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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6도14415 판결
[업무방해][미간행]
판시사항

[1]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의 의미 /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지 여부(소극) 및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필요한 ‘고의’의 내용

[2] 해운법령상 한국해운조합이 선임한 선박운항관리자가 수행하여야 할 업무의 내용 / 출항 전 안전점검을 충실히 하고 그 결과를 기재한 서류를 작성 또는 보관하여야 할 선박운항관리자의 업무가 한국해운조합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선박운항관리자의 여객선에 대한 출항정지 등 출항관리업무와 이러한 업무들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ㆍ감독업무는 위 업무의 후속 업무 또는 관련 업무로서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업무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공2010상, 841) 대법원 2013. 1. 31. 선고 2012도3475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5117 판결 (공2014상, 145) [2]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7703 판결

피고인

피고인 1 외 3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린 담당변호사 김문주 외 5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6. 8. 31. 선고 2015노297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5117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죄에서 업무방해의 범의는 반드시 업무방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업무방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것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 (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 대법원 2013. 1. 31. 선고 2012도3475 판결 등 참조).

나. 해운법, 해운법 시행규칙, 여객선안전관리지침, 여객선운항관리실운영기준 등 선박운항관리자(이하 ‘운항관리자’라고 한다) 관련 규정의 내용, 내항여객선 운항관리제도의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한국해운조합이 선임한 운항관리자는 위 관련 법규에서 정한 내용과 한국해운조합의 지시ㆍ감독 등에 따라 여객선 출항 전에 실제 선박을 방문하는 등 현장 확인을 통하여 여객선의 승선정원 초과 여부 및 화물 적재한도 초과 여부, 화물ㆍ차량의 고박(고박) 상태(적재상태)가 양호한지 여부 등에 관한 사항을 충실하게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선장이 작성하여 제출한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의 운항관리자 확인란에 서명하며, ‘여객선 방문결과’ 서류에도 현장업무 수행에 따른 점검사항, 지적(지도)사항 등을 사실대로 기록ㆍ유지하여야 한다 .

다. 또한 운항관리자는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위하여 필요하면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출항의 정지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구 해운법(2014. 11. 19. 법률 제128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5항 ]. 이에 따라 운항관리자가 해양경찰청장에게 여객선의 출항정지를 요청할 때에는 문서로 하거나 전화ㆍ팩스 등 통신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운항관리자는 여객선의 안전확보를 위하여 긴급히 조치하여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내항여객운송사업자 또는 선장에게 출항정지를 명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운항관리자는 그 사실을 지체 없이 해양경찰청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구 해운법 시행규칙(2014. 11. 19. 해양수산부령 제1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의11 ]. 또한 선장은 운항관리자가 배치되어 있는 지역에서 출항하는 경우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를 작성하여 반드시 운항관리자의 서면확인을 받아야 하고, 점검 결과 결함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시정조치 후 출항하여야 한다[구 여객선 안전관리지침(해양경찰청 고시 제2013-5호) 제3조] .

출항 전 안전점검을 충실히 하고 그 결과를 기재한 서류를 작성 또는 보관하여야 할 운항관리자의 업무는 한국해운조합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업무에 해당하고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7703 판결 참조), 운항관리자의 여객선에 대한 출항정지 등 출항관리업무와 이러한 업무들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ㆍ감독업무는 위 업무의 후속 업무 또는 관련 업무로서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업무에 포함된다 .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한국해운조합 ○○지부 소속 운항관리자로 ○○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근무하였다. 피고인 4는 한국해운조합 ○○지부 소속 운항관리자로 전남 고흥군에 있는 △△신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 파견되어 근무하였다.

나.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항하는 여객선 선장들로부터 여객 및 전체 탑승 현원란, 자동차란 등이 공란으로 된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를 제출받았음에도, 실제로 위 여객선을 방문하는 등 현장점검을 통해 승선정원 초과, 과적 여부 등을 확인하거나 과적된 화물의 하선을 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의 운항관리자 확인란에 서명하였다.

다. 위 여객선 선장들은 출항 직전 또는 직후 구두나 무선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 승선인원과 적재 자동차 대수 등을 알려 주었고, 위 피고인들은 공란으로 제출받은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의 여객 및 전체 탑승 현원란, 자동차란 등에 선장들이 알려준 대로 직접 기재하였다.

라. 피고인 4는 △△신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항하는 여객선 선장들이 여객 및 전체 탑승 현원란, 자동차란 등을 공란으로 하여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를 위 여객선터미널 매표소 직원에게 제출하였음에도, 실제로 위 여객선을 방문하는 등 현장점검을 통해 승선정원 초과, 과적 여부 등을 확인하거나 과적된 화물의 하선을 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위 여객선터미널 매표소 직원이 공란을 기재하면 만연히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의 운항관리자 확인란에 서명하였다.

마. 이로써 피고인들은 마치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가 선장에 의해 정상적으로 작성ㆍ제출되었고, 자신들이 승선인원, 적재 자동차 대수 등에 대한 실질적인 현장점검을 이행한 결과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것처럼 꾸며 이를 운항관리실에 비치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각 여객선은 한국해운조합의 적절한 출항관리를 받지 않고 그대로 출항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운항관리자로서 수행하여야 할 출항 전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하였음에도 마치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가 선장에 의해 정상적으로 작성ㆍ제출되고, 자신들이 출항 전 안전점검을 제대로 실시한 것처럼 위 보고서에 확인 서명한 것은 한국해운조합에 대한 관계에서 ‘위계’에 해당하고, 이러한 위계로 인해 이 사건 각 여객선의 안전한 운항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승선정원 초과 여부 및 화물 적재한도 초과 여부, 화물ㆍ차량의 고박(고박) 상태(적재상태)에 대해 아무런 점검 없이 위 여객선들을 출항하게 함으로써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발생하였으며, 피고인들은 그러한 위험을 불확정적이나마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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