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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서울지법 1993. 12. 2. 선고 93노1025 제6부판결 : 상고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하집1993(3),353]
판시사항

가.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인 기사의 재료를 신문기자에게 제공하여 신문지상에 기사가 게재된 경우 기사재료의 제공자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죄책을 지는지 여부

나. 피고인의 제보로 게재된 신문기사 내용 중 일부는 피고인이 허위의 사실임을 인식하고 보도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유죄로 인정되지 아니하나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단순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인 기사의 재료를 신문기자에게 제공한 경우 이 기사를 게재하느냐의 여부는 오로지 그 신문사의 내부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나, 기사가 신문지상에 게재된 이상 이 기사의 게재는 기사재료 제공자의 행위에 기인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기사재료를 제공한 제보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1.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남부지원(1993.1.21. 선고 91고단455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되는 날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피고인의 항소이유

가. 사실오인

피고인이 고소인 이난영과 피고인과의 관계를 공소외 1기자에게 설명한 것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방할 목적이 없었고, 또한 진실이거나 진실과 다소 다른 점이 있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진실이라고 확신한 사실들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1) 비방할 목적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아래 (2)에서 보는 바와 같은 내용을 설명하게 된 경위는, 피고인이 1990.6.30. 위 이난영과의 전속계약의 해제를 선언한 후 1991.7.26.부터 예정된 현대화랑 전시회가 이난영의 방해로 취소되자 언론계에서 관심을 갖고 인터뷰요청이 들어오던 중, 1991.7.26. 부산일보에, 같은 달 31. 일간스포츠에 같은 기사가 실려 위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자, 공소외 1이 전화로 연락하여 잠시 만나 보고 싶다고 하면서 관련자료가 있으면 가지고 나오라고 부탁하여, 피고인은 진상을 알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신문사로 공소외 1을 찾아가니, 공소외 1이 스포츠신문에 난 것이 사실이냐고 가볍게 물어보아 피고인은 대충 맞다고 대답하였을 뿐이고 더이상 이야기를 나눈 것이 없으며, 공소외 1이 가져다 달라고 요청한 소장사본과 위 이난영이 재계약 요청을 하면서 제시한 계약서를 전하여 주고 왔을 뿐으로, 위 이난영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이 위 이난영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소외 1에게 찾아가 기사재료를 제공하였다고 판시한 것은 증거없이 사실을 그릇 인정한 잘못이 있다.

(2)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설명한 사실의 허위 여부 및 허위사실인지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 피고인이 조선일보 문화부기자인 공소외 1을 찾아가 설명한 사실, 즉 ① 1990.3.경 동경아트엑스포에서 1억 5천만 원의 작품판매 대금이 생겼으나 3,000만 원만 받았을 뿐이고, ② 피해자 이난영이 대주기로 했던 재료비를 처음 6개월 동안만 대 주는 등 후원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막대한 손해를 입혔으며, ③ 위 피해자가 피고인의 작품을 부당하게 편취하였고, ④ 위 피해자가 다른 화랑에서 열릴 예정이던 피고인의 전시회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은 진실 그대로이며 설령 진실과 다소 다른 점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음에도 원심은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이 그 판시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그릇 인정한 잘못이 있다.

나. 법리오해

설령 피고인이 원심판결과 같이 위 이난영을 비방할 목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문사 기자인 공소외 1에게 이야기하였다 하더라도, 조선일보에 이 건 기사를 게재한 공소외 1은 문화부 소속 미술담당기자로서 그 기사가 어느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인지 아니면 공익 특히 작가 전속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보탬이 되는 기사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자로서 그 기사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위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면 그 기사를 게재한 기자나 신문사 자신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죄책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제보자를 위 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의율처단한 것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행위의 주체를 잘못 해석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다.

다. 양형부당

피고인이 초범이고, 이 사건으로 인한 위 이난영의 작품전시 및 방해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자는 피고인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데 있다.

