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노1220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예비
적 죄명: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
불응),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1. A
2. B
3. C.
4. D
5. E
항소인
쌍방
검사
민기홍(기소), 이상민, 이진희(공판)
변호인
변호사 F, G(피고인들을 위하여)
원심판결
울산지방법원 2016. 7. 22. 선고 2016고단721 판결
판결선고
2017. 2. 16.
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유죄로 인정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피고인들은 이 사건 당시 단순히 옹벽 위로 올라가 원전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이를 촬영하는 퍼포먼스를 행하였을 뿐 어떠한 위력이나 기세를 보인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위 행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시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설령 피고인들의 행위가 '시위'에 해당하다고 할지라도, 이는 원전이 밀집된 고리, 울산 지역에 추가로 원전을 건설하는 것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물리력을 행사한 바 없이 평화적인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각 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당시 들어간 곳은 원전 건조물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경계 역할을 하는 옹벽(해안방벽)의 윗부분인 부지로서, 위 옹벽의 구조와 기능, 옹벽 위 윤형 철조망의 설치 형태 등에 비추어 위 부지는 원전 건조물의 위요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위 부지가 원전 건조물의 위요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들은 H 소속 캠페이너로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대여론 형성을 목적으로 마련된 I의 국내 입항 행사에 부수하여 원전 반대 의견을 공론화하는 한편 의사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사건과 같은 현수막을 내건 점, ② 당시 I가 고리 원전 인근 바다에서 별도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가운데 다국적 활동가 10명이 I에서 발진한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하였고, 그 중 5명인 피고인들이 해안에 상륙하여 상징적 장소인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서 바로 그 원자력 발전소를 배경으로 하여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을 단호하면서도 함축적으로 표현한 현수막을 내건 점, ③ 피고인들이 단순히 현수막을 내건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 사이에 역할을 분담하여 현수막을 내건 모습을 자체적으로 촬영하였고 고무보트에서 내리지 않은 H 캠퍼이 너들도 피고인들의 모습을 촬영하였으며 그와 같이 촬영된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고 그 동영상과 피고인들의 인터뷰가 유튜브에 게시된 점, ④ 피고인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표현하고자 한 내용은 특정한 사람이나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모두와 관련된 문제인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소속된 H 스스로 피고인들의 행위를 평화적인 '시위'라고 표현하고 있듯이, 피고인들의 행위는 어떤 구호나 함성보다도 전파력과 파급력이 큰 것으로서 불특정한 사람들의 의견에 영향을 주려는 시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의하면 '시위'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광장·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여러 사람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행한 특정 행위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집단적 의사표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시위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태양 및 참가 인원 등 객관적 측면과 아울러 그들 사이의 내적인 유대 관계 등 주관적 측면을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그 행위를 여러 사람이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1도2871 판결 등).
나) 판단
원심이 위와 같이 거시한 여러 사정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여러 증거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시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심이 거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들은 고무보트를 타고 해안에 접근한 다음 이 사건 옹벽 위로 올라간 후 현수막을 내거는 퍼포먼스를 행하였는바, 고리원전 경계 초소 등지에서 여러 차례 퇴거를 명하는 경고방송을 실시하였음에도 상당 시간 동안 조직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집단적인 의사표현 행위를 계속하였다.
