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두50627 벌점부과처분취소청구의 소
원고피상고인
대영유비텍 주식회사
피고상고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15. 8. 13. 선고 2015누10306 판결
판결선고
2015. 12.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이나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의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공공기관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사항에 관하여 공권력을 발동하여 행하는 공법상의 행위를 말하며, 그것이 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이나 권한을 위임받은 공공기관의 행위가 아닌 한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8두14822 판결, 대법원 2010. 11, 26.자 2010무137 결정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원고는 2012. 11. 1. 피고와, 피고가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오송 ~ 광주간 역무용 통신설비 구매 및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에 관하여 그 공종을 '통신'으로, 계약금액을 2,955,140,000원으로 정하여 책임감리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② 피고는 2013. 11. 6. 원고에게 '시험성적서 · 납품실적증명서 · 자재공급원 승인 요청서류 검토 업무처리 부적정, 자재공급원 승인 업무 처리 부적정, 발주자의 지시사항에 대한 이행확인 소홀' 등을 사유로 부실벌점 3점을 부과한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벌점부과조치'라고 한다), 피고는 그 통보서 및 첨부된 벌점책정통지서에 '관련법령 ' 으로 "전력기술관리법 시행규칙 제27조의2, 피고의 '전기 및 정보통신분야 부실벌점 부과기준'(이하 '이 사건 부과기준'이라고 한다), '설계업자 · 감리업자의 사업수행능력 세부평 가기준(지식경제부고시 제2012-284호)'(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한다) 중 [별표4] 설계·공 사감리 등의 부실벌점평가 및 관리기준 [부표 4-2] 2.8항, 2.9항, 2.13항, 2.14항"을 기재하였다. 3 이 사건 고시는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구 전력기술관리법 시행규칙(2012. 10. 5. 지식경제부령 제2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7조의2 제1항 제2호, [별표1의4] 비고 1항에 따라 전기분야 감리업자의 사업수행능력평가기준에 관하여 항목별 세부 평가기준, 가점 · 감점기준 등을 정하기 위해 고시한 것인데, 그 제6조 제1항은 발주자는 부실벌점 부과사실을 한국전기기술인협회에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④ 한편, 피고는 전력기술관리법 시행규칙에 의한 부실벌점 부과기준은 전기분야의 '감리 · 설계' 업체 등에만 적용되고, 전기 · 정보통신분야의 '시공' 및 정보통신분야의 '감리 · 설계' 업체와 참여기술자에게 적용되지 않아 이들에 대한 부실벌점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2004. 10. 26. 정보통신분야의 '감리 · 설계' 업체 등에도 부실벌점을 부과하여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사건 부과기준을 마련하였다.
⑤ 이 사건 부과기준은, 그 공사금액 내지 용역비가 일정 금액 이상인 전기 · 정보통신분야의 '시공 및 정보통신분야의 '감리 · 설계' 업체와 참여기술자에게만 적용되며, 전기 · 정보통신분야의 시공 부분에 대하여는 '전기 및 정보통신 시공부분 부실벌점 부과기준'이라는 별도의 부실벌점 측정기준을 두었으나, 정보통신분야의 감리 · 설계 부분에 대하여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고시 중 [별표4] 설계 · 공사감리 등의 부실벌점평가 및 관리기준을 '준용'한다고, 또한 이 사건 기준에 의한 부실벌점은 피고 공단 발주공사에만 적용한다고 각 규정하였다.
(⑥) 이 사건 공사의 내용은 호남고속철도 오송 ~ 광주 구간에 역무용 통신설비를 설치하는 공사로서 정보통신분야 공사이다. 또한 이 사건 계약 중 용역계약특수조건 제8조는 "원고가 용역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부실공사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계약 내용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공단은 부실벌점 부과, 입찰참가자격 제한, 계약해지, 국가계약법 및 관련 법령 등에 의한 제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비록 피고가 이 사건 벌점부과조치 당시 통보서 등에 관련법령으로 "전력기술관리법 시행규칙 제27조의2, 이 사건 고시 중 [별표4] 설계·공 사감리 등의 부실벌점평가 및 관리기준"을 기재하였더라도, 이는 이 사건 부과기준에서 정보통신의 감리용역에 대한 부실벌점을 측정함에 있어 이 사건 고시를 준용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원고에게 적용되는 부실벌점 측정기준(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벌점부과조치는 전력기술관리법 시행규칙 제27조의2와 이 사건 고시가 아니라 이 사건 부과기준을 근거로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또한 이 사건 부과기준은 피고가 법령상 구체적 근거 없이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공공기관의 내부규정에 불과하여 대외적 구속력도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벌점부과조치는 이 사건 고시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니고 피고 내부의 입찰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고시 제6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벌점 부과조치를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등에 통보할 것으로 보이지 아니할뿐더러, 실제로 통보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라.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벌점부과조치는 행정청이나 그 소속 기관 또는 그 위임을 받은 공공단체의 공법상의 행위가 아니라 단지 그 대상자인 원고가 피고 발주의 감리용역 관련 입찰에 참가할 경우 그 사업수행능력 평가에서 점수를 일부 감점하겠다는 뜻의 사법상의 효력을 가지는 통지행위에 불과하고, 또한 피고의 이와 같은 통지행위가 있다고 하여 원고에게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피고 외의 다른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입찰에서의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벌점부과조치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벌점부과조치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본안에 대하여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행정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기로 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며, 소송총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고영한
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소영
주심대법관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