수색과 같은 대물적 강제처분의 과정에서도 강제처분의 최종적 목적인 압수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당해 압수물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가 수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 제120조 제1항 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조항은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압수 수색 또는 검증에도 준용되고 있다. 따라서 압수수색영장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영장집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물리력 행사는 압수수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압수수색과 같은 대물적 강제처분을 하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부당하고 자의적인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규율할 필요성 또한 크다. 또한 형법 제125조의 문언상 독직폭행죄의 행위주체로 규정된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는 앞에 열거된 재판, 검찰, 경찰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행위주체를 포괄하는 표현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를 근거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상황은 독직폭행죄의 규율대상이 아니라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3) 한편 독직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형법 제260조 제1항에서 규정한 폭행죄의 '폭행'과 같은 개념으로 사람의 신체에 대한 물리적 유형력의 행사를 뜻한다(헌법재판소 2015. 3. 25. 선고 2013헌바140 결정). 피고인은 형법 제125조에서의 '폭행'이란 일체의 유형력 행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범위를 벗어난 폭행만을 의미하고, 직무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유형력 행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형법 제125조는 검찰 등이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즉 직무수행의 기회에 형사피의자 등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폭행이 직무와의 내용적 관련성을 가지고 이루어졌을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폭행이 직무범위를 벗어난 유형력 행사일 것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폭행'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검찰 등이 직무수행의 기회에 형사피의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여 독직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존재한다면 정당행위 등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으므로(예컨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4에 따른 경찰관의 무기사용과 같은 경우 그러한 행위의 근거가 된 법령상의 요건이 충족되고, 그 행위가 직무범위 안에 속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법령에 따른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형법 제125조의 독직폭행죄에서의 '폭행'의 의미를 직무범위를 벗어난 유형력행사로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더라도 처벌범위의 부당한 확장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독직폭행죄의 '폭행'의 의미를 '직무수행에 불필요하거나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 제한해석해야 한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독직폭행의 고의가 존재하는지 여부
1)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는 의사, 즉 직무를 수행하려는 의사만 있었을 뿐 독직폭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먼저, 위와 같은 주장은 독직폭행죄의 '폭행'의 의미를 직무범위를 벗어난 유형력 행사라고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직폭행죄에서의 폭행의 의미를 그와 같이 제한해석할 근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독직폭행죄의 고의의 인식대상은 '검사 등이 직무수행의 기회에 피의자 등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사실'로서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한 확정적 또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독직폭행죄의 고의는 인정된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위 '2. 인정사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물리력 행사는 궁극적으로 피해자로부터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의 갑작스런 접근과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려는 행동에 대항하여 앉은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뺏기지 않기 위해 반대편으로 손을 뻗는 피해자의 소극적 저항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피고인의 몸으로 눌러 신체에 대한 상당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던 점, 피고인에게 눌린 피해자가 '아, 아' 하고 비명을 질렀고, 그 과정에서 부상을 염려한 L 검사가 소리를 쳤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를 계속 누른 채 끝까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였던 점, 피고인은 휴대전화를 뺏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몸으로 피해자를 누르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이 의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다음 피해자의 몸 위에 피고인이 올라탄 상황에 이르러서도 피고인은 계속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였을 뿐 자세를 바로잡거나 신체접촉을 중단하는 동작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되고, 이를 종합하면 피고인은 일련의 신체접촉 과정에서 단순히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의사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 대한 미필적인 고의도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독직폭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1) 정당행위 전제사실의 존재 여부
만약 피고인의 주관적 인식처럼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조작하게 된 것을 기화로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어플이나 대화내용을 삭제하였다면 이는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대상 자체를 변경, 훼손하는 행위로서 이를 제지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도의 유형력행사는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처분으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위 2.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은 피해자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한 후 이를 별도의 휴대전화 공기계에 꽂고, 이를 통해 텔레그램 및 카카오톡 PC 버전에 접속하여 범죄사실과 관련된 일정기간 동안의 대화목록 등을 취득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피해자 휴대전화의 유심칩은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궁극적인 압수수색의 목적은 피해자의 텔레그램 및 카카오톡에 있는 대화목록, 문자메시지 등이다.4)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할 당시의 객관적 상황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열람하던 중 변호인에게 전화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피고인도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였다. 