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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2011. 4. 21. 선고 2009구단1773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항소[각공2011상,697]
판시사항

근로자 갑이 추락사고로 인하여 ‘뇌축삭손상, 주요우울장애’ 등 상병을 입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자택에서 요양하던 중 송편을 급히 삼키다가 기도가 막혀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근로자 갑이 추락사고로 인하여 ‘뇌축삭손상, 주요우울장애’ 등 상병을 입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자택에서 요양하던 중 송편을 급히 집어 삼키다가 기도가 막혀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이 위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인지기능 등 정신기능이 저하되어 있었으며, 치매증상 등을 보이고 있었던 점, 재해 당시 50대 후반의 나이였고 사망 당시 60대 초반의 나이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재해로 인한 원인 없이 자연경과로만 치매가 발현되었다고 보기에 어려운 면이 있으며, 정신기능장애자들에게 연하장애현상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점, 망인이 치매 등 정신기능의 이상으로 식탐을 조절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덕진)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1. 3. 24.

주문

1. 피고가 2008. 12. 8.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만 한다)은 원고의 남편으로서 삼성중공업 주식회사 소속 목공근로자로 재직하던 중 2004. 5. 25. 2.5m 높이에서 추락하여 ‘미만성 뇌축삭손상, 요추제1·4번 횡돌기골절, 주요우울장애, 다발성늑골골절(5, 6, 7, 8, 9), 기질성정신장애’ 등의 상병을 입었다.

나. 망인은 위와 같은 상병으로 피고로부터 공주현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피고로부터 업무상 재해(이하 ‘최초 재해’라고 한다)로 인정받아 충남대학교병원에서 2004. 5. 25.부터 같은 해 9. 3.까지 요양치료를 받았으며, 뇌연수 부분의 손상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우울증 등 정신장애가 심하여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2008. 6.경 퇴원하여 자택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다. 망인은 위와 같이 자택에서 요양하던 2008. 9. 12.경 추석명절을 맞아 집안에 비치되어 있던 송편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급히 집어 삼키다가 기도가 막혀 굿모닝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같은 달 13일 03:22경 음식물흡입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하였다.

라.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2008. 11. 10.경 망인이 업무상의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의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08. 12. 8.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하고 있는 요양 중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최초 재해로 인하여 뇌손상을 입고 미만성 뇌축삭손상, 요추제1-4번횡돌기골절, 주요우울장애, 다발성늑골골절(5, 6, 7, 8, 9), 기질성 정신장애 등의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인지기능과 협응능력이 저하되고 연하기능이 정상인에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욕구조절 등의 장애로 인하여 식탐증상이 나타나 폭식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기도폐색증상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가 정한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에 해당하는데도, 피고는 이를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유족비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였으니, 이는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 생략

다. 피고의 주장

① 의학적으로 망인의 최초 재해로 인한 수상 초기에 연하장애가 없었고 이후 요양을 하면서 연하장애라는 상병상태에 있었거나 한 기록이 없고, 또한 연하장애로 치료받은 사실이 없는 점, ② 망인은 최초 재해 발생일인 2004. 5. 25.부터 사망 시까지 약 4년 동안 치료를 받아오면서 병원입원생활 중에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없는 등 별다른 문제 없이 치료를 받고 있었던 점, ③ 사망 당시에는 망인의 상병상태가 좋아져 병원에서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던 점, ④ 정상인 중에서도 아이나 노인에게서 기도폐색으로 인한 사망이 종종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망인의 사망 당시 나이가 61세였으며 망인이 먹은 계란 반개 크기의 떡이 후두부에 걸리면 일반인도 뱉어내기 어렵고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큰 점, ⑤ 망인은 떡에 의한 기도폐쇄로 인하여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한 것이기에 산재요양승인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의 사망은 최초 재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라. 의학적 소견

1) 주치의 소견(대전산재병원) - 갑 제15호증의 2, 각 사실조회 결과

○ 직접사인: 급성호흡부전, 중간선행사인: 음식물 흡인

○ 상명명과 중간선행사인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됨.

○ 망인의 사건사고예측능력(판단력, 분별력)은 보통 이하로 많이 떨어진 상태였음.

○ 망인의 절제능력은 보통 이하로 많이 떨어진 상태였음.

○ 정신과적 문제점으로 인하여 망인에게 음식에 대한 집착과 서두르는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

○ 인지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연하곤란으로 인한 사망은 자주 발생하는 사건임.

○ 업무상 재해로 인한 망인의 뇌손상이 연하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망인은 2004. 9. 3.부터 2008. 9. 1.까지 대전산재병원에서 입원요양하면서 연질식사와 일반식을 혼용하는 식사를 하여 왔는데, 일반적으로 연하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연질식사가 처방되고 있었다.

○ 해당기간 동안 연하장애로 재활치료를 받은 기록 또는 연하장애로 인한 흡인성 폐렴으로 치료받은 기록은 없다.

○ 망인에게는 치매증상이 있었고, 기록상 남기지는 않지만 뇌손상 및 치매로 인한 연하장애증상이 있었다.

○ 치매 및 뇌손상이 있는 사람에게 연하곤란은 일반적으로 있는 증상이기에 기록에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 망인의 경우 불안증 및 정서장애로 인하여 음식물을 삼킴에 있어 급하게 허겁지겁 먹는 경향이 있어 입원 및 통원치료 중에도 환자 및 보호자에게 음식물을 삼킬 때 주의를 요할 것을 교육하였다.