2. 당원의 판단

가. 법리오해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신문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면 그 기사를 게재한 기자나 신문사 자신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죄책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제보자를 위 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인 기사의 재료를 신문기자에게 제공한 경우에 이 기사를 신문지상에 게재하느냐의 여부는 오로지 그 신문사의 내부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나, 기사가 신문지상에 게재된 이상 이 기사의 게재는 기사재료 제공자의 행위에 기인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으므로 위 기사재료를 제공한 제보자, 즉 피고인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사실오인주장에 대한 판단

(1)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공소외 1기자가 다른 신문에 피고인과 이난영에 대한 기사가 난 것을 보고 피고인에게 만나자고 하면서 관련자료를 가져올 것을 부탁하여 피고인은 진상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공소외 1기자를 찾아가 그의 질문에 간단히 응한 다음 가지고간 소장사본 등 자료만 준 것으로, 위 이난영을 비방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적법히 조사 채택한 증거들 특히 검찰에서 피고인은, "화랑의 횡포로 인하여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기 위하여 널리 국민들에게 알려지도록 고의적으로 신문과 텔레비전에 보도가 되도록 하였다, "이난영이 신문, 텔레비전보도로 인하여 명예가 떨어지고 화랑운영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난영은 명예가 실추되고 화랑운영에 지장이 있어도 감수해야 할 그러한 사람이다." "화랑의 횡포로 인하여 작가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저의 한 몸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고 이난영의 횡포를 신문과 텔레비전에 보도하였다." "다시는 화랑이 작가에게 횡포를 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기 위하여 기자에게 보도를 요청한 것이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 진술에다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속작가인 피고인과 화랑주인인 위 이난영 사이에 분쟁이 생긴 결과, 위 이난영에 의하여 피고인이 다른 화랑에서 열려던 전시회개최가 좌절되자 민사소송제기와 동시에 피고인이 이난영을 비난하는 자료를 공소외 1에게 제공한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위 이난영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인이 설명한 위 4가지 사항이 허위사실인지 여부

(가) 동경아트엑스포에서의 판매대금문제

피고인은 1990.3.24.부터 4.3.까지 일본동경에서 개최된 동경아트엑스포에 피고인의 작품 25점 528호(이난영이 별도 보관하던 작품 4점 포함)를 출품하여 그 전부를 공소외 허영중에게 판매하고, 귀국 후 위 이난영이 다시 일본으로 가서 위 판매대금을 일화로 받아와 한국에서 한화로 환전한 후 그중 3천만 원을 피고인에게 지불하면서 작품 전부의 판매대금이 8,300여만 원이라고 이야기 하고 이를 전제로 계산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이 출품에 앞서 호당 10만엔 이하로 받아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였고, 이난영이 인수증이나 보관증 또는 환전증서를 피고인에게 보이지 않은 점, 부산일보기자인 배태영에게 위 이난영이 판매대금으로 1억 8,000만 원을 받아왔다고 이야기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작품판매대금은 적어도 금 1억 5천만 원은 상회할 것이고, 설령 위 판매대금이 위 이난영의 주장대로 금 8,300여만 원 정도라고 하여도 피고인으로서는 위 이난영이 판매대금이 1억 8천만 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는 공소외 배태영기자의 말을 듣고 판매대금이 적어도 1억 5천여만 원은 넘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소외 1기자에게 그러한 취지로 말을 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1기자에게 말한 것은 사실이거나 혹은 사실이라고 믿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공판기록에 편철된 작품리스트사본(제689정), 수사기록에 편철된 정산서사본(제10-12정), 피고인의 출품작 명세서(제38정)의 각 기재 및 당심에서의 이난영의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 동경아트엑스포에 출품한 작품은 모두 21점이고 거기에다가 화랑소유인 피고인 작품 4점을 보태어 총 25점이 출품되었는데, 피고인이 출품한 작품중 20점 및 화랑소유로 출품한 4점(100호 1점, 30호 1점, 12호 1점, 10호 1점) 등 합계 24점이 공소외 허영중에게 일괄판매되어 그 총판매대금이 금 26,500,000엔이었던 사실, 당시환율을 4.35로 잡아 환산한 금 115,275,000원 중 화랑소유작품 4점 대금 31,572,850원을 제외한 피고인 출품작품 20점의 판매대금은 금 83,702,150원으로 계산하여, 그중 절반인 금 41,860,750원을 피고인 몫으로 피고인과 위 이난영 사이에 확정한 후, 그 동안 피고인이 위 이난영으로부터 가불하여 간 금 12,257,750원을 공제하면 최종적으로 피고인 몫으로 돌아갈 판매대금은 대략 금 3,000만 원 정도로 계산하여 정산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이 금 3,0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피고인도 피고인몫으로 분배될 피고인 출품작품의 총 판매대금이 한화로 금 8,300여 만 원 정도라는 것을 알고 이에 따라 정산까지 하였음에도, 이를 1억 5천만 원 상당이라고 공소외 1기자에게 말한 것은 허위의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보지않을 수 없고, 또한 피고인이 그 이후에 위 배태영기자로부터 위 이난영이 총판매대금이 금 1억 8천만 원에 이른다고 하더라는 말을 듣고서 판매대금이 1억 8천여 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확신하였으므로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에 관하여서도, 수사기록 제103정에 편철된 배태영기자가 쓴 1991. 7.29 부산일보기사에 의하면 오히려 피고인이 1억 8천만 원에 팔렸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가 되어 있고, 공판기록 제338정에 편철된 공소부제기 이유고지서사본에도 피고인 스스로 위 배태영기자에게 그림 판매대금이 1억 5천만 원이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피고인이 원심에서 제출한 1992.1.18.자 탄원서(공판기록 제16-28정)에서 배 태영기자로부터 들은 경위를, 부산일보 기사를 읽어 보니 피고인이 작품판매대금이 1억 8천만 원이라고 발설한 것 같이 기사화가 되어 있어서 이를 피고인이 위 배태영기자에게 확인해 보니 작품대금이 1억 8천만 원이라고 말한 것은 이난영인데 피고인이 발설한 것 같이 오보되었다고 해명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자료로 배태영기자가 쓴 경위서라고 공판기록 제34정에 편철된 메모지를 제출하였으나, 위 부산일보기사가 보도된 날은 앞서 본 바와 같이 1991.7.29. 이고, 피고인이 조선일보기자인 공소외 1을 만나 판매대금이 1억 5천여 만 원에 이른다고 말을 한 날은 이틀 전인 같은 달 27. 이어서 피고인이 신문기사를 본 후 부산일보 배태영기자에게 확인하여 공소외 1에게 판매대금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는 것은 시간상 맞지 않아 그 경위에 대한 변소가 합리성을 잃고 있는 점, 이난영은 위 배태영기자에게 피고인 주장과 같은 이야기를 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하여 부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 것이다.