피해자는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은 페이스 아이디로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피해자의 행위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내용을 삭제하는 증거인멸 행위라고 확신하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유형력 행사에 나아간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당시에 피해자가 실제로 압수수색대상이 되는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는 없다. 유형력 행사 끝에 피고인이 확보한 피해자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iPhone을 재시작한 후에는 사용자 암호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아래에 가로로 긴 형태의 비밀번호 입력창이 떠 있었다. 위와 같은 휴대전화 화면의 객관적 상태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해자는 휴대전화 기계의 전원을 껐다가 켜는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재시작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5), 피고인이 생각했던 것처럼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어플 자체를 삭제하거나 탈퇴하려는 시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다가 켜면서 휴대전화 활성화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가 활성화된 상태에서의 화면 잠금 해제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와 같이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다가 켜는 행위 자체를 증거인멸 또는 압수수색 방해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한 직접적인 원인은 피해자가 증거인멸시도를 하고 있다는 상황에 대한 오인이 아니라 피해자의 적극적인 휴대전화 제출 거부 행위이므로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는 정당한 직무집행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은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변호인에게 연락하는 것을 허용하였던 점, ② 당시 피해자는 압수수색영장을 수사팀으로부터 제시받아 이를 열람하고 있던 도중이므로 아직 본격적인 압수수색의 집행절차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실력으로 확보하려는 피고인에게 이를 곧바로 건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피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피해자의 행위가 압수물 제출 거부행위로서 정당행위의 전제사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정당행위의 요건 충족 여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할 당시의 객관적 상황은 정당행위의 전제사실에 해당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였는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야 하는바,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도427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여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않더라도 피해자에게 동작을 멈추라고 하거나 말로써 제지하는 등 다른 덜 침익적인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상, 피고인의 행위는 보충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그러한 점에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오상 정당행위의 문제 나아가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의 피해자의 증거인멸 시도'라는 정당행위의 전제사실이 객관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것이 존재한다고 주관적으로 오인하고 유형력 행사에 나아간 피고인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하여야 할지 살펴본다.
1)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의 형법적 처리
가) 이론적 검토
정당행위 상황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를 존재한다고 오인하여 유형력 행사로 나아간 경우, 이를 오상 정당행위 혹은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라고 한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는 행위자가 위법성조각사유를 기초 지우는 사실, 즉 행위 당시의 사실적 측면을 잘못 인식한 점에서는 '사실의 착오'와 유사하고,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믿은 점에서는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법률의 착오'와 유사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형법은 사실의 착오6)와 법률의 착오7)를 구분하고 있고,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의 해결을 위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의 법적 성격을 사실의 착오로 볼 것인가 아니면 법률의 착오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 형법학계에서는 장기간 견해대립이 지속되어 왔다. 이와 관련한 견해대립의 본질은 구성요건을 기초지우는 사실의 인식과 위법성조각사유를 기초지우는 사실의 인식을 동질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이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사실의 착오로 보는 관점에서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의 인식이 있더라도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의 인식이 존재하면 전자가 후자를 해소함으로써 고의가 조각된다고 보지만, 이를 법률의 착오로 보는 관점에서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의 인식과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의 인식을 가치적으로 이질적인 것으로 보아 전자의 인식이 있으면 위법성의 인식을 환기하는 의미에서의 사실의 인식은 있다고 보아 고의의 존재를 긍정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형법학계에서 다수설의 지위를 점하고 있는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는 사실의 착오라고 보아 고의조각을 긍정하지만, 이 경우 조각되는 고의는 구성요건고의가 아니라 책임고의이며, 그에 따라 고의범은 성립될 수 없고 오인에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과실범이 성립된다고 한다. 구성요건고의의 인식대상은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며,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은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은 아니기 때문에 책임고의의 인식대상이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행위자가 고의의 인식대상이 되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이상 구성요건적 고의 자체는 조각될 수 없지만, 행위자가 인식한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은 그 자체로 법에 적대하는 것이 아니므로 고의의 책임비난을 부정할 수 있다는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은 일단 구성요건적 고의가 인정되어 고의범의 구성요건해당성이 긍정됨에도 다시 구성요건의 단계로 되돌아가 과실범의 성립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범죄체계론에 정합하지 않는다.8) 구성요건은 법익침해행위를 유형화한 것인데 비하여, 위법성조각사유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허용성을 판단하는 단계이다. 위법성조각사유 유무의 판단기준은 목적과 수단의 상당성이나 법익형량의 원칙 등과 같은 규범적인 기준이며,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허용된다고 생각한 점은 위법행위에의 의사결정이 비난가능한가의 문제이므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에 대한 착오와 위법성조각사유를 기초지우는 사실에 대한 착오가 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이론적 난점과 더불어 현행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의 형법적 처리에 관한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견해를 해석론으로서 채택하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나) 대법원 판결의 태도