(2)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옥외집회나 시위 주최자에 대하여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옥외집회나 시위를 통하여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에 있다. 이러한 입법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위 법에서 정한 시위의 개념표지 중 하나인 '위력 또는 기세'는 일정한 장소에 모여 행하는 집단적 의사표현 행위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할 수 있는 세력을 가리킨다고 봄이 타당하고, 반드시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 혼란하게 할 만한 억압적 방법을 의미하는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과 동일한 의미로 제한하여 해석해야 할 것은 아니다.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퍼포먼스를 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하여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전파시킨 것은 집단적 의사표현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고, 그 과정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함성을 지르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시위'로서의 성질이 희석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여 수단이 정당화되거나 실정법의 준수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고,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필요한 절차는 준수해야 마땅하며, 이를 무시하거나 위반하면 그 취지가 퇴색함은 물론 시위를 통해 도모하려고 한 공감과 성원, 지지를 얻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신고를 할 수 없는 어떠한 이유나 중대한 장애가 없음에도 '시민 안전 상륙 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기습적으로 시위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위와 같이 거시한 사정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여러 증거를 통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시위가 이루어진 장소, 피고인들이 위 장소에 접근한 방법, 시위의 방법과 그 지속시간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행한 이 사건 시위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과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
1) 이 부분 공소사실1)의 요지
피고인들은 2015. 10. 13. 06:30경 고리원전 앞 해상에 정박해 있던 I에서 하선하여 고무보트 2척에 나누어 탑승한 다음, 고리원전 앞 방호 울타리 외곽 해안가로 접근하면서 피해자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고리원자력본부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접근금지 경고방송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리원전 앞 해안가에 상륙하였다. 피해자가 관리하고 있는 고리원전 방호 부지는 인근 육지에서부터 고리원전 앞해안가에 이르기까지 높이 약 3m 상당의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 방호 3등급 지역으
로서, 원자력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철조망 내부 지역뿐만 아니라 철조망 외부에 조성되어 있는 해안방벽과 해안가 지역 모두 원자력시설의 보안 유지 및 점검을 위해 배타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통제구역이므로,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허락 없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통제구역에 설치되어 있는 해안방벽을 타고 올라간 다음 그 때부터 2015. 10. 13. 07:10경까지 약 40분 동안 피고인 ED은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NO NEW NUKES)'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길이 약 6m, 너비 약 1.5m 크기의 현수막 1개를 펼쳐 들고, 피고인 B은 피고인 D 옆에 서서 헬멧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인 '액션 캠'으로 주변을 촬영하였으며, 피고인 CA은 스마트폰 등으로 현수막 게시 모습을 촬영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가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이 고리원전 건조물의 위요지에 침입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피고인들이 해안에 상륙하여 들어간 곳은 고리원전의 철책선, 그것도 이중(二重) 철책선의 바깥 지점이다. 즉 피고인들은 고리원전의 철책선 바깥쪽과 해안 사이에 머물면서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일반인의 시각과 관념으로는 안쪽에 대형 헤드라이트 장비를 갖춘 외곽 초소가 있고 그 위로 철조망까지 두른 이중 철책선은 고리원전의 경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다분하다. 철책선으로 인하여 철책선과 해안 사이가 고리원전의 위요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철책선과 해안 사이는 위요지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나) 물론 피고인들이 들어간 곳은 옹벽이 설치된 부분의 윗부분이므로 이 옹벽에 의해 접근이 제한되거나 차단된 곳으로 보일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옹벽은 공소사실에서 전제하는 바와 같이 시설물 안전과 방호를 위해 외부 접근을 차단하는 해안방 벽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해일 등에 대비하여 해수면보다 높은 위치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구축한 시설로 볼 수도 있고, 위와 같은 옹벽이 고리원전 주변의 모든 해안에 설치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 옹벽 위로 철조망이 설치된 모습에 관한 증거가 제출되었지만, 이 철조망은 바다 쪽에서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보다는 옹벽 아래로의 추락을 방지하는 데에 근본적인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피고인들이 제출한 당시의 현장 사진에는 그와 같은 철조망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옹벽 위로 올라갈 당시에도 철조망이 있었고, 그 철조망이 육안으로 식별될 정도의 가시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장하지 않는다.
다) 공소사실에서는 피고인들이 들어간 해안가 지역이 원자력 시설의 보안 유지 및 점검을 위해 배타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방호 3등급의 통제구역으로서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적으로 제한된 지역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증인 J의 증언 외에 피고인들이 해안으로 접근할 당시 고리원전 측으로부터 접근금지 경고방송을 들었거나 해상 또는 해안에 접근금지를 표시하는 부표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볼 뚜렷한 객관적 근거가 없다(피고인들의 고무보트를 촬영한 사진에 의하면 해상에 부표가 있으나 이부표가 접근금지를 표시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고깃배나 낚싯배들이 고리원전의 해안으로 접근하기도 하며 그곳에서 일반 주민을 초대한 행사가 열리기도하여 통제구역과는 배치되는 모습이 부각된다. 또한 고리원전 측에서 제작한 사진과 자체 보고서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들어간 곳은 방호 3등급 통제구역에서 제외된 지역일 수도 있다.
