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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11.12. 선고 2013도10869 판결
사기
사건

2013도10869 사기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3. 8. 29. 선고 2013노433 판결

판결선고

2015. 11. 1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2012. 1. 19.자 2,000만 원 사기의 점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사실 E으로부터 소개비를 요구받은 적이 없고, 피해자로부터 소개비를 받더라도 이를 E에게 지급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2012. 1. 19. 피해자에게 "E이 소개비를 요구하며 매일 수십 통씩 전화를 해 업무를 못 보니 이를 처리하게 돈을 보내달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제1심은, 피고인이 2,000만 원 중 500만 원에 한하여 E에게 지급할 소개비 명목으로 교부받아 편취한 것으로 보아 유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1,500만 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약정 수수료로 정당하게 교부받은 것으로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이 2,000만 원 전부를 E에게 지급할 소개비 명목으로 교부받아 편취한 것으로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형사소송법 제308조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규정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증거판단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에 있어 공판절차에서 획득한 인식과 조사한 증거를 남김없 이 고려하여야 하고,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법칙에 합치하여야 하며,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1005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충전소 등에 관한 매매계약을 중개하고 수수료 3,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하고, 위 약정에 따른 수수료의 일부로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지급받은 것일 뿐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위 돈을 편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속아 E에게 2,000만 원의 소개비를 지급해야 하는 줄 알고 위 돈을 피고인에게 교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3)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본다.

기록에 의하면, ①) 피해자는 모텔사우나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피고인으로부터 모텔사우나보다는 충전소를 인수하여 운영해 보라는 제안을 받고, 피고인의 중개로 2012. 1. 17. 주식회사 H(이하 'H'라고 한다)로부터 충전소와 회사 주식 등(이하 '충전소 등'이라고 한다)을 대금 27억 8,000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사실, ②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하여 충전소 등을 소개하고 가격을 협상하는 등의 역할을 하였는데, 피해자로부터 충전소 등의 매매와 관련하여 수수료를 받기로 구두 약정한 사실(피해자도 피고인에게 3,000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3) 한편 E은 H로부터 충전소 등의 매도를 의뢰받은 자일 뿐, 피해자로부터 어떠한 위임을 받거나 피해자를 위하여 아무런 역할을 한 적이 없는 사실, ④ 피해자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12. 1. 19. 피고인에게 2,000만 원을 교부하였는데, 당시 E이 소개비를 요구한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해 본 적은 없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피해자가 충전소 등을 매수할 때 피해자를 위하여 중개인으로서 역할을 한 사람은 피고인이고, E은 매도인인 H를 위하여 중개 역할을 하였을 뿐 피해자를 위하여 어떠한 역할을 한 바 없으므로, 피해자가 피고인 외에 E에게 약정 수수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는 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채 E에게만 소개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말대로 피해자가 E에게 소개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주어야 한다면, 피해자는 E에게 연락하여 소개비를 요구하는 이유와 액수 등에 대하여 확인한 후 E에게 직접 2,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 경험칙상 당연한데, 피해자가 E에게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2,000만 원을 교부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이 유죄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은 피해자의 진술, 즉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속아서 E에게 2,000만 원의 소개비를 주어야 하는 줄 알고 피고인에게 위 돈을 교부하였다는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4) 피해자는 피고인이 금융권 대출을 성사시켜 H에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금을 모두 지급하기 전에는 피고인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으로 이 사건 계약 체결일로부터 불과 이틀 후인 2012. 1. 19. 피고인에게 2,000만 원을 줄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충전소 등을 매수할 때 매매목적물을 소개하고 계약 체결을 주선하는 등 피해자를 위하여 일정한 역할을 하였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위 역할에 상응하여 수수료를 당연히 지급받는다고 생각하고 피해자에게 2,000만 원의 지급을 부탁하였고, 어차피 피고인에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할 입장에 있던 피해자로서는 나중에 정산할 것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에게 수수료의 일부로서 2,000만 원을 먼저 지급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접에서, 피해자가 2012. 1. 19. 피고인에게 약성 수수료의 일부로서 2,000만 원을 지급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5)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교부받으면서 그 명목과 관련하여 E을 언급한 이유에 대하여, 당초 1,500만 원을 지급하려던 피해자에게 '곧 명절인데 E도 챙겨 주어야 하니까 2,000만 원을 보내 달라'고 말하고 2,0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일 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속인 사실이 없다고 변소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자신의 약정 수수료를 용이하게 지급받을 생각으로 E을 언급하였다는 위 변소가 설득려이 없다고 가볍게 배척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E에게 소개비를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교부받으면서 그 명목과 관련하여 E을 인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고인에게 지급해야 할 수수료와는 별도로 E에게 소개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E이 피고인에게 돈을 요구하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피고인이 지급받아야 할 수수료를 우선 지급해 달라는 의미로 이해하였을 여지가 충분하다(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2,000만 원으로 실제 E에게 얼마간의 사례를 할지는 피고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 피해자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2012. 1. 19.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교부받으면서 그 명목과 관련하여 E을 언급한 사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

다.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그 범죄사실 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 유죄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인데도, 원심은 위와 같이 신빙성이 없거나 피고인의 기망행

위를 인성하기에 부족한 사정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2012. 2. 2.자 300만 원 사기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대출알선비 명목으로 300만 원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2012. 1. 19.자 2,000만 원 사기의 점은 앞서 본 이유로 파기하여야 하는데, 그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원심이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용덕

대법관박보영

주삼대법관김신

대법관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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