대법원 판결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를 사실의 착오 혹은 법률의 착오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학계와는 독자적인 견해를 취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에 대하여, 정당화 사정이 존재한다고 오인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406 판결 등 참조). 이를 착오의 문제가 아닌 위법성조각사유 요건의 존부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카빈소총을 초소경비병인 피고인의 등 뒤에 겨누며 발사할 것 같이 위협하자 피고인이 생명이 위험하다고 느껴 뒤로 돌아서면서 총을 발사한 사례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현재의 급박하고도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고, 가사 피해자에게 피고인을 상해할 의사가 없고 객관적으로 급박하고 부당한 침해가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현재의 급박하고도 부당한 침해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 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68. 5. 7. 선고 68도370 판결), 객관적으로는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위 판결은 피해자가 실탄을 장전한 카빈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 피해자에게 공격의사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피고인이 생명의 위험을 느꼈던 점 등 '행위시'를 기준으로 당사자의 주관과 당시의 객관적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정당방위 상황의 존부 혹은 오상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은 위법성조각사유 전제사실의 존부를 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피침해자가 놓여진 상황, 침해행위가 이루어지는 주변상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행위에 대한 피침해자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고, 이에 대한 규범적, 종합적인 평가 결과 오신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설령 사후적, 객관적으로는 법익침해의 위험이 없었다고 판명되더라도 오상을 이유로 한 위법성 조각이 인정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의 입장에 의할 때, 오상을 이유로 한 위법성 조각을 인정할 것인 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정당한 사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여기서의 '정당한 사유'는 형법 제16조의 해석·적용에 따른 법률의 착오에서의 정당한 이유와는 그 의미가 상이하다. 법률의 착오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는 자신의 행위의 적법성을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한다는 점과 관련된 것으로서, 행위자가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등 참조). 반면, 오상을 이유로 한 위법성 조각 인정 여부 판단기준이 되는 정당한 사유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 상황에서 행위자가 위법성조각사유를 기초지우는 사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이를 존재한다고 오신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의 문제로서, 행위자가 오상행위에 나아갈 당시 상대방의 동작을 주의 깊게 관찰했는가를 행위자가 처했던 객관적 상황, 상대방의 행위태양, 행위자의 주관적 인식, 주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이다. 이하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압수수색 대상인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오인하고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강제로 휴대전화를 확보한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다) 정당화 사유 존부에 대한 판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실제로 압수수색의 목적인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어플 내지 그 대화내용을 삭제하여 증거인멸을 시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행위를 증거인멸 시도로 오인한 데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살펴본다.
피고인이 위와 같이 오인한 것은 피해자가 페이스 아이디를 이용하여 휴대전화의 잠금을 해제하는 것으로 사전보고를 받았던 것에 기인한다.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빼앗긴 직후의 휴대전화 화면 상태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당시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다가 켜서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입력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데(피고인이 주관적으로 예상하였던 것에 비해)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휴대전화 조작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까닭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피고인이 주관적으로 생각한 증거인멸 시도 이외의 다른 가능성에 대한 확인이 비교적 용이함에도(피해자에게 동작을 바로 멈춰줄 것을 요청하거나, 지금 어떤 입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 또는 화면 확인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이 가능하다) 피고인은 곧바로 유형력 행사에 나아갔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변호인과의 연락을 위한 전화 통화를 허용한 때부터 피해자가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다가가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유형력을 행사하여 실력으로 휴대전화를 확보한 때까지의 시간은 매우 짧았고, 당시 피해자가 한 동작은 손가락으로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 뿐이어서(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화면에 접속하여 무엇인가를 입력한 것도 아니었고, 피고인도 검찰 조사시 피해자에게 접근했을 때 비밀번호 입력창 같은 것을 본 것으로 진술하였다) 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피고인 이외의 사람들은 피해자의 행위에 대하여 특별히 이상하다거나 증거인멸 시도를 한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페이스 아이디를 사용하여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한다는 사전지식 하에 피해자가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고 오신하게 된 피고인의 주관적 사정만을 기초로 그러한 오신에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혼자였고 피고인은 검사와 수사관들을 대동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총괄 지휘하는 책임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점, 수사기관이 피압수자가 증거인멸을 하는 것으로 오인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오상 정당행위에서의 정당화 사유 인정은 신체에 대한 급박한 침해행위가 있다고 오인한 오상 정당방위의 경우보다는 한층 더 신중해야 한다고 보이는 점까지 고려하면, 피고인이 증거인멸의 의심을 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행동을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거나 확인할 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한다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어 폭행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한 직무수행의 일환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행위 당시 정당행위의 전제사실인 피해자의 증거인멸 시도가 있다고 오인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피고인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독직폭행)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주위적으로는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여 피해자를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전종(인대)의 경부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고, 예비적으로는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여 피해자를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부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다.