라) 피고인들이 상륙하여 약 40분 동안 시위를 하는 동안 고리원전 측으로부터 퇴거를 요청받거나 강제적으로 퇴거당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피고인들이 시위를 끝낸 후 자발적으로 퇴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피고인들이 들어간 지점이 고리원 전 건조물의 위요지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 한편, 피고인들이 상륙한 지점의 오른편에 철색선과 해안을 가로지르는 다른 철책선이 있고, 이 철책선에 "이 지역은 원자력안전법에 의거 출입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국가보안시설로서 비인가자의 무단 접근을 금지합니다."라는 내용의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그러나 이 경고문이 원자력안전법의 어떤 조항, 무슨 내용에 근거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이 사건 당시에는 피고인들이 들어간 지점에 원자력안전법상의 제한구역이 설정되지 않았을 여지가 있고, 방사선에 따른 인체 물체 및 공공의 재해를 방어하기 위해 설정하는(원자력안전법 제89조 제1항) 제한구역 등의 통제구역에 들어가는 것이 별도의 의무를 위반함은 별론 그 자체를 건조물의 침입으로 볼 근거도 없다.
3) 당심의 판단
가) 원심이 거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여러 증거와 당심에서 이루어진 현장검증 결과 등을 보태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당시 진입한 옹벽 위 부지(이하 위 옹벽을 '이 사건 옹벽'이라 하고, 위 부지를 '이 사건 부지'라 한다.)가 고리원전 건조물의 위요지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들이 위 부지를 위요지로 인식하면서도 위 부지에 침입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검사는 이 사건 옹벽이 원전의 경계 역할을 하는 이중 철책선을 견고하게 설치하기 위한 기반 시설로서 이중 철책선과 기능적 · 구조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외부인의 침입을 차단하는 기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옹벽의 구조와 설치 위치, 원자로시설의 기술기준에 관한 관련 법규의 내용2)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옹벽은 원전부지의 표고(標高)를 확보하여 해일, 파랑 등의 자연현상에 의한 해수범람의 영향으로부터 원자로시설을 보호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구축된 시설로 보이고, 이중 철책선 및 그 내부 부지와의 장소적 연결은 위 목적에 따른 옹벽설치의 결과 자연스럽게 수반된 기능으로 보일 뿐이다.
(2) 이 사건 옹벽이 건조물인 원전시설에 대한 침입을 방지하는 경계의 성질
을 갖는다고 보기 위해서는 실제로 외부인의 출입을 저지할 수 있는 충분한 기능을 갖추고, 그 구조와 관리 형태 등에 비추어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는 점, 즉 출입차단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함께 당심에서 이루어진 현장검증 결과 등을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당시 위 옹벽이 원전시설에 대한 위요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출입차단의 기능을 갖추었다거나 그러한 출입차단성이 외부로 분명히 표출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 이 사건 옹벽은 해안으로부터 3~4m 높이로 설치되어 있기는 하나, 해안의 크고 작은 바위와 연속적으로 접해 있어서 일반인이 통상의 보행으로 넘어가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구조라고는 보기 어렵다. 실제로 피고인들 역시 이 사건 당시 해안가의 바위들을 밟고 이 사건 옹벽 윗부분에 있는 이 사건 부지로 비교적 수월하게 진입하였다.
(나) 당심에서 실시된 현장검증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옹벽 윗부분의 일부 지점은 녹슨 윤형(輪形) 철조망이 간간이 설치되어 있거나 그 잔해가 산발적으로 방치된 상태이다. 그러나 옹벽 위에 형상이 남아 있는 윤형 철조망의 위치는 주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부지 위로 진입한 경로(시위 후 해안가로 내려간 경로와도 동일하다)의 우측 지점으로 위 진입 경로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고, 옹벽 아래의 경사가 가팔라 추락 위험이 높은 곳이다. 반면, 위 진입 경로와 피고인들이 시위를 벌인 부지 앞쪽에는 진입 차단이라는 본래적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철조망의 형상이나 그 설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다만 위 부지 가장자리 인근에 연결이 끊어진 채 방치된 녹슨 철조망의 잔해가 간혹 발견될 뿐이다. 이러한 윤형 철조망의 분포 위치와 옹벽의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위 윤형 철조망은 해안가에서의 접근 차단보다는 옹벽 아래로의 추락을 방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설치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다) 더욱이 이 사건 당시에는 옹벽 윗부분에 수풀이 무성히 자란 상태였고, 옹벽 가장자리에 나무가 심어져 있어 윤형 철조망이 설치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지점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당시 옹벽 위 일부 지점에 설치된 윤형 철조망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든다. 나아가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에서도 이 사건 이전까지 위 윤형 철조망을 특별히 관리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철조망의 외부침입 차단이라는 본래적 기능은 이미 상당 부분 상실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 당시 이중 철책선 안쪽의 초소 내에서 경계 근무를 담당하였던 N은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옹벽 위로 진입한 경로 인근에 윤형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하고, 이중 철책선 밖인 옹벽 부근에서는 근무를 서지 않아 윤형 철조망 관리를 특별히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라) 이 사건 옹벽의 오른편 철책선 근처에 출입금지 경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표지판이 설치된 위치는 피고인들이 출입한 이 사건 부지와 수십m 떨어져 있고, 그 설치 형태에 비추어 마을 쪽에서 철책선 방면으로의 출입을 제한하는 시설로 보일 뿐이어서, 위 표지판과 이 사건 부지가 장소적, 기능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지 자체가 해안가 방면을 비롯하여 넓은 범위로 개방된 상태에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표지판의 존재만으로 이 사건 부지에 대한 전면적인 출입차단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당시 진입한 경로는 위 표지판의 설치 위치와 전혀 다른 방향이었기 때문에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당시 위 표지판을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위 표지판의 설실이 이 사건 부지의 위요지 여부에 대한 피고인들의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도 없다.