2. 재료비문제에 대하여

피고인은 1988.7.30.자 계약체결 당시 위 이난영이 피고인의 작품재료비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문서에 명문화 시키자고 하였으나 위 이난영이 계약서 제2항의 "이난영이 피고인의 작품제작 및 작가활동의 제반관리와 후원자로서 계약한다" 는 규정에 포함되니 걱정말라고 하여 의심 없이 위 이난영 제안대로 구두로만 약정한 채 계약서상에 명시만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공판기록 제429정 및 제647정에 편철된 재료비정산서, 내역서의 각 기재 및 원심증인 이난영, 김태정의 각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전속계약 후 1989.8. 이전에 재료상 박흥순으로부터 받아쓴 물감대 등이 합계 금 8,712,700원에 이르렀는데 위 이난영이 이를 대신 지불하였으나, 피고인은 1989.8.27. 위 이난영에게 위 재료비 중 금 3,240,000원을 피고인의 그림으로 대물변제하고 나머지 재료비도 장차 피고인의 작품으로 대물변제하기로 약속한 다음, 1989.12.경 위 정산약속에 따라 나머지 재료비도 피고인의 작품으로 대물변제한 사실, 그 후에는 피고인은 모든 재료를 피고인 자신이 사서 사용해 온 사실, 작가와 화랑의 전속계약의 경우 작품 재료는 작가의 소판사항이기 때문에 작가가 재료를 부담하는 것이 관례인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전속계약 당시 재료비 부담에 관한 명시적 약정이 없는 이상 재료비는 관례에 따라 작가의 부담이라 할 것이고, 또한 피고인이 사용한 재료비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그림으로서 대물변제함으로써 재료비를 피고인이 부담하는 데에 합의하였다 할 것이므로 재료비를 위 이난영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그 이유 없으나, 한편 이 건으로 문제된 조선일보기사(수사기록 제15정)의 이 부분에 관한 기사 보면, 그 기사내용은 연간 3천만 원에 달하는 재료비를 화랑측에서 피고인에게 대주기로 약속하여 놓고 처음 6개월 동안만 대 주는 등 후원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피고인이 주장한 것으로 요약되는데, 위 이난영도 검찰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형편이 여의치 못하여 하급의 물감을 쓰다가 위 이난영으로부터 고급물감을 쓰라는 말을 듣고 이 건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후부터 고급의 물감을 쓰게 된 사실, 그러나 피고인이 너무 과다하게 물감을 구입하는 바람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처음 6개월간의 재료비는 위 이난영이 피고인을 대신하여 결제하여 준 후 그 대신 그림으로 대물변제받았으나, 그 이후는 재료비를 지급하지 않아 피고인 스스로 물감을 구입하여 작품활동을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여기에다가 당심증인 장호의, 1989. 중순경 피고인이 너무 물감을 많이 써서 위 이난영이 재료상인 박훙순에게 이제부터는 지급 못하겠다고 통보하라고 하여 그 취지를 통보한 후 그 이후부터는 재료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진술 및 공판기록 제57정에 편철된 박흥순의 인증서 중 이난영의 책임하에 피고인이 사용하는 재료에 대하여 결제하기로 하여 재료대금은 이난영이가 결제하는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기재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재료비의 최종부담은 작가인 피고인이 하는 것이기는 하나, 전속계약 후 경제적으로 여력이 없는 피고인이 물감비를 댈 능력이 부족하므로 우선 피고인이 재료상으로부터 물감을 공급받아 사용하면, 이 대금을 위 이난영이 지급하고 차후 위 물감대는 피고인이 그림으로 대물변제하는 방식 등으로 해결하기로 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고, 그렇다면 전속계약일로부터 6개월 동안만 재료비를 대어 주고, 그 이후는 피고인이 비싼 물감을 과다하게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재료비지급을 거절하는 바람에 피고인 스스로 재료를 구입하여 사용한 것이 사실인 이상, 위 보도내용이 다소 과장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위 이난영이 재료비를 제대로 대주지 않아 작품활동을 제대로 못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의 보도내용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 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3. 작품의 편취 여부에 관하여