2. 판단
위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음을 전제로 하는데, 이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해자의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인 증인 U의 법정진술, U이 작성한 상해진단서 및 진료기록, 피해자의 법정진술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각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물리적 접촉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몸이 피해자의 몸에 밀착되어 두 사람이 함께 소파 옆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피고인은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신체를 향하여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 행사가 수반된 것이었다.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직후 생긴 왼쪽 팔꿈치 하박(팔꿈치와 손목 사이) 부분의 긁힌 자국을 보여주면서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요청하였고, 이에 의하면 위 부위의 피부에 다소 붉은 자국이 확인된다. 그러나 피해자는 당시 목이나 어깨, 견갑부, 허리 등 다른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나.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인 2020. 7. 29. V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약물 및 주사 등을 처방받고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았다. 피해자는 이틀 후인 2020. 7. 31. 재차 내원하여 약물 및 주사를 처방받았으나 그 이후에는 추가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입원치료를 받은 바 없다. 피해자는 2020. 7. 30.과 7. 31., 2020. 8. 3.부터 8. 7.까지 병가를 사용하였다. 피해자가 치료를 받은 기간과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부 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U이 작성한 상해진단서에는 질병명이 (주상병): 경부의 전종(인대)의 염좌 및 긴장 (부상병):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어깨관절의 염좌 및 긴장, 견갑대의 염좌 및 긴장 NOS9)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U은 이 법정에서 당시 피해자의 상병을 '경추부 염좌'로 진단했으나 컴퓨터 질병 분류상 '경부의 전종(인대)의 염좌 및 긴장'이라고 진단서에 기재된 것이고, 실제로는 전종 인대의 상병으로 진단할 만한 손상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이에 따라 검찰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상해명을 "전종(인대)의" 부분을 삭제하고 "경부의 염좌 및 긴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 예비적 변경을 하였다]. 실제로 피해자의 전종 인대 부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질병명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상병코드에 따라 전종 인대라는 표현이 들어갔을 뿐이라는 U의 법정진술 내용에 의할 때, 피해자가 "경부의 전종(인대)의 염좌 및 긴장"의 상해를 입었다는 주위적 공소사실은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라. 아울러 상해명을 "경부의 염좌 및 긴장"으로 하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살펴본다. '염좌'는 관절을 지지해 주는 인대나 근육이 외부 충격 등에 의해서 늘어나 거나 일부 찢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염좌로 인한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해당 부위가 붓거나 빨개지고, 피부 안쪽의 출혈로 멍이 들거나 해당 관절이 경직되면서 운동성이 감소하고 통증이 수반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U의 법정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의 목, 어깨, 견갑부 등의 부위에서 붓거나 멍 또는 출혈이 발견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U은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이학적 검사, 즉 눈으로 환자에게 상처가 있는지를 살펴보거나 환자로 하여금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를 움직여보게 하여 제대로 움직이는지 등을 관찰하는 검사방법만을 사용하였을 뿐 해당 병원에 구비되어 있던 근·골격계 초음파진단기, 적외선 체열검사기 등 정밀검사를 시행하지는 않았다(피해자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 결과 경추나 요추 부위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된 바 없다). U이 피해자가 경부의 염좌 및 긴장의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한 유일한 근거는 피해자의 근육이 긴장되어 경직되어 있고, 누르면 통증을 호소하였다는 것인데, 피해자의 상해 부위에 염좌로 인한 전형적인 외관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위와 같은 임상적 추정만을 근거로 피해자에게서 관찰된 근육경직이 피고인과의 물리적 접촉으로 야기된 염좌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마. 상해진단서에는 '통상활동, 식사 가능여부'에 대하여 '제한적 가능'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U은 이 법정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상해로 인하여 피해자가 어떤 동작이나 자세를 취하지 못하였고 어떤 행동에 심한 제약을 받았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피해자가 걷거나 앉아서 컴퓨터를 보거나 서류를 보는 등의 행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이후 피해자의 상태는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고,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치유될 수 있는 정도(상해 진단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가 사건 직후 피해를 호소한 왼쪽 팔 하박 부분의 긁힌 상처 또한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로서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나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된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음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독직폭행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재판장 판사 양철한
판사 송효섭
판사 김선화
주석
1)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관계를 일부 수정하였다.