○ 망인의 보호자가 음식을 잘게 잘라서 먹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 흡인성 폐렴이 나타나는 시기의 문제이지 대부분의 연하장애가 있는 환자에게는 흡인성 폐렴 증상이 나타난다.

2) 주치의 소견(굿모닝병원) - 갑 제17호증의 1

○ 최초 내원일시 및 상병상태, 상병명: 2008. 9. 13. 질식으로 내원

○ 위 상병의 발생원인: 구강내 떡

○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떡에 의한 기도폐색으로 인한 저산소증.

○ 망인은 미만성 축삭손상 등의 상병으로 요양 중이었는바, 위 상병과 사망원인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의학적 소견

: 평소 누워 지내시고 정신장애가 있던 분으로 당일 작지 않은 떡을 자르지 않고 급하게 먹으려다 기도폐색을 일으킨 것으로 사료됨.

3) 피고 자문의 소견 1 - 갑 제13호증

자료를 검토한 바, 떡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하여 사망에까지 이른 것으로 판단되며, 망인이 기질성 정신장애, 뇌축삭손상 등으로 정상적 사고와 행동은 어려워 음식섭취저작도 정상이 아니라고 보이나, 병원생활 동안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기록이 없고, 재해로 설하신경마비가 있다는 소견도 없으며, 정상인에서도 아이나 노인에게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도 볼 수 있어 인정된 산재질환만으로는 사망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사료됨.

4) 피고 자문의 소견 2 - 을 제1호증

자료검토상 퇴원 후 향정신병약물 투여용량으로 볼 때 소량의 향정신병약물이 투여되어 약물에 의한 재해로 볼 수 없어 본 사건은 업무상 재해와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임.

5) 충남대학교병원 - 각 사실조회 결과

○ 수상 후 시행한 CT 및 MRI에서 뇌간의 일부인 중뇌 및 상부 뇌교와 시상, 뇌량, 소뇌 및 전두엽에 미만성 축삭손상에 의한 병변이 관찰되며, 뇌간 주변의 지주막하 공간에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이 관찰됨.

○ 연하작용과 관련된 중추는 뇌간에 있음. 뇌간이란 위로부터 중뇌, 뇌교, 연수를 합하여 일컫는 말이며, 정확히 말하여 연하중추는 뇌간의 가장 아랫 부분인 연수에 위치함.

○ 뇌간손상에 의해 연하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하부 뇌간 즉 연수의 손상에 의한 경우가 많음.

○ 망인의 뇌간손상이 연하기능장애를 초래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 연하장애는 매우 다양한 질환으로부터 올 수 있다. 망인의 뇌손상부위가 뇌간이라고 해서 반드시 연하장애가 오는 것도 아니고, 뇌간 병변의 위치가 연하 중추가 위치하는 연수가 아니라고 해서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문헌에 따르면,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25~60%에서 연하장애가 관찰되며, 42%에서 흡인이 관찰된다고 한다. 흡인은 연하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음식물이나 구강분비물이 식도로 넘어가지 못하고 기도로 흡인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망인은 외상성 뇌손상의 후유증으로 연하장애가 있으며 이로 인해 떡을 먹던 중 기도내 흡인으로 인해 사망하였다고 유추해 볼 수도 있으나, 그 가능성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사건의 발생시점이라 판단된다. 관련 병변이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뇌손상 초기(약 2주 이내)에 호전된다. 망인은 충남대학교병원의 의무기록에 의하면 초기 수상 당시 연하장애의 호소가 없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손상의 후유증으로 인한 연하장애가 심하여 뇌손상 후 약 4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흡인이 발생하였다면, 4년의 치료경과 중 연하장애의 증거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감정인에게 제시된 자료 중 치매진단서가 있는데, 치매가 있었다면 피감정인의 연하장애가 뇌간손상이 아닌 치매에 의한 연하장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구강내 음식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입에 담고 있거나 충분히 씹지 않고 삼키는 등 저작 및 연하운동의 협동운동실조를 보일 수 있다. 즉, 망인은 치매로 인하여 음식물을 충분히 씹지 아니한 상태에서 삼키면서 질식사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치매의 정도 및 그동안의 식습관 및 연하장애 병력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 뇌손상이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

: 치매란 후천적인 뇌질환으로 인하여 점진적인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하는 질환을 총칭하며, 그 원인은 다양하여 약 80여개에 이른다. 그 중 알츠하이머가 대표적인 퇴행성 치매, 뇌졸중 후에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가 흔하며, 두부 외상도 한 원인이 된다. 두부 외상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고는 있으나, 실제 두부 외상이 치매를 촉발하였는지, 자연경과에 의한 퇴행성 치매인지를 판별하기는 어렵다.

마. 판단

위의 처분의 경위에서 인정된 사실관계, 위에서 살펴본 각 의학적 소견 및 기타 당사자들이 제출하고 있는 증거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보건대, 망인이 최초 재해로 인하여 인지기능 등 정신기능이 저하되어 있었으며, 치매증상 등을 보이고 있었던 점은 의미를 두고 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즉, 망인이 최초 재해로 인하여 요양 중에 치매 등의 증상이 발현되었고, 재해 당시 50대 후반의 나이였고 사망 당시 60대 초반의 나이였던 점에 비추어보면, 위와 같은 재해로 인한 원인 없이 자연경과로만 치매가 발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정신기능장애자들에게 연하장애현상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점과 망인이 치매 등 정신기능의 이상으로 식탐을 조절하지 못한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망인의 사망은 최초 재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최초 재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인하여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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