피고인은 공소외 1기자에게 이난영이 작품을 편취하였다는 이야기를 한 바가 없고, 단지 피고인이 건네준 민사소장의 청구원인 중 작품비 횡령부분을 참고하여 기사화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위 이난영은 전속계약제를 악용하여, 작가전속화랑은 전속작가와 협의한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하여야 하고 그 이하의 가격 또는 그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하였다 하더라도 협정가액으로 계산하여 정산하는 것이 화랑가의 관례임에도 이난영은 작품전시 때마다 협약가격의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였으니 그 실제판매가격의 반액만 분배한다는 식으로 판매가격의 상당액을 착복하여 왔고, 또한 고의적으로 전시회에서의 작품판매를 게을리 한 후 팔리지 않은 작품들을 3분의 1 이하의 가격으로 매수한 다음 천천히 제값으로 판매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우선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건네준 민사소장의 작품횡령부분(수사기록 제46정)을 보면, 피고인이 이난영에게 준 613호의 작품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이를 횡령하였다는 내용임을 알 수 있고, 공소외 1은 이를 근거로 하여 이난영이 피고인의 작품을 편취하였다고 기사를 쓴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이 부분에 피고인의 죄책 여부는 위 613호 작품을 이난영이 과연 횡령하였는지 여부 및 피고인이 이를 이난영이 횡령하였다고 믿고 있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이 점에 관한 한 공판기록 제29정에 편철된 전속계약서의 기재, 수사기록 제77정에 편철된 내역서의 각 기재 및 원심증인 김태정의 진술, 검찰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의 이난영 및 피고인의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이난영 간의 전속계약시 이난영은 피고인에게 생활비로 매월 금 1,000,000원을 계약기간 5년 동안 계속 지불하고, 전시회를 개최하여 주는 등 후원을 하되, 이에 대한 보상조로 피고인은 위 이난영에게 연 1,000호의 작품을 무상으로 인도하여 주기로 약속하였고, 위 613호는 무상제공하기로 약속한 위 1,000호의 일부라는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이난영이 위 작품들을 횡령한 것은 아니고, 이러한 사실을 계약당사자인 피고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 것이다.