2) 이와 같은 피해자의 제지로 인하여 압수수색영장 집행과정에 대한 사진, 동영상 촬영은 중단되었다가, 이후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 간 물리적 접촉이 있은 후 피해자의 요청에 의해 재개되었다.
3)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다가가면서 ‘휴대전화를 봐야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피해자의 오른쪽으로 가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았다고 주장한다. M의 법정진술이 피고인의 위 주장에 일부 부합하기는 하나, 당시 압수수색영장 집행 현장에 있으면서 상황을 목격한 L, N은 피고인이 일어서서 피해자에게 급히 다가가면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하고 휴대전화를 가져가려고 손을 뻗었을 뿐 피해자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보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사실이 없다고 명료하게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이 일어서서 피해자에게 다가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손을 뻗기까지는 짧은 순간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다가가면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 이외에 "보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추가적으로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따라서 휴대전화의 조작을 통해서 유심칩 자체가 손상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상,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는 않는다.
5) 피해자의 휴대전화 기종인 아이폰 화면에는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문구가 표시되는데, ① 아이폰의 전원을 껐다가 켰을 때에는(즉 재부팅시에는) "iPhone을 재시작한 후에는 사용자암호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② 페이스 아이디를 설정한 아이폰을 사용한 후 화면 잠금 상태가 되었을 때에는 "위로 쓸어올려서 Face ID 사용 또는 암호 입력"이라는 문구가(페이스 아이디를 설정한 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면을 주시하면 위와 같은 문구가 등장하지 않고 곧바로 안면인식 기능에 따라 화면잠금이 해제됨), ③ 페이스 아이디를 설정하지 않고 비밀번호만 설정한 아이폰을 사용한 후 화면 잠금 상태가 되었을 때에는 "암호임력"이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이처럼 아이폰은 전원을 껐다 켜면 (페이스 아이디가 설정되어 있더라도) 페이스 아이디로는 휴대전화를 활성화 시킬 수 없고 반드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반면,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로 활성화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일시적으로 화면 잠금 상태가 된 경우에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잠금장치 설정에 따라 페이스 아이디 혹은 비밀번호 방식으로 화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즉, 아이폰에서 페이스 아이디는 휴대전화 전원을 켜서 활성화시키는 방식과는 무관하고, 이미 전원이 켜져 휴대전화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화면 잠금 상태가 되었을 때 화면 잠금을 해제시키는 방식의 하나이다. 피고인이 유형력 행사 끝에 피해자로부터 확보한 휴대전화 화면에 "iPhone을 재시작한 후에는 사용자암호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는 사실은 피해자가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다가 피고인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기기 전 이를 다시 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6) 형법 제15조(사실의 착오)
① 특별히 중한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
7) 형법 제16조(법률의 착오)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8) 즉, 이 사건에서도 검사인 피고인에게 직무수행의 기회에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객관적 구성요건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독직폭행의 고의는 인정되는 것이며, 설사 피고인이 위법성조각사유를 기초 지우는 사실, 즉 피해자가 증거인멸 시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이미 인정된 구성요건적 고의가 상쇄될 수는 없다.
9) Not Otherwise Specified의 약자로서 ‘달리 명시되지 않은 것’ 또는 ‘상세불명’이라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