(3) 이 사건 당시 경계 근무를 섰던 N, O, P의 당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의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해안으로 접근하여 이 사건 옹벽 위에 올라온 다음에야 비로소 퇴거를 명하는 경고방송을 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부지 위에 진입할 때까지도 견고하게 설치된 이중 철책선 밖의 위 부지가 위요지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나)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1)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당심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의 점에 관한 기존의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 죄명으로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을, 적용법조로 "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2016. 1. 6. 법률 128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항, 제1항 제1호, 형법 제319조 제2항, 제1항"을 각 추가하고,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들은 2015. 10. 13. 06:30경 고리원전 앞 해상에 정박해 있던 I에서 하선하여 고무보트 2척에 나누어 탑승한 다음, 고리원전 앞 방호 울타리 외곽 해안가로 접근하 하면서 피해자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고리원자력본부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접근금지 경고방송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리원전 앞 해안가에 상륙하였다. 피해자가 관리하고 있는 고리원전 방호 부지는 인근 육지에서부터 고리원전 앞 해안가에 이르기까지 높이 약 3m 상당의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 방호 3등급 지역으로서, 원자력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철조망 내부 지역뿐만 아니라 철조망 외부에 조성되어 있는 해안방벽과 해안가 지역 모두 원자력시설의 보안 유지 및 점검을 위해 배타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통제구역이므로,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계속하여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허락 없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통제구역에 설치되어 있는 해안방벽을 타고 올라가 그 위에 조성되어 있는 부지에 도열한 다음, 피고인 E, D은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NO NEW NUKES)"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길이 약 6m, 너비 약 1.5m 크기의 현수막 1개를 펼쳐 들고, 피고인 B은 피고인 D 옆에 서서 헬멧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인 '액션 캠'으로 주변을 촬영하고, 피고인 C, A은 스마트폰 등으로 현수막 게시 모습을 촬영하던 중 피해자 소속 경비대원 N, O 및 청원경 찰대원 P 등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위 해안방벽 위에서 퇴거할 것을 요구 받았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같은 날 07:10경까지 약 40분 동안 위 해 안방벽 위에 머무는 등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의 퇴거요구에 불응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가 관리하는 건조물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당시 고리원전 건조물의 위요지에 출입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들이 이 사건 부지에 진입한 후 고리원전 경계근무요원들로부터 퇴거요구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부지가 위요지의 성질을 지니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고리원전 건조물의 위요지에 출입하였음을 전제로 한 예비적 공소사실 역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4.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이 신고를 하지 않고 시위를 벌인 행위의 태양이 대단히 기습적이고, 고리 원전 측의 수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상당 시간 동안 시위 행위를 지속하는 등 범행의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추어 죄질이 가볍지는 않다.
다만, 피고인들이 원전 추가 건설의 위험성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으로 행한 행동으로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이를 촬영하는 등 평화적인 수단과 방법을 통해 시위 행위를 한 점, 피고인 E는 과거 이종(異種) 범행으로 두 차례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을 뿐이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이러한 정상과 더불어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5. 2. 8. 선고 84도3068 판결 참조)].
판사
재판장판사김우현
판사우정민
판사송명철
주석
1)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심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의 점에 관한 기존의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
소사실로 그대로 유지한 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
장변경이 이루어졌다.
제7조(수문 및 해양)
② 원자로시설은 해일·해수위 파랑 등의 자연현상에 의한 해수범람의 영향으로부터 원자로시설의 안전에 장해가 없다고 인
정되는 곳에 이를 설치하여야 한다.