4. 이난영이 피고인의 전시회를 방해하였는지 여부

원심은 이난영이 고의로 피고인의 타화랑에서의 전시회 개최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공판기록 제63정에 편철된 1991.3.8.자 통고서, 제412정에 편철된 1992.1.13.자 통고서의 각 기재에 당심증인 박명자, 검찰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의 이난영 및 피고인의 각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이난영과의 불화가 생긴 후 피고인이 1990.6.15.경 전속계약 해지통고를 한 후 1991.7.26.부터 같은 해 8.6.까지 위 박명자 경영의 강남현대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지려고 팜플렛을 배포하는 등 전시준비를 다하였으나, 위 이난영이 위 박명자에게 위 피고인과의 전속계약이 계속중임을 이유로 위 전시회를 개최하면 그에 대하여 발생하는 문제에 대하여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연락을 하여 문제가 발생할 것을 염려한 위 박명자가 갑자기 위 전시회를 열지 않기로 취소하는 바람에 전시회가 개최되지 못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이라면 민사판결에서 피고인과 이난영과의 전속계약이 1990.6.30.자로 해지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점까지 따져 볼 필요 없이 피고인으로서는 위 전시회가 위 이난영의 방해로 취소되었다고 판단 하였음은 경험칙상 당연하고, 이러한 판단을 위 김태영기자에게 말한 것이 허위의 사실임을 인식하고 보도케 하였다고 볼 수는 도저히 없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 및 사실오인주장 중 비방목적부분, 판매대금부분, 편취부분은 모두 그 이유 없으나, 사실오인주장 중 재료비부분 및 방해부분주장은 그 이유 있는바, 이 부분 공소사실까지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범위 내에서 피고인의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이에 당원은 나머지 양형부당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미술작가인바, 무명작가시절인 1988.7.30.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0의 2 소재 미화랑대표인 피해자 이난영과 1993.7.30.까지 5년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매월 10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등으로 작품활동을 후원하기로 하고 피고인의 작품전시 및 판매일체를 미화랑을 통하여만 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피해자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4차례의 개인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중견작가로서 성장하게 되자 1990.3.경 열린 동경아트엑스포전시회에 피고인의 작품을 출품한 이후부터 위와 같은 전속계약에 불만을 품고 계약해지를 주장해 오던 중 1991.7.26.경부터 같은 해 8.6.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려다 피해자의 위 전속계약상 권리주장으로 개인전이 무산되자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1991.7.27. 14:00경 서울 중구 태평로 1의 61 소재 조선일보 문화부에 찾아가, 사실은 동경아트엑스포에서 피고인의 작품이 약 8,300여만 원에 판매되어 그 후 함께 정산을 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작품을 편취한 바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신문사 문화부 기자인 공소외 1에게 "1990.3.경 동경아트엑스포에서 1억 5,000만 원의 작품판매대금이 생겼으나 3,000만 원을 받았을 뿐이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작품을 부당하게 편취하였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설명하고, 민사소송소장사본, 전속계약서사본 등의 보도자료를 교부하여 공소외 1로 하여금 1991. 8. 1.자 조선일보 11면에 위와 같은 허위의 기사를 게재하게하여 그 무렵 전국의 위 신문 독자들에게 보급되게 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

1. 제6회 공판조서 중 증인 이난영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진술기재

1. 원심법정의 제2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일부 진술기재

1. 원심법정의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장호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진술기재

1. 원심법정의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김태정, 이난영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 작성의 이난영, 김태정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공소외 1, 장 호 작성의 각 진술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공판기록에 편철된 공소부제기 이유서사본(제338정), 피고인의 탄원서(제16정-28정), 전속계약서사본(제29정), 판결문사본(제199정-213정), 작품리스트사본(제정)의 각 기재1. 수사기록에 편철된 조선일보신문기사사본(제15정), 부산일보신문기사사본(제103정), 소장사본(제46정), 내역서사본(77정), 정산서사본(10-12정), 출품명세서(제38정)의 각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309조 제2항, 제1항, 제307조 제2항(징역형 선택)

2.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초범인 점, 범행동기 등 정상참작)

무죄부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범죄사실 중 모두 사실기재와 같은 경위로, 사실은 전속계약시 재료비를 피해자가 부담하기로 약정한 바도 없으며, 피고인이 타화랑에서 개최하려는 전시회를 고의로 방해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사 기자인 공소외 1에게 "이난영이 피해자가 대 주기로 했던 재료비를 처음 6개월 동안만 대주는 등 후원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며, 다른 화랑에서 열릴 예정이던 피고인의 전시회를 방해하였다"는 허위사실을 설명하여 공소외 1로 하여금 1991.8.1.자 조선일보 11면에 위와 같은 허위의 기사를 게재하게 하여 그 무렵 전국의 위 신문 독자들에게 보급되게 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는 부분은, 앞서 항소이유의 요지에 관한 판단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결국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음에 돌아가므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위 공소사실과 유죄로 인정된 판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와는 단순1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는 아니한다.

판사 양태종(재판장) 변현철 오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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